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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김윤정 옮김, 사토 마사루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과거의 인물로부터 배운다는 뜻이다.”라는 말은 이미 독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사를 배우는 것에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세계사를 알면 알수록 현재 세계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현상을 실증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와 과거, 혹은 동시대의 서로 다른 지역을 비교해 그 차이를 명확히 아는 과정에서 지금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한 상식이 역사적·지리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내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재점검함으로써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관한 편견을 바로잡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도록 만든다." 이 책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의 감수를 맡은 사토 마사루가 〈감수자의 말〉에서 한 말이다.
그는 또 지금 우리가 사는,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사람과 돈, 물건, 정보가 오가는 글로벌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타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양이라는 면에서도 세계사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그리스·로마 시대의 '자유 7과(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천문학, 음악)'에 기원을 두고 있다. 현대에서는 교육 기관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현대인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반교양을 의미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왜 리버럴 아츠가 필요한 것일까? 바로 폭넓은 교양이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사토 마사루는 주장한다.
세계사를 알면 세계 방방곡곡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과 분쟁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갈수록 혼란스럽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지만,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인간이기에 과거의 인간을 이해하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참이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지적(知的)으로 새로운 자극을 얻고 교양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 세계사를 배우고 싶지만 한 시대·한 사건을 깊이 다루는 두꺼운 역사책으로 익히기엔 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을 위해, 기억하기 쉽도록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이름만 기억하더라도 다음 지식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인물들을 시대별·지역별·테마별로 꼼꼼하게 분류해 실었고, 쉽고 간단하게 인류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일본의 대표적 역사학자이자 논객이기도 한 사토 마사루가 감수했다. 저자가 누군지는 밝히고 있진 않지만 감수자의 역사적 지식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그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다만 우리나라와의 악연이 있는 만큼 일본 사학자의 지식과 역사에 대한 관점을 곱게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독자로서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인물에 관한 사전식 풀이이기에 역사적 관점이나 해석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전 장치도 확인된 셈이니 독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적절한 독서의 방해 요소가 되지 않도록 객관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독자만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미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세계를 움직인 인물들이 하루 한 명씩 365명이 담겨 있다. 독자가 하루 5분이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각 인물에 1~2페이지가 할당돼 있다. 하루에 한 명씩 읽어 나간다면 일 년, 두 명씩 읽어나간다면 반년에 부담 없이 다양한 분야와 지역의 인물로 세계사의 큰 줄기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인물들은 크게 시대별로 묶여 소개되며, 각기 항목마다 대표하는 분야가 표기되어 있다. 정치부터 군사, 경제·경영, 철학, 종교,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이들은 이 분야들을 대표하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만한 영향력 있는 거목이기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해당 시대의 다채로운 면면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의 인물들은 특별히 동아시아 등 지역별로 나누어, 업적을 남긴 사람뿐 아니라 실책으로 지역의 운명을 움직인 사람들도 포함해 지역 내 나라들의 발전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말에는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역사적 시각에 따라 단순 배열하는 데는 맞지만 실제로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점에서는 업적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독자의 항의는 독자의 견해도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믿기 때문에 주장한다. 선입견이 아니라는 주장에 다른 독자들도 상당 부분 공감해줄 것이다. 역사상 수많은 인물 중 왜 우리 이순신 장군은 존재조차 모르는 것인지, 왜 빠졌는지, 여기 책에 인물들의 업적에 미치지 못한 것인지 명쾌한 답변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와 종교 분쟁 등으로 현대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는 이슬람의 경우 과거 지도자를 통해 어째서 이슬람이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과 중국 대륙의 나라가 양안으로 갈라지던 시절의 지도자들을 소개해 어째서 중국이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이다고 할 수 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어서 쉽게 인정하고 배우는 심정으로 읽다 이순신 장군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독자만의 피해망상일까?
이 책은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우리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쓰였다. 또한 소개된 인물들이 세계사에 남긴 족적이자 삶에는 공적은 물론이고 결점과 실책도 가감 없이 실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어떤 비판이 가해져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답하거나 사전에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는 저자에게 있다. 또한 저자를 밝히지 않고 감수자의 이름을 밝힌 만큼 〈감수자의 말〉에서라도 미리 밝혀두어야 할 사항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런 장치가 전제되지 않고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알아나가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돌아보도록 해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지식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함께 폭넓은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선보였으며, 일본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거침없이 폭로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 사토 마사루가 감수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독자의 공감을 얻기에 조금 약한 느낌이다. ‘지식의 괴물’로 불리는 그는 외교관으로서 다져진 식견과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신학 분야에 걸친 폭넓고 해박한 지식을 활용해 이 책을 섬세하게 완성했다고 한다. 또 기존 세계사 입문 교양서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영역의 인물까지 균형 있게 소개한다. 이 때문에 기본 교양에 목마름을 느끼고 채워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물론, 어지간히 세계사를 아는 사람에게도 몰랐던 부분을 채워주고 다시 한번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되짚어 나가게 하는 책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빠른 시간 내에 세계사를 속속들이 익히기 위해 역사를 움직인 인물들을 보여주는 만큼,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기억하기 쉬워 시간이 모자란 학생과 직장인들에게도 절실한 '입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읽은 후에도 특별 색인 페이지를 통해 각 인물들이 얽혀 있는 다른 인물들과 역사를 파악해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세계사 입문 교양서로서 충실한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인물 꼭지당 추천 도서를 실었다. 또한 인물마다 도판을 실어 더욱 흥미롭게 구성했다. 잘 쓰인 책이라는 데 독자로서의 불만은 없다. 사실 잘 만들어졌고,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필수 요소를 잘 갖추었다고 독자도 생각한다.
"교양의 핵심이 되는 것은 ‘고전’과 ‘세계사’ 상식이다. 고전이란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가 결집되어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에 고전적 교양만큼 든든한 아군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과거와 이어져 있기에 선인들의 말씀이 지금 이 시대를 바르게 이해하는 큰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세계사를 알면 과거와 지금을 비교해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다각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중동 정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사회의 종교와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알아야만 하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역사에 주목해야만 한다. 그 나라의 국민성을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깊은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자세는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무기다."(p.5)
앞서 언급한 대로 제8장 「동아시아」에서 인물들을 앞 장들처럼 부문별 배열을 했다. 정치·군사·경제·경영·철학·사상·종교·과학·문학·예술·영상 등으로 구분해 42명의 인물을 실었다. 출판사 측은 업적을 남긴 사람뿐 아니라 실책으로 지역의 운명을 움직인 사람들도 포함해 지역 내 나라들의 발전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들어가야 한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물론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큰 나라이고 아시아의 중심국이었으니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또 일본의 많은 인물이 들어간 것도 일본인 사학자가 쓴 책이니만큼 어느 정도 선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식민 정책지와 전범까지는 차마 넣을 수 없었는지 아예 언급을 안 한 것도 저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의 이순신을 뺀다는 것은 임진왜란과 식민지 정책, 전범을 끼워넣어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인물을 빼놓고 아예 싣지 않았다면 큰 문제이다. 모르고 안 넣었으면 차라리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외 다른 모든 부분에서 이 책은 잘 빚어진 항아리처럼 깔끔하고 편집의 묘와 아름다움 등을 담고 있다. 부족한 역사 지식을 채우고, 빠르게 역사의 흐름을 읽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특히 책 앞 부분에 체크리스트를 끼워넣어 매일 한 사람씩 읽고서 체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배치했다. 또 책 중간중간에 3개의 칼럼을 끼워넣어 휴식 겸 편집의 묘미를 살렸다. 「세계사 명언 연대기」라는 제목의 컬럼3도 흥미롭다. 카이사르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도 재미 있다. "양이 인간을 잡아먹고 있다"라고 말하며 목양업을 위해 귀족이 공유지를 사유지화한 인클로저 운동을 비판한 토머스 모어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때 왕이 헨리 8세이고, 그의 이혼을 비판했던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1535년 잔혹하게 처형당한다. 이밖에도 승승장구하던 정복자 나폴레옹을 무찌른 넬슨 제독은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 해군을 제압한 뒤 "신에게 감사한다. 나는 내 의무를 다했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 사실은 감동적이다.
역자 : 김윤정
서일 전문대 일본어학과 졸업. 바른 번역 일어 출판 번역 과정 수료. 주로 역사, 과학, 철학 관련 책을 번역하고 있다.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아는 재미를 널리 알려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겁게 지식을 쌓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사랑의 미술관』,『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마이클 패러데이, 평생의 발자취』,『사랑의미술관』,『최저최고의 서점』등이 있다.
감수 : 사토 마사루(Masaru Sato,さとう まさる,佐藤 優)
거침없는 입담과 방대한 지식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논객이다. 전 외무성 주임 분석관이었던 사토 마사루는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시샤 대학 대학원 신학연구과를 수료 후 외무성에 들어갔고, 재영 일본 대사관과 재러시아 연방 일본 대사관 등을 거쳐 외무성 국제 정보국 분석 제1과에서 근무하며 대러시아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북방 영토 반환 문제에 온 힘을 써왔던 그는 〈외무성의 라스푸틴〉으로 불렸다. 2002년 5월 배임과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 혐의로 도쿄 지검 특수부에 체포되어 512일간 수감 생활을 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국가의 함정: 외무성의 라스푸틴이라 불리며(國家の緡:外務省のラスプ?チンと呼ばれて)』가 2005년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일본 사회를 과감하게 비판하는 대표 논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 외 신초 다큐멘터리상과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받은 『자멸하는 제국(自?する帝?)』, 『옥중기(獄中記)』, 『신사 협정: 나의 영국 이야기(紳士協定:私のイギリス物語)』, 『세계관(世界觀)』 등이 있다. 2020년 문학상인 기쿠치 간상을 받았다.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신학 분야에도 해박하여 지금까지 1백여 권이 넘는 책을 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