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행복한 고령자 - 마흔부터 준비하는 ‘백세 현역’을 위한 70대의 삶
와다 히데키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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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100세 시대'를 맞았다. 얼마 전 열풍을 일으킨 노래 〈백세 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라고 시작한다. 이 노래는 작곡가 김종완이 1995년 작곡한 것으로 20년 전 친구의 아버지가 50대 연세로 돌아가시자 자식들이 애타게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원래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말하리〉인데 여러번 재편곡과 개사 과정을 거치고 2013년 〈백세인생〉이라는 제목이 되었다. 이후 '백세인생'은 입소문을 타고 고속도로에서 많이 찾는 노래 1위로 올라서고 짤방까지 더해져 젊은 층으로까지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노래가 리바이벌돼 큰 인기를 끈 것은 우리의 '100세 시대' 선언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가요계 평가다.

당시 노래를 부른 가수 이애란은 이 노래 덕분에 25년 무명생활이란 슬픔을 날렸다. 1990년 KBS 1TV 드라마 서울 뚝배기 OST로 데뷔한 이후 줄곧 무명가수로 지냈는데 2006년까지 음반 한 장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이미자, 조미미 등의 트로트를 즐겨 부른 가수였다. 2006년 첫 음반인 '천년의 사랑'을 냈지만 이 마저도 잘 안 되었다고 한다. 가수 이애란은 서너살 때 부터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행가를 불렀으며, 이후 어렵사리 가수의 길로 들어섰지만 하다 안 하다를 몇 번 반 반복하며 노래를 계속했다고 한다. 가수 이애란의 개인적 열정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로 불릴 만큼 연장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40년 전 보다 평균 수명이 약 18년 늘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식 선언할 무렵이었으니 추정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열풍을 가져 온 이 노래는 리바이벌된 지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유행가라는 게 원래 일시적이긴 하지만 당시 열풍으로 미루어본다면 너무 일찍 '100세 시대'가 수면 밑으로 가라앚은 듯하다. 아직 ‘인생 100년’의 시대가 변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명 100년은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이 아니고 지옥'이라는 자각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100세를 넘긴 사람이 많다. 불과 40~50년 전에는 꿈의 숫자였지만 현실화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100세 시대’라 해도 모두가 90세, 100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90세, 100세를 맞이한다 해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병간호를 받으면서 병석에 누워 지내기만 하거나, 치매가 되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죽을 때 만족하며 죽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그 점을 생각해보면 수명 연장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일만은 아니라는 자각심이 든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일찍 100세 시대를 건너온 일본의 예도 있어 우리가 대책을 세우는 일은 좀 더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 『70대에 행복한 고령자』의 저자 와다 히데키는 한 가지로 집약해 말한다. ‘늙는 것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행복한 노년’과 ‘불만족스러운 노년’을 구분하는 하나의 경계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 나이도, 체형도 다르다. 성격이나 사고방식도 다르다. 생활환경, 일, 가족 구성도 다르다. 개개인들은 전혀 다른 인생을 걸어온 온전히 별개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볼 만한 점들이 많다.

 


 

저자는 100세 시대든 원시시대든 죽음만은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문을 연다. 저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고 언급한다. 하나는 행복한 길이다. 죽을 때 ‘좋은 인생이었다. 고마웠다’고 만족하며 죽어갈 수 있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만족스럽지 못한 길이다. ‘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던지 ‘어쩌다 이런 지경에’라고 후회하며 죽어가는 길이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그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행복’이란, 본인의 주관에 의한 것이다. 즉,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며 ‘저걸 못하게 됐네’, ‘이것밖에 남은 게 없네’라고 ‘안 되고 없는 것’을 헤아려가며 사는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자신의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아직 이건 할 수 있지’, ‘저것도 남아있네’라며 ‘되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건강 100세'를 강조하며 구체적 설명을 곁들인다. 우선 일상생활 속에 루틴을 가급적 피할 것을 주문한다. 매일 같은 코스를 산책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처음 가는 길로 산책하는 것도 좋다. 또한 전철을 타거나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가 모르는 곳에서 산책을 하면 전두엽은 풀가동하게 된다. 고령이 되면 늘 가는 곳이 정해져 있고 단골 가게만 가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은 화제가 되고 있는 가게나 새로 개척한 가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항상 같은 가게에서 같은 것만 먹고 있다가는 전두엽이 자극을 받지 못한다. 요리도 전두엽에 자극이 된다. 70대 남성 중에는 지금까지 거의 요리를 해보지 못한 사람도 꽤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간단한 요리부터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경험은 전두엽 노화 방지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또 고령이 되면 ‘건강을 위해 놀고’ ‘건강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고령자가 검소하게 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서, ‘연금으로 노래방에 가도 되는 거야?’ ‘연금생활자가 카지노에 가다니 괘씸하다’라는 등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러나 집밖에 나가 놀아야 전두엽이 자극을 받는다. 즐겨야지 면역 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의사로서의, 진찰 경험자로서의 주장이다. 그래서 오히려 ‘노인들은 더 놀아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란 ‘손님이 신(神)’인 사회다. 돈 쓰기에 따라 보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사회 제일선에서 은퇴한 고령자는 돈을 쓰게 되면 자기애를 얼마든지 만족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노인이 돈을 쓰고 놀면 지금까지 소규모였던 고령자 전용 비즈니스도 활발해질 것이다. 고령자가 제 대로 놀아야 소비가 확대되고 경제가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한 주장이다. 결국 ‘생애 현역’이란 말은 고령이 돼도 계속 일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생애 현역 소비자’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60대 이후 100세까지의 삶을 구분해 제시한다. 70대는 젊을 때부터 신체를 움직였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간의 격차가 커지게 되는 시기다. 20대, 30대 때는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다리 골절로 병원에 한 달간 꼼짝없이 누워지내는 생활을 했다고 해도 퇴원하면 금방 평소처럼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70대라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병상에 누운 시간이 계속되면 근력이 저하되고 골절이 치료된 후에도 ‘일어서기’ ‘걷기’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에 지장이 초래되어 요양 서비스를 받아야 할 리스크가 높아져 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매일의 식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고기나 콜레스테롤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중요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재료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고 이것을 감소시키는 것은 호르몬 의학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역효과밖에 없다고 밝힌다.

 

 

저자는 건강 100세를 위해서라면 40대부터 신체적·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뇌 표면적은 거의 신문지 1면 크기이며, 뇌의 각 부위의 면적을 크기순으로 정리해보면, 전두엽 41%, 측두엽 21%, 두정엽 21%, 후두엽 17%다. 모든 동물 중에서 전두엽이 이 정도로 발달한 것은 인간 외에는 없다. 사람이 중년 이후에 경험하는 뇌의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두엽의 위축이 ‘40대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전두엽의 위축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두엽이란 대뇌의 앞쪽에 있으면서 사고, 창조, 의욕, 이성 등을 관장하는 부분이다. 본능적으로 화를 내거나 울거나 하는 감정이 아니라 보다 행동적이고 인간적이며, 호기심이나 감동, 공감이나 설렘 같은 미묘한 감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분이 쇠퇴하면, 의욕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으며, 평소와 다른 일에 대한 대처를 어렵다.

뇌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때는 아마도 의학 교과서의 뇌 해설도처럼 두개골 안쪽에 빈틈없이 꽉 찬 상태를 떠올릴 텐데, 사실은 그렇게 ‘깨끗하게’ 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30대까지라고 주장한다. 이르면 40세를 넘길 무렵부터 두개골과 뇌 사이에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그 틈은 점점, 커지게 된다. 그 때문에 30대와 비교하면 의욕이나 창조성 같은 요소가 현저하게 부족해지는 것이다. 85세가 지난 사람들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거의 모든 사람의 몸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저자가 담당 전문 의사에게 들은 것으로는 ‘전원’이었다. 즉, 80대가 되면 누구나 몸에 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중 1/3의 사망 원인은 “암”이었고, 나머지 2/3는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는데, 부검했더니 암이 발견된 케이스였다.

 


 

앞서 언급한 노래 가사대로라면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이다. 세간의 상식으로는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부검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알아채지 못한 암도 있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암도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암의 진행이 늦어지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은 케이스가 의외로 많다는 것. ‘투병’이라는 말이 있다. 암 환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이전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던 것인데, 도대체 무엇과 ‘싸운다’는 것일까? 원래 암은 자신의 세포가 변형해서 ‘암화’된 것이다. 즉, 자신의 몸에서 생겨나온 것인데 ‘암 이놈, 너 따위한테 내가 질 수 없다’라고 아무리 큰 소리 쳐봤자 사라져 주지 않는다. 사라지는 암도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투병’이라는 선택이 오히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저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투병이 아니라 ‘공병(共病)’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일본식 한자어 같지만 뜻은 쉽게 이해된다. 질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으로 영어로는 ‘With Cancer(암과 함께)’라고 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명확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같을 순 없겠지만 궁극적인 행복이란 역시 ‘즐기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즐겨야지 비로소 ‘인생 100년’을 이룰 수 있다. 80세의 벽을 넘어 앞으로 20년, “행복한 고령자”로서 하루하루 새로운 도전을 즐기기를 바란다. 이렇게 끝을 맺는 저자는 고령자가 알고 실천해야 할 81가지를 설파하고 있다. 노래 가사대로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날을 찾고있다 전해라'라고 말하려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일이다.

 


 

저자 : 와다 히데키(わだ ひでき,和田 秀樹)

일본의 저명한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 30여 년 동안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1960년 오사카 출생으로 도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고령자 전문 종합병원인 요쿠후카이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했다. 이후 도쿄대학교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조수,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연구원(fellow) 등을 거쳐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임상심리학 전공), 가와사키코 병원 정신과 고문,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부 비상근 교수를 겸임하면서 항노화와 상담에 특히 강한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년 정신의학의 제1인자이자 자기심리학 분야와 대학 수험 분야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저자는, 영화감독이라는 독특한 이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데뷔작인 [수험의 신데렐라]는 2007년 모나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달성했다. 현재 노인 문제와 심리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출연, 단행본 집필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 『30초 공부습관』,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인생이 심플해지는 고민의 기술』, 『어른을 위한 공부법』, 『인내하므로 노화한다』, 『노인성 우울증』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니 운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도 나도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등 다수의 책이 출간되었다.

 

역자 : 허영주

1962년 부산 출생, 예방의학 전문의

연세대학교 보건학 박사

미국 보건부 질병통제예방센터(US CDC) 연방공무원 :

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Officer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센터장, 생명의과학센터장

 

감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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