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위대한 고전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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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먼저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배워왔다. 배우는 마음, 겸손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어렸을 때는 배운 대로 실천했고, 이제야 그 뜻을 알았다. 모두 삶을 위해 쓰여졌고,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선조로서, 후손들에게 전할 말을 책으로 남긴 것이다. 그것도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썼고, 당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때는 동의하지 않았을지라도 후손들이 그 탁월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손에 쥐어진다.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이 말은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이 문장처럼 생각과 행동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책에 담긴 30명의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각자 삶의 문제에 맞서 사유하고 행동했으며, 끝내 그 답을 찾아 기록했다.

이 책 『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저자 이준형이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통찰을 모아 엮었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철학책은 매우 따분하고 생각은 많이 해야 하고... 이런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도외시하기 십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세의 삶을 위해 당대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깊은 사색과 연구 끝에 얻은 지혜를 받아들이는데 왜 싫어하는 걸까? 우선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삶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 모여 잔치하는 것처럼 단어들도 뜻이 모호한 게 많으니 쉽고 편리하게 사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어필되지 않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삶의 지혜를 꾸준히 쏟아낸다. 서양 철학의 시작인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현대 시점까지 알마나 많은 철학자들이 우리 삶을 지혜를 알아내기 위해 힘을 쏟았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들의 업적을 읽기만 해도 평생 다 읽지 못할 정도 아닐까.

 


 

이 책은 철학 고전 30권을 1권당 7~8페이지로 압축했다. 끝까지 읽기 어려운 고전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여 철학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이렇게 철학에 재미를 들이는 것이 그나마 철학에 다가가는 옳은 길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이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삶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 책을 통해 단지 생각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개인의 삶과 시대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용기 있는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구에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집필 이유다. 특히 여기 소개된 책들은 길고 긴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고전이다.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책부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책,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 등 살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인 동시에 우리 삶을 바꿀지도 모를 고전을 담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과거의 철학자들이 겪은 문제들이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개인적인 내면의 고민은 물론이고 지도자의 부패, 언론의 변질, 사회 불평등 현상 같은 정치·경제·사회 문제까지, 수천 년간 반복되는 삶 곳곳의 숙제들이다. 이 문제들을 먼저 경험하고 고찰한 철학자들은 지금 내 삶에 필요한 답을 주고, 지금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해결책을 조언한다. 저자는 "철학은 그저 고전이 아닌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관통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해주는 귀한 인생 수업이다"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부터 니체,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비트겐슈타인 등 위대한 30권의 고전을 통해 철학을 알고, 사유하고, 행동하면 그것은 곧 내 삶의 기술이 될 것이다. 행동하는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생의 긍정적 동기 부여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이준형은 책의 '서문'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각자 삶에서 ‘짜라’를 찾는 여정」에서 "여기 소개된 책 중 일부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담긴 책이며, 또 일부는 읽는 이의 삶을 바꿀 만한 조언이 담긴 책이다"고 말한다. 철학 고전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쓰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치밀하고 엄격한 논리 체계를 가진 탓에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점도 저자는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경우든 철학 읽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런 난점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은 각각의 고전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즉 구성을 독특하게 바꿨다는 것.

첫 번째 부분에는 저자의 삶과 그 책을 쓴 배경을 적었고, 두 번째 부분에는 책의 요약을 담아두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에는 해당 고전이 철학사 혹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들 세 부분은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독자들이 이를 참고하여 읽는다면 각각의 고전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이 '서문'의 제목에 연관된 얘기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너는 당장 짜라를 읽어봐야겠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과 진로에 관해 얘기하다 들은 말이라고 한다. 그가 말한 '짜라'의 정체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그 말의 뜻을 그때는 백 퍼센트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됐다는 뜻이다. "너는 너로 살아야 한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삶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의미 있는 철학 명저」, 2장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용기 있는 철학 법칙」, 3장 「지금 우리 사회 문제에 답을 주는 통찰력 있는 철학 명저」, 4장 「후대 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가치 있는 철학 명저」, 5장 「철학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불멸의 철학 명저」로 구성돼 있다. 서양 철학사처럼 연대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대에 흐름에 따른 순서도 아니다. 저자가 임의대로 철학이란 학문이 갖고 있는 고유 특성에 따른 구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삶의 방향, 변화, 통찰력, 후세에 영향, 불멸의 명작 등이다.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철학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를 알아보기 쉽게 저자가 구분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장에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을 비롯한 6권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츠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1975),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존 롤스의 『정의론』(1971) 그리고 파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 등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철학에 입문했음을 밝힌다. 진정한 주체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짜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고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당연히 이 장에 소개될 터다.

 

 

변화를 시도한 용기 있는 철학 명저에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1792년 여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쓴 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롯한 5권의 책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1848)을 비롯한 교육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장 자크 루소의 『에밀』(1762), 그리고 그네 데카르트의 『성찰』(1641)과 존 로크의 『통치론』(1689)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저서들이 지닌 의미는 물론 저자들의 철학사적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돼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공산당 선언』에 주목했다. 이 책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은 물론 읽어서도 안 될 '금서'였다. 독자도 이런 책을 두 사람이 썼다는 사실만 알았지 한 번도 제도로 읽어본 적이 없다. 80년 이전까지는 정식 출판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 따르면 『공산당 선언』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인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계급 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되돌아보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두 계급의 등장과 충돌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변화를 살핀다. 지금까지 역사는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근본적인 '경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시대의 전환이 계급 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변화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대별로 대립하는 계급이 존재했는데, 고대 로마에서는 세습 귀족과 노예가 있었고, 중세 시대에는 봉건 영주와 농노가, 자신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였다.

 


 

3장에서는 ‘통찰력 있는 철학 명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1532),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 변동』(1981),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186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1921),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 등 6권의 고전이 제시된다. 4장에서는 가장 많은 8명의 철학자의 그들의 저작이 각각 1권씩 소개된다. '68혁명'의 불꽃을 품고 열린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역설한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1975), 게오르크 헤겔의 『역사철학강의』(1837),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 바뤼흐 스피노자의 『에티카』(1677),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1714),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1927),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400년경),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1651)이 각각 소개된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은 권력의 감옥 체제가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셀 푸코는 특히 권력이 지식과 결탁하여 자신의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가 공장, 군대, 병원, 나아가 감옥과 유사한 모습을 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권력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학문만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학생들에게는 은연중에 권력의 가치관을 주입함으로써 모두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존재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많이 들었던 말처럼 들려서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독자에게만 드는 것일까?

또 『역사철학강의』에서 헤겔은 인간의 사유가 의식에서 시작해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진보해 나아가는 과정을 ‘변증법’ 의 논리를 통해 설명한다. 그의 변증법은 정립과 반정립, 종합의 세 단계로 나타나며, 우리는 흔히 이 과정을 ‘정반합’이라 부른다. 나아가 헤겔은 정반합의 변증법을 역사의 흐름에 적용한다. 헤겔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역사가 이성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설명하며, 역사를 이성적으로 진행시켜온 힘을 ‘세계정신’이라고 일컫는다.

 


 

마지막 5장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토마스아퀴나스 등 서양철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과 그들이 남긴 명저들이 함께 소개된다. '서양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크라테스 등 대철학자들이 왜 뒷장에 배치됐을까? 저자의 심경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독자처럼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름도 들어보고 대략 잘 아는 인물이고 그들의 저서 또한 유명해서 철학책을 한 번쯤 읽은 사람은 잘 아는 내용이어서일 것 같다. 또 몇 번이고 철학책을 읽으려 시도해본 독자들도 가장 잘 아는 부분일 테니까. 그리고 저자의 의지는 꽤 합리적 의지로서 설득력이 크다.

 

돈도 빽(?)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오로지 두 가지뿐이다. 처음부터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나거나, 꽤 괜찮은 재능을 멋지게 갈고닦으며 될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만약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가진 재능의 빈틈을 부지런해 채워야 한다. 사람들이 언제 그 재능을 알아봐줄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여기 그 불안의 시간을 참고 견디며 역사상 누구보다 위대한 철학자로 거듭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18세기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이다.(p.266)

 

저자 : 이준형

 

콘텐츠 파는 서비스 기획자.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지식콘텐츠 분야의 서비스를 만드는 IT 기업의 기획자 겸 PM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하루 10분 인문학》과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첫술에 맛있는 철학》을 썼다.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과 인문독서 서비스인 ‘언리드북’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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