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 - 몸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징후에 귀 기울이고 대처하는 법
엘런 보라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은 과연 오롯이 마음의 문제이기만 한 걸까? 이 책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는 마음의 병이라 일컫는 '불안'에 대한 경험과 연구 결과 상당 부분 신체적 결함으로부터 오는 정신적 훼손이라는 점을 찾아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주장을 담아낸다. 저자 엘런 보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실제 임상 경험을 통해 불안이 신체 내 불균형에서 비롯된 사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불면, 배앓이, 초조함, 비관적인 생각 등 우리가 느끼는 감정적, 신체적 불편함은 인체의 스트레스반응에 의한 결과일 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신체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불안(‘가짜 불안’)은 비교적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저자는 ‘가짜 불안’에 곧바로 대처하는 다양한 실천 방안을 가르쳐줌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불안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런 생리적 욕구를 다스리고 난 후에 남는 증상, 즉 내면의 긴급하고 간절한 목소리(‘진짜 불안’)에 차분히 귀 기울이면 우리 삶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나침반을 찾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용적이고 유익하며 깊이 있는 희망을 선사하는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는 불안의 근원을 온전히 설명하고 치유와 성숙을 위한 로드맵을 상세히 제공한다. 저자 엘런 보라도 불안으로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겪었다고 밝힌다. 컬럼비아대학원 의학대학원과 마운트시나이병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로 일할 당시 저자는 “전혀 평온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한다. 수년 동안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대안적 접근들을 두루 연구하고 시도한 끝에 마침내 저자가 찾아낸 방법은 몸의 상태와 일상의 습관부터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불안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문제라는 새로운 관점에 착안했다.

 


 

저자에 따르면 불안은, 그것이 생활 습관의 결과든 아니면 자신의 내면이 보내는 메시지든 상관없이 최종 진단이라기보다는 탐구의 시작에 가깝다. 즉 불안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그저 우리 삶에서 다른 뭔가가 잘못됐음을 알리기 위해 우리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의 방식이다. 이는 우리의 몸, 마음, 생활, 또는 환경에서 뭔가 균형이 깨졌다는 증거이며, 우리는 호기심을 품고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들을 다시 균형 잡힌 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은 제일 먼저 그 근원이 일상적인 습관의 결과인지 아니면 좀 더 깊은 불안의 발현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를 파악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저자 역시 소화, 호르몬, 염증 문제로 고군분투할 당시 주류 의학만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잘 몰랐다. 여러 가지 대체 의학이나 대안 의학을 공부하고 시도한 끝에 몸과 생활에 균형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에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레지던트 마지막 해에 자신의 일에서 좀 더 의미를 갖고 스스로를 치료할 길도 찾기를 원했다. 이때 병원 근무 외에 대안적 접근법으로 시작한 것이 침술법이었다. 이를 마치고 또 브롱크스에 있는 중독클리닉에서 환자들에게 침 놓는 일을 했다. 선택과목 시간에는 애리조나대학교 앤드루 웨일 센터에서 통합의학 훈련을 이수했고, 뉴욕에 돌아와서는 통합의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최면 치료사 밑에서 견습 생활을 했으며, 발리에서는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한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아유르베다(인도의 전통의학)를 처음 접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능의학을 연구하고 사이키델릭 의학과 그것이 정신건강의학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탐구하는 쪽으로 넘어갔다. 저자는 만약 자신을 위해 이처럼 특별한 시도를 해보지 않았더라면 불안을 치유하는 방식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후 10년간 주변 환경과 불안의 정도가 각기 다른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 중 대부분은 일상적인 습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나아졌고, 이후 필요한 경우에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좀 더 깊이 다루었다. 아주 약간의 도움만으로 좋아지는 사례도 많았다. 오랫동안 불안과 소화불량, 원인 불명의 발진을 겪어온 스물다섯 살 여성 환자가 그랬다. 그녀의 식습관을 샅샅이 검토했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파악하여 금지했다. 한 달 만에 그녀는 소화 기능을 되찾았고 발진이 사라졌으며 불안도 누그러졌다.

정반대로 수년간 내게 치료를 받았던 저넬이라는 여성은 조증 발작으로 원치 않게 병원에 입원했따가 30대 중반에 처음 저자를 찾아왔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양극성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많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와 치료진은 저넬이 양극성장애가 아닌, 하시모토 갑상샘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자신의 면역체계가 갑상샘을 공격해서 조울증 증상과 비슷하게 우울 상태와 흥분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질병이다. 치료진은 그녀의 갑상샘을 치료하기 위해 식단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고 신경안정제를 서서히 줄여나갔다. 지넬의 불안은 눈에 띄게 감소했고 이후 다시는 조증 발작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안장애는 더 이상 드문 병증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불안장애 환자가 86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2020년 대비 32.3퍼센트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1년 진료 통계 기준). 불안해서 병원을 찾는 이들만 해도 이토록 많은데, 평소에 크고 작은 불안을 떠안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안 될 정도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불안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환자는 물론 일반인 모두는 이 책의 내용을 읽고 이해한다면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고 예방 차원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을 숙지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위협적인 포식자의 등장처럼 일상적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하며 스트레스반응을 체내에 프로그램화한 상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맞서야 하는 세상은 예전과 무척 다르다. 자극적인 음식, 수면부족,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 등등 만성적인 스트레스요인에 시달린다. 단것을 먹은 후에 혈당이 뚝 떨어져도, 핸드폰을 보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먹어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타인의 삶을 신경 써도, 우리 몸은 위험에 둘러싸여 안전하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불안’하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다양한 외부 위협으로 인해 인체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비교적 쉽게 예방이 가능하며 아주 약간의 도움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저자는 신체의 불균형 때문에 비롯된 불안을 ‘가짜 불안’이라 칭하며, 이 가짜 불안의 다양한 증상과 대응 방안을 가르쳐준다. 이는 수면 습관, 과학기술과의 관계, 식단, 그리고 소화기관·면역체계·호르몬 상태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전략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의 상당수는 비용이 저렴하고 스스로(물론 전문의를 만나기도 했다면 그의 조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동안 저자가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그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느끼는 방법을 고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 될 터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고 제일 쉽고 편하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은 무엇인가? 책을 읽다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넘겨도 되고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읽어봐도 된다. 쉬워 보이는 것부터, 그런 게 없다면 적어도 내가 할 수 있을 듯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불안이 나를 괴롭힐 때, 뜻대로 안 되는 자신의 마음과 주변 상황만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며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재고해보자.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 과정을 함께하며 저자는 불안이 신체 내 불균형에서 비롯된 사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불면, 배앓이, 초조함, 비관적인 생각 등 우리가 느끼는 감정적, 신체적 불편함은 인체의 스트레스반응에 의한 결과일 때가 생각보다 많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발생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당분, 카페인, 핸드폰 등 전혀 무관하게만 생각했던 요인들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과 삶에서 균형이 깨진 부분을 살펴보라고 조언하는 편지처럼 불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저자는 불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독자들이 좀 더 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물론 그 일이 단순하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몸과 삶은 복잡하고, 변화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회가 널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핵심은 우리 모두 자기만의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완벽한 건강이 아니다. 기분 좋게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만약 내가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데 건강이 걸림돌이 된다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문제를 바로잡자. 만약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면 이번에는 힘을 좀 뺄 차례다. 이러한 균형을 염두에 둔 채 이제부터 어쩌면 당신이 겪지 않아도 될 불안을 일으키고 있을 삶의 측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자."(p.62~63)

 


 

독자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가짜 불안'이라는 실체적 인지다. 독자는 사실 이 '가짜 불안'이란 단어가 정신의학에서 사용되는 단어인지는 잘 몰랐다. 이 책을 통해 '가짜 불안'을 이해하고, 실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치유책에 다가서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는 기존 정신의학에 의한 치료법보다는 우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의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안의학 자세로 치유에 임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커피나 술을 끊어도, 식단관리를 통해 장이 튼튼해져도, 자연의 이치에 따르며 잠을 푹 자게 되어도,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렇게 가짜 불안을 어느 정도 다스리고 난 후에 맞닥뜨리는 불안이 바로 내면의 긴급하고 간절한 목소리, 즉 ‘진짜 불안’이다. 단순히 위협으로 느껴지는 가짜 불안과 달리 진짜 불안은 명료함과 연민에서 나온다.

저자는 이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기보다는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떻게 해야 불안을 멈출 수 있지?’라고 묻기보다 ‘내 불안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을 저항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게끔 강요받아왔지만, 그러면 오히려 중요한 목소리를 놓칠 수 있다. 그러니 진짜 불안을 받아들이고 불안이 전하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진짜 불안은 삶에 뭔가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진짜 불안에 차분히 귀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삶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나침반을 찾아낼 수 있다.

저자는 가짜 불안과 진짜 불안은 얼핏 보면 상충하거나 모순되는 것 같지만 불안은 ‘둘 다/그리고(both/and)’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불안은 신체적이다. 세로토닌,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 장 염증, 코르티솔, 과민한 편도체와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 불안은 심리(psychology)와 정신적 욕구(spiritual needs)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심리·정신적(psychospiritual)인 것이기도 하다. 목적과의 단절, 타인과의 단절, 나 자신과의 단절에 대한 문제다. 아무리 장을 치유하고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이런 문제까지 고쳐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이 두 가지 형태의 불안을 동시에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억해라. 당신의 상사, 회사, 그리고 평생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훈련들은 휴식을 장려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주도적으로 여가를 위한 시간을 지정하고 그것을 기필코 지키는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한 톤을 설정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말라는 뜻이다. 핸드폰과 거기에 가득 쌓인 알림들이 당신의 기분을 결정하게 하지 마라. 침대에서 일어나 그날의 목적과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자기 자신과 함께해라. 그다음에는 단 2분이라도, 잠옷 차림으로 베란다에만 서 있어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서 진짜 햇빛을 한 움큼 느껴라. 이는 일주기 리듬을 깨우고 호르몬 교향곡을 틀어줌으로써, 이제 아침이 되었으니 정신을 차리고 주의를 환기하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임을 우리 몸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생체 타이머를 작동시켜서 밤이 되면 잠이 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밖에서 몇 분간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고 하루에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준다."(pp.280~281)

 

저자 : 엘런 보라(Ellen Vora)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홀리스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침술사이자 요가 강사이기도 하다. 예일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학교 의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정신 건강에 기능의학적으로 접근하며,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불균형을 뿌리부터 다룬다.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는 저자의 첫 책이다.

 

역자 : 신유희

 

텍사스주립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랜 꿈으로 번역가가 되었다. 현재는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도둑에 당하지 않는 기술』, 『식탁 위의 미생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