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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는 탄생 이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2,500년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이어오면서 원형에 첨삭된 점도 있겠지만 각 예술 분야에서는 물론 우리 삶에 대한 영감을 주는 가장 오래된 인류 기록물이기도 하다. 최근 발굴된 바빌로니아 문명의 『길가메시』로 최초의 서사시라는 명예는 넘겨 줬지만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포함된 내용을 시인 호메로스가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다른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자는 초등학교 때 처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했다. 당시 '어린이 세계명작전집'에는 반드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가 포함되어 있었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가장 먼저 위치했다. 50권 전집류든 100권 전집이든 1권 혹은 1~2권은 이 작품이 들어 있었다. 이 때문에 독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이들 두 작품은 별개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읽었던 것이다.
이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흥미거리를 남긴 채 잊혀져 갔지만 상급 학교로 올라가도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자주 언급됐다. 국어 교과서 정도에서 역사 교과서에도 취급되고 있었다. 또 권장도서에도 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완역본을 읽어본 기억은 없다. 어쩌면 방대한 양이고 그리스 로마 원어로 된 것에 대한 번역자들이 적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영어로 된 작품 번역본은 서점에도 늘 꽂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화는 "창조적 지혜가 담긴 용광로와 같다. 따라서 신화를 알면 세상의 사랑과 증오, 그리고 기쁨과 슬픔, 전쟁과 평화, 과거와 현재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신화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상력과 호기심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어 타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이 책에 대한 출판사 소개글에 공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히 독자들이 좋아한 내용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역사 저작가 설민석이 TV에서 방송을 시작하면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신화란 인간의 역사문화와 관련이 있어서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 용기와 열정, 그리고 호기심을 투사하여 공상적으로 창조해 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역사적인 색채를 띰으로써 도시나 가문에 있어 고귀한 유래가 될 수도 있고, 또한 서사시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는 종교의 예식이나 신앙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를 설명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또한 조형미술, 문학, 기타 그리스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언제나 차용되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화는 이성과 신앙의 중간에서 고유한 생명을 가진다. 그리스인의, 또 그들 후대의 모든 고찰은 신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화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누구에게나 친근한 것이 되었다. 시인은 제재를 신화에서 구했다.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 전설의 주인공들이 벽화나 기둥, 항아리, 술잔 등 여러 기물 위에 그려졌다. 철학자조차도 추론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신화를 통해 도움을 구했다. 이와 같이, 신화의 일반화와 그 힘의 해방이야말로 그리스 문화가 인간의 정신세계에 가져온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 토머스 불핀치는 역사의 발전과정과 더불어 변화하고 충실해진 신화를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은 1855년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거의 200년 가까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기 판본인 셈이다.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로서 애독되고 있는 영원한 스테디셀러이다. 단지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이란 부제는 뒤에 붙여진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출판 당시 붙인 것인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이 책 '서문'에 해당하는 「신화란 무엇인가」는 역자가 쓴 것인지 저자가 쓴 내용에 역자가 덧붙인 것인지 저자의 일생이 덧붙여 설명돼 있어 부제에 대한 궁금증은 남는다. 서문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설명만 붙어 있다.
"그리스 신화란 기원전 8,9세기, 즉 호메로스의 시편에서 소개된 이후부터 그리스도 탄생 후, 즉 서기 3,4세기에 걸쳐서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여러 지방에 널리 퍼져 있던 갖가기 불가사의한 설화와 전설을 총괄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이러한 신화의 기원과 성격을 규명하기란 어려운데, 서구의 정신사에 미친 그리스 신화의 역할을 매우 중대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신화는 문학·철학·사학자들의 저서에 부단히 인용되어 왔고, 그래서 신화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신화의 상당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p5~6)
그리스 신화의 탄생에 대해 후세 학자들의 연구는 모두 일치한다. 그리스 신화는 올림포스 산꼭대기에 있는 12명의 신이 중심이 된다. 이들 외에도 지상과 지하와 바다에 사는 신과 요정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또 신과 관계를 맺은 영웅, 보통 인간들이 모두 등장한다. 신 가운데 우두머리는 제우스이며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코로노스를 제거하고 신들의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가족 가운데 자신의 지위를 탐내는 자가 있을까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제우스의 아내는 헤라인데 헤라는 제우스가 300년 간의 노력 끝에 맞이한 아내이다. 이들과 그 외의 신들에 관련된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종교에서의 신처럼 신비하고 전지전능하지는 않으며, 인간과 다름없이 웃고 울며, 성내기도 하는 인간적 감정과 행동을 한다. 다만 다른 점은 초월적인 능력으로 서로 대결하고 투쟁하며 사랑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여러 신들이 인간 세상의 온갖 사건에 참여하고 간섭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각종의 기담, 모험담, 연애담 등이 그리스 신화의 줄거리를 이루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힌 바 있듯이 신화 속의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그 의도는 신화를 딱딱한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그로써 독자들의 인생을 좀더 즐겁고 유쾌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를 뒷받침해주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아무리 많은 세대가 지나도 신화를 읽는 모든 독자들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신화 속 주인공들의 고뇌와 의지는 인간의 역사 그 자체에 투영된다. 신화에 나타난 신, 영웅들의 생활과 비극, 애환은 수천여 년 전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오늘의 생활 곳곳에 여전히 살아있다. 신화는 높은 삶의 질, 즉 폭넓고 풍부한 인생, 성숙한 인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이것은 바로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이다. 그에 더하여, 신화에서는 모든 시대의 역사를 뛰어넘는 그 무렵의 삶, 풍속, 사회관계의 단면들을 볼 수 있고, 그것들로 말미암아 인류역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다는 특별함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러한 신화의 본디 의의를, 읽는 이에게 감명 깊게 전해 준다. 또한 독자들에게 고전문학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고, 모든 사람에게도 교양을 높이려고 생각했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을 그리스, 로마, 스칸디나비아, 또는 동양 등에서 전해지는 고대 고전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이미 물질문명에 침범당하기 시작한 19세기 시민에게 정신문화의 중요성과 그 위기를 인식시키려고 애썼다. 이 책이 출간된 19세기는 미국의 산업혁명 전 기간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판된 1855년 세상은 ‘기술과 과학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런 시대인 만큼 높은 정신성이나 풍부한 인간성을 고대 신화나 전설의 시대에서 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저자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차츰 고갈되어 가는 인류의 시적 상상력을 다시 살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고, 그런 의도 아래에 시적 상상력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지혜의 용광로이자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의 원천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마음껏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이 책은 34개의 제목이 각 장(章)을 이룬다. 1장 「그리스 신과 로마의 신」부터 34장 「피타고라스, 시바리스와 크로톤, 오라클」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을 따로 구별하지 않은데 대해 "(신화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우선 고대 그리스인들 간에 인식되고 있던 세계 구조의 관련성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로마인은 그리스인으로부터, 그 밖의 국민은 로마인으로부터 그들의 과학과 종교를 계승하였기 때문이다."고 제시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그리스인은 지구가 평평한 원반 모양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자기들의 나라는 그 중앙에 있고, 그 중심점을 이루는 것이 신들의 주거지인 올림포스 산, 혹은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의 성지라고 믿고 있었다. 이 원반과 같은 세계는 바다에 의해서 서에서 동으로 횡단되고 두 개로 등분되어 있었다. 그 바다를 사람들은 지중해라고 불렀고, 그것에 이어지는 바다를 에옥세이노스, 즉 흑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스인들이 알고 있는 바다는 이 두 개뿐이었다.
세계의 주위에는 '대양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흐르는 방향은 지구의 서편에서는 남에서 북으로, 동편에서는 그 반대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의 흐름은 언제나 한결같았고 어떠한 폭풍우가 몰아쳐도 범람하는 일이 없었다. 바다와 지구상의 모든 강은 그곳으로부터 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구의 북쪽 일부에는 히페르보레오스라 불리는 행복한 민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민족은 헬라스 사람들을 얼게 하는 살을 에는 듯한 북풍이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동굴들이 있는 높은 산들 너머에서 영원한 기쁨과 봄을 즐기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은 질병도, 노쇠도, 전쟁도 모르고 살았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이상향(유토리파)를 생각해 낼 것이다. 그들도 유토피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현실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독자의 생각과 같다는 느낌이다. 신화의 시대 그리스인들은 현실 세계의 4곳의 극단에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거의 모든 신이 망라돼 있다. 물론 중요한 신, 문학이나 각종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신들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고 그렇지 않은 신이나 영웅은 짧은 설명으로 끝난다. 어쩌면 원형의 서술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독자는 받았다.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끄는 이륜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으나 아직 키프로스섬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의 신음 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려 왔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백조들을 지상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리고 가까이 가서 공중으로부터 피투성이가 된 아도니스의 시체를 보았을 때, 아프로디테는 급히 지상에 내려 시체 위에 엎드려 자기의 가슴을 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운명의 여신들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리다. 그리고 내 아도니스여, 내 슬픔의 기억은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고 그대의 죽음과 내 애통해하는 마음은 해마다 새로워지리라. 그대가 흘린 피는 꽃으로 변할 것이고, 아무도 이를 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그 피 위에 신주(神酒)를 뿌렸다.(p.124)
-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중에서
이같이 포세이돈이 그리스군을 원조하여 트로이아군을 물리치고 있을 동안에, 제우스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헤라의 간계로 그는 싸움에 대해 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헤라는 갖은 수단을 써서 매력적으로 몸을 꾸였는데, 특히 케스토스라는 허리띠를 아프로디테로부터 빌렸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왜냐하면 이 허리띠는 그것을 띠고 있는 자의 매력을 그에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몸을 꾸미고서 헤라는 올림포스 산위에 앉아서 전투를 내려다보고 있던 남편 곁으로 갔다. 그가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의 매력은 대단하였으므로, 지난날의 불타는 듯한 사랑이 다시 일었다. 그리고 그는 전쟁도, 그 밖에 다른 국사도 잊어버리고 그녀만을 생각하고, 전쟁은 되는 대로 방치하였던 것이다.(p.373)
- 「‘일리아스’」 중에서
저자 : 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에서 출생. 보스턴 라틴 스쿨,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 등 명문학교를 거쳐 1814년 하버드대학(고전학 전공)을 졸업하고, 모교인 보스턴 라틴 스쿨에서 교사로 근무하였다. 1837년 보스턴 머천트 은행에 들어가 평범한 은행원으로 생애를 마쳤다. 미국의 산업혁명 시대를 살다간 그는, 이러한 실리적인 시대에는 고대의 신화와 전설 속에서 높은 정신성과 풍요한 인간성을 찾아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역사와 고전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책을 썼다. 그중에서 1855년에 발표한 그의 작품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책으로 1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애독되고 있다. 다른 저술로는 중세 기사도 이야기를 정리한 『원탁의 기사』(1858년), 『샤를마뉴 전설』(1862년) 등이 있다. 1867년 5월 보스턴에서 71세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이 작품들만으로도 그의 문학적 깊이의 방대함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역자 : 손길영
알래스카 시인으로 통하는 손길영 작가는 한국외국어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받았다. 영문학교수와 미국 대사관 연구관, 문공부 전문위원 역임하였다. 그리고 KBS, MBC, CBS 토플/토익 강좌와 함께 많은 대학에 초청되어 통번역 강의와 고급 영문법, 기초 영작문, 시사 영작문, 실용 영작문 등을 강의하였다.
저서로는 12권으로 구성된 USA토익을 비롯하여 시사 영작법, 영작법 연구, 실용 기초 영작문, 작문식 생활영어, 통역 대화체 영작문 고급 영문법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역서로는 대단한 욕망, 프랭클린 자서전, 조지 부시 자서전, 연극이란 무엇인가, 구원의 신화 등 100여권의 저서와 번역서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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