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맥베스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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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맥베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며 세계의 대문호로 이미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다. 그의 작품은 주로 희곡이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 태어나 1616년까지 살았다. 그의 작품은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에 초반에 걸쳐 유럽, 특히 서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4대 비극'을 남겼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이다. 독자는 이 가운데 『햄릿』과 『리어왕』은 어렸을 때인 초등학교 때 읽었고, 나머지 두 작품은 나중에 대학 때 연극으로 본 기억이 있다. 오래되었지만 기억에는 아직 남아 있을 정도다. 아마 그 뒤에도 이들 작품 이야기를 듣고, 보고 말한 탓이리라.

이 작품 『맥베스』도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맥베스』는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맥베스의 비극〉의 제목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역자 공민희는 말한다.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코더 성의 영주가 노르웨이의 왕과 결탁해 벌인 반란을 진압하고 척박한 황야의 자욱한 안개를 뚫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상한 마녀 세 자매를 만난다. 그녀들은 맥베스에게 절을 올리며 코더의 영주이자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고 칭송하며 그와 함께 있던 뱅쿼에게는 자손이 왕위에 오를 거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잠깐 귀신에 홀린 거라고 생각한 두 사람 앞에 왕의 신하가 나타나 맥베스가 코더의 새로운 영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는 동요하기 시작한다. 마녀의 말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뱅쿼는 경계하라고 조언하지만 나름 팔랑귀(?)였던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등에 업고 왕권을 꿈꾸기 시작한다.

 


 

당시 덩컨 왕에게는 두 아들 멜컴과 도널베인이 있었고 왕은 맬컴에게 작위를 내리며 그가 차기 왕좌의 주인임을 공표한다. 맥베스는 주인이 정해져 있는 그 자리가 마녀들의 예언처럼 자기 것으로 주어졌다고 굳게 믿고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모조리 없애버리기로 한다. 그러나 충직한 신하였던 그는 자애로운 덩컨 왕을 살해하길 주저한다. 이때 남편보다 야심이 큰 맥베스의 부인이 그를 부추긴다. 부인은 남편의 우유부단함을 꼬집으며 왕이 자기들의 성에서 묵는 날 밤 그를 죽이고 죄를 왕의 수행원들에게 뒤집어 씌우자고 설득한다. 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술에 취하게 만드는 주도면밀함까지 갖춘 간 큰 맥베스 부인에 비해 전투에서 물러섬이 없었던 장군 맥베스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양심 때문에 어쩔 줄 모른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문학에서 '암시'는 뜻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심리학에서는 이성이 아닌 언어적 자극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암시는 개인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해괴한 요물들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던진 수수께끼 같은 말 중 하나가 들어맞자 맥베스는 그들에게 갑자기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며 나머지 예언도 들어맞을 것이라 믿고, 혹은 들어맞게 하려고 인간으로서, 신하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반역과 배신이라는 큰 악행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다. 또한 가장 가까운 부인이 그를 위로해 주며 악행의 당위성을 뒷받침해 주었기에 암시가 저주가 되어 그를 집어삼키고 만 것이다.

 


 

역자는 책 뒷 부분의 「옮긴이의 글」 서두를 '암시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맥베스!"라고 썼다. 과학이 종교보다 강력한 권력을 구사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불가사의와 미스터리, 예언, 도시 괴담, 무속 신앙과 같은 비상식적인 요소들에 이끌린다. 궁합, 타로, 혈액형, 요즘 세대들이 열광하는 MBTI까지 종류도, 체계도, 기반도 다양한 잣대들이 여러 분야에서 넘쳐나고 있다. 재미 삼아 살피고 넘기면 그만이라지만 사람의 심리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의미 없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흘려보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아무리 지식과 교양이 넘친다 해도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니 말이다.

왕이 되려고 왕을 없애고, 왕이 될 자들을 범인으로 몰아 쫓아버리고, 왕좌에 올라서조차 후대를 걱정해 다른 예언의 주인공인 뱅쿼와 그의 아들까지 죽이는 이 살인 퍼레이드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라고 역자는 덧붙인다. 스스로의 영혼을 파멸로 인도한 암시의 힘이 얼마나 큰지, 형체 없는 말에 속아 넘어가고, 그로 말미암아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받는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의 비극〉을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선과 악, 천국과 지옥, 권력과 복종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주제를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이 작품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그의 생가와 극작가로 성공 후 구입한 저택이 고스란히 보존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지금도 셰익스피어의 도시로 각광 받으며 각종 문화 행사와 투어 등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한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라는 것쯤은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맥베스〉는 주인공 맥베스의 악행과 그에 따른 비극적 인생을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 『맥베스』는 5막 비극을 위해 쓰인 대본('희곡')이다. 셰익스피어는 독보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영국 문학을 세계 제일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을 정도의 인물이라고 후세는 표현했다. 그의 문학적 영향력은 대단했다고 보여진다. 그의 작품은 비극과 희극을 두루 망라하고 있고, 작품마다 독특한 인물 창조도 탁월하다. 이 책 『맥베스』를 번역판 희곡으로 보는 것은 독자로서는 처음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책으로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은 모두 소설이나 서사로 번안되어 스토리 중심으로 내놓은 책이다.

셰익스피어처럼 우리나라 문학 연극계에 영향을 미친 사람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 독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햄릿』, 『맥베스』이 그의 작품이며 그의 조국 영국은 그들의 부유한 삶을 짊어진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공언해 셰익스피어와 줏가과 그들의 문화 시민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정치적 발언도 쉽게 수용될 정도로 문학사, 연극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대문호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조국 영국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쓴 것은 맞지만 그 작품들이 영국의 국력 신장에 도움을 줬거나 부의 축적에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로 영국의 자존심을 높여준 것은 확실하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영국의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을 얻어 그의 능력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당시의 연극은 중세 이래의 민중적·토착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되었으며, 특히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소생시킨 르네상스 문화의 유입을 맞아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 내려는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1592∼1594년 2년간에 걸친 페스트 창궐로 인하여 극장 등이 폐쇄되었고, 때를 같이하여 런던 극단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때부터 신진극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 본격적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당시의 극계를 양분)하는 세력의 하나였던 궁내부장관(宮內府長官) 극단(당시는 유력자를 명목상의 후원자로 하여 그 명칭을 극단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의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助演級) 배우로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그리고 이 기간을 전후해서 시인으로서의 재능도 과시하여 〈비너스와 아도니스 Venus and Adonis〉(1593)와 〈루크리스 Lucrece〉(1594) 등 두 편의 장시(長詩)를 발표하기도 했다. 극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의 대략 24년간으로 볼 수 있다. 이 기간에 그는 모두 37편의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초기에는 습작적 경향이 보였으며, 영국사기(英國史記)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에 집중하던 시기, 그것과 중복되지만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그리고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만년에 가서는 화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시기적 구획이 다른 어느 작가보다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고 한다.

 


 

지금 왜 셰익스피어인가? 독자는 갑자기 출현한 셰익스피어 책에 저으기 놀랐다. 출판물의 특성상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분야의 책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상례다. 예를 들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이 온통 코로나 이슈로 빨려 들어가자 팬데믹 관련 수많은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팬데믹 감염병의 시대를 조망하는 흑사병, 1919년에 발생한 이른바 스페인 독감 등의 참상과 발병, 종식 등에 관한 책을 선두로 감염병의 역사와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불안에 따른 정신적 이상 증세 등에 관해 이를 연구한 학자, 프로이드와 아들러 등 심리학에 관한 책이 줄을 이었다. 또 심리적 불안을 치유해 주는 에세이 책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며 대형 온라인 서점 판매 최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해가 바뀌고 발생 1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비슷한 책들이 꼬리를 물고 출간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일 때 셰익스피어 시리즈 발간은 별 연계가 없어 보인다.

다만 출판사 측은 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미국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은 ‘시카고플랜(Chicago Plan)’이었다고 한다.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Robert Maynard Hutchins)가 추진한 ‘시카고플랜’은 그가 잘 알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식의 독서법을 따른 것으로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당시 호킨스 총장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를 주었다.

첫째, 모델을 정하라:너에게 가장 알맞은 모델을 한 명 골라라

둘째,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라:인생의 모토가 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라

셋째, 발견한 가치에 대하여 꿈과 비전을 가져라

 


 

그는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삶의 지표를 설정할 것을 강조했다. 즉, 자신의 롤 모델의 선정, 불변하는 가치의 발견, 꿈과 비전의 개발의 필요성을 권유한 것이다. 오늘날의 시카고 대학이 우뚝 서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명문대학으로의 발돋움한 출발점이라고 한다. 그 목록에 셰익스피어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저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부유한 상인이자 유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명성과는 달리 작품을 제외한 생애의 기록이 거의 없어 추정만 할 뿐 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1586년 무렵 런던으로 떠나 극작가 겸 단역 배우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1589년 첫 작품 『헨리 6세』를 시작?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당시 이름을 떨치던 학식 있는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타고난 언어 능력과 예술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 인간에 대한 그만의 이야기는 그를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1592년 가장 큰 인기를 끈 『베니스의 상인』 을 계기로 1594년 <궁내 장관 극단>의 일원이 되었고, 1599년에는 동료들과 설립한 <글로브 극장>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궁내 장관 극단>은 1603년 제임스 1세의 후원으로 ?<왕의 극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그는 희극과 비극, 사극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발표했고, 계층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누렸으며 1616년 4월 23일 5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590년대에는 『리처드 2세』,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헨리 4세』 등의 대표작으로 명성을 다졌고, 1600~1606년경에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차례로 발표해 세계문학의 걸작을 남겼다. 말년에는 『겨울 이야기』, 『태풍』 등 로맨스극 작품을 썼다. 평생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 2편의 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가 타계한 지 400년이 지나도록 현?재에도 전 세계의 무대에서 상연되고,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전반적인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자 : 공민희

 

부산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 석사 과정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유산 관리를 공부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상속 게임』, 『보이지 않는 것들』,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초판본 작은 신사들(작은 아씨들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리커버 디자인』,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당신이 남긴 증오』, 『기억의 제본사』, 『무솔리니 운하』, 『난민, 세 아이 이야기』,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명작이란 무엇인가』, 『유대인 수용소의 두 자매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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