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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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한 해를 보내며 조용히 자아 성찰을 하려는 독자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 된다. 그것은 저자 지에스더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작가니까 글을 잘 쓰겠지만) 자신의 과거 아름답지 못한 경험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금 이때쯤이면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다. 대부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 때문이다. 하다못해 송년회도 한 해 마지막으로 미뤄놨던 사람도 이때쯤이면 한두 곳은 불가피하게 들를 수밖에 없는 곳이 남겨져 있을 터다. 독자도 딱 그런 모습에 정신 없이 연말을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잘 움직이고 노력한 사람들에게 더 없이 조용한 자아 성찰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올해 초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제대로 잘 수행했는지는 조용한 시간 성찰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마흔 살을 앞둔 나이에 마음이 급한 듯하다. 원래 성격인 것 아닐까? 아니면 오히려 서두르는 분일 수도 있을 듯하다. 보통 마흔쯤 되면 나이 먹는 게 서러워 조금이라도 줄여보거나(생일 계산해서 한국식으로 세던 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는 등)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지를 알겠다는 듯 저자는 털어놓는다. 마흔을 맞이하며 달라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을 하려고 마흔을 재촉할까.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은 10대에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 집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대에는 그토록 바랐던 특수교사가 됐다.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30대는 두 아이 독박 육아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내면에 비평가를 키웠다. 불만만 쌓였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먼저 특수교사, 두 아이 엄마, 작가로 살아온 인생을 차근차근 돌아본다.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살 수는 없었다는 생각에서다. 나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갔다. "알고 보니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다"란 결론을 도출해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10~30대를 보내는 동안 '독박 육아'까지 마치다 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인생 최고 암흑기라고 생각했다. 저자 말대로라면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때문에 감정 변화의 폭이 컸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날마다 감정이 롤로코스터를 탔다. 우울한 마음이 수시로 들었고, 길어져서 지하 100층까지 땅굴을 파고 내려갔다. 물론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보았다로 이해된다. 남편마저 단어 그대로 남의 편이 된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특히 내가 나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내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비평가가 있었다. 차가운 비평가는 자신에게 절대로 우호적일 리 없다. 즉 자신을 증오하고 한없이 자신감은 떨어졌을 터, 모두 자신의 탓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내 안의 비평가는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수시로 하는 것이 특기였다. 나를 칭찬하고 편 들어주는 시간은 턱없이 적었다고 말한다. 자연스레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게 되고, 이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국 생각 끝에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을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오랜 숙고 끝에 생각해낸 것이 새벽에 홀로 깨어 고전 필사와 책 쓰기였다고 고백한다. 이 책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가 탄생한 이유였다. 이제 40대인 저자의 인생 목표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기'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기, 내가 내 편이 되기, 나를 위해 좋은 에너지를 쓰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우선 저자는 필사와 글쓰기를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새벽에 홀로 깨어 필사하며 생각을 깨웠다. 육아 휴직 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 공부한 것을 차곡차곡 글로 풀어썼다. 쓰는 동안 철학자 니체가 한 얘기도 떠올렸다. 필사한 경험을 살려 찾아내 옮겼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 낡은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했다는 증거다." 이제 저자는 자신의 결심을 덧붙인다. 오직 나는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날마다 나 자신과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연습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랑하려 한다. 내가 나의 진정한 팬이 되어 오늘을 사는 것이다.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삶에서 중요한 것만 남겼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나부터 사랑하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수시로 듣는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기가 미워하기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뀐 걸까. 우리보다 특별할 것 없는, 어찌 보면 우리도 똑같이 살면서 똑같이 부딪치고 똑같이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사랑하는 여정에 동참해 보자. 책 후반부에 수록된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감정 습관 9’ 워크북도 마련돼 있다. 체크하고 실천을 거듭한다면 우리 각자의 새로운 전기를 불러올지 모를 일이다. 새로운 한 해를 꿈꾼다면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뛰어난 1인자를 부러워하는 2인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살리에리'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 살리에리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부러워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살리에리는 동시대 음악가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의 스승이었다. 현실판 살리에리가 바로 저자와 같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저자는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꼈다. 출간 도서 7쇄 발행, 인스타그램 팔로워 15만, 댓글 수백 개, 좋아요 5만 개가 넘는 게시물까지. 그녀가 이루고 싶은 모든 걸 해낸 사람을 부러워하며 괜한 피해의식까지 품는다. ‘저 사람은 잘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이 정도의 열등의식은 '병'이다.

저자는 어떨까. 이번 신작까지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특수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의 엄마, 작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날마다 엄마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문구도 업로드한다. 이쯤이면 대단하지 않은가. 저자 역시 나이 마흔을 맞이하고 비로소 그걸 깨달았다.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부족하게만 여겨지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이 책에 솔직하게 적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아 성찰을 통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 근본은 한없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독자들도 책을 읽으며 판단해보기 바란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는 왜 내가 미울까」, 2장 「나를 지키는 마음」, 3장 「좋은 엄마보단 괜찮은 나」,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2장에서는 자존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3장은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빛나기 위한 노력을 썼다. 마지막 4장에는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를 제시했다. 과거 저자처럼 아직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볼 것을 권유할 만하다. 이유는 이 책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또 자신의 경험과 성격을 아낌없이 설명하고 독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거나 지속적이지 못한 성격에게도 잘 어울린다. 즉 습관을 통해 인생을 바꾸는 법을 알고 있는 저자다.

 


 

4장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에 적힌 7개의 글은 제목만 열거해도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면의 비평가 버리기〉,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자기애는 체력에서 나온다〉, 〈무한긍정 압박 버리기〉, 〈질투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 그리고 〈아주 오래된 감정습관 버리기〉이다.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이 온다면 그 사람은 자기계발 책이나 감정을 다스리고 순화하는 에세이, 또는 심리학 책을 많이 읽은 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3가지 책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각-숙고-행동-습관-인생의 5단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의 요지는 여기 다섯 단계에 모두 담겨 있다. 〈무기력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이란 제목의 글을 일부 인용해 본다.

"타인의 사랑이 채워지기만을 갈구하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루 딱 5분이면 할 수 있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겠다. 하나씩 해보면서 나에게 집중해보자."

① 오디오북으로 소설 듣기 - 고정관념 버리기

② 시집 읽기 - 마음의 유연성 키우기

③ 스쿼트 하기 - 신체 근력 키우기

④ 멍때리기 - 자연을 바라보며 무아(無我)에 들기

⑤ 안 쓰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 간명한 삶 살기

 


 

"나는 오늘도 고전을 읽고 와 닿은 문장을 선택하여 기록한다. 나는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성숙하고, 내면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인생을 산다. 날마다 두려움보다 사랑을 선택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인생을 산다. 서로 비슷한 상항을 경험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 이름이 아무리 같아도 살아온 이야기는 다르다. 겉모습이 닮은 쌍둥이도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수없이 많은 인생 스토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드넓은 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다."(p.216~217)

 

저자 : 지에스더

 

아홉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2007년부터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광주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직 중이다. 고요한 새벽 4시, 홀로 깨어 고전을 읽고 필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온전히 나를 느끼고 찾아가는 여정을 즐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균형 육아를 지향한다. 엄마로만 사는 것이 아닌 나답게 성장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 자신의 팬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며,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시간에도 진심이다. ‘엄마 성장, 책 육아, 집안일 놀이’를 주제로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 《하루 15분, 내 아이 행복한 홈스쿨링》 《엄마표 책 육아》 《공부머리가 쑥쑥 자라는 집안일 놀이》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가 있다.

인스타 @esther_dam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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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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