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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역행 - 노화를 거스르는 최신 노화과학 활용법
베스 베넷 지음, 성세희 옮김 / 레몬한스푼 / 2023년 2월
평점 :
예부터 우리 인간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꿔왔다.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의미의 이 문구는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불변의 진리에 바탕하고 있다.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될수록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는 염원의 발로일 것이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했던 막강한 위력의 진시황도 '불사초'가 아닌 '불로초'를 구하라고 명을 내렸다는 것은 2,000년 이상 유명한 일화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죽듯이 늙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해가 거듭될수록 늙어간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노화가 이미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고 밝혀냈다. 그러나 이 사실도 아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참 때인 20대에 노화라니 듣기만 해도 짜증 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이 없어 모르거나 못 들었을 뿐이지 이미 인간은 20세 무렵을 정점으로 골격부터 머리까지 성장을 거듭한다고 한다. 그렇게 수년 간 정점의 상태를 지속하다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든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20대 청춘 남녀들에게 늙어가고 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독자라도 그 나이 때는 그랬다. 아직 피지도 못했고, 이렇게 힘이 넘쳐나는데 늙다니? 웬 망발이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눈에 안 보일 뿐이지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노화는 그렇게 겉으로 흔적이 드러나야 새삼 나이듦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의학계는 어떤 현상일 때 노화가 시작된 것으로 판정할까? 이를 위해 거꾸로 질문을 만들어 본다.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늘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등 노화의 흔적이 겉으로 드러날 때 우리 몸의 세포와 조직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혈관이 뻣뻣해지고 뼈가 잘 부러지며 소화가 안 되는 등 달갑지 않은 신체 변화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 『노화의 역행』은 나이 들면서 인간의 신체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노화를 역행하는 ‘항노화’ 비법이 있는지에 대한 저자 베스 베넷의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유전학자이자 노화과학자인 베스 베넷은 노화와 관련해 우리 신체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화학적 변화와 모든 대사과정을 일상생활에 빗대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다. 이로써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우게 되고, 노화의 부정적 결과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베넷은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대해 직접 조언하기보다 피부, 근육, 골격, 심혈관계, 뇌와 같은 개별 신체 시스템이 노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탐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노화과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항노화 해법을 제시하고, 단순히 수명만 연장하는 것이 아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활방식 개선에 대한 소중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노화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늙는가?」, 2장 「우리가 늙는 이유를 진화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3장 「우리 몸의 노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4장 「노화의 징후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피부」, 5장 「장수와 웰빙에 기여하는 근육」, 6장 「끊임없이 부러지고 재건되는 뼈」, 7장 「혈액의 급배수 시스템 심혈관계」, 8장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뇌와 인지능력」, 9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1: 행동과 생활습관 바꾸기」, 10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2: 적절한 약과 보조제 섭취」 등이다.
노화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1장에서는 노화에 맞서는 〈안티에이징〉 전략과 〈제로사이언스〉로 불리는 노화과학의 현주소를 간략히 소개한다. 2장에서는 진화론을 포함해 노화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들을 살펴보고, 3장에서는 노화가 일어나는 방식, 바로 노화 과정의 일반적인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이는 노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새로운 접근법에서 주요 목표로 삼을 만큼 중요한 내용들이다.
4~8장은 피부, 근육, 골격, 심혈관, 뇌 등 신체를 이루는 시스템들을 둘러보고, 노화가 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노화가 이 시스템들을 변형시키는 방법과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논문들도 요약하여 소개한다. 또 노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되돌리는 최신 치료법과 의약품이 있다면 그 작용법과 예상되는 부작용도 살펴본다. 노화학자들의 노력으로 신체의 노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각 유전자를 소개하고 그 역할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은 9장과 10장에서는 우리가 노화 과정을 늦추거나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탄탄한 과학 지식과 정보에 기반을 둔 실천 가능한 해법으로 행동과 생활습관 개선 및 화학적 조정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 검토하는 것은 만약 노화 과정에서 세포와 분자 속에 생기는 변화들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 변화들을 ‘고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접근이다. 이 책에는 이 과정들을 규명 중에 있는 새로운 연구들도 소개할 것이다. 그것이 규명되면 노화로 인한 과정들을 고치는 것이 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새 연구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노화와 관련된 일부 변화들을 되돌리거나 늦추는 것이다."(pp.17~18)
이 책은 저자 베넷이 노화과학이라는 전문 분야에 독자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연구자들의 산더미 같은 연구조사를 종합하고 사용 가능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신중하게 평가해 어려운 신체 시스템이나 대사과정을 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명확하게 설명했다. 특히, 생물학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심층 분석〉과 〈추가 정보〉 섹션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약어의 뜻을 찾기 위해 책장을 이리저리 뒤지는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본문에 언급된 약어들은 각 장의 마지막에 ‘약어 해설’로 정리해 실었다. 전문 용어들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대신,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 책의 끝부분에 총 285개의 미주와 모두 28쪽의 참고문헌을 제공했다.
독자들은 노화시계를 되돌리는 최신 노화과학 활용법에 대해 이 책에서 새로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내용에 초점을 맞춰 관심 포인트로 잡아 읽게 되면 독서 효과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노화로 인한 변화들을 늦추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 생물학에 근거한 신체 세포 변화와 노화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 노화에 관한 진화적 설명과 노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정보,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방법 등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이유에 해당되는 항목들로 노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중심으로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신체 나이의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잘 숙지해 실천한다면 분명 노화를 늦추기에 성공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책 내용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썼기 때문이다.
책을 발간한 출판사 측에 따르면 유엔은 20여 년 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5%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누구나 건강한 노년을 꿈꾸지만, 유례없는 초고령화 앞에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과연 오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나이 들면서 양질의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우리가 살아온 숫자, 즉 나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를 결정하는 수많은 세포와 분자, 유전과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실제 나이가 60세여도 외모나 느낌은 40세일 수 있고, 실제로는 40세지만 신체 나이는 더 늙어 보이거나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개최한 ‘노인 건강 관리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3040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늙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충격적 발표가 있었다. “불안정한 커리어, 재정 악화, 거주지 불안, 배달음식과 가공식품 상시 섭취, 주식투기 플랫폼, OTT로 인한 수면 부족, 디지털화 등의 업무 고도화와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 3040세대를 비롯한 ‘젊은 성인’의 노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한 것(중앙일보 2023.01.27일자). 이는 노화가 더 이상 노년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방증한다. 이 책은 유전학자이자 노화학자인 베스 베넷 박사가 노화라는 여정을 떠나는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우리 신체에 대한 꼼꼼한 안내서다. 베넷은 친절한 주석과 적절한 비유를 곁들인 안내서를 통해 우리가 나이 들면서 겪게 되는 주름과 검버섯, 노안과 골다공증 같은 당혹스러운 증상은 왜 일어나는지,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신체 생물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신체의 세포 및 유전자의 변화 등을 접목해서 노화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생물학을 이용해 노화가 일으키는 변화들을 늦추거나 되돌린 최신 연구결과들도 소개한다.
노화는 모든 동물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놀랍게도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나 문제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미 신체 세포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40대와 50대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눈에 띄게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노화는 질병이 아니며, 시간에 따른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노화로 인한 만성 질환이나 노인성 질병은 피할 수 있다는 것. 적절한 치료법을 활용한다면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는 최신 항노화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노화와 관련된 문제를 덜거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운동과 식이 제한, 기아 호르몬 활용, 더위나 추위 노출, 만성 스트레스 감소, 충분한 수면 같은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호르몬 대체요법과 항산화제 복용 같은 화학물질을 통한 조정 방법 등이다. 이 책은 초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절박한 주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웰에이징 비결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선사한다.
"세포가 늙고 DNA 손상이 일어나면 세포 분열 계획은 멈추더라도 성장 계획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된다는 아주 흥미로운 가설이 새로 등장했다. 세포가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유전자가 내부 기능을 조절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명령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몸집이 커진 세포가 악화되기 시작하고, 그렇게 노화에 들어서게 된다."(p.92)
"우리가 여기에 소개된 대안들을 시도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효과를 측정하고 싶다면, 우리에겐 제대로 된 생체표지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또 다른 ‘결정적 증거’는 노화 연구의 발달 속도가 엄청나게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화학자들이 치료 전과 후에 측정할 수 있는 신체나이를 평가할 수 있다면, 노화 연구의 실험과 유효성이 엄청나게 용이해져서 속도도 더 빠르고 비용도 더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다."(p.390)
저자 : 베스 베넷(Beth Bennett)
진화유전학 및 노화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유전학자. 듀크대학교에서 동물생물학으로 학사학위(마그나 우등 졸업)를, 콜로라도 볼더대학교에서 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콜로라도 볼더대학교 행동유전학 연구소(Institute for Behavioral Genetics) 연구원으로 참여하며 같은 대학에서 30년째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생물학·유전학·후생유전학 및 건강과 장수에 초점을 맞춘 50여 편의 논문을 여러 과학학술지에 발표하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라디오 사이언스쇼(http://howonearthradio.org) ‘How on Earth’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과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진행하고, 노화 관련 전문 홈페이지(http://senesc-sense.com)도 운영 중이다.
역자 : 성세희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학교 번역테솔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토론토로 이주하여 청소년 서적을 기획, 번역하는 일을 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 『웃어도 괜찮아: 사춘기 소녀의 리얼 교정 체험기』, 『인크레더블 2 무비 픽처북』, 『주먹왕 랄프 2 무비 픽처북』,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아트북』, 『디즈니 알라딘 아트북』, 『디즈니 겨울왕국2 아트북』, 『디즈니 라이온킹 아트북』, 『디즈니 토이스토리4: 무비픽처』 외 다수가 있으며, 월간 잡지를 번역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