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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평점 :
종교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역사로서의 고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시대적 분류에서 고대는 인류 문명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고대사는 인간 문명의 시작이요, 놀라운 변화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와 우리의 고대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또 우리는 고대사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고대 인류는 어디에서 살았는지, 문명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전 세계에 분포한 종교들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등 고대사에 관해서 끊임없는 질문이 나온다. 그건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고대사의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문을 시원하게 해소할 만한 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 『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의 저자 김정민은 직접 현장에서 마주한 역사의 흔적에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고대 민족들의 생활상, 문화, 종교 등을 되짚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역사 연구에 있어 사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사료 중심만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역사가들의 평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사료는 물론 민속학, 풍습, 구전, 천문현상 등의 기록을 참고하여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개한 종교로 취급받는 ‘샤머니즘’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정치·종교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숨겨진 역사를 파헤친다. 저자는 고대 민족의 발자취를 직접 좇으며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사료만으로는 알 수 없던 역사의 이면도 들춰낸다. 이 책을 통해 기독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 현존하는 전 세계 모든 종교가 샤머니즘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샤머니즘(shamanism)이란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주술이나 종교를 말한다. 엑스터시와 같은 이상심리 상태에서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접촉·교섭하여, 이 과정 중에 점복·예언·치병·제의·사령의 인도 등을 행하는 주술·종교적 직능자인 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현상을 의미한다. 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이 가장 고전적·전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에 따라 여러 샤머니즘의 형태가 있으며, 다른 종교현상과 복합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두산백과 사전은 밝히고 있다. 샤먼이란 말은 17세기 후반 트란스바이칼 지방과 예니세이강가에서 퉁구스인(人)을 접했던 한 러시아인에 의하여 알려졌는데, 이 말의 어원에 대하여 19세기의 동양학자들은 샤먼의 관념 내용과 병행해 산스크리트의 승려를 뜻하는 시라마나(?rama), 팔리어(語)의 사마나(sama)에서 샤먼의 어원을 찾는 수입어설을 주장했고, 20세기에 들어와서 J.네메스와 B.라우퍼 등은 퉁구스계 제종족 사이에서 주술사의 일종을 지칭하는 ?aman, saman, s'aman 등에서 유래하였다는 퉁구스 토착어설을 주장하였다. 이같이 샤먼의 어원에 대한 해설은 구구하나, 대체로 퉁구스 토착어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실제로 샤먼이란 말은 퉁구스·부랴트·야쿠트족에서만 쓰이는 말이며, 또한 샤먼의 역할이 북아시아 제종족 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유사하지만 샤먼을 지칭하는 명칭은 여러 가지이고, 그 의미도 다양하다.
루마니아 출신의 미국 종교학자인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중앙·북동 아시아의 예로서 샤먼이 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있다고 파악했다. ① 샤먼적 직능의 세습적 전달에 의한 샤먼, 즉 세습무 ② 신 ·정령의 소명에 의한 샤먼, 즉 강신무 ③ 자유의지 또는 씨족의 의지에 의한 개인적 샤먼이 있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세습무와 강신무가 전형적이다. 세습무이든 강신무이든, 장래의 샤먼 후보자는 어릴 때부터 그 소질을 보여 매우 신경질적이고 우울하며, 민감하고 몽롱하여 환각과 황홀상태에 빠지기 쉽다. 샤먼은 성별에 구애 없이 남자가 되기도 하고 또 여자가 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입무과정에서는 무병(巫病)을 심하게 앓거나 환상 경험이라는 특수한 체험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문명의 새벽〉에서는 문명이 탄생하기 전 인류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샤먼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 문명과 종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2장 〈천문을 이용한 문명의 탄생〉에서는 북극성 신앙을 숭배하던 고대 민족이 별자리를 따라 도시를 건설한 내용을 펼친다. 또 언어 비교를 통해 한국과 유대인, 엘람족, 드라비다족, 스키타이족의 연결고리를 찾아 간다. 제3장 〈천문을 이용한 종교의 발전〉에서는 재세이화와 천손강림 사상을 바탕으로 발전한 종교와 그 기원의 공통점을 밝힌다.
“샤머니즘은 미개한 종교가 아니었다.” 이 책을 쓴 이유고 주제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들과 구전, 유물 등은 그동안 고대 인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분명히 보여 준다. 15년간 카자흐스탄, 몽골 등지에서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저자는 고대 인류가 얼마나 발전된 문명을 이룩했는지 하나씩 짚어가며 우리의 인식을 바꾼다. 이를 테면 금속 제련술이나 천문학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가졌던 선진 문명 집단의 존재라든지 민주적인 방식으로 삶의 터전을 공유했던 유목민족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체계화된 국가를 세우고 다스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샤머니즘이 있었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현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대의 종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짚어주고, 전 지구적 통합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지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샤머니즘은 결코 미개한 종교가 아니었다. 샤머니즘이 미개한 종교로 취급받는 이유는 현재 기득권을 쥐고 있는 종교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거짓 정치 선동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며 저자는 포문을 연다. 샤머니즘이 믿는 이들이 미개했다면 어떻게 피라미드를 만들고 알렉산더 도서관에 수만 권의 책이 있을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놀랄 만한 과학적 장치가 존재했단 말인가? 그러면서 우주를 7일 만에 창조하였다는 말을 믿으라면 어느 쪽이 더 미개한 종교인가?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가 정치권력화 되면 그때부터 부패의 속도가 그 어느 경우보다도 급속하게 빨라진다. 샤머니즘 역시 종교와 정치권력이 결합하여 혹세무민을 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현재 우리는 종교가 얼마나 인간의 삶에 간섭하고 영향을 끼치는지 실감하며 살고 있다.
독자는 저자의 논리에 공감은 하지만 종교인도 아닌 데다 종교를 공부해 본 적이 없어 지식이 짧아 저자의 주장에 오류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샤머니즘이 정치권력과 결합하여 부패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에 의해 무너졌다는 주장엔 공감하지만 현재 대세의 종교가 권력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종교를 이용한 자원약탈 전쟁, 성전(聖戰)을 빙자한 살인 행위, 신의 이름으로 거대한 성전(聖殿)을 짓는 종교 지도자 등 권력 샤먼 사회의 말기에 일어났던 것과 동일한 현상을 오늘날 소위 개혁 종교로 등장했던 대안 종교들이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범알타이 연방을 초월해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과학혁명을 토대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 세계 분쟁의 80%가 종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교가 부패하면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특권층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며 종교 권력에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은 〈문명의 새벽〉, 〈천문을 이용한 문명의 탄생〉, 〈천문을 이용한 종교의 발전〉 등 3개 장(章)으로 나눠 전개된다. 종교의 기원을 따져 들어가고, 종교가 어떻게 우리 인류 문명에 이바지하고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책(교과서)를 통해 배운 종교의 기원은 아주 짧게 기술할 수밖에 없어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 또 조금 더 배웠다고 해도 이미 한 종교에 의해 성장한 국가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에 그들의 논리나 주장으로 본 종교를 배웠다. 이는 편파적 해석될 수밖에 없으며 종교 발전이나 인류 문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고 샤먼으로부터 시작되는 종교의 기원을 무시할 수도 없다. 지구상 어느 지역에서나 현재의 우세 종교들은 샤머니즘을 똟고 올라섰다. 샤머니즘이 인류를 풍요롭게 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수하고 인류에 더 풍요롭거나 행복한 삶을 보장해서가 아니라는 데는 종교 문외한인 독자로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나 이슬람, 불교 역시 고대문명, 특히 인간의 삶을 위해 우세한 교리가 인간의 마음을 얻어 확장된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그 종교를 죽음으로써 지켜낸 분들에 대한 도의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종교 전쟁을 벌이고, 다른 종교를 배타적으로 대하고 사이비, 이단으로 몰아가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할 경우 여전히 종교를 지키려는 현재의 우세 종교의 모든 행위는 정당성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샤머니즘이 올바른 종교고, 현재 우세 종교보다 더 인류 문명에 이바지할 것이란 주장을 쓴 게 아니다. 샤머니즘의 기원과 몰락에 대해 철저한 고증과 기록 분석, 현재에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 현재 종교와 비교해야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종교에 대한 믿음을 확신할 수 있다는 학자적 양심에 따른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싶다.
현존 종교 이전의 문명권에서도 각각의 종교는 있었다. 절대 믿음은 신(神)의 권위를 앞세워 절대 권력을 창출했다. 신은 세상 어디에나 있었다. 나무나 하찮은 동물, 심지어는 하늘과 우주 공간에도 있었다. 신은 인간에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믿는 자의 마음속에 생존한다. 믿지 않는 자에게 신은 없다. 그는 신에게 버림받는다. 즉 처벌을 받게 된다. 지식과 타 지역과의 비교가 어려웠던 많은 지역의 인간은 종교 권력자의 말을 믿고 따랐다. 자연스럽게 지배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된다. 고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문명을 이뤘다는 세계 4대 문명을 우리는 어릴 때 교과서를 통해 배웠다. 문명의 발전은 신에 의해 이뤄졌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리스와 로마, 중동 지역의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이집트와 중국 황허 유역이다. 이들 지역은 지금 보아도 놀랄 만한 엄청난 문명을 이루어냈다.
현존 종교는 동서양 모두 신의 이미지로 인간이나 동물을 묘사했지만 고대 샤먼은 별자리 신앙의 형태였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극성신을 '삼신할매'로 가장 오래된 북극성 신앙을 '마고신앙'이라고 했다. 저자가 인용한 『부도지』에 의하면 파미르 고원에는 마고 대성이 있었고 지상의 모든 것을 관장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하늘의 별자리인 마고성, 서양은 베가이고 동양은 직녀성이라는 것이다. 슬라브어에서 '마꼬'는 이름이고 뒤에 붙은 '쉬'의 경우 여성을 가리키므로 '마꼬쉬'는 마고가 되었다는 설이 맞을 것으로 저자는 주장한다. 즉 마고신은 삼신할매이고 이것이 바로 북극성의 신으로 연결짓고 있다. 또 저자는 한국의 역사책 『한단고기』에 나오는 백부인과 중동지방 주시자 백색피부에 흰머리 가진 종족은 같은 의미였다. 백부인 분포도와 마고신 전설 지역은 같은 지역으로 밝혀졌다. 고지대에서 살던 사람들이 저지대로 내려와 문물을 전달해주고 지배계층이 되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스키타이 기마민족은 원래는 북극권에서 시작해 순록을 키우고 살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저지대로 내려오며 순록을 키울수 없게 되어 말을 키우며 기마민족이 되었을 것으로 저자는 추정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한 신문 2011년 1월 14일자) 기사를 보면 카자흐스탄 역시 한국처럼 독립 이후에도 식민지 교육의 영향에 의해 자신들의 역사를 신화화하며 카자흐족의 역사가 AD 15세기에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주스제도는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닌 기마민족의 전통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주스제도는 고조선의 제도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명칭과 제도의 발음이 상당히 유사하다. 『한단고기』를 보면 카자흐족의 조상이 되는 삭족과 한국의 색족이 같은 민족일 가능성이 있다. 임승국의 『한단고기』를 보면 남북 5만리 동서 2만 리의 거대한 국가였는데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색족이라 불렀다."(p.177~178)
저자 : 김정민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이 불던 시절 부모님을 따라 중동에서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10년을 살면서 외국의 다양한 문물과 많은 사람을 처음 접했고 그렇게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보다는 외국에 머무르면서 취미 삼아 현지의 음악과 문화자료를 수집하였는데, 한국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고대사와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의 고대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고국에서의 안락한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2007년 카자흐스탄으로 유학을 결심한 뒤 중앙아시아로 넘어가 9년 동안 현지의 신화, 고대사, 역사책, 문화자료 등을 수집하며 한국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2017년에 몽골국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현재 카자흐스탄, 몽골, 터키, 한국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라시아 국가들 간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국제학술대회에서 범알타이-투르크 역사철학을 바탕으로 한 경제공동체 건설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는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2015)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