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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연출 -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드는
이태화 지음 / 파지트 / 2022년 9월
평점 :
'인생은 연극이다'란 표현은 어느 수필가의 에세이에 나와 있던 귀절이다. 지금 정확히 수필의 제목과 저자의 성함은 기억이 안 되지만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던 그는 3막의 연극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했었다. 사람 나이에 따라 비유했던 것이 기억난다. 연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겼는데 이 책 『인생 연출』을 읽다보니 불현듯 그 생각이 난다.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드는」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이태화가 삶과 연극을 비유적으로 이 책의 글을 써나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뮤지컬 배우, 전문 코치, 응용연극 컨설턴트, HRDer, 리더십 강사, 작가 등 많은 직업을 가진 분으로 소개되고 있다. 독자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아마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꽤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생과 연극의 비유를 새삼스럽진 않지만 현재 연극 배우, 뮤지컬 배우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이 직접 글로 쓴 것을 독자로서는 처음 보기에 신선한 느낌이 든다. 독자는 연극을 많이 감상했지만 아직도 문외한 수준이다. 연극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극을 보러 가는 이유가 연극의 내용보다는 배우의 퍼포먼스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의 주제는 대부분 굉장히 간단한 것들이 많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연극은 배우가 무대 장치·조명·음악 등의 도움을 받아 연출자의 지도 아래 각본에 의해서 연기를 하여 관객에게 보이는 종합 예술이다. 연극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태어나서 인류 멸망과 함께 죽어갈 공동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백과사전은 풀이돼 있다. 연극이란 인간이 인간의 행위를 모방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대 예술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고대 로마의 문인·철학자·변론가·정치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연극은 인생을 거울에 비추어 본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거슬러 고대 그리스 문화에도 연극은 중요 예술이자 시민들의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예술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유적으로 남아 있는 원형극장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가끔 콘서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고 규모도 크다는 것은 당시 시민들에게 인기를 누렸다는 점을 반증한 것 아닐까.
이 책은 연극에 대한 원론을 쓴 책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대로 달려 간 저자가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뤄낸 과정을 이야기한다.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든 인생연출가의 이상과 현실을 연결시켜 주는 '인생 연출법' 을 통해 누구나 꿈꾸는 삶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책에서 사람과 삶을 "우리는 모두 배우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삶’이라는 공연을 한다. 삶의 대본을 쓰고, 대사를 내뱉고, 움직인다. 스스로 삶을 연출한다. ‘삶’이라는 공연의 주인공이다. 주연 배우이면서 동시에 감독이다. 인생을 연출하는 주체다. 나도 배우고, 당신도 배우다."라고 표현하고 있어 그와 함께 인생 연출을 이야기하려 책을 읽는다. 물론 그가 이야기하고 독자는 듣기만 하는 것이니 강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것은 독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꿈.남.행.’ 내가 꿈꾸는 삶을 살면서 남도 행복하게 돕는 것을 인생 '초목표'로 삼고 있는 저자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걷고자 한다. 건축 전공이지만, 리더십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어 건물을 세우는 일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대학 시절 응원단장을 하며 여러 사람 앞에서의 흥을 발산할 때 진정한 ‘나’로 서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연극 및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했다고도 한다. 말 그대로 각고의 노력을 했고, 당당히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또 이번에는 작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작가가 되었다고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경험담과 리더십 교육을 통해 익힌 이론을 접목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연출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이기에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되는 이유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모두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무대 위에서」, 「무대를 내려오면」이다. 물론 연극과 우리의 삶을 비유할 때 '무대'로 표현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연출도 하고, 스탭도 되며, 배우도 한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저자의 무대에 오르기 전은 꽤 어려운 과정이다. 2010년 3월 31일을 무대에 오르기 위한 결정의 날이었다. 이날 저자는 "회사원이라는 역할을 끝냈다. 4월 1일, 생각해보니 일찍 눈이 떠졌다. 잠들기 전에는 그동안 못 잤던 늦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이 떠지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희한하게 더 말똥말똥해졌다. 오늘부터 시작이구나 생각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과감한 도전과 선택을 축하 받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회사 진짜 그만 뒀다. 오늘부터 프리랜서다!]
사실 저자는 '잘 했다!', '멋있다!', '대단하다!'는 답이 되돌아오리라고 예상했다. 응원과 격려, 내심 부러움을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로 온 문자들은 [안 속는다!], [재미없다], [일해라]였다고 말한다. 비장한 저자의 메시지는 만우절로 묵살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2010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백수가 되었다. 나이도 적잖은, 서른 살이었다고 한다. 프리랜서 강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배우 준비를 시작했지만 세상 일이 어디 마음 먹은 대로 풀릴 리 없다. 각오는 비장했고, 현실은 비참했다. 배우로서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졌고, 강사로서 강의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슬슬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렇게 해서 될까?' 하는 두려움이 반복됐다고 토로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랬다저랬다 미친 놈 같았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를 달래다가도 막연한 두려움에 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쩌다 강의가 들어오면 모든 걸 바쳐서 준비했다. 자칫 강의를 망치면 밥줄이 끊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의 준비에 몰입하면 화장실 갔다 오는 시간도 아끼고 싶을 정도로 절박했을 것이다. 자칫 자리를 뜨는 사이에 몰입의 끈이 끊어질까봐 두려워서였다고 한다. [시작은 어떻게 하지?], [이 화면을 띄워 놓고 무슨 얘기를 할까?], [이 장면에서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청중들이 이 대목에서 어떤 반응을 할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애태우고, 실수하면 밥줄 끊길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을 거듭하면 쓸데없는 걱정도 들어가는 법이다. [횡설수설하는 거 아닌가?]는 걱정과 두려움이 오락가락 머리를 짓눌린 느낌이었으리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마지막 멘트는 뭐라고 할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했다. 강의 준비가 유독 진도가 안 나가는 날도 있었다. 안 가던 화장실에 갔다고 문득 명확하진 않지만 붙잡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대단할 걸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강의도 공연이다!].
이거다! 강의를 준비하는 강사는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 같았다. 그 초조함, 간절함, 막막함, 두려움, 설렘, 이 미친 기분들이 오디션을 준비할 때와 똑같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순간적으로 초능력 같은 엄청난 기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신비한 연결고리를 찾았다.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고 한다. 자신이 오디션을 보러 갈 때와 강의 준비하는 감정들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저자의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준 계기였다. "전달하고자 하는 강의 내용은 대보니다. 강사인 나는 배우이자 작가, 연출, 감동이다. 대본도 내가 수정한다. 이번 강의는 어떤 장르로 연출할지 고민한다. 정해진 강의 시간은 공연 시간이다. 내가 '컷!'을 외치고, 내가 오케이!'를 외친다. 청중과 분위기에 따라 의상도 달리 한다. 음악도 정해진 순간에 나와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의상 감독도 음악 감독도 전부 내가 한다."(p.13~14)
앞서 언급한 ‘내.꿈.남.행.’이 저자의 초목표라고 했다. 내가 꿈꾸는 삶을 살면서 남도 행복하게 돕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배우가 무대에 설 때, 코치로 강단에 설 때, 항상 청중들과 마주한다. 배우과 코치로서 하는 행위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그 목적이 곧 인생 초목표이자 사명이다. 꿈꾸는 일을 하면서 남도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일이 연기든, 노래든, 강의든, 코칭이든 상관없다. 삶의 장면을 그렇게 채우고 싶다. 그런 장면들로 편집해 가고 싶다. 인생의 초목표를 발견하고 나서야 진짜로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생겼다. 전체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가 설정되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의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인생 초목표를 인생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역할에 따라 여러 장면을 만든다. 아들이나 딸로서 가정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직장인으로서 일터라는 무대에서 일하는 장면을 만든다. 친구라는 역할은 놀이터에서, 학생이라는 역할은 학교에서 수많은 장면을 만든다. 인생 초목표는 역할로서 만드는 모든 장면들의 '목표의 목표'다. 인생 초목표를 단번에 찾기 어렵다면 먼저 역할별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누구나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쉽게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역할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모든 역할 목표를 관통하는 인생 초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저자의 인생 초목표 설정은 자세히 설명을 덧붙이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역할 목표는 역할의 끝을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든 역할은 끝이 있다. 인생에서 맡고 있는 역할들이 끝날 무렵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자식이라는 역할은 대부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끝난다. 학생이라는 역할은 졸업하면 끝이고, 직장인도 은퇴하면 끝이다. 어떤 끝을 원하는가? 역할이 끝날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부분에 집중하면 저자의 초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파악하기 쉽다.
저자는 페이지마다 열정 넘치는 매력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물론 삶의 무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초목표를 향해 부지런하고도 꾸준하게 다가가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어서 더욱 흡인력을 갖고 있다. 독자도 꽤 열심히 사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저자의 노력이나 최선을 다하는 집중력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하는 일은 초목표를 향한 아래 단계의 목표인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나아가는 저자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태도로 나아간다면 독자 역시 못할 일은 아니다. 조금은 긴 듯한 「에필로그」를 통해 덧붙인 말은 독자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한 때는 이 말을 오해했다. 오늘만 살고 죽을 사람처럼 방탕에 빠지기도 했다. 오늘이 마지막날 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 '행복=쾌락'으로 생각했다. (중략) Carpe Diem. 지금 이 장면이 예술이다."(p.198~199)
저자 : 이태화
Actor & Coach 배우이면서 코치다. 공연예술과 교육훈련, 두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대와 강단을 넘나들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면서 응원단장, 한국 대학교 응원단 협회장으로 활동했다. 리더십의 매력에 푹 빠져서 ‘건물 세우는 일’이 아닌 ‘사람 세우는 일’을 꿈꾸다가 결국 건설 대기업을 퇴사했다. 전문코치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꿈을 찾아주다가 자신의 꿈도 다시 찾게 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배우’의 꿈에 도전하며, 서른 살에 대학로로 가서 당당히 배우가 되었다. 한국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국제코치연맹 및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리더십코칭 MBA로 경력을 쌓았다. 혁신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연극이나 뮤지컬을 교육과 융합하는 작업을 하면서 현재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인사조직총괄 책임자로 일하면서 조직문화를 건축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