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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입니다 - 홀로 사는 사람이 꼭 챙겨야 할 인생 정리법
마츠바라 준코 지음,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3년 2월
평점 :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그야말로 장수 시대를 맞는 기쁨으로 들썩였다. 얼마 전 열풍을 일으킨 노래 〈백세 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라고 시작한다. 이 노래는 작곡가 김종완이 1995년 작곡한 것으로 20년 전 친구의 아버지가 50대 연세로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애타게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원래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말하리〉인데 여러번 재편곡과 개사 과정을 거치고 2013년 〈백세 인생〉이라는 제목이 되었다. 이후 '백세인생'은 입소문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찾는 노래 1위로 올라서고 짤방까지 더해져 젊은 층으로까지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노래가 리바이벌돼 큰 인기를 끈 것은 우리의 '100세 시대' 선언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가요계 평가다. 이른바 '100세 열풍'은 국민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로 불릴 만큼 연장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지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1~2살은 늘었으리라 본다. 40~50년 전에 비해 평균 수명이 20년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열풍을 가져 온 이 노래는 리바이벌된 지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의학 기술의 발달이 100세 시대를 견인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환영할 일은 아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생산 인구가 비생산 인구를 부담해야 할 경제·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선진화에 성공한 일본은 30여년 전에 고령화를 거쳐 지금은 초고령화 시대라고 한다. 우리도 2025년~2030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고 사회학자나 인구학자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100세 시대'의 기쁨은 이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사실 100세를 맞이한다 해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병간호를 받으면서 병석에 누워 지내기만 하거나, 치매가 되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행복'이 아니라 '지옥'일 수도 있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수명 연장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일만은 아니라는 자각심이 든다. 반면 잘 생각해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일찍 100세 시대를 건너온 일본의 예도 있어 우리가 대책을 세우는 일은 좀 더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입니다』는 100세 시대 초고령화 인구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짚어낸다. 특히 죽음을 맞는 홀로 사는 노인의 문제, 고독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 마츠바라 준코는 한 가지로 집약해 말한다.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더는 특별하지 않은 시대에 홀로 맞는 죽음도 더는 특별한 죽음이 될 수 없다고. 죽을 때 만족하며 죽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홀로 사는 사람들이 홀로 마주하게 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챙겨야 할 인생 정리법을 이 책은 담담하게 적고 있다. 저자는 홀로 노후를 보내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SSS네트워크(single, smile, senior life network)의 설립자이자 작가, 감독이며, 일생을 가부장적 규범에 맞서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실천해온 활동가다.
1947년생인 그 자신도 70세를 훌쩍 넘은 비혼의 노령으로 인생의 마지막 관문을 향해 가며 깨달은 삶의 비밀과 나이 듦에 관한 통찰, 또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인생 과제들을 재치 있는 연륜의 입담으로 풀어냈다. 특히 저자는 홀로 살아온 사람이 홀로 임종을 맞이한 상황을 두고 무조건 ‘고독사’라 지칭하는 데 반기를 든다. ‘고독사’라는 말에는 죽음을 목격한 사람의 시각에서 묘사된 처참한 죽음의 광경만 있을 뿐, 고인의 일생을 향한 존중은 담겨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홀로 살다 홀로 맞는 죽음을 다 쓸쓸하고 비극적인 죽음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혼자 살던 사람이 혼자 죽는 것이 뭐 그리 이상하냐”고 반문하며, 자신이 평생 살아왔던 방식대로 죽음을 맞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적인 죽음의 방식, 즉 ‘최고의 홀로 죽음’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책에서도 강조되듯,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고독한 죽음’이 아니라 ‘고독한 삶’이다. 이 책은 죽는 날까지 살아 있는 삶 그 자체가 목표이자 목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나답게’ 자기를 아끼고 지키며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홀로 맞이한 나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가 ‘고독사’를 떠올릴까 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행복하게 여한 없이 잘 살다 간다’라고 나 스스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일본에는 결혼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이 꼭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른 관계들을 이뤄내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다고 한다. 저자 마츠바라 준코가 20여 년째 운영 중인 SSS네트워크도 이 중 한 곳이라고 밝힌다. SSS네트워크는 비혼 여성과 지역사회 여성들의 네트워크 공간이자 비혼 여성의 삶을 사회에 알리는 여성 공동체로, 이곳 회원들은 돌봄이 필요하게 될 노년의 삶을 함께 공부하며 준비한다. 또 이곳에서 운영하는 ‘합장묘’는 친지나 친족 간의 교류가 거의 없는 이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이 단체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무수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 고인들의 사례다. 쇼핑하러 가는 길에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둔 85세 미스코 씨, 텔레비전이 켜진 채로 거실 카펫에서 싸늘하게 식어간 60대 교코 씨,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좋아하는 등산을 즐기다 집에서 조용히 홀로 생을 마감한 쉰아홉 살의 요시다 씨. 홀연히 홀로 자신의 임종을 맞이한 사람들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들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때 이른 안타까운 죽음으로 비치겠지만, 노령의 비혼인 저자의 시각에서 ‘최고의 홀로 죽음’이다. 죽기 직전까지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요란하지 않게 홀로 삶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집에서 죽든, 길에서 죽든,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죽든 임종 장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이 고독과 함께 혼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는가, 즉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느냐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p.109)
물론 사람마다, 또 혼자 사느냐 가족과 함께 사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죽음이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왔기에 멋지게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면, 우리는 이 깨달음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삶의 방식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책에 따르면 홀로 사는 사람이 종종 난감할 때가 있다. 가령 요양시설 입소를 앞두거나 입원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보호자’가 없는 이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비혼에 나이도 많다면 가족을 보호자로 세우는 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책에는 홀로 사는 사람들이 종종 맞닥뜨리는 곤란한 상황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이에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한다. 저자는 보호자 문제뿐만 아니라 존엄사와 연명치료에 관한 최근의 이슈도 다루는데, 본인의 의사를 미리 주변에 알리고 여기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많은 1인 가구가 궁금해하는 유산 문제도 중요하게 다뤘다. 대다수가 “유언장을 쓸 만큼 대단한 부자도 아닌데···.” 하며 유언장을 마치 돈 많은 이들이나 쓰는 것으로 여기는데, 저자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유언장을 반드시 작성해둘 것을 당부한다. 이미 고인이 된 SSS네트워크 회원의 말을 빌리면, 유언장을 써두어야 본인이 정말 주고 싶은 사람에게 재산이 전달될 수 있을뿐더러,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 유언 방식에 따른 장단점도 기술되어 있으니 실제 유언장 작성에 앞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살아 있을 때 유품 정리 대행업체와 사후의 일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다음 계약까지 미리 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고독사, 즉 홀로 살던 사람이 홀로 임종을 맞고 ‘한참 후에나 발견되는 죽음’을 피하기 위한 생활의 팁도 담았다. 고독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홀로 사는 노인 가구 층에서 많았으나, 점차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고독사도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고독사 사례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당국에서도 '고독사예방법'에 따른 소외계층이나 수급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노인 등에 대해 수시로 전화로나마 접촉을 시도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고독사를 줄이는 데 얼마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초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의 경우 저자처럼 민간단체 설립으로 죽음 이후의 정리를 해주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방법도 역시 좋은 대처법은 아닌 듯하다. 계속해서 고독사가 나온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고독사와 비슷한 '무연고 사망'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이는 장례를 치러야 되는데 아무도 인도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사망자의 연고자가 아예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나, 연고자가 있지만 여러 사정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등을 가리킨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사회에서 격리돼 홀로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시신이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고독사에 대해 고령화·핵가족화·1인 가구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과거 홀로 사는 노인 가구 층에서 많이 발생한 고독사는 점차 중장년층과 청년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처럼 고독사가 늘면서 고독사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를 방지하려는 취지 등으로 2020년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제정돼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관계 당국은 밝히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국민은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위험자를 고독사 위험으로부터 적극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취미나 봉사활동 혹은 지역사회 모임 등에 규칙적으로 참가하면서 외부와 단절되는 것을 피하고, 우유나 신문 등의 구독 서비스, 무료 도시락 배달 서비스, 요양사 방문 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것을 이 책의 저자는 제안한다. 여기에 전자통신 기반의 ‘1인 가구 안부 살핌’ 서비스도 이용해볼 것을 권한다. 이 외에도 책은 현실적인 조언들로 빼곡하다.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고 했다. 언젠가 마주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혼자일까 두렵다면, 지금의 나를 돌아보자. 그리고 오늘 하루를 나의 삶으로 온전히 채우자. 저자 자신도 적지 않은 방황과 고민,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게 된 ‘나다운 삶, 그리고 나다운 홀로 죽음’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책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 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홀로 사는 이라면 참고해볼 사안이다. ① 유언장은 법정 상속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남기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언장은 건강할 때 작성해 두어야 삶이 자유롭고 편안해 진다. 이 때 자산은 물론 장례절차와 유품의 정리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한다. ② 죽음을 앞두었을 때에는 걸어서 올수 있는 지척의 거리에 믿을만한 사람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③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적어도 현금 1백만원정도를 가지고 있어야 비상사태 시 지인이 와서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택시비를 계산한다든가 하는 것 등이다. ④ 믿을만한 사람에게 현관문 비번을 알려 주거나 보조열쇠를 맡겨야 자신의 시신을빨리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멋지게 혼자서 살아왔다 해도 마지막에 가서 구더기로 뒤덮이는 인생이라니 참으로 허망할 수밖에 없다. 죽은 뒤의 일이야 본인은 알 수 없다고는 해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광경이다. 그러면 홀로 생활하는 사람이 사망 후 3일 이내로 발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평소 당신에게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p.235)
저자 : 마츠바라 준코
1947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나 쇼와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대학원에서 카운슬링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39세 때 『여자가 집을 살 때女が家を買うとき』로 작가로 데뷔한 후, 세 번째 작품인 『크루아상 증후군クロワッサン症候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평생을 여성과 인권에 관심을 두고 저술 활동과 강의를 해오고 있으며, 1998년 홀로 노후를 보내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NPO법인 SSS네트워크(single, smile, senior life network)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전통문화와 부딪히는 비혼 여성의 분투를 유쾌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나의 장례일기〉에서는 감독 겸 제작자로 참여했다. 저서로 『장수지옥長生き地獄』, 『멋진 인생을 고민하는 아름다운 여성을 위하여?んだほうが人生はうまくいく』, 『나의 나 홀로 인생わたしのおひとりさま人生』, 『혼자인 노후老後ひとりぼっち』, 『고독이야말로 최고의 노후孤?こそ最高の老後』, 『혼자인 노후는 두렵지 않다ひとりの老後はこわくな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송경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일본어교육과 일본근대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번역가 및 외서 기획자로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책들을 소개하려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 『100세까지의 독서술』 , 『고양이형 인간의 시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