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 - 말할 때마다 내가 더 똑똑해진다
엘커 비스 지음, 유동익.강재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월
평점 :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제자들을 가르칠 때 '대화'였다. 공자의 가르침도 소크라테스의 수업 방식도 모두 대화였다. 그렇게 지어진 것들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논어』이고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다. 불행하게도 독자로서는 묻고 답하는 수업 방식에 능숙하지 못하다.(산업화시대 70~80년대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때문에 지식과 지혜의 습득에 대화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겨우 대학에 가서야 대화식 수업이 가장 효율적이고 깊은 지식과 지혜에 다가가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조금 인식했을 뿐이다.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었고 각종 쌍방향 매체가 급속도로 발전돼 갔다.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그쳤지 실제 실천 경험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대화가 익숙지 않다. 이 책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은 제목 그대로 '질문하는 기술'을 습득해서 삶에 실천함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필연이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 측과 의견이 다를 때, 이 기획안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떤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할까? 지금까지 해온 방법은 이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혹시 우리가 세대간 갈등이 있는 것도 대화의 부족, 대화 방법의 미숙에서 오는 점은 없을까? 많은 생각이 스친다. 갈등을 조율할 때 어떻게 해야 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또 협상 같은 어려운 자리에서 성공적 협상으로 이끌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젊은 철학자, 엘커 비스의 저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선 대화의 목적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제쳐두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는 것이다. 또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진득하게 듣되 100% 상대의 말에 공감하지 말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나도 상대방도 시각이 넓어지고 한층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공감 대화법이나 설득의 심리학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마치 보수와 진보가 한 자리에 앉아 첨예한 이슈에 대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나누는 대화에서 손석희 앵커가 양쪽 진영의 패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때 써먹을 만한 조언들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후 88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누적 13만 부와 6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책 속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 문답식 대화’에 대한 강의, 컨설팅, 워크숍 등등을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책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쓰였는지, 어떻게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 탐독해본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 「좋은 질문은 진정한 관계를 만든다」에서 공연 제작자로서 일하면서 실용 철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철학 개념을 세우는 수업이었다. 저자는 철학적 대화를 나누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관련 이론과 지식, 경험 등을 찾고 있었다. 공연 제작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정리하고 배우들에게도 훨씬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경험에서 저자는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질문의 기술에 대해 소크라테스 문답법이 최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물론 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스스로는 더욱 발전시킨 것들로 바뀌었다. 또 더 배우도록 도전 의식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데도 당시 고통스러운 트라우가가 엄청난 공헌을 했다고 밝힌다. 이후 저자는 실용 철학, 질문하는 기술, 철학적 대화 혹은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대화에 대해 공부했다.
저자에 따르면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진심으로 나의 의견을 물어봐주는 사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누구나 이런 사람을 원한다. 비록 상대가 적(敵)일지라도 이런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 유대감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불변의 진리를 잘 알면서도 왜 일상생활에서 잘 실천하지 못할까? 특히 의견이 다른 상대와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이기는 거라고 착각한다. 합의를 위해 토론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은 지는 거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과는 아예 손절하는 경우도 많다. 더 이상 불편한 마음을 견디면서 관계 유지에 연연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필연이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 측과 의견이 다를 때, 이 기획안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떤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점을 감안해 책의 구성을 모두 다섯 장(章)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왜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지」를 다루었다. 우리는 왜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할까? 왜 질문이 어렵고 긴장되며 무서울까? 2장은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는 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좋은 질문을 하고 철학적으로 질문하는 자세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을 다루었다. 3장에는 「좋은 질문의 기본 조건」을 담았다. 상대방의 말을 분명하고 순수하게 듣는 법을 훈련할 수 있으며 언어가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될 것이다. 4장에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질문의 기술」을 담았다. 어떻게 하면 '아래서 위로 가는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왜'라는 질문을 할 때 우리가 어떤 실수를 하는지 등등 꼭 필요한 질문의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질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좋은 질문을 한 다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화를 흥미롭게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만드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구성에서도 나타나듯이 "질문을 바꾸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책의 주제에 잘 맞춰져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철학적 방법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직업을 바꿔야 할까?', '현재 파트너와 계속 살아야 할까, 새로운 사랑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생각과 느낌, 행동이 일치하는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이런 대답은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에서 찾을 수 없다. AI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다. 저자는 해답은 스스로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좋은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지혜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잡담을 더 잘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깨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발견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도록 만들어준다. 이를 위해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여볼 것을 제안한다. 상대방을 이기려 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관찰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모든 상항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 체크 리스트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앞서 말한 대로 질문 리스트를 체크해 AI에 입력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완벽하게 옳은 질문이 다른 상황에서는 완벽하게 잘못된 질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진 딜레마다. 이 책은 질문하는 자세를 배우고 좋은 질문을 하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가이드북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고 넘치는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과 지혜에 대해 질문했다. 그가 던진 질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그 목적을 소크라테스는 더 현명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고, 그래서 진정한 지식을 찾아다녔다. 진정한 지식은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겼고 생각을 연마하는 숫돌로 대화 상대를 바라봤다고 역설한다. 소크라테스는 또 상대의 오류나 잘못된 생각, 헛소리를 대화를 통해 밝혀내려고 했다. 그 대화를 통해 상대가 '진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좋은 질문을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일까? 저자에 따르면 첫째, 세상이 좋은 질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종 차별, 성차별, 신체 비하, 미두, 난민 문제, 기후 위기 등 풀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터졌을 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상대가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받으로 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더욱 경청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둘째, 좋은 질문은 대화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 어디에 있는 대화를 질 높고 품격 있게 하려면 좋은 질문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셋째, 질문을 통해 배우는 실용 철학은 그 자체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넷째, 계속 질문하고 대화하다 보면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계속된 질문과 대화는 정형화된 답변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찾아주며 끊임없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며 역동적인 관계를 만들어 낸다. 좋은 질문은 진정한 유대감을 만드는 씨앗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 엘커 비스(Elke Wiss)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연극인. 엘커 비스는 연극 대본 작가이자 감독, 공연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배우들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실용 철학 특히 ‘질문하는 법’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했다.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원제: 운동화를 신은 소크라테스SOCRATES OP SNEAKERS)은 그 공부가 낳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질문을 통해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는 질문의 목적부터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상대를 제압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더 넓은 시야, 인간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공감 대화법이나 비폭력 대화법과는 달리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더 지적인 대화, 수준 높은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출간한 이후 88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으며 누적 13만 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저자는 지금도 연극인으로 활동하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 문답식 대화’에 대한 강의, 컨설팅 및 워크숍 등등을 진행하고 있다.
역자 : 유동익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하고,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네덜란드 교육진흥원에서 네덜란드어 강의를 했으며 현재 네덜란드 가톨릭방송국 한국 특파원이며, 지엔디정보센터에서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면서 네덜란드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닌그라드의 기적』, 『하멜 보고서』, 『세계 어린이 인권 여행』, 『스페흐트와 아들』,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지도를 따라가는 반 고흐의 삶과 여행』, 『고슴도치의 소원』, 『반 고흐와 나』,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