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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ㅣ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10월
평점 :
독자의 허약한 역사 지식과 의식에도 불구하고 유행처럼 떠돌던 말 한마디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누가 했는지 당시 TV 출연진 중의 한 사람이 밝혔다.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라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당시 밝힌 대로 단재 신채호의 발언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저서에도 이 말은 없다. 또 역사 사전에도 나와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하다. 윈스턴 처칠이 했단 말도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자 역시 정확한 출처는 모른다. 말 자체로 충분히 기억해 둘 가치가 있는 말이어서 기억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반도의 역사는 침략을 당한 수모와 비참한 사례가 수없이 많이 얼룩져 있다. 기록은 했지만 역사가 주는 교훈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말일 수 있다.
한반도 역사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침략 전쟁은 삼국시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민족의 침입이다. 북방의 거란, 여진 족의 침입부터 몽골군, 왜적까지 한반도를 침략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바람 아래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큰 침략을 당했다. 이 가운데 일본은 임진왜란과 근대 대한제국 때까지 두 번째 침략으로 한반도 산하를 피로 물들였고, 특히 식민지배를 통해 민족의 해체를 꾀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한 마땅한 반성과 사과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과 공동 번영은 실제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정확하게 역사를 알고, 똑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책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은 〈벌거벗은 한국사〉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제작팀이 소개한 매력적인 한국사의 장면들 중 나라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의 내막을 담은 역사 교양서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에피소드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또 자신의 명예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기록하지 않은 역사 기록자들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할 터다. 제작팀은 당시로 돌아가 철저하게 검증하고 고증하여 사건의 발단과 과정, 사건 종료 후 역사적 평가를 내릴 때 얼마나 객관적이고 철저한 역사 의식이 필요한 지 보여준다. 이 책에는 8장(章)에 걸쳐 굵직한 사건을 각 1장씩 기술한다. 많은 부분 가리워졌던 일들이 드러나고 역사적 평가가 달라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 대부분은 기록에 의존했기 때문에 역사 기록자들의 이해 관계나 역사 의식 결함으로 잘못된 일도 바로잡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 개인적으로 '올바른 역사 의식 정립'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젊은 관료가 내려친 뺨 한 대가 어떻게 고려 무신정변의 불씨를 지폈는지, 7년간 조선 땅을 폐허로 만든 임진왜란이 벌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이완용은 어떻게 조선을 팔아넘겼기에 지금까지 매국노라 불리는지, 35년간의 식민 지배가 끝나던 해방의 날에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숨겨진 진실과 속사정을 파헤치며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단편적인 사실 아래 가려졌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렵기만 했던 역사가 감동 가득한 드라마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깊이 있는 지식과 명쾌한 해설을 바탕으로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이 책은 기존의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책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다시 배우려는 사람도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과 함께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역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는 특별한 시간 여행에 역사와 가까워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받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우리 역사에 대해 배웠다. 그러나 어쩐지 역사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짐을 느낀다. 나라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이웃 나라 위에 군림하려는 적도 없고, 침략을 수없이 받아도 보복이나 재침략 방지를 위해 상대국에 단 한 번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달콤한 말로 충분히 설득력을 가졌던 말도 지금은 믿지 않는다.
뼈아픈 침략을 당해 야만적 식민지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정부가 정식 출범하고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겨룰 수 있는 상황에서도 늘 일본에는 저자세였다. 정부와 관계자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또다른 주류로 성장해 왔다. 식민 피해에 대한 마땅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공식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데도 하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한 일을 제대로 겪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부와 명예를 일본 침략 하에서 얻었던 사람들, 이른바 친일파들이다. 일본의 패전에 우리가 정식으로 개입하지 못해 얻지 못한 권리이지만 그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공식적으로 받아내야 했다. 우리가 역사를 단편적으로 이해할 경우 연도, 사건, 인물 같은 단편적인 지식만 떠오르기 일쑤다.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외울 것 많고 복잡한 지식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하나로 모으고 역사적 사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는 역사는 ‘이야기’라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책 저자(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제작팀)는 말한다.
우리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벌거벗겨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려주는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도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방송에서 다룬 다양한 이야기 중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 사건들의 이야기를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각 시대와 분야별 역사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한국사 대표 강사 최태성이 다년간의 강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명쾌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 깊이와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내용과 사진 자료까지 새롭게 담아 완성도를 높였다.
우리가 몰랐던 한국사의 이면에 주목하는 『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에피소드와 개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한국사의 큰 맥락을 잡게 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배경 지식까지 선물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역사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쾌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새로운 역사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일은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우리'를 아는 데 소중한 기회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8장으로 이루어졌다. 각 장마다 한국사 연구가들이 검증하고, 고증하고, 사료 발굴이나 판단을 정확하게 감수하는 등 역사가로서 최선을 다해 이야기로 만들어낸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은 1장 「벌거벗은 무신정변」(박재우), 2장 「벌거벗은 여몽전쟁」(이영미), 3장 「벌거벗은 임진왜란」(노혜경), 4장 「벌거벗은 병자호란」(이근호), 5장 「벌거벗은 조선 환관」(김경수), 6장 「벌거벗은 경술국치」(김현철), 7장 「벌거벗은 조선어학회」(박용규), 8장 「벌거벗은 광복」(조건)이다.
독자는 아무래도 일제 치하에서의 광복 1945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서울의 모습이 궁금했다. 이미 손에 태극기를 들고 울고 웃으며 기뻐하는 민족의 함성이 들리는 듯한 빛바랜 흑백사진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과연 낮 12시 방송을 듣고 저렇게 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기뼈했을까? 오랜 일본의 통치 아래 숨죽이고 불평등한, 심지어는 노예 취급하는 일본에 주눅들어 살아온 이 땅의 힘 없은 사람들이... 책에 따르면 35년간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1945년 8월 15일.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던 역사적인 날이었지만, 거리는 마치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만세 함성도 태극기 행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방의 기쁨으로 한반도가 떠들썩해진 것은 해방 다음 날인 8월 16일! 왜 사람들은 해방된 날이 아닌 그다음 날 만세를 불렀을까? 조선과 일본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그날,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
이 책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천황의 방송보다 더 큰 일을 앞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원자폭탄 투하도, 일본의 항복도 제 시간에 알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방송을 듣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던 모습은 하루가 지난 다음날 비로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낮 12시, 경성에서는 대규모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이우. 그는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장남으로 조선의 마지막 왕자였습니다. 일본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군으로 복무하고 있던 이우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본에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우의 장례식이 있기 9일 전인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아침 8시 15분, 갑자기 번쩍하더니 한낮의 태양보다 밝은 하얀 빛이 히로시마 전역을 집어삼켰습니다. 히로시마 상공 580미터에서 터진 핵폭탄은 약 4,000도의 열 폭풍을 일으켰고, 그 사이로 거대한 자줏빛 버섯구름이 솟아올랐습니다. 화염이 도시를 휩쓸었고, 히로시마는 초토화가 되었습니다."(p.279~280)
이 책은 고려 역사의 분기점이 된 무신정변부터 매국노에 의해 국권을 상실하게 된 경술국치까지, 우리 역사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파헤친다. 역사 스토리텔링쇼답게 이 책은 사건에 연관된 인물과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를 자세하게 살펴봄으로써 사건 전개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각 사건이 한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준다. 이로써 역사적 사건을 빛바랜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탈바꿈시킨다. 역사 안내자로 나선 최태성 강사는 단편적인 사실 몇 개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역사 속에 녹아 있다고 말한다. 역사를 재미있게 접하고 싶다면 건조한 키워드들로 사건을 이해하는 대신 진짜 스토리를 만나야 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순간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스토리를 만날 때, 도무지 흐름을 잡기 어려웠던 사건들이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완성되며 역사의 맥락이 잡힌다.
당시 이완용의 별명은 ‘조선 제일 현금 부자’였습니다. 이완용은 나라와 민족을 판 대가로 돈을 쓸어모으며 죽을 때까지 반역자라는 손가락질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완용은 1926년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완용이 죽은 뒤 신문 사설에는 “팔아서 안 될 것을 팔아서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팔아서는 안 될 나라를 팔아 누려서는 안 될 영화를 누렸다는 의미였지요. 대한제국 사람들은 이완용을 미워했고, 그의 죽음을 조롱했습니다. 사는 동안에는 죗값을 피했을지 몰라도 앞으로 계속될 역사의 심판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완용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p.236) - 「6장 벌거벗은 경술국치-이완용은 어떻게 조선을 팔아넘겼나」 중에서
저자 :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제작팀
우리 역사가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벌거벗은 한국사〉를 기획했습니다. 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는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숨겨진 내막을 벌거벗겨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로 탈바꿈시키려 합니다. 반만년 한국사 속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인물과 만나는 특별한 여행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