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매직 아웃 1~2 세트 - 전2권 ㅣ 매직 아웃
사토 마도카 지음, 탄지 요코 그림, 이소담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3월
평점 :
독자는 학교 다닐 때 수학과 물리가 약했다. 다른 공부보다 덜 하거나 더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문제 풀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대학 입시 위주의 공부 체계라 더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줄여야 했다. 효율적으로 전체 점수를 높이는 데 좋은 방법은 공부하는 시간을 재배정하는 것이 그때의 입시 위주 공부에서는 적절하다고 모두 권장하던 때였으니까.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역시 대학에서는 대학대로의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나중에 수학이나 물리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직장에서나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수학 물리는 접근이 쉽지 않았고, 사회 생활도 수학 물리 지식이 다소 부족해도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내왔다고 변명 아닌 변명도 해본다. 그래서 아직도 수학 물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특히 코로나 이후 부쩍 많이 출판되는 소설은 SF소설이었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곤 과학 소설이란 것도 읽어보지 못한 터라 요즘 나오는 SF 소설은 엄청난 차원의 소설이라 이해하기 벅찼다. 자연스러운 결과였으리라.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독자는 점점 멀어지다 이젠 까마득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속마음으로 학교 다닐 때 수학 물리 공부를 열심히 안 한 벌칙으로 생각해도 되겠지만, 지식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배우면 될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선생님 중의 한 분이 고등학교 수학이 도저히 못 따라 가겠다고 생각하면 중학 수준의 수학부터 차근차근 하라. 그대로 늦지 않다라고 학생들을 다독이며 학습 의욕을 북돋아준 분의 말씀대로 조금은 약한 과학 지식으로도 이해할 만한 소설을 찾다가 이 책 『매직 아웃』을 발견했다.
이 책은 사실 중학 이하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읽을 수 있는 '어린이용 과학 소설'쯤으로 쓴 것이다. 일본인 저자 사토 마도카가 쓴 책으로 책에서 쓴 용어나 과학 지식이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소설이라고 이해하고 읽었다. 정말 쉬웠다. 우선 용어가 어려운 것이 없었다. 거의 사전이나 다른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의 도움 없이도 읽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내용도 지구 전쟁이나 우주전쟁 같은 극한의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제목 자체도 매우 쉽다. 〈블랙 아웃〉이란 용어도 낯설지 않다. 굳이 과학 용어로 국한되어 있는 말도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이르는 용어로, 주로 특정 지역이 모두 정전된 상태를 말한다. 전쟁 용어로도 사용은 한다고 들은 바 있다. 군사적으로 사용할 때는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앞서서 한 발 또는 수 발의 핵 공격으로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적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적의 방어체계에 막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이 실행되기 이전에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사일을 발사하여 전파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블랙 아웃〉이란 용어를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의학 분야가 아닐까. 술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술을 자신의 해독 능력을 많이 마시게 되면 블랙 아웃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독자도 경험이 있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간다. 이른바 '필름 끊김'이다. 기억 상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의학계에서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억 전달 장치 자체의 고장보다는 입력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데 의학계는 공동의 의견이다. 필름 끊기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술을 끊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알코올성 치매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들은 바도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쓰이는 〈블랙 아웃〉은 정전 상태를 말한다. 누구나 마법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 에테르리아가 주 무대 배경이다. 이곳에서 아무 재능 없이 태어난 아니아는 사람들의 무시와 차별 속에서 스스로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 왔다. 그런데 500년 만에 모든 마법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매직 아웃』이 일어나면서 에테르리아는 멸망의 위기에 놓인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니아뿐. 매직 아웃을 해결하기 위한 열네 살 소녀의 지혜롭고 담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 책은 흥미 위주의 판타지를 넘어서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평등한 사회란 무엇인지, 과학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간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기는 작품이다. 『매직 아웃』』, 『나니아 연대기』처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본격 판타지 동화를 기다려 온 어린이에게 반가운 선물이 되어 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마법이 사라진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소녀의 용감한 모험이 『매직 아웃』 1, 2권에서 펼쳐진다. 3권은 곧 출간 예정이란다. 일본아동문학자협회상과 아동펜상을 받고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사토 마도카가 5년 동안 공들여 쓴 3부작 판타지 동화다. 1권에서는 마법의 힘으로 모든 생활이 풍요롭게 유지되는 에테르리아에 모든 마법이 사라지면서 주인공 아니아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1권의 이야기가 에테르리아 안에서 펼쳐진다면, 2권은 아니아가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활약하는 무대가 더 넓어진다. 특히 2권에서는 1권에서 암시했던 아니아가 만날 운명의 상대가 등장하고 에테르리아를 지배하려는 외국 정부의 속셈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매력적이고 탄탄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토리를 기다려 온 어린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에테르리아 사람들은 힘, 기술, 지식, 수호 등 열한 가지 재능 중 한 가지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며, 수행을 통해 각자의 재능을 갈고닦는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마법의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타고난 재능에 따라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었던 이전과 달리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내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재능과 관련 없는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에테르리아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직 아웃 이후에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에테르리아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직업을 가진다면 재능과 흥미 중 어느 쪽을 더 우선시할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저자는 새로운 땅, 낯선 문화 속에서 차별받지 않고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난민과 이주민 아이들을 자주 마주친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쓰게 된 작품이 『매직 아웃』이라고 밝힌다. 주인공 아니아 역시 마법의 힘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독서로 지식을 쌓아 온다. 그 덕분에 마법이 사라지는 재난이 닥쳤을 때 아니아는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 아니아는 그동안 쌓아 온 지식, 사람들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끈기로 에테르리아에 닥친 위기를 하나씩 해결한다. 아니아를 믿고 최선을 다해 도와준 가족, 친구, 이웃이 없었다면 에테르리아는 안정을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과학 만화의 내용이 언뜻 언뜻 떠올라 아름다운 기억으로 온 몸이 따스한 느낌도 든다.
에테르리아의 마법은 에테르리아인들이 믿는 신앙인 ‘대자연’이 내려 준 선물이다. 이 마법으로 사람들은 전기 에너지를 만들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하고, 날씨도 다스린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에테르리아는 타고난 재능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는 철저한 계급 사회여서 하층민의 자유는 보장받지 못했고, 나라 밖에서 마법의 힘이 필요한 곳이 있음에도 폐쇄적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누려 왔다. 매직 아웃이 일어난 뒤 아니아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에테르리아는 재술이라는 큰 축복을 받았지만 재술에 너무 의지했는지도 몰라. 우리의 그릇된 자세를 바로잡게 하려고 이번 매직 아웃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대자연께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주신 것 아닐까?”(1권, p.143)
『매직 아웃』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의 가치를 일깨우면서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게 한다. 맑은 날씨, 풍족한 식량, 언제든 쓸 수 있는 물과 전기,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까지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법을 되돌리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아니아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 더 용기를 낸다. 마지막 3권에는 에테르리아의 개혁을 꿈꾸는 아니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책은 요즘 우리식으로 말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상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세계화된 에트르리아와 아날로그 아아 아니아의 삶이 겹치면서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세상으로 막 바뀌기 시작한 세상처럼 혼란스럽기도 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다른 감성을 철저히 분리시켜 발전해 나가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과 지배하는 사람들 사이에 만일 디지털이 일시에 무용지물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저자의 상상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아무리 디지털화된 세상이라도 아날로그 식 재앙에는 속수무책인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 세계로 바뀌어 가는 변화를 촉구하는 저자의 뜻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저자 사토 마도카는 지금의 과학 기술이 옛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법처럼 보일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휴대폰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저자는 설명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길을 걸으면서 저노하로 통화하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랍니다. 마법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과학 기술일지 모릅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마법 같은 것 없다는 점을 직시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의 힘으로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저자가 이탈리아에 살면서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이 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완성치 못하고 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었났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또 많은 사람의 인생이 달라졌다. 이 책에서도 전력이 끊기는 문제를 다루지만 일본의 현실과 비슷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털어놓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2권은 에테르리아 왕국 밖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가능했던 작은 섬나라에서 자란 소녀 아니아의 일행이 배를 타고 대륙 오베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아니아는 조국과의 다양한 차이점을 피부로 직접 느낀다. 에테르리아의 단점을 명확이 인식하고, 지금까지는 몰랐던 장점을 깨닫는다. 문화가 다른 땅에 가면 자신이 살던 곳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땅의 장단점도 잘 보일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이탈리아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린다. 그 점이 이 소설 2권에 많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처음에는 당연했던 것이 여기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고,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일도 많았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2권에서 아니아와 퓨리스도 다른 나라에서 많은 것을 보고 여러 사람과 만나며 성장한다. 그러나 오베리아 정부에서 아니아 일행을 초대한 데에는 에테르리아의 숨겨진 에너지를 알아내서 전 세계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음흉한 속셈이 있었다. 한편 아니아 일행은 오베리아에서 아니아와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마주치게 되는데, 수수께끼의 소녀는 매직 아웃을 해결하기 위한 운명의 상대일까, 오베리아 정부가 파 놓은 함정일까? 아니아는 재술을 잃은 에테르리아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또한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을까, 고민에 빠진다.
“태어난 순간의 재능이 무언지, 또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일생이 결정된다니 너무하지 않니? 그런데도 예전의 재술 사회로 되돌아가는 게 좋을까……. 매직 아웃이 일어난 의미, 너랑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2권, p.187)
저자 : 사토 마도카(さとう まどか,佐藤 まどか)
196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상업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중 『물색 오리발』로 제22회 닛산 동화와 그림책 그랑프리 대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등단했다. 대표 작품으로 『목각인형』, 『매직 아웃』 3부작, 『슈퍼 키즈』, 『리젝션』, 『내 고양이가 로봇이 되었어』, 『작은 판다』, 『만들어진 마음』, 『105도』, 『애드립』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 『해님우산, 비우산, 구름우산』, 『물벼룩이 토독톡!』, 『좋아하는 건 의자입니다』가 있다.
그림 : 탄지 요코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디자인과를 졸업했고,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 주로 책 삽화 작업을 하고, 주요 작품으로 〈축구 소년〉 〈소녀들의 블루〉 〈아리 핑클 여자의 규칙〉 〈맨 끝의 사가〉 시리즈와 《첫사랑 소믈리에》 《소년 소녀 비행클럽》 《꽃 사슬》 《라위니아》 《전학생과 환상의 나비》 《도련님 가신다》 《이코-안개의 성》 등이 있다.
역자 : 이소담
동국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다가 일본어의 매력에 빠졌다. 읽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책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기는 것이 꿈이고 목표이다. 지은 책으로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를 비롯해 『최애, 타오르다』 『양과 강철의 숲』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십 년 가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