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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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학교 다닐 때 수학을 매우 싫어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독자가 고등학교 다닐 시기에는 대학 입학을 위해 '문과반'과 '이과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문과반이라고 해서 수학을 배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수학1. 수학2로 나뉘어 있었고, 문과반은 수학1만 배웠다. 당연히 대입에서도 문과학생들은 수학1 범위에서 출제됐고, 수학2는 이과반이나 공대 의대 등의 몫이었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이니만큼 이과반은 대학문도 넓었고, 취직에도 쉬웠다. 당연히 7대 3, 학교에 따라서는 8대 2까지 이과반으로 몰렸다. 독자 역시 부모님의 의견을 좇아 이과반을 선택했다. 그러나 수학은 잘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수학이 '걱정반 기대반'의 과목이었다. 그러나 절반의 기대는 절망으로 마침내 포기로 바뀌었다. 왜 그런지 지금도 원인은 모르지만 그렇게 문과대학으로 진학했다. 그 이후 수학은 독자의 머릿속에 '싫은 과목'으로 남았다. 지금도 수학 얘기가 나올 때면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반면 책 읽기나 국어 영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히 대학 졸업 이후 수학에 관련된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안 좋은 기억을 바꿀 수는 없어도 수학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아주 기초적인 수학의 원리부터 배우면 빠른 시간 내에 왜 미적분을 배우는지도 모른 채 수학 공부를 했던, 안 좋은 추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사실 수학을 배울 때는 미적분이 어디에 필요한지, 어떤 원리로 생겼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보면 문제가 요점은 무엇인지 해결하려 들고, 끙끙매며 대입한 공식이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과 열패감을 떨쳐버릴 것 같아서이다.

 


 

이 책 『풀고 싶은 수학』은 사실 '어린이용 도서'이다. 아마 초등학생용인 것 같다. 독자는 초등학교 때 '수학'이란 과목이 없었고 사칙연산이란 '산수'만 배웠다. 지금은 어린이들도 '수학'이란 과목이 있는가 싶다. 이 책은 일본의 수학자들이 수학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학의 원리와 문제 풀이의 원리 등을 제대로 짚어 설명하는 책이다. 출판사 측이 소개하는 '어른도 빠져드는 신기한 수학책'이란 표현이 딱 맞다. 책을 펼쳐보면 “이게 수학책이라고!?”란 생각이 먼저 든다. 『풀고 싶은 수학』엔 수학 공식 대신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일상 속 사진으로 가득하다. 부둣가 말뚝에 로프가 걸려 있는 사진이 있고 아래엔 딱 네 줄의 간단한 설명과 질문이 있다. “왼쪽의 배가 먼저 출항하려면 로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보는 순간 초등학교 도형 문제 이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수포자’도, 초등학생도, 학부모도, 심지어 수학 능력자까지 퀴즈를 풀듯 시간을 잊고 빠져드는 묘한 마법이 시작된다.

이 책은 일본 NHK에서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유명 수학자가 만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수학 문제집이라고 한다. 복잡한 공식과 원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비주얼 수학’이다. 처음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본 사회에 유례없는 수학 열풍을 가져온 화제의 베스트셀러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문예춘추〉 등 각종 유력 매체에서 앞다투어 책을 소개하였으며, 수학 분야 도서임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에 장기간 올라 이 또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던 책이다.

 


 

책을 펼치면 한눈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제가 가득하다.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재미를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논리를 세우는 방법을 익히고 사고력이 훌쩍 향상된다. 총 23문제, 휘리릭 넘기면 30분도 안 돼 다 볼 수 있지만 30분 만에 책장을 덮는 이는 없다. 어느새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뚫어지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가 영상 미디어를 이용해 수학 교육의 혁신을 주도해온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특히 1저자인 사토 마사히코는 이미 20년 넘게 영상으로 일본의 수학 교육의 저변을 다져왔으며 비주얼 수학 교육의 개척자이다. 그가 직접 제작한 NHK의 교양프로그램 〈피타고라스위치〉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청률 톱을 기록하는 최고의 교양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도 마니아를 양산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칸 영화제는 그가 제작한 독특한 수학 다큐멘터리에 주목하여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단편 경쟁 부분에 초청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수학을 외면했던 독자에게도 눈에 번쩍 띌 만큼 친근한 수학책이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사토 교수는 일본 수학회 출판상과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한다. 2저자와 3저자 역시 영상과 IT혁신 분야에서 일본 최고의 크리에이터에게 수여되는 D&AD 상을 수상한 실력파 수학자들이다. 그동안 사토 마사히코 교수와 그의 팀이 축적해온 수학 교육의 철학과 노하우가 이 책에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다. 사토 마사히코 교수는 ‘비주얼 수학’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만들면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진다.”(P.131) 사토 마사히코는 이 책의 대표 집필자다. '후기를 대신하여' 「이 책은 이렇게 탄생했다」란 글을 적었다. "인간의 중요한 인지능력 중 하나는 '지각 향상성'이다. 같은 대상이라도 보는 방향, 거리, 조명 등 상황이 다르면 그것을 보는 방법(=망막에 비치는 모습)이 변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변화된 모습에서 대상이 변함없이 가진 본래의 형태와 색을 지각할 수 있다. 이것이 지각 향상성이다. 내가 돌발적으로 한 행동, 즉 화장실 타일을 촬영하고 그 사진의 왜곡된 도형에 거칠게 선을 그리고 글귀를 쓴 행동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지각 향상성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즉 주어진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후, 왜곡된 부분을 수정해 자신에게 다시 제시한 것이다. 실제 타일 사진을 보고 내면에서 새로운 이상적인 정사각형의 모눈을 만들어 거기에 수학 문제를 적용한 것이다. 조금 비약적일 수 있지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모색해왔다."(p.130)

이후 저자는 영상 교재를 실제로 사용해 〈눈으로 보는 산수〉, 〈피타고라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두 교실에서 영상 교재로 사용하는 성과물이다. 왜 서적, 즉 문자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에서는 수학을 다루지 않았을까? 아니, 왜 다루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왜곡된 타일 사진으로 문제를 만들었을 때 그 이유를 알았다고 토로한다. "수학의 문장은 문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학의 문장은 의무감이 들게 한다." 이 두 가지 난제가 수학 교육에 늘 가로놓여 배우는 사람의 앞길을 막았다고 주장한다. 이 왜곡된 타일 사진이 알려준 것이라고 말한다.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졌다."

 


 

“버스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열린 부분의 면적을 구하라”(P. 20) 창의 높이와 창문이 열린 너비는 제시되었지만, 창문틀과 창문의 둥근 모서리 면적을 알아내기 위해 눈씨름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의 해답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달걀처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지극히 단순한 이론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풀고 싶은 수학』의 진짜 재미이다. 공식을 달달 외워 무조건 대입해서 정답을 도출하는 딱딱한 수학적 머리로는 이 책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수학이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품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풀고 싶은 수학』은 아주 좋은 모범 답안이 되어줄 것이다. 수학 문제가 현실의 세계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엔 모두 23개의 문제가 들어 있다. 대단히 단순하지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학적 정의와 논리 사고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교육 관점에서 대단히 가치가 있다. 수학이 명확한 규칙을 확립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무엇보다 『풀고 싶은 수학』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비주얼, 예컨대 포장도로의 블록 사진이 그래프의 좌표가 되어 패턴을 만들고, ‘비둘기집 원리’라는 완전히 다른 사고체계로 확장되어 간다. 저자의 조금은 길고 장황한 듯한 설명은 이상하게도 책을 펼쳐 하나하나 풀기 위해 들여다볼수록 정확한 지적이고 올바른 해결법이란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독자 역시 놀라움과 '왜 예전엔 이런 책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만약 그때 독자가 이 책을 보고 수학에 재미를 붙여 조금 더 열심히 수학을 공부했다면 인생의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비약일까?

 


 

이 책을 읽은 많은 성인 독자들에게서 가장 많았던 리뷰가 “내가 어릴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였다고 한다. 책의 의도가 매우 잘 구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풀고 싶은 수학』은 학생에겐 진정한 수학의 재미를, 어른에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뇌를 말랑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령에 상관없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특히 ‘두뇌 체조’가 필요할 땐 언제든 펼쳐보면 뇌가 맑아져 몰랐던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시각이 생길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 어린이를 비롯해 성인 역시 텍스트보다는 비주얼에 더 친근하다. 『풀고 싶은 수학』은 문자도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는 현대인들에게 맞춤형 학습법을 제시하며, 수학을 멀리했던 사람들까지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 : 사토 마사히코

일본 시즈오카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 영상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NHK교육텔레비전 「피타고라스위치」의 기획과 감독 및 새로운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 『매달 신문』 『모래사장』 『딱 맞는 책』 『안을 상상해 보자』 『뭔가가 있다』 등이 있다.

 

저자 : 오시마 료

1986년생으로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 정책·미디어 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부 재학 중에 사토 마사히코 연구실 소속으로 두뇌 활용 프로그램 ‘피타고라 장치’ 제작에 참여하는 등 표현 방식을 연구했다. 졸업 후 프로그래머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손가락을 놓다>전의 실험 장치를 제작했다. 독립 행정법인 정보처리추진기구 2011년 프런티어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에서 프런티어 슈퍼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 D&AD 상을 수상했다.

 

저자 : 히로세 준야

1987년 가나가와현 출생으로 2012년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 정책·미디어 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부 재학 중에 사토 마사히코 연구실 소속으로 두뇌 활용 프로그램 ‘피타고라 장치’ 제작에 참여하는 등 표현 방식을 연구했다. 현재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2012년에 D&AD 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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