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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디예요? - 나만 알고 싶은 산, 바다, 공원, 카페, 문화재 여행지
이예찬(차니포토) 지음 / 영진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동과 즐거움을 되새기기엔 사진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이젠 사진 찍기에 좀더 신경을 쓰고 시간도 할애한다. 사실 사진 전문가가 아니기에 사진의 중요성보다는 기록에 방점을 둔 사진만 찍었으므로 사진이 예술이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사진 예술의 훌륭한 작품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사진 작가로서의 사진 찍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여행지나 심심해서 찍는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좀더 예술성 짙은 사진이 좋을 것이다. 이 책 『여기 어디예요?』는 사진 찍기 위해 여행한다는 사진작가 이예찬(차니포토)의 국내여행 안내서를 겸하고 있다.
이 책은 차니포토의 나만 알고 싶은 ‘산, 바다, 공원, 카페, 문화재’를 소개한다. 계절별 추천하는 여행지, 장소의 명칭과 위치, 운영 시간, 추천 대상 등 상세 정보를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촬영하며 얻은 노하우와 장소마다 ‘알고 가면 좋을 정보’까지 알려주는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의 여행에 초대한다. 차니포토는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상상하며, 사소한 부분까지 함께 고심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당당하게 “이 책만 들고 떠나요”라고 이야기한다. 『여기 어디예요?』와 함께하면 추억이 쌓인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언제 찾아도 훌륭한 국내 여행지만 엄선했다. 동시에, 유독 아름다운 시기까지 고려했다. 봄이면 특히 낭만적인 공간이 있고, 여름에만 만발하는 꽃과 가을이면 볼 수 있는 별이 있다. 또한, 겨울이 되어야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소가 있다. 차니포토는 장소를 계절마다 소개하며, 누구와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지, 어떤 구도로 촬영하면 좋을지까지 이야기한다. 『여기 어디예요?』를 통해 독자가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공유했다.
저자는 사진 찍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여행은 사진만을 위해 떠났다고 밝힌다. 찍어 보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그 여행지를 가기도 하고, 간 김에 짧은 시간 안에 근처의 여러 카페를 돌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또는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서 시간에 따른 색감을 사진 속에 짙게 담아 보기도 한단다. 누군가는 저자에게 "그게 일이지 여행이야?"라고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좋아하는 일이 좋아하는 여행 속으로 스며들었기에, 그 과정이 즐거웠고, 그래서 일이 아닌 여행이었다"고 답한다. 저자는 예쁜 장소에서 아름다운 사진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 사진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느 사찰 공간의 동굴을 발견하고 장소에 맞는 구도를 연출하여 SNS에 사진과 정보를 공유한 적이 있는데, 이 콘텐츠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해당 지역을 찾아가게 되었다며 자신이 연출한 구도 역시 인기를 얻었다고 슬쩍 덧붙인다. 이 순간 누군가의 현재를 기록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다는 뿌듯함도 맛보았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자신이 알아낸 장소, 혹은 이미 알려진 장소지만 자신만의 시선이 담긴 곳, 색다른 사진을 위한 촬영 팁 등을 공유하고 싶다고 책 출간 이유를 밝힌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서 사진은 이처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사계절보다는 더 세분할 수 있어 월별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이 모두 아름답고 특별한 사진 예술의 시각이 담겼다고 생각되지만 서평에 모든 사진을 다 실을 수 없기에 대략 4개의 계절별 사진을 서평에 이용하려 한다. 또 많은 사진 중에 선택하기에는 독자의 예술적 시각이 부족한 탓에 대표성을 띌 수 없을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대표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듯해서 임의로 선정해 저자의 글과 함께 소개해본다.
지금이 겨울이기에 겨울에 가장 멋진 사진을 하나 골라본다. 제주 「1100고지 습지」(p.236~239)이다. 책에 따르면 1100고지는 겨울 제주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눈이 많이 오면 그만큼 도로는 위험해서, 눈이 오는 즉시 도로가 통제된다. 하지만 제설 작업이 완료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겨울왕국 그 자체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유명한 사진 명소는 '사슴 동상'이다. 사슴이 보는 시선을 뒤에 서서 함께 응시하면 눈 쌓인 한라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1100고지 습지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 곳이 거의 정해져 있지만,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 자체도 아름답다. 차를 잠시 한편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온통 하얀색뿐인 곳이라 사진 찍으려면 흰색과 대비되는 색감의 옷이 좋다고 팁도 선사한다. 사진 찍는 기능적인 면도 〈자랑하고 싶은 사진〉이란 항목을 별도 마련 적시했다.
저자가 일년 열두 달 직접 가서 살펴보고 찍은 사진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이 책에는 봄 사진도 여러 개 담겨 있다. 이미 유명한 곳이지만 저자 역시 봄의 광양 「매화마을」을 안 갈 수가 없었을 것 같다. 매화는 3월 초순에서 중순에 개화한다. 이 곳에서는 이 매력적인 꽃을 질리도록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백설 같은 백매화가 마을을 뒤덮은 모습이 꼭 봄날의 눈 같다. 간간이 홍매화도 보이는데, 산딸기 같은 자태가 곱다. 꽃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곳곳이 다 명소다.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예쁜 곳이어서 최대한 많이 찍고 다양한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다. 마을 안쪽 깊숙이 걸어 올라가면 아래로는 알록달록 매화꽃이 보이고 멀리는 섬진강이 보이는 환상적인 곳이다. 꼭 안쪽 깊숙이 들어가서 꽃과 인물과 섬진강까지 담아보는 걸 추천한다.
저자는 이 매화마을의 위치는 물론 '무료주차 가능'이란 정보도 빠지지 않고 챙겨넣었다. 〈알고 가면 좋을 정보〉에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준다. "매화마을은 온화한 기온과 물안개로 인해 매실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곳이에요. 매실이 옹기 속에서 숙성되는 모습이 일렬로 정렬이 되어 있는데, 이것도 관광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또, 곳곳에서 매실을 판매하는 상인의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가족 단위로 간다면 근처에 있는 〈청매실농원〉에 들러서 매실 체험을 해보길 추천합니다. 갖가지 매실로 만든 제품도 구입할 수 있고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으니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p.52~55) 인근 구례의 「산수유마을」, 「지리산 치즈랜드」도 별도의 사진 관광지로 구성해 책에 담았다.
독자에게 여름에 가보고 싶은 곳을 선정해 보라 한다면 정선 「타임캡슐공원」에 가고 싶다. 이곳에서는 은하수가 보인다고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수십 년 사는 동안 별을 본 일도 없는데 아직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한다. 「타임캡슐공원」이란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를 활용해 조성했기 때문이란다. 타임캡슐공원은 정선군민의 차별화된 상징적이고 개성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고자, 2001년도 개봉되어 국내는 물론 중국, 홍콩, 일본 등 한류 열풍을 크게 일으켰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3년 후 다시 만날 약속을 기약하면서 타임캡슐을 소나무 밑에 묻었던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일명 새비재’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조성 경위야 어떻든 이곳은 은하수가 보인다고 해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은하수를 보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그리 많이 찾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은하수가 관측되는 시기는 여름인 7~8월에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알고 가면 좋을 정보〉와 〈은하수 촬영 방법〉을 별도의 난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다. 우선 알고 가면 좋을 정보로 ① 달의 모양이 최대한 초승달에 가까울 때 갈 것을 추천한다. ② 하늘에 구름이 적은 날이 좋다. ③ 미세먼지가 적은 날이어야 한다. ④ 습도가 낮아야 한다를 꼽고 있어 까다롭긴 하다. 그러나 〈은하수 촬영 방법〉을 숙지하고 가면 두 번 다시 찍기 어려운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는 즐거움과 설렘을 제공해준다. 은하수를 잘 촬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전 지식과 준비물이 필요하다. ① 삼각대 ② 타이머를 2초 이상 맞출 것 ③ 초점은 수동초점(MF)으로 설정하고 가장 밝은 별 기준으로 맞출 것 ④셔터 스피드 10초 / 조리개 최대 개방 / ISO 2500 기준으로 촬영해 보면서 밝은지 어두운지 파악 후 세팅값을 조절할 것 ⑤셔터 스피는 15초를 넘지 않게 할 것 등 까다롭지만 꼭 필요한 사항을 챙겨 안내하고 있다.
가을에 가볼 곳이고 독자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곳이 광주 「스멜츠」이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실내에서 단풍을 즐기기에 최적의 곳으로 독자는 선택했다. 아직 가보지도 못했고, 사실 처음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곳이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있지만 독자는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곳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곳은 실내 공간에서 단풍을 느낄 수 있는 가페 중 유명하기로는 상위권인 카페"라고 썼다. 이곳에서의 감상을 저자는 가을의 감성에 어울리는 문장으로 이어갔다. "통유리로 보이는 단풍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마치 단풍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유리로 된 원형 테이블에 반사되는 단풍과 따뜻한 라테 한 잔의 조합은 그 어느 라떼보다도 고소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유리에 나오게 찍는 사진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돌아오는 가을, 이곳 스멜츠에서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p.214)
이 곳 소개 역시 〈알고 가면 좋을 정보〉로 마무리한다. "사진을 찍은 공간은 2층입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찍고 싶으면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야 가능합니다. 제가 갔던 날 기준 금요일 오전 9시 50분에 1등으로 도착해서 대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줄이 길어지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으려면 오픈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걸 추천합니다."
다음은 인터뷰에서 저자가 책 속에 제공하진 못한 별도의 주의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여기 어디예요?』를 출간하고 예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한 가지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덧붙인다.
"책에서 소개해 드린 장소에 가더라도 제가 찍었던 사진과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100% 장담하긴 힘들어요. 우선 날씨의 영향이 가장 클 거고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어느 시간대에 방문하느냐에 따라서도 또 느낌이 달라지니 제가 찍은 사진은 '이 장소에서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구나!'라고 가볍게 참고만 해주세요. '그 구도 그대로 한 번 찍어 보자'라는 마음만 가지고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 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의 사진을 보면 이미 알고 있는 장소이더라도 새로운 곳처럼 보입니다. 사진의 구도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요. 구도를 잡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피사체가 들어가는 경우와 풍경만 나오는 경우입니다. 인물이 들어갈 경우, 프레임 안에서 배경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생각해요. 이 구도로 찍을 때 인물의 크기가 사진의 얼마만큼의 영역을 차지하면 가장 예쁘게 나올지 상상합니다. 풍경만 찍을 경우, 수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촬영합니다. 물론, 후보정 작업에서 어느 정도는 수평 보정이 가능하지만, 그때 수정하게 되면 사진을 돌려서 잘라내는 거라, 사진이 온전히 나오지 않아서 손해 보는 부분이 있어요. 애초에 찍을 때부터 수평을 맞춰서 촬영해서 손실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편입니다."
Q) 겨울에는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의 촬영 장비가 쉽게 얼거나 고장 날 수 있는데, 겨울철 장비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극한의 상황에 많이 노출시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근데 사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국내에서 느낄 수 있는 추위의 온도에는 장비가 쉽게 망가지진 않아요. 그럼에도 촬영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핸드폰의 경우 주머니에 핫팩과 같이 넣어 두거나 카메라의 경우 렌즈를 감쌀 수 있는 히팅 워머 등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자 : 이예찬(차니포토)
SNS에서 차니포토가 업로드한 멋진 사진이 보이면 '여긴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여기 어디예요?』는 나만 알고 싶고, 나도 알고 싶은 장소를 정리해 두었다. 또한, 사진 작가인 저자가 오랜 기간 촬영하며 얻은 노하우와 '알고 가면 좋을 정보'를 독자를 위해 고심하여 담았다. 그렇기에 저자는 당당하게 "이 책만 들고 떠나요"라고 얘기한다. 『여기 어디예요?』는 언제 찾아도 훌륭한 국내 여행지를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나만의 사진으로 특별하게 기록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