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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평점 :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종식'이란 단어는 우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방역과 함께 백신, 치료제를 만들어 '급한 불'은 끈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완전 진압은 기대난이다. 어쩌면 '위드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 속에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방법보다는 매년 찾아오는 '독감' 수준의 질병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의학을 모르는 독자로서는 어느 것이 맞은지, 잘못된 방법은 아닌지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인류를 강타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적지 않은 기간 지구촌을 일시 멈춤 상태로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이렇다 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한 채 변이를 거듭하며 여전히 우리 일상에 위협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대미문의 감염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 책 『감염병의 역사』는 감염병이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발병했으며 얼마나 인류에 절망과 공포를 안겨 주었는지를 살핀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감염병의 치료와 효과적인 백신 발명에 힘이 되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감염병의 실체에 접근함으로써 대규모 집단 면역에 기대거나 '나는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예방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이 책을 통해 인류사를 조금만 돌아보면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은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저자 리처드 건더맨은 전 세대를 멸망시키려 했던 역사상 치명적인 감염병과 그러한 감염병의 전파를 막은 헌신적인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독창성을 기록했다.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부터 천연두 백신의 발명, 1918년 스페인 독감부터 사스의 불가사의한 소멸에 이르기까지, 의사이자 작가이며 역사가인 리처드 건더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의학자나 의사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도표, 그래프를 주로 사용해 감염병 예방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져 감염병을 다룬 책이지만 애정이 간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감염병의 발생 배경과 증상, 원인, 예방 및 치료, 확산 및 그로 인한 인명 피해 정도 등을 기록용 자료와 유익한 도표, 지도 및 그래프와 함께 자세히 기술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인류의 필사적인 노력과 백신 개발 경쟁 및 앞으로의 위협 요인에 대한 개요도 제시하고 있다. 인류를 팬데믹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끊임없이 위협해 온 수많은 감염병.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감염병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하여 극복할 방법을 모색함이 좋을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는 것은 감염병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가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감염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데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 건국 당시 전체 사망 원인의 10%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쳤던 천연두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이룬 최대 혁신인 예방 접종 덕분에 지구상에서 박멸되어 이제는 실험실에서나 존재하게 되었고, 말라리아와 황열병, 소아마비, 결핵 등 인류를 위협했던 수많은 감염병 또한 통제를 위한 계속된 연구와 개발로 퇴치 전략이 마련되고 바이러스 백신과 약물이 개발되는 등 그 해결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여전히 감염병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수많은 감염병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감염병이 완전히 박멸된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의 여러 가난한 나라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설사병과 말라리아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HIV/에이즈는 1980년대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 책 『감염병의 역사』는 감염병의 증상과 원인, 예방, 치료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도입한 에드워드 제너, 콜레라의 원인을 밝혀내고 ‘역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만들어낸 존 스노, 감염에 대한 세균 이론을 정립한 루이스 파스퇴르 등 역사상 주목할 만한 인물들의 놀라운 공헌과 그들이 세계 역사와 인류 진화에 미친 영향과 더불어, 질병과 인류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 관한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끝나지 않은 글로벌 팬데믹 시대, 어떻게 하면 감염병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닌 공생하며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집필 이유이다.
저자는 새롭고 치명적인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지속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하며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등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질병에는 발단, 주요 특징, 진행 과정이 있고, 질병이 발견된 순간과 잠재적인 치료법이 존재하기에 인류사와 함께해온 감염병의 역사와 그 대처 방안을 돌아본다면 현재의 감염병을 극복할 방법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며 인류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 온 감염병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기록용 자료와 유익한 도표, 지도 및 그래프 등 풍부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감염병의 역사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해 온 수많은 감염병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함이 좋을까? 다음 팬데믹은 어떻게 예측하고 예방하면 좋을까? 이 책은 감염병을 발생을 역사적 연대를 작성 여러가지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살피고, 연구하고, 글로 써내기까지 탐구한 감염병의 역사는 실로 오래 됐고 다양하며 가벼운 증상부터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는 등 원인이나 결과 등 제각각이어서 어떤 카테고리로 맞춰 넣기에는 어렵다. 또 감염병의 실제 피해자가 발생 원인이나 환경 조성에 함께한다는 중요한 사실이 읽힌다.
19세기 콜레라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강타했을 때 상수도 및 위생설비를 개선하고 광범위한 격리 조치를 시행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도 콜레라가 박멸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유한 국가에서는 콜레라 발생이 급격히 감소했다. 존 스노의 감염병 연구와 로버트 코흐의 미생물 연구로 콜레라 원인균과 전파 방식이 밝혀지며 효과적인 질병 제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콜레라 발병을 막기 위해 상수도 및 위생 시스템을 개선하자 장티푸스 발병이 감소했다. 슈퍼 전파자로 악명을 떨친 '장티푸스 메리' 같은 무증상 감염자 문제도 다량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원인 미생물이 주로 서식하는 담낭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간헐적 발열을 일으키는 말라리아의 경우 늪지대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공기가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하지만 1882년 이후 로널드 로스가 말라리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1883년 모기가 말라리아 전염 매개체임을 발견하였다. 이후 19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말라리아 퇴치 전략이 명확해졌다. 바로 모기가 번식하는 물구덩이를 없애는 것이었다. 살충제 개발도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많은 부유한 국가에서는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결핵은 수백 년 동안 서구 사회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도시에서는 결핵이 전제 사망률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던 중 로버트 코흐가 결핵균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여 190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감염된 우유 등의 감염 경로를 제거하고 식단 및 주거 생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면서 감염률이 크게 감소했다. 이후 효과적인 약물도 개발되어 오늘날 결핵은 대다수 부유한 국가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에 대해서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가래톳흑사병(Black Death)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팬데믹이다. 1347년부터 1351년까지 불과 4년 만에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1억~2억 명이 사망했다.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변화는 2세기 동안 지속됐으면,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흑사병이 1347년에 처음 창궐한 것은 아니다. 유럽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골에서 약 5,000년 전에도 흑사병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고대 문서에도 최초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흑사병인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앞서 말한 가래톳흑사병보다 약 800년 먼저 발생하여 541~542년 동로마 제국을 초토화했다.
흑사병의 원인균은 페스트균으로 스위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의사 알렉상드로 에르생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숙주는 마못 등의 설치류와 벼룩이다. 벼룩이 설치류를 물면, 벼룩의 소화관에서 박테리아가 대량으로 번식을 시작하고, 곧 박테리아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벼룩의 소화관을 막게 된다. 그 벼룩이 다른 대상을 물 때 소화관이 역류하며 박테리아가 전파된다. 감염된 설치류가 죽가, 벼룩은 주변에 있던 인간에게서 혈액을 얻고자 했고, 벼룩이 인간을 숙주로 삼으며 흑사병이 발생했다. 벼룩이 인간을 물면 박테리아가 혈류로 들어가 증식한다. 흑사병이 치명적인 이유는, 흑사병 박테리아는 백혈구가 외부에서 침입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식균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흑사병 박테리아는 목, 겨드랑이, 서혜부 등 림프절에서 증식하는데 림프질이 커지며 붓고 심한 통증이 생긴다. 감염된 림프구를 가래톳이라고 하는데 림프구 염증이 피부까지 퍼져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 책은 모두 3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 역사 이래 발생한 감염병과 증상, 원인, 바이러스, 치료약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또 의사나 의학계·제약계 등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아직 특효약은 없다. 일시적인 예방과 어느 정도의 유효한 치료제만 개발되었을 뿐이다. 그나마 개발되었기에 더 큰 피해는 막았지만 또 다른 감염병이 어떤 형태로 발생해 인류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지금까지 발생한 감염병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감염병 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아테네 역병부터 가장 최근의 코로나 19 바이러스까지 모두 기술했다. 이 책은 감염병의 치료보다는 개인 방역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독자들이 감염병 예방과 극복에 주력하도록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훨씬 효과적인 치료제이라는 이야기다.
저자 : 리처드 건더맨
저명한 의사이자 작가이며 역사가다. 인디애나 대학교 석학 교수Chancellor’s Professor로 방사선학, 소아과, 의학 교육, 철학, 인문학, 자선학, 의료 인문학 및 건강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과 교수John A Campbell Professor of Radiology이며, 2019~2020년까지 200주년 기념 명예 교수Bicentennial Professor로도 활동하였다. 현재까지 700여 편 이상의 논문과 12권의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최근 저서로는 《테슬라Tesla》(2019)와 《마리 퀴리Marie Curie》(2020)가 있다.
역자 : 조정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였으며, 다년간 기업체와 정부기관에서 통번역을 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감수 : 김명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며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체질인류학회 학술위원장, 대한해부학회 학술위원, 교재편찬위원,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감수한 책으로 《생생한 우리 몸 안내서》, 《놀이기구를 타면 왜 어지러울까?》, 《내 몸과 마음을 지휘하는 놀라운 뇌 여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