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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 - 당신은 사랑입니다
허다솜 지음 / 메종인디아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 『Be you』는 저자 허다솜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영감을 주는 짧은 문구들로 구성돼 있다. 「당신은 사랑입니다」란 부제도 달려 있다. 보통의 자기성찰과 자기사랑에 관한 글이 고요하고 진지한 특징이 있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가득 담은 언어로 조용히 “삶은 심오하고 위대하지만 심각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서 무척 행복한 표정이 많다. 독특하기도 하고 선과 색은 절묘한 조화로 보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한다. 어쩌면 저자가 오래 살았던 인도의 모습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정케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등 위태롭고 바쁜 삶 속에서 긴 문장들로 빼곡하게 차 있는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깊어도 무겁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에너지를 담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할 만하다. 자신의 미술적 시선을 사랑과 따뜻함으로 담아낸 그림들만 보아도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이 저자가 표현하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목차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과 그림을 정교하게 구성하여 에너지의 정합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언제 어디를 펼쳐도 독자에게 온전히 연결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자는 아직은 영어나 벵골어가 더 익숙하고 한국어 표현이 조금 서툴기에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글을 표현했다고 털어놓는다. 영어 표현법을 함께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영어 표현으로도 그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을 펼치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글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저자가 손수 그린 작품들이다. 무표정한 것도, 그렇다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 오묘하게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들에 고개가 갸웃한다. 왜 얼굴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서 ‘인간’이라는 형상을 한 ‘사람’을 가장 사랑해서 얼굴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그 오묘한 변함없는 표정의 얼굴은 바로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는 자기 자신이었다.
독자들은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눈빛으로,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란 자문을 하고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따뜻함이 올라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랑의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서명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저는 저 자신이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매일 매 순간 상기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사랑이다" - 이것을 당신의 만트라로 만드세요.)
사랑의 서명 :
저자는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로 느껴지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 나갈 수 있는 한없는 크기를 가진 존재라고 바라본다면, 자신을 그 자체로 내보이고 사랑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저자의 이 소박한 주장은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자 큰 위로다. 자기 사랑은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다양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지나오며 저자에게 오히려 강한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동력이 되고 원천이 됐던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몇 번 등장하는 요가라는 인도 특유의 평온함이 체화된 것일까? 아니면 명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부딪히며 극복한 스스로를 따뜻한 애정의 눈길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 저자에게 영향력을 주었을까? 사실 원인보다 중요하고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지금 보이는 저자의 마음일 것이다. 저자의 마음은 짧은 글, 독특한 그림에서 독자들이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 그리고 온화함.
자기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사랑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사랑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시선에 구속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기사랑의 충만한 에너지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자서전적 요소를 독특하고도 평화로운 그림으로 대체하는 저자처럼 우리 모두는 삶은 다르지만 각각이 사랑인 존재이고, 자기 자신이 되고 사랑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이다. 저자는 이미 제목에서 독자에게 주문하고 있다. 〈be you 당신은 사랑입니다〉.
제가 가진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생각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저의 느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에
단어 대 단어의 번역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느낌대로 여행하세요.(p.15)
저자의 이름도 이 책에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인도 공주 허황옥의 후손이어서 성(姓)이 '허'씨라고 한다. 독자도 신라에 인도 왕족이 들어와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이름 '다솜'도 사랑이란 뜻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 이름도 가지고 있다. '니르말라'로서 '맑음'이란 뜻이라고 전한다. 별명으로는 '루나(달)', '루나 요기나(유튜브, 인스타그램)'이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름이 가진 뜻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는 이야기도 우리나라에 있는 말인데, 인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짓나 싶다. 그래서 저자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사랑한다고.
그러나 저자가 이름을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하는 말일 뿐 우리 모두가 사랑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존재 자체라는 뜻이라고 밝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저자는 늘 사랑을 외친다고 말한다. "당신이 되어라! 사랑이 되어라." 저자가 매일 사랑의 길을 선택하는 일이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사랑의 길은 나에게 내가 되고, 나의 모든 것이 되도록 가르쳐 준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 어두운 날에도 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발견한다고 밝힌다. 이 때문에 저자 허다솜은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전사', 매일 자신을 알아가는 전사라고 말하고 있다.(p.21)
'전사'는 매일 자신을 갈고닦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책의 앞 부분에 쓰인 전사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같은 뜻을 가진 '전사'가 인용된다.
전사가 되어라
빛과 사랑의 전사
혼란을 끝장내는 전사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넘어서는 용감한 전사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아가는 전사가 되어라(p.161)
이렇게 독자는 이 책의 끝에 가서 책의 추천평을 쓴 정순일(원광대 명예교수, 불교철학)의 글 뜻이 이해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부끄러웠다. 불교이니, 명상이니 추구하며 오랜 세월을 산 사람으로서, 어렵고 난해한 책밖에는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명상과 인생을 이렇게도 명쾌하고 심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감탄하였다. 자신의 얼굴을 어쩌면 저토록 선 굵고 아름다운 터치로, 이토록 다양하게 그려 놓을 수 있을까? 같은 구도 다른 색깔로 많은 얼굴들을 그린 것은 아마도 자신이 고민하던 두 개의 정체성, 아니 수 없는 정체성에 방황하던 자신의 내면을, 간략한 터치로 풀어낸 것이리라. 그 얼굴들 속에는 저자의 얼굴만이 아닌 독자의 많은 얼굴들도 그려져 있을 것이다. 난 오늘부터 그림들 속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어딘 가에 있을 내 얼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아차렸다. 유쾌하고 발랄한 춤꾼이며 귀여운 요가꾼에게 숨겨진 가슴 아린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그늘이 사라진 상태에서 두 문화를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때로 겨워하던 소녀였다는 것을. 그리고 시린 가슴을 이토록 가볍게 승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공감하였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 단순한 사건인 걸! 사랑이란 게 이렇게 곁에 있는 일인 걸! 그리고 나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나 자신을, 가족을.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나에게 안겨준 다솜을."
"우리는 모두 부서진 조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원한다면 이 조각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부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신의 온 존재로,
만드세요.(p.141)
저자 : 허다솜
작가는 자신을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친구’라고 말한다. 5세 때 요가 철학에 매료된 어머니와 함께 인도에 가서 캘커타국제학교, 하리드와르의 요가대학교, 샨티니께탄(타고르의 교육마을)의 비슈바바라띠 대학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대학 졸업 시 인도 대통령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고, 대학원도 수석 졸업했다. 이러한 교육 배경으로 작가는 그 안에 있는 춤, 예술, 요가, 그리고 콘텐츠 제작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주로 살았던 지역의 언어인 벵골어를 비롯해 영어와 힌디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국경과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인도 고대 언어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한국보다 인도가 더 익숙한 저자는 고국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며, 사랑하는 두 나라를 가슴에 품고 가교의 존재로 자신을 만들고자 서뗘인도문화예술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현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브채널 와 인스타그램 @luna_yogini_official을 통해서 그의 다양한 일상과 매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소통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