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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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누구에게나 삶 가운데 가장 큰일이다.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일이다. 조건은 사랑이다. 그 조건만 충족되면 나머지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조건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라는 것 이외에 많은 부수적 조건이 따른다. 집안이 문제 될 수도 있고, 조국이 문제 될 수도 있다. 종교도 결혼 조건에 포함될 때는 방해되기도 한다. 집단이나 사회의 문제 이외에도 결혼은 당사자 간의 문제에도 조건이 붙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 외모, 신체나 학력, 또는 건강과 성격 등 따질수록 많아지는 게 결혼의 조건이 된다. '사랑'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결혼이 이루어지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위대하다고 한다. 결혼 생활은 이후의 문제다. 잘한 일인지, 잘못된 결혼인지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때론 성공으로 기쁨과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때론 실패함으로써 좌절을 겪기도 한다. 불운을 만나고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결혼일 때는 일생일대의 큰 문제가 된다. 이 책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의 저자 박진서 또한 그랬다. 불임, 예상치 못한 부채, 가난, 남편의 시각장애 그리고 자신의 자율신경 실조증. 이런 연이은 시련의 시작은 ‘결혼’이었기에 그 선택을 후회하고 숨통을 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남몰래 애를 끓였다.

 


 

이처럼 삶의 좌절을 느끼게 된 원인을 생각하다가 잘못된 결혼을 이유로 떠오르면 현대 사회는 자유롭게 '이혼'을 허용한다. 두 사람의 합의만 있으면 법은 두말 할 것도 없이 허락한다. 두 사람의 합의가 없더라도 법적인 조건에 합당하다면 한 사람의 요구만으로 이혼을 허용하기도 한다. 삶에 절망하고 결혼을 이혼을 바꾸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저자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대신 어느 날부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운을, 그 불운으로 비롯된 고행과 같은 나날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과 마음의 소용돌이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세밀히 말하기 힘들지만 어디에든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속내를 풀어헤쳤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헌신, 희생이나 사랑 같은 말로 덧칠해 꾸미지 않는다. 혹자의 감상처럼 ‘습자지 하나 걸치지 않은 글쓰기’다. 그렇기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자책하고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는 현실의 인간, 즉 당신과 나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이유로 불행한 우리 모두가 저자의 글에 공명하며 위로받게 된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꿈꾸지만, 늘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어쩌면 저마다의 인생이 던지는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이 책에서 기대한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결혼을 한 뒤 연이어 고난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은 결혼이 잘못되어 고난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결혼을 버린다. 이혼의 이유를 묻는다면 '성격의 차이'로 혼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이다. 정말 그럴까? 크든 작든 수많은 문제들이 엉켜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생일대의 큰일인 결혼 생활을 포기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불거진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나름대로 신중하고 깊게 생각할 것이다. 이혼을 결심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말밖에 할 말이 더 있을까? 저자는 결혼생활 내내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했다.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한 채.

책에 따르면 결혼 후 혹시나 하고 찾은 병원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임 판정을 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큰 빚을 지게 되었으며, 남편이 시력을 서서히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부채 청산을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이유 없이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저자 자신도 자율신경 실조증(자율신경계 이상으로 통증, 현기증, 피로 등 이상 자각 증상을 느끼는 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한꺼번에 닥쳐온다면, 도저히 두 사람이 함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보통은 이혼을 생각할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든 또 다른 이유가 있어 결혼했든 말이다.

 

 

고난을 맞은 사람들은 “내가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경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자기 선택을 후회하거나 탓하고 원망할 사람을 찾기도 한다. 반면에 상대에게서 잘못을 찾아내고 자신의 잘못은 못 보거나 안 보거나이다. 못 봤든 안 봤든은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 된다. 저자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절친한 친구가 눈물을 보이며 “아까운 친구”라며 안타까워할 때, 저자 스스로도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해서 한때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였던 자신을, 자신의 인생을 아까워했다고 털어놓는다.

한때 저자는 TV에서 방영되는 〈효리네 민박〉과 같은 삶을 깊이 갈망하며 환경적 제약에 낙담했다. 그러다 자신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전원생활의 한 순간을 맛보는 듯한 평안을 느끼고 ‘효리처럼’이라는 열망을 잠재웠다. 저자는 말한다. 열망이 사라진 자리엔 깊은 상실감과 허탈함이 남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삶과 살아내야 하는 삶 사이의 간극을 아프지만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다고.

 


 

저자의 말대로 어쩌면 행복이라는 개념이 과대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말도 사실 실체가 없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말했지만, 행복도 불행도 그 기준은 천 명의 사람에게 천 개로 갈릴 수 있다. 삶에 대한 생각,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행복은 그리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닌 것이다. 불친절한 삶에도 저마다의 행복은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허탈함, 원망,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를 되짚는 사이 자신만의 행복과 작은 희망을 다시 발견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보듬고 치유하면서 깨닫게 된다. 인생이 기대를 배반하는 불운을 떠안겨도 불행하지 않게 살 수 있음을. 젊은 시절 한때 빛나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며, 또 누군들 지나온 자신의 인생이 아깝지 않을까? 저자는 이렇게 반문하며 현재의 삶을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주어진 운명도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불운이 덮친 삶을 온몸으로 부딪으며 버텨왔기에, 오랜 시간 동안의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해왔기에, 그리고 이런 저자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기에, 체념과 해탈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말들은 뜬구름 잡는 철학이 아닌 현실적 경험의 공유로 느껴진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 울림이 미치는 깊이와 너비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단번에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고단한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부부가 함께하는 의미를 찾고 진정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고난 앞에서도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삶의 트랙 위에 서야 하고, 내일 무너진다 해도 오늘은 일어나야 한다. 때로 자기 앞에 놓인 이런 삶을 살아내기가 버거운 우리에게 이 책은 공감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생생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저자 : 박진서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모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문예 창작과에 편입하여 잠시 주류 문학을 맛보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직업을 거쳐왔지만 글쓰기는 늘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것이었다. 더 젊은 날엔 글도 삶도 고통스럽게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겼으나 지금은 답을 미리 알아버린 사람처럼 여유를 부릴 줄도 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고향에 온 듯,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와 소소한 밥벌이를 이어가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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