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장 프랑수아 버네이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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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 책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도 호주 문학을 잘 알아서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의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희귀성에 기대어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호주는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 등으로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예술도 많이 발달했으리란 막연한 기대에서다. 그러나 문학 부분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호주의 분위기나 수준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다. 역사가 짧은 데다 인구마저 우리나라 절반도 훨씬 못 미치는 나라여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문학은 서구나 남아메리카만큼의 수준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호주 여행 가서도 전쟁 기념관은 들렀지만 오페라 극장을 제외하곤 예술 관련 시설에는 가본 적이 없다. 많은 곳을 다니질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독자는 외국 문학의 경우 매해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한 권씩은 읽어오는 편이라 기억으로는 호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 책을 쓴 저자 장 프랑수아 버네이도 이름으로 미루어 프랑스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호주 문학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인 게 독자의 문학 수준이었던 것 같다. 호주 소설사를 왜 다른 나라 사람이 썼을까? 하는 의문부터 들었다. 저자와 역자의 약력 상으로는 저자 버네이가 호주인은 아니고 프랑스의 대학에서 호주 소설을 탐구한 학자이라고 한다. 역자 역시 호주와 관련된 분이라서 이 책은 영어로 쓰였고, 역자는 영어로 쓴 이 책을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누가 썼느냐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호주 문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라 상관없을 듯하다. 오히려 호주는 자신들의 문학, 소설사를 왜 다른 나라 사람이 쓸 때까지 제대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책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는 한 번 읽긴 했지만 여간해선 제대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조금은 어지럽게 쓰였다. 물론 외국어 번역과 외국의 소설을 읽기에는 독자의 영어 실력이 너무 짧아 우선 작가의 이름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설명을 열심히 읽어도 체계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저자가 집필하고, 체계 분류의 이유도 써놓았는데도 말이다. 낯섦 그대로인 것 같다. 아무튼 한 번 읽고 호주의 소설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으리란 기대는 당초 하지 않았기에 저자의 설명과 기술에 따른 호주 소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저자는 “호주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호주 문학에 대한 기초적 정의를 세우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썼다는 것이다. 저자 장 프랑수아 버네이(JEAN-FRANCOIS VERNAY)는 20여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호주인은 보지 못하는 호주 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했다고 기술한다. 이에 따라 수 년에 걸친 연구 조사의 결과물인 이 책은 호주의 역사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호주 소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문학적 성과를 갈구하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호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영국의 식민지’라는 역사적 배경이 결합하여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말한다. 원주민과의 갈등, 야생 숲이 가득한 자연환경, 민족주의 성향, 다문화주의, 호주 소설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여성 작가들 등 역사의 흐름에 따라 호주 문학사는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것.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는 호주 문학, 그 중에서도 호주 소설이 밟아온 길을 차근차근 되짚어 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호주 역사의 주요 변곡점을 기준으로 호주 소설의 발전을 주요 단계로 나누어 제시하고, 그 속에 담긴 상징적 주제들을 파헤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1800년대 초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호주 문학이 탄생하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을 지나 1·2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지난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시절을 겪을 때마다 달라지는 호주 소설의 방향과 사회적 의미를 철저히 ‘외부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구성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호주 소설의 역사를 한 겹씩 벗겨내는 과정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모든 껍질이 다 벗겨졌다고 생각할 때 알맹이가 등장한다. 바로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더 읽어 보기’이다. '더 읽어 보기'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앞 부분에도 이색적인 글들이 들어가 있다. '이 책을 쓰게 된 사연'이 가장 먼저 나오고, '살짝 엿보기'가 뒤를 잇는다. 이 살짝 엿보기는 호주 소설가이자 문학 비평가인 니콜라스 호세가 썼다. 8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그 다음에도 아직 '프롤로그'가 나오지 않는다. '시작하기 전에'라는 제목의 글에 방대한 주제에 접근하고 다루는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던 저자의 고충을 토로하며, 호주 소설사를 쓰기가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설명한다. 주제 표현 방법, 호주 역사의 주요 변곡점을 기준으로 호주 소설의 발전 주요 단계를 나누어 제시하는 방법도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결국 저자는 호주 소설의 진화적 다계들과 궤를 같이 하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을 채택한다. 저자는 이 글에서 "호주에서는 70년대 이후부터 대중적 성공을 두고 영화가 문학과 경쟁했다. 그렇기에 나는 호주 소설의 풍부함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를 은유로 사용하고 영화 용어들을 차용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책 곳곳에 세 가지 형태의 삽입 기사들이 들어 있도록 썼다.(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산재된 삽입 기사를 책 후반부에 하나로 모아 배치했다-역자 주).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호주 소설이 가지는 의미 있는 주제들, 저자들과 작품들에 주목했고, 「주요 대작들 살피기」는 호주 문학 지평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 소설들 또는 작가들을 깊게 살피며, 「주요 작가와 작품 세계 둘러보기」는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 주제, 또는 문학 이력에 대해 적고 있다. 저자는 영화를 문학과 비유하는 것은 작가들과 배우들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또한 가능케 한다고 주의를 준다. 작가나 작품이 가진 논쟁거리, 그들의 시사성, 대중성 또는 숱한 비판 덕에 인기를 얻는 성공(?)으로 인해, 인기 작가 또는 미디어 노출이 잦은 작가는 대중들에게 지나치게 매체를 타는 유명 영화인들을 연상케 한다.

그들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한 의무적 행위에는 성공을 위한 각종 수상식 참석, 인터뷰, 언론인 상대 회견, 라디어 프로그램들, 그리고 방송 출연 등이 있다. 만일 그것이 항상 그래왔다면, 예술가의 삶이 길고도 조용하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조용한 주의는 독자에게는 호주 작가들과 문단 일부에서 이런 소설가나 출판 관계인드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프롤로그에 앞서 '끼워놓은' 글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일부 작가의 대중 영합에 의한 인기를 구가하는 호주 일각의 작가들이나 작품을 배제시켰다는 말로도 들린다. 아무튼 주요 작가와 작품 세계, 주요 대작들 살피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파트를 별도로 두고 설명해야 할 만큼 호주 소설사를 더욱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쓰기까지 저자의 고심이 드러난다. 혹시 책 제목을(번역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단숨에'가 아니라 '한숨에(a brirf take)'라고 쓴 이유가 따로 있나 싶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호주 소설사에 한걸음 다가가고 이해의 폭을 높이는 데는 이보다 좋은 책은 드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역자 장영필은 책 뒷 부분에 「역자의 말」을 통해 “몇 해 전 어느 날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 이외에도 호주 문학사, 호주 역사서 등 개인적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책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이 책의 장점은 역자인 나처럼 '외부적 시각으로 호주 사회, 특히 문학계를 바라보았다는 점이다."라고 언급해 이 책의 논조나 집필 취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역자에 따르면 저자 장 프랑수아 버네이는 뉴칼레도니아에서 태어나, 호주에 정착한 후 최근까지 근 20년 동안 호주 소설들을 연구한 학자이다. 호주 소설사를 다룬 이 책의 초판은 2009년 프랑스에서 발행되었다. 그 후 2016년, 시드니에서 추가 증보판을 내었다. 바로 이 책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처음 이 책을 읽으며 의문스러웠던 점은 '왜 호주에서 초판을 내지 않고 저자의 모국인 프랑스에서 냈을까?였다고 술회한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역자 추정).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 출판계의 현실도 문제였겠지만, 이 책은 너무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호주 소설사를 통해 호주 사회의 시작과 현재를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아마 역자가 호주 토박이였다면 상당히 불만으로 가득 찼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조상들이야 그렇다 치고(?), 지금 우리 수준 높거든?" 역자의 말은 아마 호주인들의 자격지심과 현재의 호주인의 간격에 대해 관련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들린다.

즉 호주 역사가 대영제국 식민지 시절 흉악한 범죄자들을 멀리 격리시키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속내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도 조상 이야기할 때 일본 식민지가 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도 '선조가 무능', '일본의 야욕' 등에 대해 서로 맞서고 있지 않은가? 선조탓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하는 졸렬한 변명에 불과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나올 법한 호주 문학계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이런 의미가 잠겨 있다는 표현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이 책에서 호주 문학에 대한 자화자찬은 호주 문학에 대한 기존 멸시의 눈을 가려주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책 몇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호주의 노벨상 수상자와 수상작, 그리고 유명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몇 군데 등장한다. 호주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패트릭 화이트는 호주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출신지는 런던이며, 호주와 영국에서 교육받았다. 이 사실에 의해 호주 문단에서 호주 문학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듯싶다. 왜 그랬을까? 후발국가이고 범죄자 조상의 이미지도 씻을 수 있는 기회일 텐데... 아마 문단의 시기와 질투가 반영됐기 때문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호주 문학의 조건은 무엇인가?라고 저자는 되묻고 있다. 작품이 호주에 관한 내용이면 조건을 충족하는가?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 되고의 기준을 묻는다.

그렇다면 한 작품이 호주 문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가는 반드시 호주 국적자여야 하는가? 호주가 되려면 그 작품이 호주 땅에서 쓰여야 하는가? 책은 반드시 영어로 써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호주 소설의 기준을 정하지 못했던 호주 문단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호주 소설을 정의하는 특징이 주제로부터 비롯된다면 저자의 출생지와 국적, 지리적 위치 또는 표현 방식 등, 우리가 여기서 정의하는 것들은 너무 포괄적이거나 제한적이다."고. 프롤로그에서 신랄한 비판을 시작한 저자는 호주 문학의 상징적 주제들을 제시하며 모두 포함하거나, 일부라도 포함된다면 호주 문학의 범주에 두고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가 밝힌 상징어들은 '탐험', '정복', '항해', '지형(Geography)', '지형(Topography)', '고립', '엔티포드', '풍부함', '종교', '사라짐' 등이다, 저자는 제시한 각 상징에 간략한 설명을 붙여 호주 문학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1장~6장에 걸쳐 식민지 시절(1831~1874) 탐험과 극복의 역사와 호주 문학, 즉 민족의식의 부상(1875~1900)과 문학 논쟁(1901~1950)의 시대를 거쳐, 이용당하고 조작된 현실(1951~1965)에 이어 코스모폴리탄 시대 속 마이너리티 문학(1966~1980)에서 포스트모던 그리고 새 문학사조들의 등장(1981~현재)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다룬다. 여기에 주요작가의 작품세계와 대작들 살피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등을 통해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 장 프랑수아 버네이(JEAN-FRANCOIS VERNAY)

프랑스 대학에서 호주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호주에서 소설가이자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며 문학 분야에서 다섯 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달빛 아래 흐르는 강: 호주 소설가 크리스토퍼 코치의 문학적 이상과 현실Water from the Moon: Illusion and Reality in the Works of Australian Novelist Christopher Koch』(Cambria Press, 2007),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A Brief Take on the Australian Novel』(Wakefield Press, 2016) 등이 있다. 또한 다수의 문학 관련 글을 세계 여러 학술 저널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인 『호주 문학의 신경인문학과 신경인식적 해석의 부상The Rise of the Australian Neurohumanities and Neurocognitive Interpretations of Australian Literature: Criticism in the Age of Neuroawareness』은 호주 문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호주 문학 관련 저서는 2022년 한국어와 중국어판에 이어 아랍어판까지 출간될 예정이다.

 

역자 : 장영필

1992년 출판계 입문하여 2006년까지 IT 분야 및 출판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2007년 호주 시드니로 기술이민, 현지에서 도서관 서비스 전공의 직업 전문 대학 과정과 한영 통역 과정(TAFE, Sydney Ultimo)을 마쳤다. 이후 수년간 호주 최초의 공공 대여 도서관인 Sydney Mechanics School of Arts Library를 비롯한 공공 도서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호주 문화와 문학, 역사 관련 도서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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