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 - 세 살부터 아흔 살까지 읽어야 할 21세기 스마트 잠언
이우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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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의 제목에서 '공부벌레'는 독자에게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의 목표는 대학 진학이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대학을 위해 존재하는 '입시 학원' 같은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가르치는 과목도 학교장 재량인지 모르겠지만 2학년이 되면 대학 입시에 필요한 과목만 빼고 모두 없앤다. 음악·미술 등의 시간이 수업에서 빠져 나가고 대신 국·영·수로 채워진다. 학교에서는 틈나는 대로 '공부벌레', '책벌레'가 되기를 강요했다. '4당5락'이란 말도 유행어처럼 퍼졌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압축한 단어다. 선생님들은 딱 1~2년 사이에 학생들의 인생이 갈리는 지점이라고 매일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울대학교 진학이 목표다. 물론 성적이 안 된다면 낮춰 잡을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교의 서열이 서울대 합격 숫자로 매겨졌다. 그 무렵 흑백 TV로 나온 외국 드라마가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이다.

나중에 영화로도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The Paper Chase)〉는 하버드 로스쿨을 배경으로 하여 하버드 로스쿨 JD 학생들의 도전과 좌절을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TV 드라마를 압축해 놓은 것 같다. 독자는 영화는 보질 못했지만, 나중에 TV를 통해 재방송할 때 여러 회분을 본 기억이 있다. 드라마의 내용이 워낙 강렬했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부분이 있다. 교수의 이름과 주인공 중의 한 명이 학생의 이름이다. 킹스필드 교수, 학생 하트. 미국 로스쿨의 교육방법인 소크라틱 메소드를 사용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킹스필드 교수가 강의를 하고, 학생들이 힘겹게 공부하는 장면들이 주로 나온다. 킹스필드 교수는 학생을 지목해서 "하트군, 1936년 피터 와그너 법을 제정하여 노동3권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노동법 제정의 의미를 설명해보게"(예를 들어 설명하면)라고 말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언제나 법학공부를 해야 한다.

 


 

이 드라마는 우리의 입시나 대학 생활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하버드 법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교수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기억한 바로는 대학원생들이었던 것 같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주인공 하트가 맥주집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고, 친구들과 킹스필드 교수 및 킹스필드 교수의 딸과 얽히면서 성장하는 내용이다. 캠퍼스를 누비며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 학도들의 발랄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드라마다. 이 책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은 하버드 대학의 학생들이 그동안 캠퍼스 안팎에서 흘린 노력과 땀, 시간의 결정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이런 계명이 문서로 정리돼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어디까지나 아마 하버드 대학생들이 학교를 거쳐 사회에 나가 했던 일을 바탕으로, 일터나 책을 통해 했던 계명들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구석구석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묘미가 배어있다. 오래전에 캠퍼스 시절을 접은 기성세대의 심장에도 비수처럼 꽂히며 잘못 보낸 시간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게 한다.

저자 이우각은 「모두를 수재로 만드는 가장 '논술적인 계명 풀이」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너는 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너는 그 긴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지냈기에 여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느냐? 왜, 아직도 정거장을 못 벗어난 채 보따리를 쌌다 풀었다 하며 시간만 질질 끄느냐? 그 나이에도 아직 스승이 필요하고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냐? 늙으신 부모만을 유일한 보호자로 삼고 있으면 네 어린 자녀들은 대체 어느 세월에 진정한 부모를 갖게 된다는 거냐? 일어서라. 평생 아이처럼 사는 자여, 어서 더 늦기 전에 벌떡 일어서서 몇 걸음이라도 더 걷고 몇 고비라도 더 넘어서거라.”는 질책의 문장을 내놓는다. 저자는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을 앞에 놓고 너무나 충격이 커 한동안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진작 알았더라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재빠르게 달렸을 텐데……

 


 

저자는 이어 "좀 더 일찍 접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한창나이의 젊은 세대를 위해 약간의 감상과 생각을 보태 한 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일 수 있지만, 충분히 소화시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하도록 곁에서 돕는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이 한 권의 책이 많은 이들의 생각과 인생을 바꿔 먼 후일 자신의 성공과 이웃의 자랑거리를 차곡차곡 쌓아놓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먼 길을 걷는 데는 단 한 켤레의 신발이면 족하다. 어둡고 무서운 긴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무엇보다도 등불이 필요하다. 이 한 권의 책이 먼 길을 걷는 신발이 되고 동굴을 통과하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아픈’ 십 대, ‘아픈’ 청춘들에게도 무지개 곱게 뜬 높은 하늘이 멋들어지게, 희망차게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공〉, 〈승리〉, 〈영광〉 등의 핵심어를 담아 각 장마다 10가지 계명을 실었다. 이것으로 충분치 못함을 느꼈는지 저자는 부록에 사무엘 존슨이나 나폴레온 힐 등의 명언들을 따로 모았다. 누구든지 읽고 머릿속에 새겨두고 인생을 사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명언의 혜택을 입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첫 장 첫 번째 계명은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이다. 저자는 이 계명이 우리 모두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기는 말이라고 표현한다. '잠과 꿈'을 아주 묘하게 연결시켜 놓고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잠을 자야 꿈을 꾸든 말든 할 텐데, 어째서 '잠을 자지 않아야만 꿈을 이룬다고 했는가? 저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나 남을 타이르기 위해 지은 글'을 뜻하는 '잠(箴, 잠언)'에 더 가깝게 들린다. 예부터 사람들은 남을 훈계하려 지은 글을 '관잠(官箴)'이라 하고,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지은 글은 '사잠(私箴)'이라고 했다. 구약성경 속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잠언(箴言)〉은 너무도 유명하다.

 

 

두 번째 계명도 귀에 익숙하다.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갈망하던 내일이다」. 저자는 이 계명의 설명을 위해 사람의 일생을 숫자로 옮겨 보면 공연히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넉넉히 줄잡아 팔십 평생을 산다고 해도 잠자는 시간과 먹고살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선 상당 부분을 빼야 하므로 '나만의 빈 시간'을 줄잡아 낼 수 있다. 80세를 살아도 자그마치 20년 내지 25년 정도는 '학력을 쌓기 위한 뭉치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누구나 잘라내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뭉치 시간 혹은 징발된 시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80에서 학력 준비 기간을 제외하면 60년 내지 55년이 남는다. 그리고 그 나머지 숫자에서 밥 벌어먹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길어야 20년 남짓 남게 된다. 여기에 칠십 이후 '덤으로 사는 허깨비 시간'을 제외하면 겨우 10년 나짓만 자투리 시간으로 남게 된다고 계산한다.

나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비밀스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0년도 채 안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하는 일 없이 멍청히 보내는 시간과 공연히 부산하게 구는 이런저런 잡동사니 시간을 빼면 잘해야 5년 남짓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감기약 먹고 얼떨결에 보내는 '어지러운' 시간과 섭섭하고 분해서 하늘 쳐다보며 보내는 '숨 고르는' 시간을 빼면 기껏해야 3년 남짓이나 될까? 계산 상으로 틀린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짧다'는 말을 쉽게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만의 빈 시간은 의외로 짧기만 하다. 눈동자 돌아가는 속도나 눈거플 오르내리는 속도 정도로 시간을 아껴 쓰지 않으면 불가에서 말하는 대로 인생은 정말 '손뼉 소리만큼이나 한순간'일 뿐이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시간을 이야기하며 '도적같이, 강도같이 몰래 들어와 냉큼 가로채 간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물주, 창조주가 그런 식으로 시간과 세월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무리 큰 꿈, 거창한 계획을 세워도 '태풍 앞에서 홀로 버티는 호롱불이나 촛불처럼'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저자에 주장에 공감한다.

 


 

위의 두 가지 계명은 1부 〈성공을 위한 10가지 계명〉에 속하고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계명은 2부 〈승리를 위한 10가지 계명〉에 들어 있다. 이 계명을 풀이를 저자는 성경을 인용한다. 성경(창세기 3장)을 보면 인류의 조상 아담은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훔쳐 먹는다. 그리고 아담의 갈비뼈로부터 인류 최초의 여인으로 변형된 '여자('남자'를 뜻하는 'Man'으로부터 분리되었다고 해서 '여자'를 뜻하는 'Woman'으로 부르기 시작 : 창세기 2장 23절)는 '뱀'으로 변신한 악마에게 유혹을 받아 신과 남편 몰래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먹는다. 유혹이 유혹으로 이어져 인류 최초의 이상적 가정이 신의 노여움으로 낙원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종교적으로 신의 명령을 어긴 불복봉의 시작이고 유혹에 넘어간 타락의 시초이지만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계명에 의하면 영락없는 '자기 관리 실패'다. 좀 더 '철저하게 자기를 관리했더라면' 먼저 악마로 변신한 뱀의 거짓말에 '여자'가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최초의 남자가 신 앞에서 지은 첫 죄는 대체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가? 바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에는 기울이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지 말아야 할 것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으로 저자는 말한다. 왜 엉뚱한 곳에 주의를 기울인 채 신의 명령을 거스른 것일까?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이 계명의 원인은 자기 관리 실패라고 규정 짓고, '자기 관리'에 성공한 사람은 독종이고 별종일까? 왜 몇 안 되는 '대중의 영웅들'은 거의 정신병자에 가까울 정도로 온통 기벽으로 똘똘 뭉쳐 있는 괴짜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연습 벌레가 아니고는 결코 대중의 스타로 부상할 수 없다. 스포츠가 되었든 공연예술이 되었든, 죽을 각오로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이만이 비로소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일그러지고 문드러진 발가락을 꼭꼭 감춘 채 비지땀을 흘려야만 스포츠와 공연 예술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다. 장인의 손가락은 마치 뒤틀린 나뭇가지나 단단한 나무옹이 같다. 요리사의 손은 끓는 기름에 데고 더운물에 부풀어 올라 차라리 흉측하기까지 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자신만의 성공을 쌓아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헐고 다치고 깎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3장 〈영광을 위한 10가지 계명〉의 다섯 번째인 「성적은 투자한 시간의 절대량에 비례한다」에서도 저자의 흥미로운 해석이 이어진다. 설명의 시작에 '사랑'을 끼워넣은 것이다. "사랑은 함께 보낸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사랑은 붙어 있는 시간에 반비례한다"는 말도 있다. '사랑과 시간은 비례한다'고 보는 쪽은 '연애=사랑'이라는 등식을 연상하고, '사랑과 시간은 반비례한다'고 보는 쪽은 '결혼=사랑'이라는 등식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 사랑마저 포기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반박에서일까? 저자는 왜 〈영광〉의 10계명 해석에서 사랑을 꺼내들었을까. 독자로서는 아마 사랑은 시간에 부정확 비례관계지만 하버드 공부벌레들이 지향하는 영광의 법칙은 비례의 법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공부벌레들의 계명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다. "'성적과 투자한 시간의 절대량' 사이에는 '비례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부한 시간이 많을수록 성적도 자연히 올라간다는 말은 그저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라 아예 만고불변의 철칙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 : 이우각

 

충북 보은 출생. 대전고등학교·서울대학교 졸업.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사회학 석사·국제정치학 박사. 여의도연구소 기획실장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국제문제연구소 교환교수.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27권의 책을 출판하여 시, 소설, 수필 등 다방면에 걸친 관심을 보여 왔다. 다년간 이름을 연구한 후 <이름 속에 든 한자 이야기>를 펴내 ‘이름과 운명 사이의 함수관계’를 풀어보고자 애썼다. 대표적인 저서는 『아빠가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넋의 메아리』, 『대권전쟁』, 『너, 이거 알아?』, 『미리 쓰는 유서』, 『염라대왕 행차시오』, 『영어표현』, 『아내 몰래 쓴 남편의 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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