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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의 기술 - 물러서지 않는 프로불평러의
러비 아자이 존스 지음, 김재경 옮김 / 온워드 / 2022년 12월
평점 :
독자는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신조어에 대해 불만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우리말 한글은 구조나 형태상 분류로 고착어에 해당된다. 고립어와 굴절어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어근에 접사(接辭)가 결합되어 문장 내에서의 각 단어의 기능을 나타낸다. 또한 어간에서의 어형교체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알타이제어가 대표적인 교착어이며, 한국어·튀르키예어·일본어 등이 이에 속한다. 첨가어라고도 한다. 언어를 구조나 형태의 관점에서 분류할 경우 교착어·고립어·굴절어 등 3종류다. 고립어는 낱말이 그 어떤 형태상의 변화가 없이 글 가운데 나타나고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는 어순에 의해 표시된다. 대표적 고립어로는 중국어를 들 수 있다. ‘我看書’(아간서)를 한국어의 ‘나는 책을 읽는다’와 비교해 보면 한국어에서는‘나’에 ‘는’이, ‘책’에 ‘을’이 첨가되어 ‘나’와 ‘책’의 문법적인 기능이 나타나 있다. 영어의 ‘I read a book.’에 있어서도 ‘I’는 ‘나’라는 뜻 외에 ‘는’(주격)의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어의 ‘我’(아)에는 ‘나는’이나 ‘I’처럼 문법적인 기능의 표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어에서도 대명사 대신 명사가 오면 그것이 어형상으로 주어라고 구별이 되지 않고, 중국어처럼 어순이 문법적으로 중요하다. 굴절어는 문장 속의 문법적 기능에 따라 단어의 형태가 변화하는 언어이다. 예를 들면, 라틴어 bonus(영어 의미: good)에서 접사 -us는 남성, 주격, 단수를 의미하며, 이런 특성 중에 하나를 바꾸려면 접사를 다른 접사로 대체해야 하는데, -um로 대체한다면 bonum은 남성 직접목적격 단수나 중성 직접목적격 단수 또는 중성 주격 단수를 나타낸다. 이처럼 세계의 언어는 구조나 형태상 분류는 각 언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변화할 때 변화의 모습 역시 다르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영어의 특성처럼 변화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말들이 많다. 아마 단어가 길고, 발음상 문제로 축약시키기 위해 영어를 따라 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자칫 우리말의 문법 체계를 혼란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언어는 변화한다. 한 세대, 혹은 한 세기, 또는 한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총합이 이루어져 변화해 간다. 이럴 때 문법의 파괴가 있더라도 문법 체계를 고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문법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그렇게 오래 변화한 말의 뜻을 인정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행어가 문법 체계에 맞지 않으면서 일시에 문법 파괴적인 요소가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행어는 한동안 사용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일시적으로만 사용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언어생활에 큰 문제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의 축약은 어느 시대나 있어 왔다. 특히 영어의 경우 이니셜로 표현되는 축약이 가능한 것은 단어의 뜻을 변화시키지 않고 이니셜만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말과 겹칠 이유가 별로 없다. 또 겹친다면 다른 축약 형태로 쓰면 된다. 그러나 여러 언어가 혼합된 형태의 축약은 쉽게 겹치지 않은 특성은 있지만 뜻이 한 번에 전달되지 않은데다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결국 그 말을 쓰는 원형의 언어가 문법 체계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점을 중요시 한다면 국적 불명의 언어의 혼용 형태의 말이 축약어로 발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축약어는 마치 우리말 한글과 영어가 혼용해 쓰고 있는 사회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 『반항의 기술』 부제에 붙어 있는 「물러서지 않는 프로불평러의」에서 '프로불평러'란 용어가 그런 느낌의 축약어다. 프로(영어)+불평(국어)+러(영어 어미, ~하는 사람)'의 형태로 혼용돼 있다. 즉 국어인 '불평하는 사람'을 짧게 줄여 '불평러'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에 영어 'er'을 붙여 '~하는 사람'이란 표현을 자주 하는데 이에 따른 표기법으로 보인다. 영어 원제는 'trouble+maker'로 돼 있는데 번역에서 '불평러'로 쓴 것이다. 이 용어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자주 쓰이기 때문에 번역자나 출판사 측의 뜻에 따라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언어 생활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다. 실제 독자가 읽어도 '불평하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오히려 불평을 숨기지 말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만 한글을 사랑한다면 가급적 우리말의 범위 안에서 더 고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독자가 제안하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표현한 측, 번역자나 출판사 측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말을 미리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러비 아자이 존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이다. 미국의 인종 차별은 아직도 미국 사회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자가 흑인 여성으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산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어디에 살든 인간의 삶은 하루에도 수십 번을 참으면서 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가면을 쓰지 않고 밥벌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그쪽을 선택했겠지만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해야 할 말을 참지 않고 사는 건 특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특권층도, 처음부터 넘치는 자존감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흑인이자 여성이며, 어린 시절 찬 바람 부는 ‘윈디 시티’ 시카고로 이주한 이민자이자 25달러짜리 운동화도 쉽게 살 수 없었던 빈민이었다. 역설적으로 프로불평러가 되기로 했던 건 바로 그 이유였다. 저자는 말하기나 행동하기가 망설여진다면 그때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며,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솔직한 글을 보러 찾아오는 독자들과 자기 효능감을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블로그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됐다. 트위터에서 한 말 실수로 미국 전역에서 뭇매를 맞았을 때도 책 쓰기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됐다. 차별적인 강연료 지급 관행 앞에서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됐다.
우리는 상냥한 사람이 되려고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말에 독자는 동의한다. 지금 저자는 미국에서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됐다. 자기에게 놓인 어려움 앞에서 ‘참지 않음’으로써 자기 영향력을 키운 모범사례다. 저자는 어떻게 예쁜 말만 하고 사느냐고, 내가 할 말을 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몫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상냥한 사람이 되기보다 ‘필요한 말’을 삼키지 않는,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압박을 견뎌 지금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정작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자기 자격을 의심하며 겸손을 떤다. 연봉 협상은 어떤가. 소박하게 희망 연봉을 제시하고도 침묵이 흐르는 5초를 채 참지 못한다. 이내 “어려울까요?”라며 저자세를 취한다.
이런 겸손은 실패와 실망이 두려워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성공이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한번 맛본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뒤따르는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저자 역시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릴 뻔했다. 10년 가까이 글을 써놓고도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에 비교하면서 자기에게 책을 쓸 자격이 있는지 망설였다. 수많은 강연을 했으면서도 TED 메인 무대 제의 앞에서 망설였다. 저자는 그럴 때면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 책에는 눈치 따위 안 보고 살았던, 그러면서도 주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좀처럼 주눅 드는 법이 없었던 할머니는 칭찬을 들으면 온몸으로 감사를 표하고 받아들일 줄 알았다. 저자는 가짜 겸손이 자기를 작아지게 만들 때면 스스로 후광을 비출 줄 알았던 할머니에게서 귀감을 얻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면 그건 지금까지 자기 노력의 결과다. 좋은 기회를 잡는 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는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의 목소리를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갈 때 우리가 많은 것들을 회복하고 또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자기가 있는 자리의 자격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를 다독인다. 두려움 없는 사람은 없다. 이 책에도 두려움을 없애는 법은 없다. 다만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고도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두려움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자신이 되어라〉에서 저자는 우리를 두렵게 하는 일들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공포에 맞서는 전쟁의 절반은 우리 자신과 불안, 스스로 지고 있는 짐들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2부 〈진실을 말하라〉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며 내게 필요한 것들을 위해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즉,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과 맞서는 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3부 〈그대로 행하라〉에서는 "당신의 행동이 당신 말의 진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말은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인용하며 침묵을 깨고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직접 행동하는 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말도 거칠고 요란하지만, 누구보다 친절한 이 나이지리아인을 친구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다. 나보다 더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니까. 이제 억울함에 복받치거나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을 때도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최고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에필로그' 「두려움 가득한 세상에서 빛을 발하는 용기」는 '프롤로그' 「프로불평러가 두려움에 맞서는 법」 못지 않게 명쾌하고 두려움 없는 그의 글솜씨를 보여준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삶을 살면서 확실히 배울 수 있는 교훈이 하나 있다면 그건 삶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만큼 무서운 게 없다. 지금 당장 확실한 건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는 언제든 그 불안에 잠식당할 수 있다. (중략) 우리의 목표는 부정적ㅇ니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를 잡아먹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p.313~315)
이거 하나는 기억하자. 우리는 결국 ‘인간’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낙하산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이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프로불평러에게 지지를 보내는 대신 침묵을 지키면서 이따금 공허한 빈말만 던진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가서 “와, 그 얘기 꺼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라고 말해봤자 빈말 잘하는 진상밖에 못 된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는 말인 게 뻔하다. 그리고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 말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제 회의 시간에 지지해 주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p.127)
종종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라고 “영감”을 주는 문구를 서로 공유하고는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비욘세의 하루도 당신의 하루랑 똑같이 24시간이다.” 아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욘세 본인조차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욘세의 하루는 240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삶이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갖가지 일을 처리해 주는 사람이 10명은 있을 테니까.(p.255)
저자 : 러비 아자이 존스(Luvvie Ajayi Jones)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8년 차 블로거, 팟캐스트 진행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설가이자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TED 강연 [편하게 불편해하기]로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23개 언어로 번역된 이 강연은 조회수 870만 회를 넘겼고 이는 역대 TED 강연 중 조회수 상위 1%에 해당한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스포티파이, 나이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기업은 물론 칸 국제광고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등의 유명 콘퍼런스에서도 연사로 활동했다. 2018년 2월부터 이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다운로드 수는 300만 건을 넘겼다. 애플 팟캐스트의 ‘주목할 만한 콘텐츠’에 선정되었고 ‘용감한 여성들’ 컬렉션에도 포함되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특집 팟캐스트’로 선정됐고 에미상을 수상한 NPR의 미셸 마틴은 ‘꼭 들어야 하는 팟캐스트’로 꼽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두려움이란 스스로 지고 있는 짐’이라며, 눈치 보지 않는 ‘프로불평러’가 되라고 말한다. 이 ‘두려움 극복 매뉴얼’은 출간 직후 아마존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수많은 매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NPR, 《포브스》, 《포천》, 《시카고트리뷴》 등의 매체에서도 주의 깊게 다루었으며 출간 이후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독자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역자 :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텍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포스트트루스》,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공역), 《2050 거주 불능 지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