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 - 일본 독립서점 탐방기
와키 마사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그린페이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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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으로 존재하는 이른바 '동네 책방'이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데 앞서 일본에서 수십 년 전부터 독립서점이 존재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 『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는 일본 전역의 책방을 직접 취재하여,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23군데 독립서점을 생생하게 소개한 서점 탐방 에세이다. 이 책은 작은 책방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책방 구석구석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담긴 사진을 풍부하게 실었다. 또한 책방 대표나 직원을 인터뷰하여 각 책방이 탄생한 비화나 운영 철학, 책을 선별하는 기준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23개의 ‘소우주’가 들려주는 각양각색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작은 책방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살고 싶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책을 읽으며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독자 지인 중에도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고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 하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와키 마사유키는 책과 책방을 무척 좋아해서 관련한 일이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고 한다. 작은 책방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활동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으며, 이 책의 출간 역시 그런 활동의 연장인 셈이다. 최근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매장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번역 출판한 그린페이퍼 측은 출판사의 소개글에 한마디도 보태지 않고 저자의 목소리만을 책에 담았다. “작은 목소리야말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이 책의 포인트가 동네 책방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것으로 믿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독자도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가져본 적이 없다. 책이 많아져 집안이 어지러운 점이 싫기도 하지만 책 보관에 대한 열정은 없는 편이어서 많은 책을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럴지도 모른다. 많은 책을 소장한 분들은 "많은 책이 옆에 있으면 명상할 때처럼 마음이 맑아진다"거나 "책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많은 책을 소장해본 적이 없어서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 간토, 주부, 간사이, 주고쿠, 그리고 규슈까지 5개 지역으로 나누어 모두 23군데 작은 책방을 소개한다. 책방을 열게 된 사연이나 운영하는 방식, 대표의 관심사와 주력 분야가 모두 달라 흥미롭다. 직접 발로 찾아다닌 저자가 미리 계획을 세워 탐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당연히 이들 서점은 운영자의 취향에 따라 매장의 분위기 또한 제각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책방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책방 주인이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음악이든, 피어나는 향기든, 공간 자체이든 그런 것들이 모여 책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소개된 도쿄에 있는 〈스노 셔블링〉은 서점 대표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따온 ‘문화적 눈 치우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동네 서점이 흔히 그렇듯이 이 책방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리 돌고, 저리 꺾어 모퉁이 안쪽으로 난 어둑한 길을 어렵게 찾아들면 계단이 나타나는 등 미로찾기가 따로 없다. 그러나 일단 들어가 보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본래 창고였던 휑뎅그렁한 공간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엔티크 책상과 잭장이 나열되어 있고,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책이 놓여 있다. 난방 기구와 사슴 박제까지 장식되어 있어 일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분도 엿보인다. "책방을 하려고 마음먹고 세계 각지의 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35살이 되었더군요"라는 서점 주인 나카무라씨의 웃음엔 세상의 모든 책방에서 얻은 영감이 떠오르는 듯하다.

 


 

JR 우에노역, 이리야 출구로 나와서 국도 4호선을 건너면 이어지는 뒷골목에 책방 〈루트 북스〉가 자리하고 있다. ㅇ에노역의 시노바즈 출구나 히로코지 출구와는 달리 이 지역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를 띤다. 책방의 입구에는 선인장과 다육 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투박하지만 운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독특한 감초그이 테이블과 책장, 곳곳에 비치된 식물들이 책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책방은 주택이나 상점을 리모델링하는 건축 회사 유쿠이도가 운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대표 마루노 신지로 씨는 원래 책방을 열 마음이 없었다고도 한다. 이전의 사무실이 비좁아져서 옮길 곳을 찾다가 현재 책방의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1, 2층만 빌리려 했지만, 그 위층도 공실이어서 건물 전체를 빌리기로 결정했다. 위층을 어떻게 활용할지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하다가 책방이라는 형태에 마음이 쏠렸다는 게 대표의 말이다. 만남과 배움이 공존하는 자세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영어나 도예 선생님을 초빙해서 다양한 지식을 배우며 친구도 만나는 공간, 선생님이 없을 때도 이곳에 오면 언제든지 책이 선생님이 되어 주는 공간으로 루트 북스의 문을 연 것이다.

지금은 두 건물을 합쳐 〈루트 커먼〉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두 건물이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고 표현한 것이라는 대표의 설명이다. 저자가 〈루트 박스〉에 와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자유로움'이라고 한다. 마루노 씨는 예전에 책방이나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었기에 업계의 관습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이유이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습기에 취약한 책과 식물을 함께 두는 등 일반적인 책방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방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책방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책이 살아났다."(p.25)

 


 

나가노현 마쓰모토시, 마쓰모토역에서 나와 국도 143호선을 따라 동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관광지 마쓰모토에서 여행의 근거지로 삼고 싶은 책방, 〈시오리비〉가 자리하고 있다. 시오리비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방이지만 진(ZINE)이나 리틀프레스(little press)라고 부리는 독립출판물이 있고, 일반적인 책방에서는 파는 책의 거의 두지 않는다고 한다. 게대가 활판 인쇄기까지 있다. 도대체 〈시오리비〉는 어떤 곳일까? 책방 주인의 설명에서 호기심을 충족시킬지는 모르지만 "사실 책방이 아니어도 됐어요. 학생 시절에 카페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데요. 손님에게 커피를 내어 드리고, 거기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생긱고, 저는 돈을 받는 하나의 흐름 속에는 불행이 한 줌도 없었어요. 그때부터 지역 주민들이 집과 일터 말고도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요."

그런 생각을 품은 채 대학을 졸없한 후에는 마쓰모토에 있는 료칸(일본의 전통 숙박시설)에서 일했다. 그 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다시 마스모토로 돌아와서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독립출판물에 마음을 쏟았던 경험을 되살려 마스모토에는 개인이 고른 책을 파는 매장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 독립출판물을 진열하고 커피를 판매하는 현재의 스타일에 이르렀다고 진행 상황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예전 매장을 열면서 얼마 안 되어 손님 중 한 분이 활판 인쇄기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해서 과거 매장으로는 들여놓을 수 없어 지금의 매장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현재 매장은 예전과 비교해서 훨씬 넓고, 좌석 수도 많으며, 진열된 책도 만핟. 안쪽이 훤히 비치는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얼핏 카페 같지만, 2증에 가면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책장이 기다리고 있다. 적당한 위치에 난 창문에서 지나치게 밝지 않은 자연광이 들어와 기분을 좋게 한다. 그렇게 책장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간다. 기쿠치 씨가 "작은 목소리, 작은 규모의 책이야말로 진실을 담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책의 배경과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었다.

 


 

〈유레키 쇼보〉 책방에서 저자는 여행을 테마로 한 책방은 일본에 여러 곳 있지만, 〈유레키 쇼보〉는 그 어느 곳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이 책방은 나가노현 나가노시, 일본을 대표하는 사찰 젠코지의 참배길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책방의 목적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행은 이 책방 안에 있으면 할 수 있단다. 이곳에는 전 세계가 한데 모여 있으므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무슨 '말장난'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의 의도는 이곳 책장을 보면 확실히 알게 된다고. 대만, 중국, 인도,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관련된 책이 지역과 나라별로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그야말로 책으로 여행을 떠나는 공간이다. 이런 책장을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끌리는데, 미야지마 씨(주인)는 한 세대를 풍미한 전설의 책방 직원이 스승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서점 직원으로 7~8년 일했어요. 그때 스승 같은 분이 계셨는데 1980년대 도쿄 이케부쿠로의 〈리브로〉 서점을 책 마니아들의 성지로 만든 이마이즈미 마사미쓰 씨였다고 한다. 어떤 책과 어떤 책을 함께 놓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책장을 매력적으로 꾸밀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요즘 말하는 '문맥 책장' 같은 것이지요."(p.63) 그때 그 기술을 철저히 배워 오느날 이 책방에서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책장에는 인문서와 해외 문학이 많지만, 한편으론 만화나 문고본처럼 읽기 편한 책도 빠뜨리지 않고 갖추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사람들이 책을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책방에 가끔 오는 사람이 집어 들기 쉬운 책을 놓아두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중고 책방이니까 중고 가격이 높을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온라인 서점에서 1엔에 살 수 있는 책이라도 훌륭한 책들이 많아요. 여기에서 그런 책과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서점 주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효고현의 〈북스+고토바노이에〉는 한 달에 두 번만 여는 독특한 책방이다. 운영 방식도 독특하지만, 살고 있는 집의 일부분을 책방으로 만든 것도 특이하다. 게다가 벽 대신 책장으로 공간을 나눈 건축 방식도 색다르다. 책방을 열고 나니 이웃이나 친구들이 책방 방문을 핑계 삼아 더 자주 드나든다고 한다. 책을 매개로 이야기꽃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곳이다. 한밤중에만 문을 여는 심야 책방도 있다. 책방 대표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는데, 낮에는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책방을 운영하며 문학의 꿈을 펼친다. 책방 이름 〈니주dB〉(20데시벨)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처럼 보통은 들리지 않지만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라고 한다. 깊은 밤, 불빛에 이끌려 들어온 손님들은 소파에서 잠을 자고 가기도 한다. 미노우 북스 & 카페는 후쿠오카의 우키하라는 산기슭 작은 마을에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니 상업 활동을 하기에는 불리한 곳이지만, 대표는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잡지, 요리, 의식주 등 생활에 관련된 책이 주요 테마지만, 지역민들이 일상에서 아트와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집 같은 아트북도 소개하고 있다.

운영을 중단한 역사에 차린 독특한 책방도 있다. 히나타 문고는 아소산의 웅대한 자연이 함께하는 구마모토의 미나미아소미즈노우마레루사토하쿠스이코겐역 안에 있는 책방이다. 일본에서 가장 이름이 긴 역 안에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책의 공간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광산에서 광물을 운반하던 열차가 운행을 멈추며 역사도 필요 없게 되었지만, 책방과 카페가 운영되면서 다시 사람들이 찾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23개의 서점은 대표의 이력이나 성격도 모두 다르고, 판매하고 있는 책의 주요 테마나 분야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운영 방식이나 매장 형태도 하나하나가 특색이 있다. 건축 회사에서 운영하거나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해 외관이 독특하고 세련된 곳도 있지만, 100년 가까이 된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그대로 사용하여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공간도 있다. 저자의 다정한 취재와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이 23개의 각 책방이 가진 표정과 속살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책이 진열된 모습, 책등의 감촉, 흐르는 배경 음악, 감도는 향기까지,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저마다가 이렇게 다양하고 특색 있다는 점은 동네 책방, 작은 책방만의 매력일 것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역의 독립서점 문화를 만든 일본의 책방을 탐방하면서, 책방을 만든 이와 드나드는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 서점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다.

 

저자 : 와키 마사유키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2010년부터 작은 책방의 매력을 전달하는 ‘BOOK SHOP LOVER’ 활동을 시작했다. 책과 책방과 관련한 일이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각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일부러 가고 싶은 도쿄 거리의 책방』이 있다.

 

역자 : 정지영

대진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수년간 일본 도서 기획 및 번역, 편집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어느새 번역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생각 정리를 위한 업무의 기술』,『생각 정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영업은 대본이 9할』,『더 모델: IT 솔루션 영업 프로세스』,『제대로 생각하는 기술』,『일등 영업맨 꼴등 영업맨』,『돈이 쌓이는 가게의 시간 사용법』,『습관 디자인 45』,『시간의 기술』,『유능한 상사 무능한 상사』 외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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