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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상상력 공장 -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 『우주, 상상력 공장』은 우주 속에서 아주 미미한 '인간의 존재' 의미를 풀어내는 과학에세이다. '과학'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는 것은 저자 권재술이 우주와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전문 지식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기 때문이다. 우주의 존재와 역사, 그리고 미래를 통한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전작 『우주를 만지다』를 통해 이미 우주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끌어들인 바 있다. 『우주, 상상력 공장』은 전작보다 조금 더 방대하고 심화된 내용을 담은 우주 안내서다. 이 책은 우주의 탄생인 ‘태초’부터 종말인 ‘태종’까지 섭렵하면서 그 사이의 텅 빈 시간과 공간을 존재, 우주, 생명, 정신, 문명 등으로 채웠다. 과학 이론부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비밀을 다채롭게 담아낸 『우주, 상상력 공장』은 과학자의 지식과 시인의 상상이 결합된 특별한 과학 에세이로 평가받고 있다.
조진호 과학 전문 작가는 「가장 긴 시간 동안 펼쳐지는 가장 거대한 이야기」라는 추천사를 썼다. 조진호 작가는 "내가 무엇으로부터 왔는지, 내가 존재하는 우주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시작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런 질문은 결코 한가한 질문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라는 말로 추천사를 대신한다. 시간과 공간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의 자아란 무엇일까? UFO, 정말 있을까? 있다면 왜 아직 오지 않았을까? 우주에도 종말이 존재할까? 이런 질문을 통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이 책은 제공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우주에 관하여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많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진다.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비밀을 스스로 사유하고 상상을 통해 만들어나가는 설렘이 가득한 책이다. 우주는 놀라운 세상이다. 독자가 최근 역사 채널 H방송에서 〈대우주〉라는 프로그램을 몇 편 봤다. 말 그대로 우주의 기원부터 소멸까지를 담은 내용이고, 현재까지 인간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를 한커풀씩 벗겨내는 프로그램으로 기획 시리즈 방송이다. 시리즈 프로그램 몇 편을 봤다고 우주의 신비에 접근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현대 과학이 알아낸 것만큼만 전해주는 프로그램이어서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부분까지는 아직 접근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까지만이라도 굉장한 업적을 설명해주고 있다. 세계 유명 천체물리학자의 등장은 물론이고 그들의 주장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증명해내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어 과학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어렴풋이 윤곽은 이해한 정도다. 독자 개인으로는 획기적인 발전이다. 이제 이 책은 방송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하나씩 더 알아가는 내용에 집중함으로써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요구에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못할지라도 독자의 빈약한 질문에는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광활한 우주에 다른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지구의 생명체를, 그중에서도 인간을,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보고 얼마나 놀라워할까?(존칭어를 예삿말로 바꿈) 우주에 이처럼 놀라운 행성, 이처럼 놀라운 생명, 이처럼 놀라운 문명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우리보다 더 놀라운 생명, 더 놀라운 문명이 있을지는 모르나, 그런 생명과 문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생명과 문명이 충분히 놀랍고 특별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생명과 정신 그리고 문명에 대해서 현대 과학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많다. 모르는 부분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밖에 없다. 답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 대신 놀라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정신에 대해서, 문명의 미래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이 책에는 자신의 주관과 상상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밝힌다. 저자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과학자도 있을 것이고, 동조하지 않는 일반인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옳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확실히 틀렸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상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저자의 주장은 언뜻 모순된 듯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학의 발전 차원에서 확실한 말이리라. 독자에게는 강한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추천사를 쓴 조진호 과학 전문 작가는 이 책을 ‘2022년에 새롭게 탄생한 제2의 코스모스’라고 극찬했다. 끈 이론, 급팽창, 양자론, 창조론과 진화론, 호문쿨루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과학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꼼꼼하게 풀어냈다. 평생을 물리학에 헌신한 교육자답게 다정한 강연을 듣는 듯한 ‘우주 안내서’다. 저자 역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놀랍고 신비로운 세상이 저 우주에 그리고 우리 속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 발견이 저 먼 우주의 신비로 이어지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고 답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놀랍고 신비로운 세상이 저 우주에 그리고 우리 속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이 발견이 저 먼 우주의 신비로 이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밝혔다. 아직 우주에는 인류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으므로 자신의 주관과 상상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우주를 아는 것이 지구를 아는 것이듯이, 우주를 아는 것이 우리 자신을 아는 일이라는 확언하고 있다. 저자와 함께 『우주, 상상력 공장』이 닦아놓은 태초부터 태종까지의 길을 따라가는 시간은 어느덧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그 시간 끝에 독자들이 ‘우주에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각자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기를 저자는 바란다고 책 발간 취지를 밝혔다.
이 책은 구성도 새롭다. '우주'와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5개의 장 앞뒤로 특이하게 '제로(0)' 장과 '무한대 장'을 마련하고 있다. 0장은 「태초」를 다룬다. 1장 「존재」, 2장 「우주」, 3장 「생명」, 4장 「정신」, 5장 「문명」, 무한대 장 「태종(太終)」으로 돼 있다. 0장 「태초」에서는 "'이전'이나 '이후'라는 말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시간도 시작이 있을까? 다른 말로 하면 시간이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도 시작이 있었을까? 이런 질문은 철학에서나 다룰 내용이지 과학의 영역 밖에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그랬다. 하지만 우주론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시간과 공간의 문제도 과학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3장 「생명」에서는 이 책은 우주 이야기이고, 따라서 이 단원은 지구가 아니라 우주의 생명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지구의 생명은 이 단원의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아는 생명은 지구 생명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 밖의 저 광활한 우주에 생명이 없다고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지구라는 작은 행성이 이 우주에서 유일한 행성이 아니듯이, 지구 생명도 우주의 유일한 생명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작고 이상한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이상한 생명밖에는 아는 생명이 전혀 없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생명의 이야기는 정말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아마도 지구 생명에 관한 신기한 이야기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식물과 동물이라는 아주 이상한 생명이 있다느니, 지구의 생명은 암수가 따로 있다느니, 인간이라는 아주 특별한 종이 있어서 그들끼리 서로 죽이고,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만들어놓고는 자기들만 사랑한다고 믿는다느니, 돈이라는 종이 쪼가리에 목숨을 거는 참으로 이상한 존재가 사는 행성이라느니, 하면서 이 장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어떤 작가가 나타나서 우주 생명 이야기의 한 귀퉁이에 지구 생명 이야기를 쓸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지구의 생명을 말할 때이다. 지구 생명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경이롭다. 그 생명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놀라운 세계로 떠나보자. 이 장의 글을 촘촘히 읽다보면 '과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어떤 사람이 하는지, 과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이 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거기에 따라 앞으로 10년 후, 100년 후 과학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에 대한 예측도 거의 틀림없이 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가 생겼으니.
이 책에는 특이한 장의 구성이 있다고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마지막 장인 '무한대 장'에서 저자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시작이 있으면 마지막이 있다. 이 책도 '태초'로 시작했으니 '태종'으로 마친다. 시공간과 물질의 탄생으로 시작한 이 우주는 별과 생명을 잉태했고, 그 생명에서 인간이 태어났고, 마침내 인간의 정신이 문명을 이루었다. 생명과 정신과 문명이 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겨서 어떻게 나아가는지 알아보았다. 이제 이것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 마무리는 너무나 먼 일이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어둡고 거친 길이다. 알지도 못하는 그 길을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의 문명은 이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만들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는 인간들이 만들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종말'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과학, 생명, 정신, 문명, 종교, 우주의 종말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마지막에는 이 우주가 팽창을 계속할지, 가속 팽창을 할지, 팽창하다가 멈출지, 멈춘 후에 다시 수축하게 될지 모른다. 우주의 운명은 물질,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의 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이들 밀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지금의 물리학이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면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이 소진되면 별들도 차츰 붕괴하고 결국 블랙홀만 남게 되겠지만 이 블랙홀도 결국 증발해버릴 것이고, 우주는 소위 열 죽음(heat death)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몇천, 몇만 년 뒤이 이야기가 아니다. 수백억, 수천억 년 뒤의 이야기다. 이 우주도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 다중우주도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급팽창 이론에 따르면 다중우주는 사라지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생겨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주는 사라지는 날이 오게 될까? (p.425)
우주로부터 오는 위협이 소행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우주 공간은 고작 태양계, 태양계 내에서도 지구 근처의 공간뿐입니다. 태양계를 벗어난 공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태양에서 얼마나 가까운 별이 언제 폭발할지 알지 못합니다. 별이 폭발할 경우, 그 근처의 우주 공간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지구 정도는 녹아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초신성 폭발로 날아오는 감마선 폭풍이라도 맞는 날에는 지구라는 행성에 또 다른 대멸종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위협에 대처하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이런 모르는 위협까지 신경을 쓰려면 끝이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기杞나라 사람이 걱정했다는 바로 그 ‘기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나라 사람의 그 걱정이 막연한 걱정이었다면 우리가 하는 이 걱정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합리적인 걱정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pp.380~381)
저자 : 권재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과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했으며,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한국물리학회 물리교육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학에서는 과학교육론과 상대론을 강의했으며, 초·중등 과학 및 물리 교과서를 다수 집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과학교육론』(공저)과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실한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