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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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위 게임』에서 사용된 단어 '지위'(status, 地位)의 사전적 뜻은 사회적 집단에서 연령·성(性)·직업·소득 등에 따라 결정되는 개인의 위치를 말한다. 『사회학사전』에 따르면 지위는 우선 사회적 위치를 가리킨다. 역할이론에서 지위, 사회적 위치, 역할, 즉 사회적 위치에 있는 자에게 기대되는 행위 등이 구분된다. 또 사회적 위치는 차별적으로 평가되며, 이 사실은 사회적 명예와 위신의 의미를 갖게 된다. 사회적 명예와 위신의 차이는 본질이라기보다는 강조점의 하나이다. 사회적 명예는 후기 봉건 유럽세계의 사회적 특징으로 귀속적 지위를 포함한 전통적인 지위질서의 규정된 서열을 생각하게 한다. 위신은 교육, 직업, 공동체에서 성취의 수준에 관해 근대적 세계에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존경(esteem)은 때로 지위와 동의어로 쓰이지만, 역할수행의 질과 개인적인 자질에 대한 평가를 위해 더욱 많이 사용된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평가와 서열은 일정원칙을 따르며 지위체계를 만들어 낸다. 전통사회의 안정된 체계를 특별히 '신분질서(status order)'라고 부른다.

그러한 위계사회에서 직함, 장식, 말투, 악센트, 교육, 특권, 재산 등은 서열의 차이에 대한 증표가 되며, 신분의 차이들을 밑받침한다. 선진자본주의사회에서 지위체계는 위계성이 약하고 매우 분화되어 있다. 지위에 대한 요구들이 반드시 성공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광고와 매체들은 소비자 앞에 지위에 대한 요구를 확인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보여준다.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은 도처에 널려 있다. 지위집단이라는 용어는 베버(Weber)에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베버에 대한 해석에서 나타났다. 독일에서 계급이라는 용어는 노동자와 부르조아지에 해당되는 말인데, 그것은 전산업시대 독일의 전통적인 지위질서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대조적으로, 귀족, 전문가들, 장인, 농부들은 전산업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가치와 관습을 가진 신분이다. 심지어 새로운 집단인 화이트칼라 노동자나 공무원들도 중간계급이라기 보다는 중간신분(middle estates)이다.

 


 

베버는 명예와 사회적 평가에서 전형적인 생활모습을 보이고 공통된 지위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적하기 위해서 지위집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지위집단은 공동체이다. 그리고 사회적인 상호교섭의 정상적인 한계를 규정하고 동족결혼의 형태를 취한다. 또한 사회적 관습의 담지자이다(이것은 때때로 시장의 힘을 방해한다). 베버에 대한 해석은 질서나 규제나 사회적 명예의 의미가 적고 위신의 지속적 결집이 약한 지위집단에 대해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사회관계에 남아 있다. 지위집단은 사람에게 지위에 대한 요구를 하게 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도록 한다. 지위추구자가 승인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위의식을 공격하면 지위에 대한 주장은 좌절하고 사회적 거리가 유지된다.

이 책의 저자 윌 스토(Will Storr)는 이 책에서 '지위'를 "사람들이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 이것이 지위다"(p.29)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지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꿈」이라는 '서문'을 통해 '인생은 게임'이라고 단언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서 인간 세계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살아 있다면 누구나 게임을 한다. 그리고 게임의 숨은 규칙은 우리의 내면에 새겨져서 우리의 생각과 신념과 행동을 은밀히 조종한다. 게임은 우리 안에 있다. 게임은 우리다. 그러니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책 『지위 게임』을 설명한다. 즉 우리는 매일,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과 ‘지위 게임’을 하고, 자동적으로 지위를 좇게 설계된 뇌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입장과 ‘남들’의 입장을 저울질하고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로써 뇌는 복잡다단한 현실을 선과 악의 단순한 구도로 축소하여 우리의 편향과 오판에 근거를 달아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위는 또 문화에도 새겨져서 비싼 차, 명품, 좋은 집, 회사 내에서의 직위, 매끈한 피부와 같은 ‘상징’으로 우리를 압박하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내용을 인생이 지위로만 굴러간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이지는 말 것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기존 연구자들의 이론에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많은 욕망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밝히려고 이 책을 썼다고 출판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을 성, 권력, 돈의 관점에서 설명해 왔다. 저자 윌 스토는 이 책에서 이 생각을 급진적으로 뒤집는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지위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열망이라는 주장이다. 수많은 연구는 우리가 어떤 지위를 가졌는가가 우리의 행복과 안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극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교적 광신, 도덕적 공황, 음모 이론, 그리고 오늘날의 SNS의 부상과 ‘문화 전쟁’의 배경에도 지위를 향한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고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권력을 원한다. 섹스를 원한다. 부를 원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 다만 이 모든 욕망에 지위 게임이 내포된 것도 사실이다. 세상을 지배하거나 세상을 구하거나 세상을 사거나 세상과 섹스하고 싶다면 어쨌든 지위를 공략해야 한다. 지위야말로 우리의 꿈을 열어줄 황금열쇠다. 당신의 잠재의식은 이것을 안다. 그래서 심리학자 브라이언 보이드 교수는 이렇게 쓴다. "우리는 자연히 지위를 열심히 좇는다. 누구나 무의식중에 동료에게 감명을 주어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또 누구나 무의식중에 남들을 지위로 평가한다."(p.19) 이 책은 모두 3부 2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 2부 〈한계 없는 욕구〉, 3부 〈극단의 게임〉이다. 저자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밝혀낸 매혹적인 스토리텔링 원칙을 이야기하는 『이야기의 탄생』, 신자유주의 시대 높은 자존감의 진실을 파헤치는 『셀피』 등 두 권의 책을 펴냈고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독자로서는 처음 만나는 저자이지만) 저자는 이 책 『지위 게임』에서 그는 수렵채집 사회의 일원에서 글로벌 경제 체제의 노동자로서, 그리고 온라인 세계의 시민으로서 존재하는 오늘날까지 시대와 문화를 폭넓게 오간다. 독자들은 그의 폭넓은 지식과 연구의 깊이에 감탄을 거듭하며 빨리 읽히지 않는 책이지만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책이다.

 


 

다른 듯 보이는 평범한 일상과 거대한 사건의 이면에 ‘지위 욕구’가 있다. 수렵채집 시대부터 인간은 안정된 삶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지위를 확보하려 했고, 인간의 뇌에 새겨진 이 욕구는 현대에도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지위를 추구하기를 타고났고 더 높은 지위를 좇으며 매일 매 순간 ‘지위 게임’을 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저자의 의문은 가장 최근의 우리가 쉽게 빠져드는 행동에 주목한다. 우리는 왜 SNS에 집착하는가? 왜 SNS의 ‘좋아요’ 수를 확인하고 들뜨거나, 다른 사람의 피드를 보며 가라앉은 기분을 느끼는가? 엘리베이터에서는 왜 다른 사람의 옷차림을 ‘스캔’하는가? 옆 사람의 성공과 성취에 편안하게 박수 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갑질’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왜 ‘우리’ 팀은 ‘저’ 팀보다 우월한가?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는 왜 사이비 종교나 ‘백신 반대’ 같은 비합리적 믿음에 빠지는가? 우리는 왜 정의와 공정을 이야기하며 ‘덧글 전쟁’을 벌이는가? 왜 잔혹한 범죄자들은 공통적으로 유년기의 ‘수치심’의 경험을 이야기할까? 레닌과 스탈린의 러시아,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 나치에 충성하고 히틀러에 환호하던 독일 국민들을 자극한 것은 무엇인가? 인류의 진보를, 첨단 기술과 과학 개발을 이끈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저자의 연구를 촉발시켰고, 오랜 기간 조사하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지위를 ‘필수 영양소’라고 말한다. 지위는 우리의 행복과 안녕을 결정한다. 여러 연구에서 지위 외에 다른 조건이 같은 피실험자들을 분석한 결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 지위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았고 기대 수명도 더 길었다. 또한 지위를 잃은 느낌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만성적으로 지위를 박탈당하면 마음이 적대적으로 바뀌어 자기를 파괴할 수도 있다. "삶을 끝내서 극단적 고통을 일으킨 게임을 중단하기로 한 사람들은 최근에 금전적 손실을 경험했거나 실직했을 수 있다. 아니면 사회적 평판을 잃었을 수도 있다. 혹은 자기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이 남들이 속도를 올리며 한참 앞서 나갔을 수도 있다. “자살은 추락할 때만이 아니라 뒤처질 때도 발생한다.”(p.37) 저자는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지위 상실은 자살의 공통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을 파악하고, '지위가 갑자기 추락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2장 「히틀러의 지위 게임-정치가 시민을 굴복시키는 법」에서 지위 게임의 관점에서도 나치의 부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힌다. 히틀러를 향한 독일 국민의 열렬한 환호에는 ‘국가 차원의 총체적 모멸감’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막대한 배상금과 영토의 할양을 조건으로 하는 베르사유 조약에 굴욕적으로 합의해야 했다. 국민들은 ‘독일 재건’을 이야기하는 히틀러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또 오사마 빈 라덴은 9·11 테러 이후 첫 공식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미국이 겪는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겪은 상황의 복제판일 뿐이다. 우리 이슬람 국가는 80년 넘게 그런 모멸감과 불명예에 시달렸다.”

인종 혐오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결집시킬 방법은 미래의 지위를 약속하는 것이었다. … 히틀러는 독일인들이 “20세기 최악의 극악무도한 행위”의 희생양이 되었고 전쟁에서 패했다는 소식에 “눈앞의 모든 것이 암흑으로 변했다”라고 말하고는 울었다. 그러나 독일인이 모여서 하나의 민족이 될 때 이 모멸감의 시대가 종식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대로 더 높이 올라가서 영광스러운 천년 아리안족 왕국, 곧 제3 제국을 함께 건설하자고 제안했다.(p.279)

앞서 언급한 대로 마지막 장인 29장에서 저자는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지위 게임을 간파하는 일곱 가지 규칙」의 글에서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살면서 마주하는 온갖 문제는 결국 현실과 환상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발생한다"며 지위 게임을 간파하기 위해 일곱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모두를 여기에 실을 수는 없어 일곱 가지의 제목과 한 단락만 소개한다. ① 따뜻함과 진심과 능력을 실천하기 ② 작은 명성의 순간 만들기 ③ 게임의 위계 질서를 이용하기 ④ 도덕 영역 줄이기 ⑤ 균형 있는 사고방식 기르기 ⑥ 다르게 살기 ⑦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등이다.

우리의 도덕적 진실을 실체가 있는 현실로 보거나 절대적 진실로서 존중하려 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길러야 한다. 세상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협상하고 거래하는 집단으로 보자는 것이다. 도덕적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는 자기중심적인 환상 너머로, 이런저런 결정이 우리의 적에게 어떻게 상처를 입힐 수 있고 적도 우리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공감해야 한다. 적의 게임을 이해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면서, 그 게임의 타당성에 설득되지 않더라도 지위를 생성하는 그들만의 기준을 인식해야 한다.(p.402)

 


 

“우리는 본래 우위를 점하기를 좋아하도록 태어났다. 우리는 계속 우리의 게임이 정점에 머물도록 세상을 재편하려 하고, 그러는 내내 우리 행동에 오류가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준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할 교훈이 있다. 경쟁자와 그저 ‘평등’하기만 바란다고 주장하는 집단을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은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을 믿든 결코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를 위한 공정’에 관해 환상적인 꿈을 만들지만 그 꿈은 거짓이다.”(p.225) - 「18장 이념이라는 영토, 신념의 전쟁」 중에서

 

저자 : 윌 스토(Will Storr)

 

영국 소설가, 저널리스트. [가디언], [옵저버], [선데이 타임스], [뉴요커], [뉴욕 타임스]에 글을 쓰고 있다. 남수단 공화국 내전에서 우간다 반군 단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대한 혐오 살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취재했다.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National Press Club)에서 우수상을, AFM 어워드에서 최우수 탐사 보도상을 수상했으며 남성 대상 성폭력에 대한 탐사 보도로 국제앰네스티와 ‘원 월드 미디어’(One World Media) 등에서 수상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이단자들: 과학의 적들과 함께한 모험(The Heretics: Adventures with the Enemies of Science)』『셀피』『이야기의 탄생』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 『지위 게임』에서 저자는 모든 인간에게 지위 추구의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작게는 SNS 중독과 경쟁심부터 종교적 광신, 테러, 혁명, 전쟁까지 역사상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를 ‘지위 욕구’라는 주제로 분석한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고 있다.

 

역자 : 문희경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문학은 물론 심리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폴리스』, 『팬텀』, 『블러드맨』, 『바퀴벌레』, 『박쥐』, 『가족의 죽음』, 『프로이트의 여동생』, 『심리치료실에서 만난 사랑의 환자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화에 대하여』, 『신뢰 이동』, 『우아한 관찰주의자』, 『인생의 발견』,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유혹하는 심리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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