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우주론 - 블랙홀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학당 강의 노트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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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 서적이 정말 괜찮다. 변명 같지만 독자는 학교 다닐 때 과학 과목과 친하지 못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 과학과 수학이 약했다. 결국 대학도 문과를 갔고 이후 사회 생활도 수학과 물리와 상관 없는 인문 지식만으로 하는 곳에서 하고 있다. 학교에서 친하지 못한 과학이나 수학이 뒤처지자 직장 생활하면서 책으로 보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부족한 과학 실력은 영화를 볼 때, 또 요즘 쏟아져 나오는 SF 소설을 읽을 때마다 걸림돌이 됐다. 작가들이 아무리 쉽게 풀어쓴다 할지라도 중력이나 우주의 물리법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상만으로 그치니 그마저도 그냥 눈으로만 읽고 말게 된다. 그러니 흥미도 떨어지고 몰입도 안 된다. 과학을 쉽게 이해하도록 쓴 책을 찾다보니 청소년 대상 과학책부터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요즘 과학책은 굉장히 알기 쉽고, 재밌게 기술되고 있다. 이 책 『블랙홀과 우주론』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펴낸 책이니만큼 이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읽게 됐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블랙홀이 표제어 속에 포함돼 있다. 아마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독자 역시 들어는 봤지만 설명해봐라 하면 우물쭈물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서야 천천히 조금씩 깨우치게 됐다. 책은 블랙홀이란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 빛도 시간도 왜곡된다는 상식 밖의 존재로 설명한다. 특히 블랙홀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학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는 기묘한 공간이라고 한다. 또 외부 관측자가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는 이 ‘이벤트 호라이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면 넉넉 잡고 두세 시간이면 블랙홀 개념 정립해 성공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블랙홀 박사로 유명한 저자가 평생 연구해 온 블랙홀 자료 중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만 집약해서 담았다. 하지만 블랙홀의 개요를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행복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직접 그리고 작곡한 삽화와 노래를 길잡이로 삼아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소년은 물론 어른까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를 통해 우리 할아버지 모습의 신령들이 우주를 여행하듯 다양한 우주론과 별의 일생, 블랙홀의 구조와 성질, 우주의 신비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다가오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해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둬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몇년 전 TV 케이블방송에서 봤던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사실 이해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나 큰 관심을 끌고 화제가 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라고 해서 참고 보았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가까운 미래, 전 지구적 규모의 식량난과 환경 변화에 의해서 인류가 멸망하는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상황 설정부터 시작된다. 이 상황에서, 어느 중요임무의 수행자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환영받지 못하는 엔지니어이자 과거 우주선 조종사였던 사람이 발탁된다. 멀지 않은 미래의 지구는 인류의 잘못으로 황폐한 땅으로 변해 버렸다. 병충해가 심해져서 작물이 차례대로 멸종의 길을 걷고, 기껏해야 옥수수를 재배하는 일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다. 식량 문제와 더불어 고갈되는 자원이 인류의 재앙으로 떠오른다.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무너진 상태이고, 피폐해진 사회에서 벌어지던 약탈은 간신히 진정 국면을 맞았다.

딸과 아들을 지키려는 주인공은 아버지로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꿈이 좌절되자 공허함을 느낀다. 세계는 기근을 해결하고자 농업을 다시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해체되면서 우주여행은 불필요한 분야로 잊혀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상 중력 현상으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던 NASA팀을 발견한 주인공은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태양계의 토성 뒷면에 '웜홀'이 생성되었고, 이를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가는 인류의 탈출구를 찾는다는 계획이었다. 절멸의 과정에 놓인 인류의 미래를 위해 쿠퍼는 자녀를 두고 우주로 나아간다. 그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인류는 쿠퍼의 말처럼 '늘 그랬듯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를 보면 중력 이상과 시공간의 왜곡으로 인한 시공간여행이 나온다. 물론 블랙홀 속에 사람이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는 없겠지만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이고 넘긴다. 중요한 것은 블랙홀이라는 존재가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학문과 상식으로는 그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현상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소설가 아서 매컨이 창시한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는 인간이 감히 맞설 수 없으며 이해의 범주를 까마득히 넘어선 존재에게서 오는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소재로 한다. 특히 우주에서 인류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그로 인한 압도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 마블 영화에서 조금씩 언급되는 셀레스티얼 같은 우주적 절대자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블랙홀 역시 이러한 코즈믹 호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존재이다.

이 책 『블랙홀과 우주론』을 읽으면 읽을수록 신비로 가득한 우주와 블랙홀에 대해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으로 가늠하기 힘든 우주와 블랙홀의 실체를 다양한 각도와 방법으로 접근해 과학적으로 파헤치려는 저자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얻은 지식의 정수를 우리 모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때로는 재미와 함께 공유하려 하는 노력에 박수로써 응원한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생명체라고 한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과 공포로 다가온다. 그러나 마냥 겁에 질려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전부 읽었을 때쯤이면 독자는 우주와 블랙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누구보다도 더 박식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면 두렵지 않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그게 인류가 발전하고 살아온 방식이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상대성이론이란 무엇인가」, 2장 「미운 오리 새끼 블랙홀」, 3장 「우주의 구조」, 4장 「별의 일생」, 5장 「백조가 된 블랙홀」, 6장 「우주의 진화」 등이다. 책을 읽다보면 3개의 「코스모스 군도 여행」이 나온다. 과학책 하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 독자처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 사람이 꽤 많은가보다. 저자는 과학책에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작중 인물로 등장할 경우 서양 과학자 모습을 한 것도 어렵다는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스스로 '신령'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는 모두 세 명의 신령이 있다. 저자는 직급이 가장 낮은 '지구 신령'이어서 이 책의 설명을 맡았다. 쉽고 친근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신령으로 설정했다. 저자는 먼저 앙케이트 문항을 제시하고 두 항목 이상 해당한 독자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독자는 당연히 두 항목이 훨씬 넘는다. 저자는 책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장치를 더 책 속에 집어넣는다. 「코스모스 군도 여행」이다. 책 중간중간에 끼워넣었지만 본문보다 더 어렵게 느낄 독자들을 위해 일부러 하와이 비슷하게 섬들을 배치했다고 밝힌다. 조금이라도 더 집중해야 할 일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이나 우주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특히 원자폭탄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전쟁 다큐멘터리 등에는 그의 이름이나 이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은 두 개의 이론을 아우르는 말이다.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그것이다. '특수'자가 붙은 이론이 더 어려울 것 같지만 정반대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혼자만의 이론은 아니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됐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쉽게 표현하자면 '버스가 내 앞을 지나갈 때 그 버스 안에 흐르는 시간과 내 시간은 같은가?' 정답은 '다르다'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공간'의 이론이다. 물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돼 있지 않고 항상 같이 변한다고 한다. 이를 묶어 시공간이라 한다. 또한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이 합쳐졌다는 개념으로 4차원 시공간이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로 유명한 공식은 E=mc2('2'는 거듭제곱<자승>)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광속을 의미하므로 에너지는 질량으로, 질량은 에너지로 서로 전환될 수 있다. 광속의 제곱이 곱해지므로 작은 질량이라도 큰 에너지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제조하고 있는 원자폭탄, 수소폭탄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공간+물질'에 관한 이론이어서 훨씬 어렵다. 물질은 해, 달, 별, 은하와 같은 천체를 이루며 중력을 행사하므로 일반상대성이론은 새로운 중력이론이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뉴턴의 중력이론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해 중력장이 형성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는 물체가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서 천체를 향해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체가 천체의 중력이 휘어 놓은 시공간 안에서 운동한 결과로 천체에 떨어진다고 풀이한다. 예를 들어 얇은 고무 막에 무거운 구슬(천체)을 올려놓으면 고무 막은 휘게 된다. 무거운 구슬에 의해 휘어 있는 고무 막에다가 작고 가벼운 구슬(물체)을 또 굴리면 구슬은 큰구슬 쪽으로 돌면서 굴러 떨어지게 된다. 중력장 주변에서 빛이 휘는 현상도 이처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뉴턴 이론에서는 빛(광자)은 질량이 없으므로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에서는 빛이 휜 시공간을 진행하면 저절로 궤적이 휘게 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빛은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여행하는 데 휜 시공간에서 그 궤적은 직선이 아니다. 빛이 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결과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던 중 1919년 에딩턴이라는 영국의 천문학자가 주축이 된 일식 관측 팀이 개기일식을 완전하게 관측할 수 있는 아프리카에 갔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보름달이 떠 있는 밤처럼 어두컴컴해지고 밝은 별들이 보인다. 이때 별들의 겉보기 위치는 아인슈타인과 슈바르츠실트가 옳다면 실제 위치보다 해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에딩턴은 이런 현상을 실제로 관측해서 해 주위에서 빛이 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블랙홀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외부 관측자가 볼 수 없어. 이는 우리가 지평선 너머에 있는 물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지. 이런 뜻에서 블랙홀의 표면을 ‘사건의 지평선’, 영어로 ‘event horizon’이라고 불러. 사실 사건의 지평면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관용적으로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른 거야. 따라서 블랙홀의 표면이라는 말도 단순히 사건의 지평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해, 거기에 어떤 바닥이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블랙홀 내부 구조는 의외로 간단해. 중앙에는 특이점, 영어로 ‘singularity’라고 불리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이 있고, 다른 곳에서는 물질을 찾아볼 수가 없어. 왜냐하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 들어온 물질은 결국 모두 중앙의 특이점으로 끌려 들어가기 때문이지. 특이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물리학의 법칙도 성립하지 않아.(p.33)

 

전화나 전보가 없던 조선시대 두 전령이 평양과 전주로부터 그 당시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인 말을 타고 최대한 빨리 달려와 임금에게 올린 정보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이해가 갈 수 있어? 이런 수수께끼의 해답으로서 미국의 구스(Guth)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우주론을 도입했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태초 어느 순간 우주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을 의미해. 즉 처음에는 느리게 팽창하다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부쩍 더 빨리 팽창한 후 다시 느린 팽창으로 돌아갔다는 말이야.(p.129)

 

저자 : 박석재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블랙홀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천문학 서적과 소설을 집필하는 등 천문학 대중화에 헌신했고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한국천문연구원 원장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원리』, 『이공대생을 위한 수학특강』, 『개천혁명』, 소설 『개천기』 시리즈 등이 있다. 현재 역사광복을 추진하는 사단법인 대한사랑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dr_blackhole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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