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필독서 30 - 조지 버나드 쇼부터 아니 에르노까지 세기의 소설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4
조연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문학 작품집은 아니다. 듀이십진분류법 상 '문학'이나 '인문학'으로 분류되겠지만 시나 소설 등의 작품을 실은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자 조연호가 '프롤로그' 「문학이 삶에 주는 풍성함」에 "책과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편견이 있는 듯하다. 고전 작품은 읽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책 읽기를 꺼리는 독자들에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들 중 서른 명의 수상자의 작품 해설을 실은 것이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이 쉽게 쓴 문학 작품이며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니라고 말문을 연다. 사실 소설이 어려워서 못 읽겠다는 말은 어쩌면 넌센스라고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모습을 저자들이 '형상화'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써놓은 작품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는 '삶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만 산다'는 앞뒤 안 맞는 말과 다름없다. 다만 '시간이 없어서'나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것은 변명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명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은 책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작품과 작가의 삶을 수상자 선정 이유를 곁들여 설명해준다. 1909년 수상자 셀마 라겔뢰프부터 2022년 수상자 아니 에르노까지 역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 30인의 대표작을 엄선했다. 책의 핵심 내용과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수상 이유를 담은 심사평까지 권당 10분이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정리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를 알게 되고, 그 이야기들이 사람의 이야기를 빚어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이 책을 발간했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가 속한 사회와 시대상도 알게 된다. 전문가들이 문학이 삶에 필요한 경험과 지혜를 준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독자들의 체험(간접)으로 녹아들게 되고 시공을 넘어 자신과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은 문학이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것도 문학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문학책을 읽어보려 서점에 가면 문학책이 너무도 많아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고, 문학의 분야도 너무나 다양해서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기도 어렵다. 이런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책이 바로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많은 문학책 중에서 어떤 책을 읽으면 되는지 기준점을 세우는 데에 노벨문학상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문학계 최고봉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119명 중 30인의 대표작을 소개하기에 이 책으로 문학의 지도를 한눈에 그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내게 맞는 문학책이 어떤 것인지 쉽게 알아갈 수 있다.

 


 

이 책은 1901년부터 2023년까지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특별한 기준점보다는 저자가 임의로 시대상의 모습이 변하는 시점을 중심으로 잡은 듯하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대별로 어떤 작가가 수상했는지 보는 것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 역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등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다. 독자들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사람, 시간, 공간, 문화, 사회, 시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울림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관심이 가는 작가부터 읽으면 된다. 각 작가의 주요 이력과 작품도 함께 정리되어 있어 또 다른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넓고도 깊은 문학이란 세계에서 길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쩌면 독자들이 바라보는 세상의기준점이자 시작점이 되어줄 수도 있다. 저자는 노벨문학상 첫 번째 여성 수상작가 셀마 라겔뢰프(1858~1940, 스웨덴)를 책의 첫 번째로 소개한다. 대표작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이다. 그는 "고상한 이상주의를 인정하며, 그녀의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생생한 상상력과 영감이 넘치는 인식을 고려하여 선정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가 뒤따랐다. 그는 공존과 평화를 꿈꾼 이상을 작품에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겔뢰프가 꿈꾼 세상에 대해 저자가 대략 세 가지로 설명해준다. 물론 그가 평생 쓴 작품들에 대한 평론가들의 작품평에 바탕해서다. 첫째,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다. 둘째, 모든 생명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셋째, 공동체주의 세상이다. 평가는 주로 그의 대표작 『닐스의 이상한 모험』의 해설과 비슷하다. 등장인물에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성격의 부여하고 그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가에 대해 우수하게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우리는 왜 문학을 읽어야 할까?에 대한 말부터 설명한다. 우리가 문학을 읽고 선호하는 이유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과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 형태로 풀어내는 문학은 인류 역사 이래로 가장 오래된 예술 분야이다. 그만큼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우리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인생의 고난에 부딪힐 용기를 내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지혜를 배우고,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까 고민할 수 있다. 이는 문학 작품을 읽는 동안 우리가 자연스레 겪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이야기’ 가 가진 힘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라는 문제에 부닥친다. 문학은 그 역사와 깊이가 너무 오래된 만큼 읽을거리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문학의 홍수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무수한 문학서 중에서 우리는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까? 이 책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이러한 선택의 문제를 쉽게 해결해준다. 120년의 역사를 가진 노벨문학상은 그야말로 세계 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망망한 문학의 바다에서 이만큼 확실한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야 할까? 그것 또한 부담스럽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만 119명에 달하고, 다른 작품까지 헤아리면 수백 권이 넘는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실적 부담도 덜어준다. 한 번쯤은 들어봤던, 그래서 한 번쯤은 읽고 싶었던 작품이기에 작품 목록만 봐도 어렵기는커녕 친숙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이 책 한 권이면 넓고도 깊어 어렵게만 느껴지던 문학에 부담 없이 입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작가는 물론이고, 바로 최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도 실려 있다. 독설에 이상을 담았던 조지 버나드 쇼의 『무기와 인간』, 요샛말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정신을 보여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장애가 있는 아들로부터 비롯된 체험을 담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불륜을 소재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등이다. 이 작품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를 묻는다. 다양한 ‘첫 수상자’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 셀마 라겔뢰프의 『닐스의 이상한 모험』, 아랍 문화권 첫 수상자 나지브 마흐푸즈의 『해설자들』, 중국어권 최초 수상자 가오싱젠의 『버스 정류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성별의 차이,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확립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지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기의 소설'이라고 해서 겁낼 것은 없다고 권유한다. 하루 10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크게 시대별로 정리했지만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관심이 가는 작가부터 훑어봐도 된다. 본격적으로 작가와 작품 소개를 하기 전에 별도로 작가의 주요 이력과 작품도 함께 정리해두어 또 다른 작품도 쉽게 찾아 읽어볼 수도 있다. 아울러 수상 배경부터 심사평, 작품이 주는 메시지까지 모두 담아 이 한 권으로 노벨문학상의 흐름은 물론, 흐름에 따른 시대별 이슈까지 꿸 수 있도록 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다. 우리의 삶의 영역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이런 때에 다른 세계의 문화와 사회, 역사를 경험하고, 사고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논리적 사고를 계발하는 데 문학만 한 것이 없다. 넓고도 깊은 문학이란 세계 앞에서 길을 찾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해볼 것을 독자 입장에서 권한다. 독자 각자의 기준점이자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동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설국』과 함께. 독자는 학교 다닐 때 동아시아의 최초 수장자라서 더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표작 설국도 당시에 꽤 많은 번역본이 나왔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한 번 읽을까 생각하다 선뜻 내키지 않아 미루다 결국 못 읽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문학 등 예술 작품에 민족주의 감정이 들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왠지 일본은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내키지 않는 개인적 감정 때문이다. 민족주의, 민족적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싫다. 우리나라와 우리 조상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를 적잖게 들었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 자체도 아니고 그의 작가론적 해석이니 짧은 분량이라는 이유로 훑어봤다. 선정 소감으로는 "자연과 인간의 운명이 지닌 유한한 아름다움을 우수 어린 회화적 언어로 묘사했다"는 이유였다. 이 소설은 후에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데 소재로 쓰기도 했지만 첫 문장이 아름답다는 이구동성의 작품평을 얻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어서인지 일본인들은 그를 마치 문학의 신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표현한 고장은 아마도 홋카이도 삿포로 등 겨울에 눈이 많은 지역일 것이다.

이 지역은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자 패전국으로서 운 좋게(?)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미소 냉전으로 평화의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삶의 투쟁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혹은 이념과 사상을 온몸으로 지켜낸 작가는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이 평화를 즐기는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수상 이유가 설득력이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문학적으로도 업적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시간 되면 한 번 읽어볼 생각이 든다.

 


 

저자 : 조연호

 

1998년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모험을 꿈꾸고 계속 활동가로 살기를 희망하는 그는 ‘글 쓰는 활동가’로 불린다.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최우선이 된 지금은 몸으로 해야 할 일을 글쓰기로 대신해야 한다며 쉼없이 많은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딸들이 성장함에 따라 청소년과 관련한 활동과 글쓰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 학부 시절 신촌에서 문화운동, 학생운동, 청소년작은학교, 마을협의체 만들기 등에 참여하였고 수많은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공동체적 고민을 풀어가려 노력하였다. 졸업 후에도 활동하는 지역에 관심을 두고, 발전적인 공동체를 조성하는 일에 전념하면서, 통일, 다문화, 청소년, 지역 상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하고 활동했다. 특히, 신촌에서는 문화 네트워크와 지역 상생협의회를 조직하는 데 일조하고, 참여했다. 2017년에는 활동 분야를 넓혀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컨퍼런스를 총괄하였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우려와 고민, 그리고 대안을 담은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를 출간하였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생활했다. 주로 촌락에서 지내다 보니 청소년 시절 외부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 주로 책을 읽었다.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전 문학을 읽기 시작했는데,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완독하고 나서 스스로가 너무 대견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독후감을 쓰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 그 작품에 관심을 가졌으며, 대학교 입학 후에는 다양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특히 카뮈와 사르트르 등 프랑스 문학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2018년 작가로 데뷔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브런치 및 매체 등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최근 출간한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그러한 활동의 결과물로,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노벨문학상 작품을 편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둘째는 아빠가 다 키웠어요』 등이 있으며, 매년 한 권씩 책 출간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딸과 같이 대구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