지포그래픽 미국의 모든 것 이다미디어 지포그래픽 시리즈
크리스티앙 몽테스.파스칼 네델렉 지음, 유성운 옮김 / 이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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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1세기 현재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다. 현재 1위 국가란 점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단연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또 국토 면적, 인구와 교육, 과학기술 등 어느 모로 봐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북극권에서 열대 지역까지 커버하는 국토 면적이 세계 3위인 데다 드넓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마치 앞마당처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에 올라선 지는 사실 100년 전 일이다. 1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중립국의 위치를 견지하다 뒤늦게 참전을 결정했다. 더 이상 중립국으로 남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17세기 초부터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인들의 북동부 지역 진출로 이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종주국 영국과 독립 전쟁,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북 전쟁, 19세기의 서부 개척 시대를 거치며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완성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세계 각지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답게 미국은 인종적 다양성과 함께 광활한 대륙의 지리적 다양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미국은 단일 국가로 해석하기보다는 하나의 문명권으로 이해하는 게 차라리 올바른 접근법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양 역사의 근간이 되는 로마 제국의 모습을 딱 닮았다고 보는 사람이 독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 『지포그래픽 미국의 모든 것』은 미국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토의 지리적 특징과 환경을 바탕으로 이른바 ‘미국의 모든 것’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며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지리학자와 지도 제작자가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로 만든 컬러 지도와 도표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참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지리학적으로 접근하면 미국의 장단점에 대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견해는 세계 각지로부터 잘못 알려진 고정관념이나 가치관 등이 산더미처럼 모여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눈부신 경제적 성공, 점차 확대하는 불공평과 불평등, 자유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 친미와 반미를 둘러싼 국가별 대립 등이다. 따라서 미국은 여러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 나라다. 한반도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도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던 일본은 끝없는 영토 확장 야욕을 채우기 위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미국에 대해 무모한 전쟁을 벌였다. 우리 국민들이 잘 아는 진주만 공습이다. 선전포고도 없는 기습으로 성공적으로 미 해군을 일단 무력화시켰지만, 강력한 미 군사력에 의해 결국 패전했다. 당연히 일본 제국주의의 피지배 상태에 있던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 독립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 역시 광복을 얻었다. 다만 한반도에는 소련이 미군의 승리를 예상하고 종전을 얼마 앞두고 참전을 명분으로 재빨리 한반도 북쪽의 통치권을 차지했다. 한반도는 이에 따라 남북 분단의 질곡으로 빠져든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독립운동 중 미국의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태는 등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에 있던 이승만이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도하고 초대 대통령에 오른다. 결국 남한과 북한은 민주주의와 공산사회주의 이념과 정치 체제의 제물이 되고 골육상잔의 한국전쟁을 치르고 복잡하고도 이해 관계가 얽히고설킨 분단의 땅으로 남게 된다. 황폐한 땅에서 자본도, 자원도 없는 우리의 삶은 굳이 역사 기록을 보지 않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군사적 원조는 물론 전후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바람에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돈 벌기 위해,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찾아들어 간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다는 것은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에서 노력과 인내를 통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개인의 자유와 번영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에서 고등교육과 단독주택 두 가지로 상징된다. 이는 미국인의 평균적인 아메리칸 라이프 스타일의 기준은 고학력 중산층에 속하고, 차량 2대가 들어가는 차고를 가진 단독주택에서 가족과 함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이다.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을 찾아든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의 이주나 노동을 이유로 갔지만, 이주 기준을 채우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턱없이 부족한 자격이었다. 때문에 아메리카 드림을 이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미국은 건국의 기초가 된 북동부 지역은 지금도 국가의 경제, 정치, 문화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항구도시와 그 안 내륙도시들이다. 그러나 IT와 바이오 등 하이테크 산업의 성지인 서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남부의 선 벨트 지역도 에너지 등 첨단기업의 거점으로 성장하면서 지역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 서부가 동북 지역만큼 발전하게 된 이면에는 서부 개척부터 시작해 10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이민은 미국의 국가 정체성과 발전의 기반이자 상징이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가 차원의 동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종차별 논란은 여전히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존재한다.

미국의 사실상 역사는 1776년 독립선언의 해부터 시작된다. 독립전쟁을 치르기 전에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 상태였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란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이자 법률가는 1835년 『미국의 민주주의』란 책에서 "1억 5,000만 명의 인구가 북아메리카에 살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의에 뿌리를 두며 같은 문명, 같은 언어, 같은 종교, 같은 습관, 같은 생활 태도를 보존하고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고 예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국의 인구는 이누이트인부터 하와이인, 멕시코인, 아일랜드인, 아프리카계 에리트레아인까지 다양하고, 그래서 의견과 문화도 복잡하고 심지어 대립적이다. 사회적 부의 분배는 매우 불평등하다. 도시의 흑인 빈민가나 남부 농촌의 가난한 지역이 있지만, 부동산 개발기업의 월턴 가문(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엄청난 부동산과 월마트 소유), 대형 식품회사 마즈(전 세계 74개 국가에서 연 매출 1조가 넘는 브랜드 11개를 보유하면서 세계 식품업 선도), 에너지 관련 대기업 코크 등 거대 재벌과 가문도 있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첨단 산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 갑부도 있다.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의 활용, 대서양과 태평양의 지배력, 자본의 집중과 혁신 그리고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발전을 거듭한 미국 경제는 빛과 그늘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소수의 첨단기업에 경제 발전의 혜택이 집중되면서 계층별 불평등이 심화하고 국토의 환경도 더 나빠지고 있다. 경제 기반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또 세계 유일의 강대국 지위에 도전하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부상으로 절대 우위가 상대 우위로 변하면서 쇠락의 조짐을 보인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도 있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이 오히려 탈세계화를 외치는 등 다극 체제로 전환 중이라는 것이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아메리칸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대중의 이미지 속에 뿌리내린 것은 1930년대라고 한다. 건국 이념인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면서 부동산의 소유와 재화의 축적이 가능한 미국인의 경제적 번영이야말로 전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아메리칸 드림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룰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라는 내부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력 등 하드 파워는 국제질서가 자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반면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메리칸드림의 실체로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의 소비가 세계인에게 가지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미국과 미국인이 세계를 향해 뿜어내는 매력은 동경과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초월적인 힘으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 등이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와 국민의 권리(1787년 제정된 헌법 전문의 첫 마디가 '우리 국민'이다)를 지키기 위해 건설된 국가인데, 이 고상한 신조에는 평등이라는 개념은 들어 있지 않다. 두 얼굴을 가진 로마 신화의 야누스처럼 이 나라에는 현재 상반된 두 얼굴이 있으며, 이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건재한지를 다루는 최근 출판물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초상화를 충실히 그리고자 한다면 언제나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견해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이런 이원성은 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양극단을 조정하는 국가 차원의 매커니즘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극단적일 정도로 화려한 성공 신화와 구조적인 인종차별이다. 한편에서는 이민과 혼혈이 진행되면서 점점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지닌 사회가 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남아 수천 년 전부터 살았던 원주민과 4세기 전부터 살았던 흑인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 번영으로 대다수 국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어 활력 있는 공동체가 늘어나고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중산층이 후퇴하고 인구의 5분의 1이 아메리칸 드림에서 소외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거나, 있더라도 임금이 낮고 건강보험도 없어 국가의 보호망 바깥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도 많은 미국인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거나 언젠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역에서 민주 정치의 주역으로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 정치 시스템인 선거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은 수십~수백만 달러씩 정치자금을 거두어들일 뿐 아니라, 다양한 이익단체들의 로비와 영향력을 벗어나기 힘든 현실도 부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념이나 이해 관계에 따라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해 행정이 마비되는 일도 잦아지고, 유권자 일부는 정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상태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진영의 대립이 심각해짐에 따라 유권자들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고, 트럼프 정부 시대에 사회 갈등이 극단적으로 노출되었다. 즉, 다른 진영을 배제함으로써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어 미국의 민주주의가 붕괴할 위험에 놓였다.

비정상적 운영되는 부분은 교육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공동 저자(크리스티앙 몽테스·파스칼 네델렉)의 주장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대학들이 지식 경제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립학교가 총체적으로 무너지면서 공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리고 대학 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 고등교육기관이 사회의 사다리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제척으로 흉악한 범죄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빈곤에 의한 범죄가 증가(미국의 수형자는 200만 명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하고 수억 정이 넘는 총기가 시중에 풀려 있다. 미국 사회는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에 관한 데이터는 어느 분야든지 간단하게 입수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지도를 그린 시릴 쉬스의 귀중한 조언을 기초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신중히 선택하되 기계적인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며고 유의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두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는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토의 3분의 1이 무인 지대이고(예를 들어, 알래스카), 미국인의 3분의 2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사는 나라에서 1제곱킬로미터 당 인구밀도가 36명이라고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반문으로 두 저자는 이 책에 사용된 데이터의 신뢰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미국의 탄생과 민주주의의 발달」, 2장 「세계를 통제하는 강대국의 딜레마」, 3장 「아메리칸 스타일은 세계인의 이상인가?」, 4장 「초강대국 파워로 동경과 반감을 동반」이다. 미국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든, 미국과 거리를 두는 독자들이든 이 책은 미국에 관한 객관성이 담보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예상까지도 가능한 국가 운영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는 자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 : 크리스티앙 몽테스

프랑스 리옹 제2대학 교수이자 지리학자. UMR 5600 EVS(환경, 도시, 사회에 연구자 단체)의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 분야인 미국의 공공 공간과 도시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2014년 《미국의 주와 도시-지리로 보는 역사》를 시카고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했다.

 

저자 : 파스칼 네델렉

도시와 사회의 지리학을 연구하는 지리학 박사. 전공 분야는 미국의 도시로 박사논문인 《라스베이거스 대도시권》(렌 대학교 출판부)을 책으로 출간했다 현재 파리의 명문 장송 드 사이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역자 : 유성운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20대 중반까지 인디아나 존스 같은 삶을 꿈꾸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입사한 언론사에서 15년 넘게 버티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정치부-사회부-문화부를 거쳤으며, 지면과 온라인에 ‘유성운의 역사정치’, ‘역(歷)발상’, ‘역지사지’ 등 역사 관련 칼럼을 연재했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그때 어디에서 살고 있었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학원에서는 기후환경학을 공부했다. 현재 영국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연수 중이며, 서울보다 높은 런던의 집세에 허덕이다 보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사림, 조선의 586》,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을 펴냈고, 《세계사 속 중국사 도감》, 《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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