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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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을 읽기로 결정한 이유는 제목처럼 취업을 못해 집에서 취준생 시절을 겪어서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물을 때 어머니는 늘 "모르겠어요. 어디 들어간다고 큰소리만 치지 저렇게 있네요." 하며 웃었었다. 작가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공부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의 잦은 질문에 답하느라 그랬지만 당사자인 독자에게는 영 마뜩찮은 느낌이었다. 독자의 경우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집에만 있으니 노는 줄 알아요'쯤 됐을 것 같다. 사실 일을 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회사든 어디든 나가서 일 끝난 후 들어와 쉰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어머니 말도 맞는 말이긴 했다. 작가 지망생이 아니어서 집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실업자(집에서 무위도식하며 노는 사람)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지니는 작가였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노는 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저자 역시 놀기는커녕 누구 못지않은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돈 버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어서 지금 시대는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지금처럼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사는 모습을 상상도 못했던 지난날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남들 눈에 ‘루저’로 보였던 프리랜서 작가가 지금은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옛날에는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글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그렇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고 책을 출간하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성공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작가가 주장하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던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글 쓰는 작가가 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글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논밭 일구듯 한다고 해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노동을 하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하면 반드시 댓가는 나오는 법. 이제 저자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할 정도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으니 예전 같은 마음 고생은 덜었을 것이다. 독자로서 축하하고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망과 굳은 신념으로 일궈낸 성과이기에 글쓰기의 어려움,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사회적 책임감까지 짊어진다는 것이니 앞으로도 마음 고생은 어떤 의미에서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저자의 굳센 믿음은 결코 저버리지 않는 힘을 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본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부적으로 굉장히 많겠지만 이 책의 집필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오늘'이 모인다면,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마법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사실을 분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책은 이번이 첫 출간이 아니다. 전작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읽어본 독자로서는 그 책을 읽을 때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원래 자유업에 속하는 직종이다. 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돈 방석(?)에도 앉을 수도 있고, 책이 안 팔리면 말 그대로 굶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이야 경제 사정이 좋아 책 한 권 사는 것을 집앞 골목길 구멍가게에서 사탕 사먹는 정도로 생각할 때이다. 잘 쓴 책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빈약한 내용도 편집 인쇄의 힘을 빌어 아주 훌륭한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책 한 권 사보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내가 심심해서 SNS 하는 거로 보이니?」라는 반박 성명 같은 글을 썼다. 다 글쓰고 책 내고, 잘 알리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집에만 있는 것으로 흉본다는 것은 사실 농담 아니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의 말로 치부할 수도 있을 이야기다. 저자는 경험을 이야기로 잘 쓴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이다. 저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는 글 쓰는 게 즐거워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내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프리랜서는 가장 중요한 게 뭐니뭐니해도 '셀프 홍보'라는 저자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책 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책 파는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의 항변은 이유 있다. 글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무명인 자신을, 자신의 책을 알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진정성이 믿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책은 가벼운 읽을거리,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일부러 웃기기 위해, 독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는 일은 거의 없다. 책 어디에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책도 "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비상구'이기도 하고, 나 같은 누명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전국의 수많은 프리랜서 작가님들의 '대변인' 역할로 쓴다. 물론 억울한 만큼 글로 쏟아낸다면 재미없겠지. 방구석에서 일할지라도 더 큰 꿈을 향해 전진하는 '긍정녀'의 모습도 담겨 있으니 기대하시라." 정말 어여쁜 호소다. 웃음과 유쾌함 상쾌함을 함께 담은 이 책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순간부터 책을 놓을 때까지 잔잔한 미소가 계속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부 〈별일인 듯, 별일 아닌, 별일 같은 일〉, 3부 〈방구석에서 얻은 깨달음〉, 4부 〈방구석에서 꾸는 꿈〉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처럼 자기 소개와 에피소드, 황당하기도 웃기기도 한 일, 삶의 깨달음과 꿈 등을 파트 별로 나뉘어 담았다. 1부에서는 「무엇에 미쳐본 적이 있다는 건 미래가 건강하다는 의미」라는 제목에서 일상의 아침을 그린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글감으로 글을 쓸지 생각한다. 글감이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스치기라도 하면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한다.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메모한다. 글쓰기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 덕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 메모장을 채울 때마다, 메모장에 쌓인 글을 제대로 된 한 편의 글로 완성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저자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식어도 없이 화려한 단어도 없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무미건조한 단어로 써내린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느끼는 희열은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된 미사여구보다 힘 있고 진정성이 드러나 참 좋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독자에게 "당신의 자녀나 주위 친구가 무언가에 심하게 빠졌다면, '아, 저 정도의 열정이라면 훗날 자신의 길을 만났을 때 포기하지 않겠구나, 끝까지 나아가겠구나'라고 좋게 생각해 주기를 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말대로 역시 '긍정녀'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으니까 싫고, 나중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때는 누구를 만나든 내 본업을 밝힐래’라는 생각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통장에 찍힌 인세 금액을 보며 기쁨의 춤을 출 일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내 글이 좋고, 많은 분께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지금이 좋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및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많은 분과 삶을 나누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하다.(p.176)

 

저자 : 이지니

 

2022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홈쇼핑 광고에 금세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생후 18개월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청소를 마치면 곧장 서재로 출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실, 부엌, 화장실 모두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이 있는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 곳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다들 시간이 많은 줄 안다. (실상은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짬’조차 내기 어렵다) 그녀는 일도 하고 나라에 세금도 내지만 말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줄 아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티 좀 내려고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단다. 그 외 저서로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외 3권의 전자책이 있다.

블로그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

인스타그램 @leejinny_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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