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 명운을 바꾸는 선택과 변화의 순간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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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는 제목에 들어간 '운명'이란 단어 때문에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와 운세에 관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사실 오십(50, 나이)이란 단어는 독자의 추측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책이 단순한 사주팔자나 운세만 다루는 책이라면 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독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주나 관상 등을 보기 위해 이른다 '점집'을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외면하고 살았다. 지금 중년에 들어서면서까지 새삼 사주, 관상에 의미를 두고 새로운 해석에 귀 기울일 생각은 없었다. 또 '명리학'은 중국 공자 시대 '사서오경'으로 편입된 주역(周易)으로서 편찬됐고, 당(唐) 나라 이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체계화했다고 들은 바 있다. 누가 그랬는지 학자의 이름도 모르고 내용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조금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아무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명리학을 새로 만날 생각은 없었다.

대부분 명리학을 ‘미래를 점치는 방법론’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명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것이 저자 강상구의 주장이다. 새로운 해석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이해에서 한 발 나아가는 주장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하는 내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내 운명을 꼬아버리는 힘이자 내 운명을 ‘꽃길’로 만드는 힘이기도 한 내 성격의 근원을 깨우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運)’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채우기 위해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여전히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자신 있게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서양 신화가 비극이라는 배를 타고 운명을 넘어선 영웅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전작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으로 30만 명의 독자들에게 인생을 경영하는 지혜를 선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책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는 색다르고 의미 있는 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의 운명과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는 그들을 융합해 멋진 이해와 해석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의 원형이라 평가받는 고대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을 명리학의 관점과 융합해 뒤따라가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지혜와 용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명리학과 비극은 운명의 굴레에 갇힌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깊이 통한다. 신탁이 운명이라면, 사주팔자 역시 운명이다. 삶이 가하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과 진검승부를 벌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를 타진하는 비극 속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주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숙명론을 능동의 운명론으로 전환시킨다. 독자들에게 신선한 변화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나이 오십이면 한 번쯤 삶을 되살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노후를 준비할 틈도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곧 생산 활동 영역에서 밀려날 중년에 들어서면 다가올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때는 정말 잘나갔는데 지금의 모습은 스스로 봐도 변변치 않을 때, 성심을 다했지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뒤통수 맞는 결과였을 때, 남들은 쉽게만 이루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고될 때, 우리는 운명을 떠올리고 팔자타령을 하게 된다. 옛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이 내린 운명을 안다’(知天命)고 했다. 물론 공자 자신의 얘기지만 우리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제껏 해온 대로 남은 날들을 맞이할까 봐 두렵고, 어떻게 해야 남은 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 불안하다.

 


 

저자는 ‘오십의 운명론’을 펼치기 위해 두 가지 도구를 선택했다. 바로 동양의 명리학과 서양의 비극이다. 운명에 갇힌 인간의 조건을 생각한다는 지점에서 명리학과 그리스 비극은 서로 긴밀하게 통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신탁이 운명이라면, 팔자(八字) 역시 운명이다.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명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고통과 환난 속에서도 ‘제 운명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비극 속 영웅들의 모습은 ‘팔자는 타고나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숙명론을 능동의 운명론으로 전환시킨다. 독자는 이 시도에 매우 신선한 자극을 느꼈고, 이 책을 탐독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명리학은 잘 몰라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나 신, 비극의 이야기는 얼마간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명리학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신화를 해석하든, 신화를 명리학적으로 이해하든 결국 운(運)과 신화 속 인물들은 운명에 맞서 극복하거나 운명에 지거나 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은 인류가 창조해낸 이야기의 원형과도 같다는 사실은 새삼 부각시키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배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신화 속 이야기를 문학, 예술, 학문,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천 년 간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해로 새 주장을 펼치기도 해왔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신화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 함께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흡인력이 강하며, 주인공들은 그 각각을 인간의 한 전형들로 삼아도 될 만큼 성격이 뚜렷하다. 비극에서 그려지는 사랑과 질투, 명예와 치욕, 고난과 시련, 성장과 극복의 서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들은 작품 속 인물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대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운명의 파란을 어떠한 자세로 맞이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힘이다.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은 대개 맹렬히 타오르는 운명의 일격을 맞아 자기 자신까지도 불태워버리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쉽게 말해 비극은 ‘드센 팔자’를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타고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치라고 강요당한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다. 안티고네는 국가를 위해 인륜을 저버리라는 명을 받는다. 아이아스는 조국을 위해 충성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반역자라는 오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전 세계를 주유하며 용맹을 떨쳤지만 그를 사랑했던 아내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이없는 최후를 맞는다. 도무지 쉬운 게 없는 삶이자, 억울하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이러한 비극 속 인물들의 운명은 명리학이라는 범주 내에서 더 상세하게 파악해낼 수 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해준 대가로 세상 끝 절벽에 매달려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힌 프로메테우스는 갑목(甲木)이다. 따뜻한 마음, 저돌적인 추진력, 강한 자존심을 가진 갑목은 미래에 대한 낙관이 있다. 기나 긴 고통과 인내 끝에 프로메테우스는 자유를 얻는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자인 아가멤논은 진토(辰土), 아내에게 살해당하는 아가멤논의 비극은 완벽주의자이면서 강한 권력욕에 사로잡히기 쉬운 진토의 기질로 인해서다. 엘렉트라, 헌신과 사랑, 희생의 상징인 그녀는 비겁(比劫)의 사주를 타고났다. 시기와 질투,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자기파괴적인 성향, 그로 인해 긴 세월을 불행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운명이 그렇듯 명리학에 입각한 사주팔자 역시 불변의 것은 절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흔히 명리학을 ‘미래를 점치는 방법론’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명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하는 내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다. 즉, 내 운명을 꼬아버리는 힘이자 내 운명을 ‘꽃길’로 만드는 힘이기도 한 내 성격의 근원을 깨우치는 작업이다.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運)’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는 신화 속에서든 우리의 삶에서든 자신의 사주를 알게 되면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꿈과 욕망을 직시함으로써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미래의 변화를 창조해낼 에너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과 환란 속에서도 끝내 자기답게 살아가고자 했던 비극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의 인생을 가장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우리는 배웠고 그렇게 자주 인용해 썼다. 저자에 따르면 흔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졌던 델피(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경구다. 신에게 무언가를 묻기 이전에 너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이 가르침은 역사상 최고의 신탁으로 손꼽힌다. 비록 그 끝이 파멸이었을지언정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들의 생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자기 식으로 돌파해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가려는 모습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끝내 자기답게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저자는 사주팔자가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타고난 대로 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팔자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을 바꾼다는 뜻일 터. 운명을 바꾸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고, 나를 바꾸는 것은 생각 없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을 멈추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설 때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채우기 위해서 명리학을 배운다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여전히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 : 강상구

 

이야기 거간꾼.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 안달한다. 단, 보기 좋고, 듣기 좋고, 먹기 쉽고, 맛있게 만들어서 전하려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기자가 됐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 고전과 역사를 읽고 풀이한다. ‘감언이설(監言移說)(흔히 쓰는 甘言利說이 아니다)’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기자로서는 힘 있는 자의 말을 감시하고 힘없는 자의 말을 옮기는 것을 목표로 정치권 이야기를 뉴스로 만들어 시청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작가로서는 고전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책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전한다. 여전히 그리스에 매료돼 있지만, 언젠가 이황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미토노믹스: 그리스 신화로 읽는 경제 이야기》,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 있다.

경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듀크대학교에서 1년간 연수했다. MBN 정치부 차장을 거쳐, 현재는 TV조선 정치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MBN [정치&이슈], TV조선 [감언이설(監言移說)]을 직접 진행했으며, KBS2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SBS 파워FM [한수진의 오늘]의 ‘시사 속 신화읽기’, KBS 2FM [황정민의 FM 대행진]의 ‘고전 페퍼민트’, TV조선 [뉴스쇼 판]의 ‘정치 속보기’에 출연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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