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 -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열두 달의 자기 돌봄
베레나 카를.안네 오토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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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생물체인 사람으로서 본능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본다는 것은 외모 등 신체적인 것이고 또 다른 것은 내면적으로 마음이나 정신의 내공을 키우는 일도 있을 것이다. 먼저 신체 안전이나 생명에 관한 것이라면 자신의 의식적인 방어 이전에 본능적인 보호일 것이다. 이것은 생명체로서 당연한 것이라서 이에 대해 의문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음은 일상의 다른 일에 있어서 보호 본능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다른 생명체에겐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으로 숭고한 행위로 보는 데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리한 신체적 압박을 이겨내는 일이 그렇다. 또 가족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일부러 하지 않는 행위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가족으로서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데서 문제가 출발된다.

이 책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는 지금까지 '나'가 아닌 가족이나 동료 등 타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 “너무 바빠서 외로울 틈도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 돌봄'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깨우치고 자기 돌봄과 타인을 위한 일을 병립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업무와 가사에 치여 고독마저 사치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 계발이나 자아 찾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밀려드는 일을 해치우고 가족을 서포트하느라 바빠 정작 나 자신은 뒷전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허무함이 뼛골 깊숙이 스민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내게 남은 게 뭐지?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삶의 회의감이 밀려들 때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타인을 위한 행위가 삶에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어쩌면 타인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돌봄'까지 놓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크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했던 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희생정신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 노력을 쉽게 중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각한 회의감에 빠지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바쁘게 살아가던 저자 베레나의 이야기다. 워킹맘 베레나는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작가로서의 일을 하고 있는 독일 여성이다. 일상에 지쳐 매일을 어제처럼 살아가다가 불현듯 자신만의 삶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그녀는, 심리학자인 친구 안네와 함께 ‘열두 달 행복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직업인, 엄마, 아내로서의 나만큼이나 ‘그냥 나 자신’도 아껴주기로 한 그녀는, ‘한 달에 딱 한 번, 나부터 챙기는 시간’을 갖기로 결심한다. 안네는 우연히 베레나의 이야기를 듣고 처방전을 내는 의사처럼 그와 '일년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를 권했다. 처방전은 아주 단순했다. 가족과 잠시 떨어져 기분 좋은 고독을 즐기기나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하기 등, 아주 소소한, 그렇지만 지금껏 무시당했던 ‘나의 욕구’에 충실할 것 등 아주 간단한 실험이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책에 따르면 우선순위 맨 앞에 자신을 세우자마자 본인은 물론 주변 반응이 달라졌다. 스스로에게 집중할수록 여유가 생겨 가족과 타인을 따스하게 대하게 되었고,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마음에도 없는 희생을 하며 화가 쌓였던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행동이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는 힘이 됨을 깨닫는다. 생각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삶 전체가 바뀌는 것 또한 하루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을 되찾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딱 한 해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보길 권한다. 더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독자도 올 일년 참여해 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을 통해 자기 긍정의 경험을 쌓도록 돕는 심리 멘토링 북이다. 심리학자인 안네가 월별 미션을 제공하면, 저널리스트 베레나가 챌린지하듯 미션을 실행하고, 마지막에 안네가 다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피드백을 제시한다. 두 사람은 이 과정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에 고스란히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두 사람은 마치 학창시절 교환 일기를 나누는 것처럼 서로의 내밀한 감정을 편지글로 생생하게 드러낸다. 실험의 면면이 선명하게 채집된 너무나 인간적인 이 기록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너무 단순해서 효과가 있을까 싶은 미션에는 사실 과학적 근거와 다년간의 임상 심리학 경험이 깔려 있다고 안네는 책 속에서 밝힌다. 심리학자인 안네는 이 책에 지식을 더해 감성과 지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월별 미션이 끝날 때마다 붙는 다정한 코칭 피드백 코너이다. 안네는 이번 미션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이 미션이 중요한 과학적 이유 등을 찬찬히 답변한 다음, 독자를 위한 챌린지 파트도 따로 마련해둔다. 안네의 피드백을 통해 독자들은 지금 하는 행동이 목적 없는 일탈이 아닌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기돌봄 행위임을 인식하고,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독자들이 실제 참여해보면 신뢰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월별 미션은 매우 간단해서 누구든 쉽게 따라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명상을 해보라는 1월 미션을 시작으로, 뜨개질이나 베이킹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기, 꿈 일기 쓰기, 내 감정과 거리를 두고 관찰하기, 짧은 여행 떠나기, 20분간 미술 작품 감상하기, 물건과 디지털 기기는 물론 사람까지 덜어내는 ‘줄이기’ 등, 그 범위 및 종류가 넓고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심지어 한 달 동안 매일 해야 하는 미션이 아니라, 일별 챌린지 형식으로 짧게 끊어가는 형태로 무척 행하기 쉽다. 그리고 이 작은 행동은 잔잔하던 일상에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킨다. 이 효과에 대해 베레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달 미션을 마치고 나니 내 일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갑자기 행운이 찾아온 것처럼 말이야."

 


 

같은 미션이라 하더라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보라는 파트에서 베레나는 스포츠를 배웠지만, 집 근처에서 가보지 않았던 곳 가보기, 박물관이나 미술관 탐방, 꿈만 꿨던 일을 지금 당장 해보기 또한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제각각이므로 같은 목적을 위한 행동이라도 끌리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안네는 베레나가 행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독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적극적인 행동을 독려한다.

저자들은 번아웃을 겪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행동을 통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두 저자에게 ‘개인적 시간’이란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그들을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열두 가지 월별 미션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단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아무도 끼어들지 않는 나만의 시간, 즉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모든 미션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이다.

 


 

세상일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소란스럽고 성가신 주변의 잡음을 끄고 오로지 나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은 자발적 고독이 자칫 무기력한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미션’을 통해 원기를 북돋고, 조금씩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이끌어준다. 1년 열두 달 동안 가끔은 실패하고 또 가끔은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며 고군분투하던 베레나는, 행복이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나를 돌보는 고독의 시간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독자 또한 베레나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기분 좋은 고독의 시간을 음미하고, 마음껏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와 함께 도전하는 독자들은 베레나처럼 긍정적 마인드로 실제 부딪치면서 실현 가능한 조언을 참고 삼아 실행한다면 누구든지 예상치 못한 훌륭한 결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 베레나 카를(Verena Carl)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태어나 뮌헨에서 자랐다.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여성 잡지 [브리기테Brigitte]와 [메리안Merian] 등에 기고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여러 권의 동화책과 소설을 발표하며 함부르크 문학 후원금을 두 차례나 받는 등, 문학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함부르크에 거주 중이다.

 

저자 : 안네 오토(Anne Otto)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으며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심리치료법 중 하나인 사이코드라마 관련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청소년 보호소 및 여성 교도소 등에서 심리학자로 일했다. 현재는 [슈피겔Spiegel], [오늘의 심리학Psychologie Heute], [브리기테] 등에 기고하며 과학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역자 : 강민경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독일계 회사를 다니며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어학연수 후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꿀벌 마야의 모험』, 『피터 틸』, 『케인스톰 아일랜드』, 『궁극의 차이를 만드는 사람들』, 『이해의 공부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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