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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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굿 걸 배드 걸』은 “살인, 마약, 학대, 고문, 성폭력 등에 관한 몹시 어두운 이야기"〈뉴욕저널오브북스〉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벌어지는 정도로는 표현이 약한 듯하다. 연일 이런 보도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될 정도로 어느 새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사회 문제이다. 저자 마이클 로보텀은 전작 『라이프 오어 데스』로 '흠잡을 데 없는' 스릴러 소설을 선보임으로써 영화감독 박찬욱이 차기작으로 제작 중이라 밝힌 바 있다. 『라이프~ 』는 2015년에 영미 범죄문학 최고 영예인 골드대거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는 이번 소설 『굿 걸 배드 걸』로 두 번째 골드대거 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로보텀은 스릴러 소설의 거장 반열에 올랐다. ‘대거 상’은 미국의 에드거 상과 함께 영미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분야의 최고 권위의 상으로, 영국추리작가협회(CWA)가 매년 가장 뛰어난 범죄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수여하고 있다.

런던 북부 참혹한 범죄가 벌어진 현장의 한 집 '비밀의 방'에서 어린 소녀가 발견된다. 굶주린 아이의 몰골은 형언할 수 없이 '고슴도치'로 표현될 정도로 처참하고 비참한 상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는다. 이를 답답해하던 병원 간호사들이 임시로 붙여준 이름이 〈엔젤 페이스〉다. 이후 소녀는 이비 코맥이라는 이름으로 소년원에서 지낸다. 6년 후 소녀는 법적으로 성인임을 인정받아 소년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살붙이는커녕 친구도 없는 소녀가 소년원에서 벗어나려면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 소녀 이비에게 있을 리 없다. 더욱이 매사에 부정적이면서 독설을 입에 달고 살고 때로는 심각한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문제아다. 이처럼 상황이 불리한 이비에게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경찰 심리학자가 나타난다.

 


 

헤이븐은 이비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소년원에서 그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이 소녀에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능력이 하나 있다. 상대의 얼굴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이다. 사이러스는 이 비밀스러운 소녀에게 이끌려 후견인을 자처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사이러스 헤이븐이 이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이가 ‘진실 마법사’, 즉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아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소년원 관계자의 제보 때문이다. 과거 자신의 형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한 기억이 있는 헤이븐은 이비가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여 아이를 도왔던 것이다. 소년원의 통제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중에 이비 코맥에게 후견인이 나타나 구원해준 셈이다. 법적으로 출생 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스스로 이름과 나이를 밝히는 것도 거부하고 있기에 성인임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이비는 고단한 법정 싸움을 통해 소년원에서 나오려 하지만 어린 이비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 리 없다. 기어이 좌절을 맞으려는 찰나에 헤이븐이 이비의 보증인이자 보호자(후견인)가 되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참담한 학살의 기억이 묵묵한 더께같이 앉아 있는 낡은 저택에서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한편, 헤이븐과 이비가 사는 저택 근처의 오솔길에서 15세의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조디 시핸이 숲속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임신한 채로 죽어간 소녀의 살해 용의자는 곧 체포되지만, 사이러스는 의구심을 품고 조디 시핸의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 이비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해 그를 돕게 된다. 죽은 소녀는 조디 시핸으로, 피겨스케이팅 유망주이면서 예쁜 외모로 모두에게 사랑받던 지역의 유명 인사였다.

 

 

후두부의 상처, 연못 바깥에서 발견되었음에도 사인이 익사인 점, 그리고 머리카락에서 정액이 발견되었다는 점 등 사람들의 기대와 인기를 한 몸에 받던 15세 소녀의 비참한 죽음은 그야말로 의혹투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조디 시핸이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곧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사이러스는 밝혀지지 않은 진상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디 시핸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나기는커녕 온통 추악하고 의심스러운 의혹만이 짙어질 뿐이다. 모두가 용의자인 상황. 수사가 난관에 빠졌을 때, 이비 코맥은 자신의 ‘진실을 보는 능력’으로 사이러스를 도우려 하지만 도리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대표작 〈조 올로클린〉 시리즈에서 심리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저자 마이클 로보텀은 이 책 『굿 걸 배드 걸』로 새롭게 시작하는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에서도 심리학자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동일한 직업을 가졌으며 ‘경찰의 수사를 돕는 심리학자’라는, 스릴러 소설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치까지도 흡사한 캐릭터를 굳이 다시 만들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사뭇 궁금하다. 이는 아마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려는 저자 로보텀의 야심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로보텀은 파킨슨병으로 서서히 부서져가는 육체와 뛰어난 심리학자의 명석한 정신이 이루는 대비가 절박감과 비극성을 더해주어 작품의 주제로까지 그것을 이어갔던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집필하며, 주인공인 조 올로클린이 겪는 고통을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로 꾸준히 승화시켜왔다. 심리학자 사이러슨 헤이븐은 정신 질환이 있는 형이 부모님과 쌍둥이 동생들을 살해한 아픈 기억의 소유자다. 자신은 형이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켰을 때 마침 외부에 있었기에 살아 남았으나 지금도 과거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친구를 통해 이비 코맥을 만나고 소녀의 보호자가 되면서 그의 집에 이비이 함께 살게 된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이다.

 


 

이 책 뒷 부분에 있는 저자의 「작가의 말」과 역자 최필원의 「옮긴이의 말」, 그리고 이 책에 쏟아진 찬사와 평가를 토대로 작품 분석을 해본다. 마이클 로보텀의 대거 상 수상작 작풍들의 주요 인물, 특히 공통적으로 심리학자의 등장은 특유의 정서로써 저자 고유의 스릴러에 독특한 질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기는 했어도, 다만 종(縱)이 아닌 횡(橫)의 방향으로 시리즈에 양감을 주기에는 난점이 따른다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로보텀의 스탠드얼론 작품에 대한 기존 시리즈 팬들의 입장에서 종종 나타나곤 하는 결여감의 호소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에서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숙명인 파멸로의 천천한 걸음이 아니라, 파국으로부터 시작된 존재들의 ‘구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근친살인의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과거를 가진 고독한 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과 잔인한 범죄 현장에서 참혹한 몰골로 발견되어 자신을 철저히 닫아버린 이비 코맥. 죽음과 어둠 속에서 기존의 자아는 멸실하고 전연 다른 이질적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을 통해서 구현한다.

그들이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하고 갈등을 극복하면서 서로의 그늘을 보듬는 과정은 곧 온통 상처뿐인 피부를 뒤집어쓴 괴물들이 탐하는, 자기들만의 방식을 통한 구원일 것이다. 로보텀은 시리즈의 첫 작품인 『굿 걸 배드 걸』에서 그러한 고통스러운 구원의 서사를 거장의 솜씨로 훌륭하게 완성했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와는 먼 쌍둥이같이 대척점에서 짝을 이루게 되리라는 의심은, 『굿 걸 배드 걸』 안에서 나타나는 두 심리학자 간의 연결 고리로부터 마침내, 그러나 어렴풋이 드러난다. 마치 소설 안에서 안팎을 구별하거나 구분할 수 없는 그림자로 묘한 대구를 이루는 두 소녀 이비 코맥과 조디 시핸처럼 말이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와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마이클 로보텀의 스릴러 작품 세계를 확장함과 동시에 서로를 보완해주고, 또한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완전한 개별의 시리즈로서 독자들에게 선택의 기쁨을 선사한다.

 


 

야심 찬 새 시리즈의 시작인 『굿 걸, 배드 걸』이 영미 범죄문학의 최고 영예라 할 ‘골드대거 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이야기를 이미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몹시 고무적이면서, 로보텀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이정표를 제시한 거대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는 정상이 되고 싶어 한다. 정상인으로서 세상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이비는 마치 파티에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한 아이 같다. 창문에 얼굴을 갖다 붙이고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엿듣는, 신나는 게임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내심 바라면서도 충동이 끓어오르면 주저 없이 그 집에 불을 지를 아이다.

골드대거라는 굵직한 상의 수상으로 최고 수준의 작품성이 두 작품 모두에 담보된 상태에서, 이번 신작은 스탠드얼론이었던 『라이프 오어 데스』와는 또 다른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또한 후속작인 『그녀가 착했을 때(When She was Good)』가 CWA에서 그해 최고의 스릴러 소설에 수여하는 〈이언 플레밍 대거 상〉을 수상하면서,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는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굿 걸 배드 걸』을 읽는 것은 현재 영미 범죄, 스릴러 문학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그래서 심리학자가 됐어요?”

“사람들은 그렇게들 넘겨짚지.”

“그럼 정답을 들려줘요.”

“난 자기 분석을 좋아하지 않아.”

그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조부모님은 내가 외과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지만 난 심리학을 선택했어. 그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거든.”(p.500)

 


 

저자 : 마이클 로보텀(Michael Robotham)

 

CWA(영국추리작가협회)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골드대거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 ‘호주의 에드거 상’으로 불리는 네드켈리 상을 수상한 바 있고 에드거 상, 배리 상, UN 스릴러 문학상, 남아프리카공화국 뵈커 상, 영국 ITV 스릴러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50여 개국,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으며, 스티븐 킹, 리 차일드, 피터 제임스, 린우드 바클레이와 같은 세기의 거장들은 로보텀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기도 했다. 호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로보텀은 1979년 시드니 〈선〉의 인턴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우연히 악명 높은 탈옥수 레이먼드 데닝과 친구가 된 로보텀은 그의 행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에 매혹된다. 그 외에도 연쇄살인마, 은행 강도, 아동 유괴범 등을 뒤쫓으며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던 경험은 후에 로보텀이 범죄자의 심리를 섬뜩할 만치 정확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인정받는 밑거름이 되었다.

1990년대 영국으로 건너간 로보텀은 고스트라이터로 활약하며 여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고, 유명 범죄심리학자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마침내 자기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데뷔작이자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인 『용의자The Suspect』는 2003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하루 만에 21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2015년에 로보텀은 스탠드얼론 작품인 『라이프 오어 데스』로 스티븐 킹, J. K. 롤링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치고 CWA 골드대거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에는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심리학자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굿 걸, 배드 걸』로 다시금 골드대거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2021년, CWA가 최고의 스릴러소설에 수여하는 이언 플레밍 스틸대거 상을 후속작인 『그녀가 좋았을 때When She was Good』가 수상하면서 로보텀은 ‘조 올로클린’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라이프 오어 데스』는 〈올드보이〉, 〈박쥐〉, 〈헤어질 결심〉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현재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역자 : 최필원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번역가와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장르문학 브랜드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과 ‘메두사 컬렉션’을 기획했다. 옮긴 책으로는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 『소녀의 무덤』,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 존 그리샴의 『브로커』, 『최후의 배심원』, 『관람석』, 할런 코벤의 『숲』, 『단 한 번의 시선』, 『결백』, 척 팔라닉의 『질식』, 『파이트 클럽』, 시드니 셀던의 『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 『영원히 사라지다』, 제임스 패터슨의 『첫 번째 희생자』,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 살라 시무카의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 배리 기포드의 『스타호텔 584호실』, 제프 롱의 『디센트』, 제임스 시겔의 『탈선』, 마이클 푼케의 『레버넌트』를 비롯해 『이미 죽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폴링 엔젤』, 『안녕, 내 사랑』 『난징의 악마』, 『위치 앤 위저드』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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