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끊어보자고요
안도 미후유 지음, 송현정 옮김 / FIKA(피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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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술이나 마약 등을 장기간 사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중독(addiction)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 ‘일 중독’이나 ‘사랑에 중독되었다’는 식으로 무언가에 너무 빠져 버린 상태를 표현할 때도 중독(-holic)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한다. ‘식중독’, ‘농약 중독’과 같이 음식물이나 약물 따위의 독성으로 인해 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경우에도 중독(poisoning)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 책 『잠시만 끊어보자고요』가 지칭하는 SNS에 빠져 일상 등에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를 독자 임의로 '중독'으로 표현했을 뿐, 저자 안도 미후유 역시 'SNS 중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가 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쾌감 혹은 만족감을 주는 것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게 되면 만성적 뇌의 질환으로서의 중독(addiction)을 의미한다는 의학적 판단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SNS' 중독란 표현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특히 ‘조절 능력의 상실’은 중독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의학계는 말한다. 조절 능력을 상실을 시작으로 건강을 잃고, 빚을 지고, 직업을 잃고, 소중한 가족관계를 악화시키며,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회까지 잃게 되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조금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대에 일어난 가장 놀랄 만한 혁명은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 혁명’이다. 출시된 지 10년 조금 넘은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닌다는 점에서 급격한 인기와 문화적 혁명을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컴퓨터가 가진 거의 모든 기능을 즉석에서 구동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일처리까지 끝낼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이 몰고 가장 큰 변화는 SNS라고 해도 될 정도로 SNS는 상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가입 현황을 보이고 있다. SNS 자체도 진화해 글-사진-동영상 등을 순식간에 주고 받는다. 누구나 정보를 받는 입장에서 전달하는 입장이 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인터넷 방송 진행자 등 온라인상에서 자신만의 캐릭터와 화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했다.

어디 그뿐일까. 누구나 SNS만 있으면 ‘6단계 분리 이론’처럼 여섯 명만 거치면 전 세계 모든 사람과 연결될 수 있고, 인터넷만 있으면 동서고금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도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21세기의 인프라이자 영향력 있는 무기이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임과 동시에 다양한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파트너다. 하지만 이점이 많은 만큼 안 좋은 점도 있다. 우리를 병들게 하고 괴롭히는 것 역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중독’과 ‘SNS 피로 증후군’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이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음을 좀먹는 SNS와 쓸데없이 많은 정보, 인간관계까지. 과연 이 중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는 지금이야말로 ‘끊어내기’가 필요한 때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끊어내기’는 아니다. 진짜 소중한 것과 이어지기, 이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생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지나친 연결로 인한 마음의 피로는 차곡차곡 쌓여간다. SNS나 인터넷뿐 아니라 나와 연결된 인간관계나 세상의 상식도 우리의 마음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이 책 『잠시만 끊어보자고요』는 잠깐 연결을 끊음으로써 정말 소중한 것을 찾는 47가지 방법을 담았다.

저자는 SNS, 인간관계, 부정적인 정보, 나쁜 감정 등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들과 ‘멀어지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더불어 정말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한 ‘이어지는 연습’도 함께 알려준다. 온종일 누군가와의 연결과 무차별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정보로 마음이 피폐해지는 와중에도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SNS나 뉴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고, 그 정보 때문에 일희일비한다. 정작 정말 중요한 ‘자신의 마음’은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저자도 한때는 ‘SNS 전도사’라 불리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그 덕분에 다수의 TV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SNS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인생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내버려 두고 쓸데없는 것에 온 신경을 쓰며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눈앞의 현실보다 손바닥만 한 세상에서 더 열심히 살았던 저자는 그동안 계속된 피로감의 원인이 의미 없는 수많은 연결과 정보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후 피로해진 마음을 다스리려 인터넷과 거리를 두고 모든 SNS 계정을 없애며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제한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 지나친 연결 속에서 피로해진 현대인의 나쁜 습관을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은 모든 연결에서 잠시 거리를 두는 연습을 제안한다. 스마트폰이나 SNS를 잠시 내려놓는 연습, 부정적인 정보와 신경질적인 사람을 멀리하는 연습 방법 등을 소개하고, 진짜 중요한 것과 가까이하는 방법을 함께 담았다. 이 책의 목적은 쓸데없는 것들을 ‘끊어내고’ 정말 소중한 것과 ‘이어지는’ 데 있다. 그래서 전반부인 1장부터 5장까지는 SNS나 정보, 인간관계처럼 지금까지 이어져 있던 것들을 끊어내는 방법과 함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는 ‘이어지지 않는 연습’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6장과 7장은 ‘이어지는 연습’을 주제로 자신의 마음과 더불어 진짜 소중한 것과 이어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장 쉽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아침 기상 후 한 시간과 취침 전 한 시간은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고 SNS는 물론이고 인터넷 자체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했다면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유해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면 된다. 친구가 올린 SNS 게시물에 부러운 마음이 들거나 신경이 쓰인다면 ‘좋아요’ 버튼을 누르지 않거나 쓸데없는 정보는 굳이 검색해보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나만의 기분전환 방법을 찾아보는 것 등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런 소소한 방법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건강한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모든 것을 단번에 끊는 올 디톡스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할 거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런 준비 과정 없이 갑자기 올 디톡스에 들어가면 부담스러운 마음만 커지고 오히려 뇌도 거부반응을 일으킬지 모른다.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 책도 빠르게 무리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조용한 장소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읽고 싶을 때 한 장씩 여유를 가지고 읽고,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만 따라 해도 충분하다. 이 책의 목적은 나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지키는 것. 오직 그뿐이다. 저자의 집필 취지에 공감한다면 인터넷과 SNS를 사용하는 모든 독자들이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중독이란 자신의 의지로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란 것을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방'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홀로 합숙의 목적은 나를 이해하는 데 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내 마음속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자.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업무상 파트너나 부부관계 등 특정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 현재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고 어떨 때 행복하지 않은지 등등. 노트와 펜을 준비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p.200)

 

저자 : 안도 미후유

1980년 도쿄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프리랜서와 창업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한 개척자이다. 게이오대학교 재학 중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로 유학을 가서 워크셰어링으로 일하는 방식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일본 대형 출판사에 들어가 7년간 근무했고,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책과 칼럼을 집필하며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노마드워크 스타일을 실천 중이다. KLM 네덜란드 항공, 인텔, SK-II 등 다수의 광고에 출연하며 일하는 여성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여행과 일, 배움을 주제로 한 온라인살롱 ‘Meet up Lounge’의 대표로 활동하고, 유료 서평 채널 ‘miffy의 Book Journey’에서 책을 소개하는 북프레젠터로 활약하고 있다.

 

역자 : 송현정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오랜 꿈을 찾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책을 통해 말과 생각, 그리고 사람을 잇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이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옮긴 책으로는 《앞으로의 남자아이들에게》, 《때려치우기의 재발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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