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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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클래식을 듣게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 속처럼 뿌옇고, 가슴속은 음표와 물음표가 혼재돼 있다. 클래식을 좋아해서 클래식 방송이나 CD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곡을 해석해주고 에피소드를 설명해주는 말을 들었지만 곡을 듣는 순간 뿌옇게 흐려져 잘 기억나지 않는다. 또 서양음악사 책을 보면 서양음악사의 흐름을 대체적으로 알게 되리라는 기대로 여러 권 읽었지만 홀로 되새겨보려 하면 혼란스럽고 읽었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기억력이 한참 좋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읽지 않아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때 읽었던 문학 작품은 상대적으로 잘 기억나기 때문에 이런 생각도 해본다. 독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의 저자 최은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잔한 클래식 선율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의 말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일 저녁 8시에 방송을 통해 만나는 사이다.

저자는 "많이 들어본 음인데 곡명은 모른다. 왜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진 후 가사 없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선율, 어려운 곡명과 형식, 작품번호, 뜻 모를 악상기호 같은 진입장벽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클래식도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재미와 감동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즉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도 그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형식은 어떤지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작품의 중요한 주제 선율을 기억하지도 못한 채 음악을 듣는 것은 마치 소설의 등장인물 이름도 모르면서 소설을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자의 비유가 매우 적절하다고 공감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이 책에서 400여 개 가까운 연주 클립들을 편집하는 막대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클래식 음악 감상서로서 이 책만의 가장 큰 장점은 명곡을 바로 들으면서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완성된다.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클래식 음악평론가인 저자가 클래식 입문자는 물론 애호가들도 클래식 명곡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줄 획기적인 책의 이름이 이렇게 탄생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매일 저녁 KBS 라디오 클래식 FM에서 〈FM 실황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클래식 명곡들의 배경과 주제 등을 유려한 문체로 알려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들을 수 있는 400여 개 가까운 연주 클립들을 큐알 코드 형식으로 실었다. 이 책에는 각각의 명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곡을 들을 수 있는 음원이 큐알 형식으로 삽입되어 있다. 어떤 악곡에서 제1주제가 무엇인지, 그 주제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어떤 악기로 연주하는지 전곡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악곡의 주요 부분을 편집한 음원 큐알을 찍어 악장별, 주제별로 연주를 바로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주요 클래식 명곡들의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귀로도 직접 확인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많이 들어본’ 클래식 명곡들이 이제는 ‘잘 아는’ 클래식 명곡이 되고, 잘 알게 되면 클래식이 자연스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클래식 입문자들이 클래식 명곡에 접근해가면 좋을 순서에 따라 크게 5부로 구성됐다. 목차의 순서대로 그냥 쭉 읽기만 해도 처음 클래식 명곡을 듣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용어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해 악곡의 주요 형식과 작곡기법의 핵심용어들, 음악작품에 자주 나오는 나타냄말들도 팁 형식으로 담겨 있다. 천재음악가들이 명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이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명곡들을 이해하게 하는 또 다른 재미다. 클래식을 몰라 주눅 든 사람에게도, 클래식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클래식을 보다 더 재밌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1부 「악기 소리가 좋아 클래식에 빠지다」에서는 음악 사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현악기는 물론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등의 건반악기, 플루트와 오보에 등의 여러 관악기까지, 흔히 클래식 음악에서 접할 수 있는 악기들을 위주로 설명한다. 2부 「협주곡으로 입문하는 클래식」에서는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함께하는 협주곡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대표적인 협주곡 명곡과 작곡가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악곡의 주요 부분을 직접 들으며 협주곡의 형식과 주제에 대해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 「짧은 관현악곡으로 오케스트라와 친해지기」에서는 아직은 교향곡 전곡 감상이 어려운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해 비교적 길이가 짧은 서곡이나 모음곡 등의 관현악곡을 들려준다. 이제 막 협주곡으로 클래식에 익숙해진 이들이 오케스트라와 친해지는 데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이다.

 

 

이어 4부 「클래식의 웅장함을 전하는 교향곡」에서는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가장 대규모 작품인 교향곡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교향곡 감상에 앞서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악기편성에 대한 소개,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 대표적인 교향곡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 등을 담았다. 5부 「클래식 감상의 종착지, 실내악」에서는 실내악의 정의와 악기편성, 그리고 처음에 들으면 좋을 만한 실내악곡들을 엄선해 해설을 실었다.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뜻을 전달하기 위해 수식어를 붙였지만, 1장에서는 악기(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하프시코드), 2장에서는 협주곡, 3장에서는 관현악곡(오케스트라), 4장에서는 교향곡, 5장에서는 실내악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 '지은이의 말' 「클래식 명곡 듣는 귀를 열어드리겠습니다!」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려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자꾸 들으면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맹목적인 반복 청취만으로 과연 클래식 음악이 금방 좋아질까? 못 알아듣는 외국어를 반복해서 듣는다고 해서 그 뜻을 전부 깨치는 것이 아니듯 음악도 마찬가지다라고 비유를 통해 맹목적인 듣는 것만으로는 깨우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제1주제', '변화', '연주' 등을 머릿속에 떠올려 가면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수없이 발견되는 큐알코드는 악곡의 주요 부분을 편집한 음원을 넣어 둠으로써 '들으면서 이해하는' 음악을 해설한다. 독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설명한 글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그 주제를 들을 수 있도록 했으므로 읽으면서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꾸몄다. 빠른 시간 내에 클래식에 친숙해지는 방법을 복합 처방한 셈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책상 위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즉각 사용할 생각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선율이 우리를 꿈의 세계로 안내하듯 감미롭다. 독자는 음악을 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는 한 번씩 들었던 바이올린 소리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물론 당시 어른들은 바이올린 소리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깽깽이'라고 소리도 듣기 싫다고 했다. 우리 악기가 아니라고 해서였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당시 음악 특히 서양음악을 하는 집은 꽤 부잣집이 많았는데 그래서 질투심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당시 어른들 귀에는 싫은 소리였지만 독자가 듣기에는 매우 감미로웠다. 음과 음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만드는 조화였는지 모르지만 피아노 소리나 타악기 소리보다 훨씬 좋다고 느꼈다. 저자는 '맑은 소리'가 좋았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끌리는 소리가 있다는 저자는 그 소리가 악기 소리라면 그것이 음악 사랑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유연한 곡선미와 정교한 모양을 갖춘 바이올린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바이올린의 가냘프고 섬세한 외양만 보면 그 소리가 그리 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 작은 공예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기대 이상이다. 바이올린은 미세한 떨림부터 강렬한 톤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다양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역사상 여러 위대한 음악가들이 바이올린을 위해 훌륭한 명곡들을 작곡한 것도 이 악기의 놀라운 표현력 덕분이리라. 그뿐인가. 바이올린은 여러 대의 악기들이 함께 연주해도 소리가 잘 어우러지므로 합주에도 매우 적합한 악기다. 아마도 바이올린이 없었다면 현악기군을 중심으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누가 이토록 훌륭한 현악기를 발명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6세기 즈음 이 아름다운 바이올린은 우리 앞에 나타났다.(P.20)

 


 

마지막 장(章)에서 저자가 〈실내악을 감상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 적었다. 이에 따르면 '실내악'이란 말을 이탈리아어로 하면 'musica da camera'다. '카메라(camera)',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가리킨다. 그럼 방에서 연주하면 모두 실내악이 되는 걸까? 여기서 '카메라'를 편의상 '방'으로 번역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활공간으로서의 방이 아니다. '카메라'는 고위 귀족의 궁전에 마련된 홀을 뜻한다. 18세기 귀족의 자택을 배경으로 하는 영황에서 간혹 이와 비슷한 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높은 천장에 멋진 피아노나 혹은 하프시코드, 아름다운 의자들이 놓여 있고, 가발을 쓴 하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그런 멋진 방 말이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귀족 저택의 카메라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바로 초기 실내악이다,

실내악은 작은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심포니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 연주자도 적절치 않고, 소리가 너무 강한 악기도 어울리지 않을 터다. 피아노나 하프시코드 같은 건반악기에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들, 몇몇 목관악기 주자들이 10명이 넘지 않는 정도의 규모로 함께 연주하는 앙상블곡이 실내에 더욱 적합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매혹적인 선율을 들으며 친교를 나누는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듣는 음악, 그것이 실내악이다. 그런데 초기의 실내악은 기악곡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성악이든 기악이든 작품의 형태는 다양했고, 연주자가 10명이 넘는 규모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연주자가 반드시 한 파트만 연주하지 않는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1760년 경에 하이든과 보케리니는 한 연주자가 고유의 한 파트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현악 4중주곡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근대적인 실내악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었다.(p.390~391)

 


 

술이나 마약이 없이도 도달할 수 있는 도취의 세계, 타인의 위로 없이도 닿을 수 있는 치유의 세계! 탁월한 강의와 방송을 통해 이미 수많은 클래식 문외한을 열혈 애호가로 변신시킨 최은규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이 마법의 세계를 엿보는 독자들을 단번에 성문 안으로 이끌어들인다. 악기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설명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이 독자들은 독주곡, 협주곡, 교향곡, 실내악에 이르는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를 어느새 다 이해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이토록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 책이라니! 독자를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성장시켜가는 목차의 전개 방식도 대단히 매혹적이다. 입문자뿐 아니라 내공을 쌓은 애호가도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 이용숙 (음악평론가)

 

그 누구보다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경험과 음악학자로서의 연구력을 갖춘 최은규 음악평론가의 글은 언제나 신뢰감을 준다. 그간의 축적된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 책은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정확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음악감상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정통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처음 예술음악 세계에 입문하려는 초보자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 오희숙 (음악학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저자 : 최은규

 

바이올리니스트, 음악 칼럼니스트, 방송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1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와 성신여대에서 관현악 문헌을 강의했으며,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클래식 대중강연을 진행하며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데 힘썼다. 연합뉴스 클래식음악 전문 객원기자를 역임하면서 음악평론 활동을 해왔고, 여러 매체에 클래식 음악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2018년부터 KBS 클래식FM의 〈FM실황음악〉과 〈실황특집중계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베토벤》 《교향곡》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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