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승무원 일기
제제 씨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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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이 책 『키 작은 승무원 일기』에서 말하는 '승무원'이 스튜어디스(stewardess)를 말한다. 스튜어디스는 여성 승무원이고, 남자 승무원은 스튜어드(steward)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승무원은 특별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에는 특히 더했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못할 당시에는 해외 여행인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돈 문제도 있고,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해외 여행은 자유롭지 못했다. 20세기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 그랬다. 이 때문에 스튜어디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승객 접대와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영어나 외국어가 기본이고, 우리 나라보다 주로 외국 승객와 함께 대화를 할 때가 많아 외국어 시험도 입사 시험에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스튜어디스 학력은 대졸이었다. 또 승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미모는 기본이고, 키도 커야 한다. 지금은 키에 관한 규정은 없어졌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일 수 있다며 권고 사항으로 채용 시험에 키를 뺀 듯하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의 제한은 없어졌지만 실제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팔의 길이이기 때문에 팔 길이는 212cm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독자도 알고 있지 못하지만 아마 승객이 휴대할 수 있는 짐을 머리 위 박스에 챙겨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키라면 키가 큰 사람과 같은 말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더 중요한 조건은 자기 관리가 잘 된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자기 관리에 체격 조건이 들어간다면 실제 키 제한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듯 싶다. 그러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튜어디스가 예전만큼의 선망 직종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잔존하는 욕망은 있으리라.

 


 

훤칠한 키에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단정한 유니폼과 부드러운 미소까지... 우리가 흔히 승무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남자가 여성 상대에게 원하는 관심 사항과 같을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유니폼만 뺀다면. 사실 항공사마다 추구하는 이미지에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단정치 못한 태도와 복장, 무뚝뚝한 표정이나 화난 표정을 상상하는 사람은 채용 때부터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승무원이 되고 싶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터다. 하지만 노력으로 바꾸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키'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사람은 어떨까? 그런 사람도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키 작은 승무원 일기』에서 키 작은 승무원 제제 씨를 만나보자. 특히 승무원 준비생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독자도 해외 여행을 1990년 대 중반부터 여러 번 다녔는데 그 때의 느낌으로는 우리나라 여자 승무원들이 탁월하게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유럽 여행을 가다보면 유럽 내에서도 통행은 자유롭지만 바쁜 일정에 따라 비행기로 이동할 때도 생긴다. 이 경우 외국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승무원들이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독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갈 때 에어 프랑스를 탔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독자와의 대화를 위해 많은 애를 써서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승무원들을 보고 매우 고마움을 느낀 적도 있다. 두 명의 여 승무원이 승객들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모두 외모는 그리 빼어나지 않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게댜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얼핏 보기에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 승무원이었다. 그때 처음 외국 여승무원을 직접 본 것이었는데 우리나라 승무원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책의 저자이자 '키 작은 승무원'이 '제제 씨'이다. 그는 미대를 졸업한 후 승무원이라는 전혀 다른 취업 길에 도전하기를 여러 해 탈락의 고배를 여러 잔 마신 후에 마침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열정 가득한 직장인이다. 지금은 국내 모 항공사에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완결이 나지 않은 자신의 비행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뒤 이어 나올 책도 기대해 본다.

미대를 나온 저자는 책을 내게 된 데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내가 작가로 불릴 만 한가?'라는 의구심도 든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처음 책을 낼 때 쏟은 노력과 흔히 따르는 소감대로다. 승무원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건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출간 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다고도 한다. 그 때 동기 언니에게 상담을 했는데 "너 이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은데?"라는 말을 듣고 바로 도전을 결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욕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좀 더 재밌게, 좀 더 완성도 있게 라고요. 실제로 마감하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가장 컸고요. 더 잘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그러나 제 자식이 가장 예뻐 보인다는 말처럼 제일 사랑스럽기도 하고요."

저자의 키는 159cm이다. 왜 키 작은 승무원이 별명이 됐을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키가 작은 여성은 아예 선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채용 조건이 변경됐다 하더라도 면접까지 없앨 수는 없을 터, 키와 외모는 최소한의 면접관에게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맞을 것 같다. 저자도 우여곡절 끝에 승무원이 됐지만 유독 혼자가 키가 작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저자는 책이 나온 후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승무원이 된 계기에 대해 "처음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취준생 때였어요. 당시 절박한 마음에 승무원 에세이나 영화, 블로그까지 안 본 매체가 없었죠. 그런데 대부분이 친구를 따라 면접장에 갔다거나 그냥 한 번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등, 우연히 승무원이 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때의 저는 여러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셔서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때라 그 이야기들이 모두 "넌 불가능해"로 들리는 것 같았어요. 동시에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어요. '내가 꼭 붙어서 평범한 사람의 취업 준비 생활도 공유해보자!'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캐릭터를 이리저리 만들어보고, 컨셉 구상하는 것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그 끝에 '키 작은 제제 씨'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저자는 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왔다고 말한다. "키가 작은데도 합격할 수 있나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비법이 뭔가요?" 같은 메시지를 자주 받는데, 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인사팀도, 인사 권한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알고 있다는 듯 대답할 수 없으리라. 다만, 여러 소문, 흔히 말하는 '카더라'에 휩쓸리지 않게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책을 냈다고 밝힌다.

'키 작은 사람이 승무원이 되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은 아니다. 여기에 증인이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라는 것. 그렇다고 헛된 희망만 주어서는 안 되고,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도 할 수 없을 테니, 실제로 자신이 했던 노력과 겪은 일은 알려주자는 생각에서 책을 낼 결심을 했다고 설명한다. 헛소문은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고, 키가 왜 채용 기준인지, 어떤 점이 불리했는지, 일하면서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 같은 생생한 경험을 나누면서 승무원에 대한 환상적인 생각은 버리고 실체에 다가가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집필 취지이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도 함께 책에 실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승무원이 짐을 올려드리는 게 사실 의무는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몸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승객 같은 경우 도와드리지만. 하지만, 가끔 건장한 손님이 가방을 복도에 두고 자리에 들어가버리는 경우엔 좀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자가 만난 승객들은 대부분 척척 잘 올리더라고 설명한다. 키가 작아 아예 부탁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슬쩍 말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착각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단다.

이에 비해 승무원으로서 키가 작으면 단점은 정말 많다고 토로한다. 짐을 정리할 때도 늘 좌석 옆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하고, 각종 기물들을 꺼낼 때도 까치발을 들어서 힘겹게 꺼내야 한다. 가끔 갤리 천장에 손을 뻗을 때면, 상의가 치마 밖으로 다 튀어나와서 다시 고쳐 입을 때도 많고... 한번은 키가 큰 남자 선배와 일을 할 때 기내 선반을 고개만 휙 들어서 확인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고 자신은 무조건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선반 안쪽이 보이는데 말이다. 자신의 단점이 드러날 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안으로만 움츠려들지 않고 과감하게 조크로 넘기는 데는 저자의 천부적 성격인 것 같다.

전·현직 승무원, 그리고 승무원 준비생 여러분들께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저자는 미대 출신인 탓에 자신의 작품이 각자의 이야기로 해석되는 걸 예전부터 꿈꿨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귀여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악역 없는 힐링 스토리를 즐기는 사람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와 필요에 의해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각자의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다고 책을 낸 소감에 바람을 덧대어 말하고 있다.

 


 

"키가 작아도 승무원을 할 수 있다." 희망을 그림 에세이에서 저자는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어려움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따듯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스타툰으로 공개된 26개의 리터치한 에피소드와 오직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32개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저자의 피땀눈물 나는 승준생 시절부터 지금의 좌충우돌 승무원 이야기가 한때의 즐거움을 주고, 더불어 희망과 실체의 인식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펴낸 책이다. 그의 일상에서 독자들은 분명히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다.

"저는 제 이야기가 승무원이라는 특정 직업에 한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려움이 있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간간히 느끼는 마음의 휴식 등은 각자의 위치가 다를 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 직업을 잘 말 안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승무원에게 거리감을 느끼거나 다른 시선을 던지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거든요. 이 책에서 저는 승무원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틀을 깨고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냥 잠시 함께 비행을 하게 되는, 그런 시간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자 : 제제씨

 

흔히 키 크고 날씬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승무원. 그 속에 키 159cm의 작은 승무원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승무원 준비는 어느덧 2년을 넘기고 있었고, 그렇게 길어진 취업 준비 생활에 지쳐갈 때쯤 덜컥 승무원에 합격하였다. 고군분투했던 승준생 시절을 뒤로하고 승무원이 된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승준생 에피소드부터 현재의 비행 순간을 그리며 웃음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인스타그램_ @jeje_little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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