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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장갑 속 하트뿅 ㅣ 사과밭 문학 톡 10
고정욱 지음, 자몽팍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 『털장갑 속 하트뿅』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린이용 동화이다. 대략 초등학교 3~4학년용이라고 한다. 초등학생들에게 따뜻한 마음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더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교훈을 주는 동화이다. 원래 동화 자체가 어린이용이고 어린이의 마음에 감동, 훈훈한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도 옛날부터 동화가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위인전처럼 교훈을 주는 내용이 많다. 물론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동물을 등장시키고, 쉽게 풀어가기 위해 억지스러운 전개도 있지만 전래동화는 교훈이 목적이기에 구성이나 전개보다는 안에 담긴 메시지가 중요했다. 이런 것은 어린이들 마음에 동물은 친구다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고, 무섭거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애정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동물의 등장이 잦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동화는 겨울철 따뜻한 아랫목에서 뒹굴뒹굴 읽기가 좋아 어린이들의 감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되는 문학 장르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신문사들이 일년에 한 번씩 신춘문예를 실시하는데 동화나 동시가 꼭 들어가 있었다.
독자도 어렸을 때 많은 동화를 읽었다. 학교에서는 글짓기나 산수 등을 가르쳐도 동화 읽는 시간을 따로 두고 가르치지는 않았다. 때문에 아버지가 사다주신 동화책이나 세계명작전집에 포함된 동화를 많이 읽었다. 대부분 전래동화보다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들의 동화다. 이솝, 안데르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래동화보다 좋은 점은 이색적인 풍습이 많이 등장한 데서 더 호기심이 생겼고,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그때는 어린이 세계명작전집에는 세계적 대문호들이 쓴 소설이나 극작을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동화 형식으로 번안한 것도 많았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 등도 전집의 단골 메뉴였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그 내용은 생생하다.
특히 『로빈슨 크루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가 식사도 거르는 바람에 부모님께 야단 맞은 특별한 기억도 있다. 그때는 주인공이 무인도에 들어간 이유가 타던 배가 암초에 걸려 파손돼 겨우 살아남은 채로 들어간 것으로만 표현됐기 때문에 주인공의 직업이 어떤 것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상이고 노예를 팔기 위해 배를 탔다는 말은 없었다. 나중에 읽은 소설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 우연히 노예선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인용돼 있어서 유심히 읽었는데 거기에 노예선의 노예상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알게 됐다.
이 책의 저자 고정욱은 이미 중견 동화 작가인 것 같다.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문단에서는 꽤 알려진 듯하다. 저자의 동화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됐고,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집필해 왔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초등 중·고학년을 위한 그린애플의 동화 시리즈 〈사과밭 문학 톡〉 열 번째 책이다. 단편 동화 모음집 『털장갑 속 하트뿅』 역시 훈훈한 감동이 담긴 여섯 편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할머니를 걱정하는 손자, 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학교 청소를 시작한 아빠, 생명의 은인인 포장마차 주인을 위해 용돈을 내놓는 아이, 금은방을 습격한 강도에게 온정을 베푼 주인, 웹툰만 보는 아들을 위해 기발한 조언을 하는 동화 작가 아빠,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아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는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삶을 담아낸다. 가족애가 사라져 가고, 타인을 위한 봉사와 헌신이 그 빛을 잃어 가며, 나 혼자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많다. 가족보다는 친구, 직접 대면하는 친구보다는 온라인 게임으로 이어진 친구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가족은 인간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이 책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화로 주로 집필됐다고 이해된다. 이 책에서 성운이는 쇠약해진 할머니를 걱정하며 담장 아래 핀 꽃들에게도 할머니를 지켜 달라고 부탁한다. 또 성준이 아빠는 아들이 장애를 딛고 사회에서 제대로 교육받고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기른다.
화장실만 들어가면 함흥차사인 아들에게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지만, 결국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넓은 가슴으로 품어 준 엄마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가족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 주는 존재이며, 내가 잘되었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려주는 존재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 책을 읽으며 가슴 따뜻한 가족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은 이웃 간의 배려와 공감이 사라지고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연말이 되어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지갑을 열어 나눔을 실천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눈과 귀를 내 관심사에만 고정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 책 『털장갑 속 하트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는지도 모른다.
태민이의 아빠는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구해 준 포장마차 주인에게 고마움을 느껴 사례하려 하지만, 포장마차 주인은 “낡아 빠진 포장마차로 사람 목숨 구했으면 됐다.”며 한사코 거절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태민이의 마음을 녹였고, 결국에는 통장에 저축해 둔 용돈을 포장마차 주인이 푸드트럭을 구매하는 데 보태게 한다. 얼굴에 화상을 입고 삶을 포기한 민용이를 위로하며 지원하는 금은방 주인도 마찬가지다. 생면부지의 아이지만, 그는 기꺼이 손을 내밀어 민용이가 세상의 따뜻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저승 사자를 물리친 자개장」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의 부쩍 수척해진 모습을 보고 성운이는 아픈 할머니를 지켜달라고 해바라기와 예쁜 꽃들, 잡초, 그리고 자개장 속 십장생에게 부탁한다. 그날 밤 저승 사자들이 할머니를 저승으로 모셔 가려고 찾아오고, 십장생들은 기지를 발휘해 저승 사자를 물리친다. 할머니는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고 성운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기 위해 집을 방문한다. 그나저나 성운이는 할머니를 위한 십장생들의 활약을 알게 될까?
「아빠는 슈퍼맨」
성준이 부모가 성준이를 특수 초등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게 한 건, 세상을 살아가려면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성준이가 초등학교 입학한 뒤 아빠는 학교 선생님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 봉사도 한다. 어느 날 평화롭던 학교에 괴한이 침입하는데, 특수 부대 요원 출신인 아빠는 괴한을 온몸으로 진압한다. 학교에서는 고마움의 표시로 학교 성준이 아빠에게 청소 일을 위임하고, 학교는 더욱 반짝반짝 윤이 난다.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
태민이는 집안에 아들이 하나밖에 없어 양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기적인 아이로 자랐다. 그 결과 남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영화를 보고 나온 태민이와 아빠는 달려오는 트럭에 치일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도 포장마차 주인이 자신의 포장마차로 트럭을 막아주어 태민이와 아빠는 목숨을 구한다. 태민이는 영화 속 주인공과, 포장마차 주인의 살신성인한 행동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포장마차 주인에게 놀라운 선물을 전한다.
「금은방에서」
화재로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민용은 사회에서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결국 민용은 소년원에라도 들어가 보호받기 위해 금은방에 침입한다. 금은방 주인 역시 어릴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절지만 금은 세공 기술을 배워 금은방을 열었기에 민용이 남 같지 않다. 주인은 민용의 처지에 공감하며 종업원으로 일하게 하고, 금은 세공 기술을 배우게 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인도한다.
「기발한 기부금」
강혁이는 핸드폰으로 웹툰만 보다가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난다. 그런 강혁이에게 아빠는 자신도 어려서 만화만 봤다며, 만화야말로 사물 인식 교육을 하는 데 최고라고 말해 준다. 동화 작가인 아빠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서 유명해지자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한다. 아울러 아빠는 강혁이에게 웹툰을 보면서 포인트로 기부하는 방법을, 엄마에게는 후원 쇼핑을 통해 기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가족은 ‘기부’라는 주제로 더욱 가까워진다.
「화장실 도서관」
화장실만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안 하는 민식이.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민식이는 잘 꾸며진 책상을 두고 늘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다. 집중이 잘된다나 어쨌다나. 그런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학교 강연에 참석한 엄마는 작가의 조언에 깜짝 놀랐다. “엄마 의도와는 달리 민식이에게는 화장실이 자신만의 공간일지도 모른다.”라는 것. 엄마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자기 생각만 강요했음을 깨닫고, 화장실을 도서관으로 만든다.
글 : 고정욱
어린이 청소년 도서 부문의 최강 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이다.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각종 사회활동으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한 전공을 살려 『양반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등의 고전문학 작품을 현대화하기도 해서 총 32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고정욱 삼국지』는 필생의 역작으로,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 작품들을 새롭게 엮고 싶다는 수십 년의 열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책을 펴냈고 (약 330권),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으며 (약 450만 부), 가장 많은 강연을 다니고 (연 300회 이상)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자기계발과 리더십 향상에도 관심이 많은 작가는 독자들의 메일에도 답장을 꼭 하는 거로 유명하다.
그림 : 자몽팍
행복한 기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기억의 조각과 상상력을 더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통해 아날로그 공간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문화재단, 쌍용자동차, 행정안전부, 지학사 《독서평설》 등 다양한 매체에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