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은 '지구종말론'의 징후라는 말이 조금씩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물론 호사가들의 말 잔치쯤으로 여겨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과학자들의 지구 온난화에 의한 빙하가 녹아 바닷물 상승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지구 생명체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본다면 지구종말론이 말 만드는 사람들의 지나친 예상인 듯 싶다가도 다시 한 번 귀를 쫑긋하게 된다. 특히 지구상에 하루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전쟁도 지구 종말론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요인이긴 하다. 인종 차별도 종말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즉 외계에 의해 지구가 종말을 맞는 게 아니라 지구 내부 요인, 그중에서 이익 앞에 눈먼 인간이 저지른 수많은 행위가 중요 요인일 수 있다는 말은 힘이 좀 실리기도 한다. 세계의 패권국가 미구과 중국의 힘 싸움, 핵무기의 증가 등 지구촌은 단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다. 미국의 우주탐사 계획도 이런 의미에서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지구 종말에 따른 장기 계획일 수 있다는 말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루로 묶인 지구촌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인간의 마음이 점점 안으로만 움츠려들 때라서인지 상상이나 공상 과학 소설의 장르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SF소설은 지금 문학 출판계의 대세인 듯하다. 발행량을 보아도 셀 필요도 없이 서점 가판대에만 가도 금세 파악이 가능하다. 국내고 외국 번역본이든 가리지 않고 SF소설이 압도적이다. 아날로그 감성에 젖을 수 있는 소설은 이제 도서관 고문서관에서나 찾을 때인 듯하다. 독자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긴 했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1년 처음 소설로 출간한 〈파운데이션 Foudation〉 시리즈는 지난해 미국 애플TV플러스의 미드로 다시 태어났다. 은하제국을 통치하는 인류들의 이야기를 엄청난 세계관으로 구성한 스토리로, 애플이 넷플릭스를 이기기 위해 2,000억원을 베팅했다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방대한 우주시대의 3만년 인류 역사를 담은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SF 영화 [듄 Dune] 역시 프랭크 허버트 작가가 1965년부터 1985년까지 일생에 거쳐 집필한 총 6부작 소설이 원작이다. 머나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액션 판타지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는 한국의 경우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겨우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히트 이후 급작스럽게 SF 소설이 우후죽순처럼 출판돼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독자가 느닷없이 SF 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이 소설 『제 3지구』와 연관이 있어서다. 저자 영화감독이고 이 소설은 그의 첫 소설 작품이다. 영화감독 윤재호의 첫 소설 『제3지구』는 앞서 언급한 현실에 도전장을 내민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시대를 맞아 글로벌 슈퍼 IP의 비전으로 집필한 한국산 스페이스 오페라 SF소설이 출간된다. 실제로 소설 『제3지구』는 예상치 못한 소재와 배경, 스타일과 전개가 돋보인다. 이 책에 대해 영화배우 장동윤은 "소재 자체가 독특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영화화 된다면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라고 추천평을 썼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1%의 엘리트들을 위해 나머지 99%의 노동적 희생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은 제3지구의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다. 자본의 굴레에 갇혀,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죽을 때까지 반강제적으로 요구되는 서민들의 희생은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바탕으로 ‘제3지구’라는 SF 판타지 시리즈는 기획되었다. 시리즈의 이야기는 좀 더 광대하게 펼쳐지는 판타지 대서사극이다.

『제3지구』는 오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던 최후의 인류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중심은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인류의 200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엔 1%의 엘리트층의 음모론과 신분제로 인한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빈부격차와 독재 정치를 다루고 있으며, 음모론의 주체는 인간이 아닌 인간을 가장한 외계 생명체들이다. 외계생명체는 최후의 인류가 발견한 행성에 인간보다 먼저 정착한 외계 왕국의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리더는 극비리에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그후 그가 고안한 독재 정치와 신분 제도와 미래 우주에서의 지구인과 외계인의 공존의 삶이 『제3지구』 세계관의 바탕이다.

 

 

요즘 서점가를 비롯하여 OTT, 극장 할 것 없이 SF가 대세다. 아이작 아시모프부터 김초엽까지 많은 SF 소설들이 앞다투어 영상화되고 있으며, 대중들은 이에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독자의 SF에 대한 독서와 경험이 짧기 때문에 SF 소설에 대한 평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았다고 SF의 세계를 모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면 앞으로 읽어도 얼마든지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또 어쩌면 세상 문화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SF 비애호가인 독자가 놀랄 만큼 대세로 자리잡았다. 사실 SF는 초기에 일부 독자들에게만 인기 있는 대중문화의 작은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가며 현재를 통찰하게 하는 장르로 성장했다.

높은 오락성으로 마니아층을 모은 SF는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왜 쓰고, 왜 읽는가”에 대해서 독자와 작가가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며 성장해왔다. 시대에 맞춰 확장하고 변화하는 SF를 보며, 소수를 위한 장르가 어떻게 시대정신이 되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이는 어떻게 우리가 시대적 요구에 유연하게 답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를 배울 실마리를 제공한다. SF적 사고력이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현재의 경제·인종·성·이념·환경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입증되는 지금, 이런 문제를 극복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지식체계가 아닌 그 너머의 생각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SF는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이동신 서울대 교수(영문과)는 『SF, 시대정신이 되다』란 책에서 "과학이 설명하는 어떤 세계 너머의 과학이 있어야만 한다. 아니면 과학 밖 실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칙상으로 이 실험적 과학이 불가능하고 실제로 알려지지도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소설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면서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많은 현상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아니면 너무 거대한 일이라서 과학이 그것을 충분히 설명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철학이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문학도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는 SF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F가 대세인 시대 SF문학은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제3지구』에서 지구가 더 이상 인간 등 생물이 살기 어려워진 환경이 되자 지구를 버리고 인간이 살 만한 곳을 찾다 두 개의 위성(달)을 가진 화성 크기지만 화성이 아닌 태양계 행성을 발견한다. 이 책은 이들이 정착 후 200년이 지난 시점이다. 발견 당시 정착하기 위해 탐사한 후 결론에 이른다. "사막 아래에는 지하수가 풍부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밤만 잘 버티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충분했다. 이들은 극도로 습한 위험 구역인 우림지대가 아닌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정착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막에서 나오는,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노메탈과 나노크리스탈 자원 덕에 첨단 기계 문명이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다. 이 미지의 자원 덕분에 인류는 불리한 기후와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곳을 〈제3지구〉라 불렀다."(p.4~5)

 


 

미래 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액션 판타지가 이 책에서 펼쳐지는 장면이다.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적인 요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표지나 각 장마다 등장하는 괴물(?)의 실체는 외모만 우리 인간과 다른 모습이지만 인간이 가진 각종 감정과 사고 능력 등은 비슷한 것으로 보아 괴물에 대한 인식도 앞으로는 바뀌지 않을까 추측도 해본다. 오히려 인간은 내가 잘살기 위해 남을 짓밟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했고, 지구로부터 추방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 이 행성으로 옮겨 와서도 본성과 본능의 유전자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이런 인간의 성질은 양심의 지배를 받을 경우 선한 인간이 되지만 양심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우주 괴물과 다를 바 없다.

이 새로운 행성에서도 권력다툼, 자기이익 추구, 전쟁, 살생 등은 줄줄이 이어지고, 노예와 왕이 있는 지구의 오래 전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마치 인간은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벌을 받는 행위를 계속하는 유전적 한계가 있는 것처럼... 갑자기 미국의 독립 이후 서부 개척이 백인 우월주의와 맞물리며 원주민,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생명을 경시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는 희생을 치렀다"고 말하는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냉혈한 페르다인도 사랑 앞에서는 괴물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부분도 있어 이 행성의 미래에 한 줄기 빛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독자가 읽기에는 괴물은 외모가 인간 기준으로 흉칙하게 생겨서 괴물이 아니라 권력자가 오래 권력을 누리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 우리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폭군, 독재자가 저지른 만행들을 생각해 보면 지금껏 우리가 상상해낸 괴물에 비하면 장난감 인형에 불과할 정도로 악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즉 그들이 괴물이었다는 점을 이 소설을 읽으며 깨우칠 수 있었다. 권력욕, 탐욕 등은 유토피아도 지옥으로 바꿀 정도로 크고 엄청난 위력으로 인간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히콘은 산성으로 된 침액을 내뱉는 머리가 두 개나 있는 데다 독침을 쏘는 꼬리가 있어 아구라보다 더 위험한 짐승으로 불린다. 항상 여럿이 모여 다니기 때문에 히콘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벌의 몸통에 독수리의 날개를 붙여 놓은 듯한 히콘은 사람보다 두 배는 컸다. 탕! 탕! 타다다다! 군인들은 날아오는 히콘을 향해 총알을 갈겼다. 렌쳉의 총알은 히콘 한 마리를 땅으로 추락시켰다. 머리 하나가 터졌지만 남은 다른 하나가 강하게 저항했다. “아악!!” 헤나는 히콘의 침액을 맞은 동료를 보았다. 그의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었다(p.303)

 

저자 : 윤재호

 

“소설로 방향을 바꾸면서 나의 상상력은 절대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부산 출신의 윤재호 감독은 프랑스 낭시 보자르, 파리 아르데꼬, 르 프레느와에서 미술·사진·영화를 공부했다. 2011년 단편 다큐멘터리 <약속>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장편 극영화를 집필했다. 2013년 단편 <돼지>가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2016년에는 다큐멘터리 <마담B>와 단편 <히치하이커> 두 편의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 선정됐다. 첫 장편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두 번째 장편 <파이터>는 202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송해 선생의 유작 다큐멘터리 <송해1927> 또한 그의 연출작이다. 현재 많은 실사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함께 준비 중인 시네아스트 윤재호 감독에게 소설가는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또 다른 꿈이었다. 그가 10년 전부터 구상한 첫 장편소설 <제3지구>를 통해 ‘글로벌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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