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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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대한민국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은 긴급 뉴스를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추구하는 데에 열려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천만 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가운데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겨울을 무기로 만들고 있으며, 사람들을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걸음마다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이 이어지는 한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 "우리는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이 같은 단결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단언했다. 전쟁 종식과 관련해선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이는 푸틴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는 옳은 일을 할 때에야만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 약속은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밤새 백악관으로 날아와 전투복 차림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지원 약속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독자로서는 멀리 떨어진 중서유럽 북쪽 러시아와 국경을 인접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라 2월 발발 때만 하더라도 관심은 대통령 선거와 팬데믹 상황에 관심이 더 쏠렸었다. 그러던 전쟁이 예상 외로 오래 끌고 우크라이나 임전 태세가 만만치 않다는 뉴스가 들릴 때까지도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발발 시부터 이미 원자탄에 의한 대량 살상무기 사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표하자 독자는 깜짝 놀랐었다. 우크라이나에 미국이나 서유럽 어느 국가도 참전하지 않은데 왜 무리한 무기 사용까지 언급했나 우려되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NATO 가입을 위한 무기 등의 지원은 있지만 자신들의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눈치는 보였다. 그러나 가스 공급이 막히고 서유럽은 에너지 부족으로 추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는 듯했다. 그 태도는 미국도 견지하는 듯하다. 정확한 정보도 없고, 국제 관계에 문외한으로서 더 이상의 전쟁 예측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전투는 연일 공습과 반격을 거듭한다는 이야기 외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듯했으나 급기야 젤린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책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세계적인 역사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마뉘엘 토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관련해 날카로운 정세 예측을 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독자는 처음 접하는 분이지만 꽤 유명한 저작자인 것 같다. 저자는 “푸틴은 과거 소련과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동유럽 전체를 지배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문제로 푸틴과 교섭해 타협하는 융화적 태도는 결국 히틀러의 폭주를 허락한 1938년 뮌헨회담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이 얘기는 독자도 여러 번 들은 듯하다.

 


 

서방측 미디어는 연일 이렇게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으나 과연 이와 같은 주장이 타당한가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는 답변 예측뿐만 아니라 근거를 제시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른 예측이라 정확한 국제 관계의 역학 관계를 잘 아는 저작자로 이미 정평이 난 분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마뉘엘 토드는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오히려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러시아가 명확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서방측의 처사가 이번 전쟁의 주된 원인이라 주장한다. 이 문제는 ‘미국의 뒷마당’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해서 미소 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갔던 1962년의 쿠바 위기와 더 유사하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본디 우크라이나 문제는 국경 수정이라고 하는 ‘지역적인 문제’였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무장화해 NATO의 ‘사실상’ 가입국으로 만든 데 핵심이 있으며, 이런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문제가 ‘글로벌화=세계 전쟁화’됐다. 사람들은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저자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우크라이나군이 강하게 저항할수록 러시아군은 공격적으로 격하게 대응하고, 이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의 개입이 한층 커져서 전 세계가 꼬리를 물고 구렁텅이에 빠지는 악순환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아도 무시무시한데도 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까. 독자는 우선 우리 살기 바쁜데 하며 외면하다시피 한 개인적 잘못은 그렇다 치더라도 언론마저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닥 반갑게 들리지 않는다.

 

 

에마뉘엘 토드는 또한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를 통해 서방측 미디어의 치우친 주장에 가려진 이면의 문제를 들추고, 나아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 향후 진행되는 세계정세, 전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 등 혼란스러운 현 상황에 대해 날카로운 진단과 견해를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에트연방 해체, 미국발 금융 위기, 아랍의 봄 등 문제적 예언을 속속 내놓았던 에마뉘엘 토드의 인사이트가 이번에도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는 사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신경 쓸 정도로 생업 후의 에너지가 남아 도는 사람은 아니다. 더욱이 국제 문제 역학이나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어서 뉴스를 통해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무신경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이 전쟁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제3차 세계대전의 빌미가 될 우려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로 지금처럼 ‘아마겟돈 위기’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고, “우리는 역사적 경계에 있다. 앞으로 10년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동시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미 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에 더 이상의 확전 없이 끝내기를 바라는 말을 책에 담는다. 저자에 따르면 전례 없는 세계사적 위기. 지금 가장 필요한 자세는 열을 식히고,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디스토피아로 치닫는 열차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류는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가 며칠 만에 단기 결전으로 끝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장기화되고 있으며 소모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인류는 끓는 물 속 개구리(boiling frog)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일방으로 치닫다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위험에 맞닥뜨리지는 않을까.

 


 

현대 최고 지성으로 손꼽히는 에마뉘엘 토드는 이런 사태를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에서 일찍이 예견했다. 이 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마자 일본에서 긴급 출간되어 이례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독보적으로 관련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번역 출간된 것이다. 저자인 에마뉘엘 토드는 세계적인 역사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 인구학자로, 과거에도 소비에트연방의 해체, 미국발 금융 위기, 아랍의 봄, 트럼프의 승리, 영국의 EU 탈퇴 등을 예측한 바 있다고 하니 그의 명성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이번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음은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그는 현 상황을 모노폴리 게임에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성 마비 상태라고 진단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현실의 냉혹함을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 우크라이나인과 국토는 점점 더 재기하기 힘든 진짜 아마겟돈의 상태에 빠지고 있다.

저자는 소련 붕괴 후 협정을 깨고 러시아의 군사적 세력권을 위협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촉발한 결정적 도화선이라고 판단한다. 나아가 현재 사태를 ‘세계대전’이라고까지 주장하는 데는 우크라이나 뒤에 영국과 미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힘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을 웃도는 저항은 바로 미국과 영국의 군사 지원의 성과라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상황에 대해 ‘강한 러시아가 약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약한 러시아가 강한 미국을 공격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이상 ‘장기전’, ‘지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나라의 운명, 더 나아가 인류의 운명을 예측하는 일이 간단하거나 힘의 논리로만 정학하게 예측되지는 않을 터다. 힘 이외의 인류 삶의 모든 면에서의 충돌이라고 한다면 힘의 논리 이외의 다른 축도 제시해야 한다. 저자는 또 다른 한 축의 문제는 지정학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고 감정적으로만 흘러가는 서구 미디어의 태도라고 지적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냉철한 논쟁과 분석이 사라지면서 이번 사태는 더 꼬이고 만다. 단순히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이념만으로는 침공 이면에 연쇄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본질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지금까지 왜 친러시아계 주민은 미디어에 일절 등장하지 않는지, 푸틴은 왜 극우 네오나치 세력 척결을 언급하는지, 우크라이나의 성명은 모두 진실한 반면에 러시아는 날조되었다는 전제로 시작하는지 등 여러 층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문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민주주의 vs. 전제주의의 싸움’으로 표현하며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가 진정한 진리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과 우크라이나발 정보에 전적으로 근거한 편협한 독선일 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일본 저널리스트 사이토 다카오) 이 책은 일방적으로 치닫는 현 위기 상황을 통찰하기 위한 대단히 무겁고 의미 깊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두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책의 표제어인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이고 2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인류학」으로 돼 있다. 글의 흐름이 제 3자적 입장을 견지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예측과 분석을 믿는 대로 따라간다. 물론 오랫동안 국제 정세나 국제 관계뿐만 아니라 인류학적 접근, 문화적 접근 등을 모두 고려해 분석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자칫 잘못 읽으면 러시아 측 편을 드는 듯한 느낌이고, 자칫하면 미국과 유럽 등에 경고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이 무게를 가진 이유이다.

 


 

저자 : 에마뉘엘 토드

1951년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 파리 국립인구학연구소(INED)의 연구원으로 사회학자, 인구학자, 역사인류학자이다. 파리정치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 시스템의 차이와 인구 동태에 주목하는 방법론의 최고 전문가. 일찍이 25세인 1976년 《최후의 몰락》을 통해 영아 사망률의 상승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를 예측한 최초의 학자이다. 그 후에도 계속 ‘문제적 예언’을 내놓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제국 이후》(2001)에서는 미국발 금융 위기를, 《문명의 융합》(2007)에서 아랍의 봄, 나아가 트럼프의 승리, 영국의 EU 탈퇴 등을 예언했다. 그의 주장이 ‘문제적 예언’으로 보이는 것은 출간 당시에는 반대가 대다수인 비주류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역시 ‘일반 통념에 반하는 소수설’에 기반한다. 그 외에 《샤를리는 누구인가?》, 《유럽의 발견》, 《새로운 프랑스》, 《문명의 충돌이냐 문명의 화해냐(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김종완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일본어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에서 일본어 강사로 재직 중이다.

-현재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일본어학과 출강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

-일본 와세다대학 일본어연구과 일본어교육 석사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전공 : 사회언어학, 담화분석 전공

 

역자 : 김화영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연구과 일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BK21 신진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 수원과학대학교에서 호텔관광서비스과 조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논하다』(공저) 『일본근현대문학과 연애』(공저), 역서로는 『일본근현대여성문학선집2-요사노 아키코』 『일본근현대여성문학선집9-미야모토 유리코』 『유녀문화사』 『세이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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