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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양 - 5주 만에 끝내는 인문학 수업
로랑 아베주.자멜 벵아씬.필립 씨에라 지음, 강현주 옮김 / 더좋은책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 『오늘의 교양』은 고대부터 현재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인류가 쌓아온 문명과 역사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도록 팩트 중심의 교양서이다. 특히 따분한 역사서나 어려운 인문학 책도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인류의 삶의 방식을 알 수 있고, 이룩한 문명과 과학기술 등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특히 지구 생태계 위기, 기후변화,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결정적 장면’을 씨줄로 삼고 10개 분야로 세분화해 날줄로 삼음으로써 지구 곳곳의 우리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지구 미래를 점쳐 볼 수도 있고, 과거 모른 채 지나갔던 아픈 상처를 건드릴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더 발전된 방향으로 자신을 던져넣을 결심을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지금껏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독특한 구성과 흥미로운 내용이 지루할 새도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의 역사 교양서로서 과연 출판사 측이 홍보하는 언어들이 '참'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세계사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걸까? 독자 역시 처음 경험하는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즉각 빠져들면서 식사도 거른 채 촘촘히 읽었다. 마치 수험생 시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통찰력을 얻는 방법서로 생각되기도 했다. 수험서가 아닌 교양서인데 5주 완성 체제로 되어 있다. 각 주의 현대사·인물·정치·경제·구조·철학·지리·지정학·자연·과학·환경·신화·예술·취미 등 10개 분야로 구성된 본문 내용 말미에는 80문제씩의 퀴즈까지 배치하여 확인 학습까지 시켜준다. 시험 문제가 아니라 ‘퀴즈’다. 퀴즈 문제 뒤에는 정답만 달랑 제시하지 않고 각각의 퀴즈에 대한 친절한 해설(미주)까지 달아 완전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5주 완성이라고 해서 무슨 수험서처럼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은 중언부언일 뿐이다. 현대를 사는 세계 어느 곳에 살든 가장 주의 깊은 곳부터 찾아 들어간다. 아무 주든 눈길 먼저 가는 대로, 마음 먼저 닿는 보면 그만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땐 어쩌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한층 더해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조금만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엊그제 발간된 수십 권의 백과사전을 다 읽어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방대한 양이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파헤치기 위해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기술부터 책이 기술한다. 많은 분량을 사전식으로 분류하면(가나다순) 조금 읽다 말 것이 분명해서인지 분야별로 분류해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글을 먼저 읽어도 되고, 거꾸로 읽어도 놓쳐선 안 되는 부분만 가려 뽑았기 때문에 결국 다 읽게 될 것이다. 참 괜찮은 책 한 권을 선물 받은 기분이 이럴까. 이 책을 읽고 보관한다는 느낌은 최소한의 가장 최근의 백과사전을 전집을 집에 구비해둔 넉넉한 느낌도 준다.
하나 덧붙이자면, 현대사라고 해서 현대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동서양의 주요 신화를 망라하고 있어서 고대와 현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신화가 신화에만 머물지 않고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지, 그 오래된 역사가 현대의 국제관계와 지정학에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은연중에 깨달을 수 있도록 세부 주제를 구성한 점이 지은이들의 탁월한 안목을 보여준다. 이 책의 최대 장점으로 꼽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은 매주 30개씩 다양한 주제의 상식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독자들은 굳이 찾아서 헤아려 볼 필요도 없다. 그저 읽어나가다 막히면 다음날 읽어도 상관 없다. 이 책의 발간 목적은 독자들의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그런 다음 한 주 분량이 마무리될 때마다 객관식 문제 형식의 퀴즈가 있어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재차 읽을 수 있게 구성했다. 새롭게 습득한 지식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책은 역사, 그것도 세계 현대사 공부에 겁먹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즐겁게 도전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역사 교양 도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첫째 주의 주제로는 1990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된 독일, 보통선거로 당선된 러시아 최초의 대통령 보리스 옐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지도제작법, 최초의 지리학자 중 한 명인 헤로도토스,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해야만 했던 이집트 파라오 등을 다루었다. 또 둘째 주의 주제로는 우주에 간 최초의 인간 유리 가가린, 미군 네트워크용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6천 개, 지표면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대양,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리지 등을 다루었다. 셋째 주는 1948년에 국가로 선포된 이스라엘, 1990년에 발발한 첫 번째 걸프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 지구 역사상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 전쟁의 신 아레스의 아들로서 로마를 건설했다고 알려진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 루이 14세 때 처음 등장한 오페라 등을 다루었다.
넷째 주의 주제로는 1962년부터 1990년까지 28년간 투옥된 넬슨 만델라, 1947년에 독립을 선포한 인도와 파키스탄, 50만 종의 다양한 식물 가운데 재배되고 있는 건 3천여 종, 전 세계 군사 지출비의 36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 국방 예산, 뤼미에르 형제 및 조르주 멜리에와 더불어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탄생한 영화 등을 다루었다. 다섯째 주 주제는 변호사였던 간디, 1995년에 발효된 솅겐 협정, 1523년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거의 100퍼센트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서 생산되는 재생 가능한 전력, 그르넬 협정의 타결과 대학 개혁을 끌어낸 68운동, 1905년에 시행된 프랑스 정교 분리법 등을 다루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30개의 주제, 모두 150개의 주제를 통해 세계현대사와 지구 현실의 맥을 짚어낸다. 그런 예리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우리 지구 환경의 미래까지도 내다보게 한다. 가령, 환경은 국경이 없는데, 정치가 국경에 갇혀 저마다 이기적으로 돌아간다면 환경도 미래가 없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독자는 역사 공부를 고등학교 이후 따로 한 적이 없지만 사회 생활하는 동안 책과 신문, TV 등을 통해 얻은 현대사 지식과 우연한 기회에 들은 강연이 전부인데도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시사성 있는 주제들이 많이 수록됐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시사 역사는 대부분 상식과도 비슷하니까 아마 머릿속에 잘 저장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은 물론 처음 들어본 단어도 많다. 러시아 혁명은 1917년 공산주의 혁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에 앞서 19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니콜라이 2세가 청원을 하러 온 평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함으로써 먼저 일어난 사실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러시아가 공산권이라는 이유로 정치나 경제, 사상서는 읽지도 못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최근의 사건은 많이 알지만 일제 강점기 이전의 러시아 상황은 전혀 알 길이 없어서였는지 문외한이다.
'플라스틱 대륙'은 기후 변화 이후 생겨난 신조어인 줄 알았다. 실제로 사진을 통해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 뭉치들이 바다 위해 떠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사실은 환경보호단체가 제공한 사진이었던 것 같다. 각 신문마다 1면을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도 그 내용을 다루고 있다. "1997년 과학자들은 북태평양의 한 환류 지점에서 플라스틱 파편들이 거대하게 뭉쳐 있음을 확인했다. 환류는 소용돌이 형태로 회전하는 큰 규모의 해류를 가리킨다. 다른 거대 환류를 관찰하다가 그 중심에도 플라스틱이 집중되고 있는 동일한 현상을 관찰했다."p.31)
책에 따르면 5개의 대륙(북태평양, 남태평양,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플라스틱 대륙은 진짜 대륙은 아니다. 이 플라스틱 대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며, 이것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사실 오염된 해안선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플라스틱은 아주 작은 조각의 형태로 있었으며, 5밀리미터보다 더 큰 조각은 드물고 두께도 약 30밀리미터로 밀도가 낮다. 요약해서 말하면, '대륙'은 관찰된 현실이라기보다 단지 더 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이다. 그러나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우려해야 할 이유는 많다.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더라도, 해양동물군에 수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이 해파리로 착각하여 삼킨 비닐봉지는 위험한 덫이 되어 바다거북을 질식사하게 만든다. 이런 특별한 경우 외에도 바다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잔해를 수많은 물고기가 삼키게 되고,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서 점점 쌓여간다. 게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는 특정 미생물의 이동을 촉진시켜 다른 종을 해치고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은 해양 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이 책은 요즘 자주 쓰이는 용어 '인류세'에도 설명을 해준다. '인류세'는 대기에 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뤼젠과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가 제안한 용어다. '인간의 시대'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가리킨다. 이 용어는 특히 지구 표면의 역학을 연구하는 사람드에게 열정적인 반응을 일으켰지만, 몇몇 지질학 분야에서는 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환경이라는 주제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특히 인간 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지질학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 새로운 지질 세대는 수많은 어려움을 야기했다. 우선 언제부터 인류세로 정할 것인가. 매우 타당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인류화는 한 시점에 동시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는 다양한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따라서 이에 따른 지질학적 표지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이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가설이 제안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크뤼첸은 1784년에 증기기관의 발명을 제안했고, 다른 사람드은 기원전 5,000년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을 대량으로 방출하게 된 쌀 경작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을 제안했다. 결국 1610년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 시기에 아메리카 대륙과 다른 대륙과의 무역은 끔찍할 정도로 원주민드의 인구 감소를 초래했지만, 그 지역의 산림이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었다. 토양에 방사성 미립자를 남긴 핵 실험을 중단(또는 거의 중단)하기로 한 1964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아니면 퇴적층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척추동물인 닭 뼈(그들의 끔찍한 운명으로 인해서 계속 재생산되어서 지구상에 230억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가 인류세의 기준이 되는 화석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세가 지층학 단계에 들어갈 자격이 있을까? 토론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구의 변형에 있어서 자본주의 사회의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독자의 관심을 끄는 시원한 촌철살인을 보여준다. 환경학자 아드레이스 말름은 '자본제'로 부르자는 제안을 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에누마 엘리쉬라는 두 단어로 시작하는 창조 서사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두 단어는 제목으로 사용된다. “위에 하늘이 아직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아래 마른 땅이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 때, 신들의 아버지 압수와 신들을 낳은 모체 티아마트가 자신들의 물을 한데 섞고 있었다. 신이 나타나지 않아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들이 그들 안에서 생겨났다.” 티아마트는 태초의 카오스에서 의인화된 소금물이다. 압수는 담수이다. 그들의 결합으로 안샤르와 키샤르, 즉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가 탄생했다. 이 신성한 부부는 메소포타미아 신전의 최초의 세 신, 하늘을 다스리는 아누, 인간의 운명을 주관하는 엔릴, 지혜와 원시 바다의 신 에아를 비롯하여 그 밖의 다른 모든 신을 탄생시켰다.(p.34)
저자 : 로랑 아베주
현대사를 전공하고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 역사에 대한 책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역사의 역사』, 『영광의 제조, 역사의 영웅과 반역자』 등을 저술했다.
저자 : 자멜 벵아씬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예술철학을 전공하고, 예술과 철학에 대해서 강의와 기고를 하고 있다.
저자 : 필립 씨에라
툴루즈에 있는 생 세르냉 고등학교에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 : 강현주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좋은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를 오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앗 시리즈' 『새콤달콤 셰익스피어 이야기』, 『새록새록 성경 이야기』 등의 청소년 도서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문둥이 성자 다미안』, 『남자들은 왜 사랑을 말하며 떠나는가?』, 『내 인생의 자전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차 한 잔』, 『아이의 진실』, 『현명한 여자는 자신감으로 승부한다』, 『마음의 치유』, 『인간관계의 심리학』, 『산은 내게 말한다』, 『커피(ABC시리즈)』, 『사랑의 속도를 늦추어라』, 『고스트 컴퍼니』, 『엄마,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이름』, 『나는 왜 이유 없이 아픈 걸까』, 『지도로 보는 세계 정세』,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왜 그렇게 말해 주지 못했을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