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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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습니다. 드라마 만들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첫 책이니만큼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합니다. 『당신이 있어 참 좋다』는 드라마 PD로 13년간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남궁민, 최수종 및 유명 배우부터 붕어빵 아줌마, 캐나다 노숙자까지 제가 곁에서 지켜보고 저에게 영감을 줬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런 책입니다. 제가 겪었던 경험을 통해 독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또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드라마 PD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저자 최윤석이 첫 책을 내고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부딪치고 깨닫고 성장한다. 드라마 감독으로 13년을 살고 조연출 때를 포함하면 40편이 넘는 작품을 한 최윤석 PD의 에세이 『당신이 있어 참 좋다』는 지금의 저자가 있기까지 마주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자신의 오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한 적도 있으며, 인생의 멘토 연기자를 만나 꿈을 꾸듯 드라마를 찍은 적도 있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거울을 보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곳곳에 등장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부터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거리 위의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상처받고, 위로받으며 저자는 조금씩 성장했다고 말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 담긴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온전히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응원가가 되어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에너지 도둑’이라고 말한다. 주로 자신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는 사람들, 남을 함부로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들, 끝도 없이 우울한 사람들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고달프고 지친다. 집으로 가는 버스 차창에 비친 모습도 다섯 살은 더 늙어 보인다.

일상에 마주치는 에너지 도둑들에게서 내 에너지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한 연출 선배에게서 찾았다. 촬영 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연기자 한 분이 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험담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한마디씩 거들던 그 순간, 가방을 들고 먼저 일어난 연출 선배는 뒤따라간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지키고 있는 내 에너지를 왜 남이 가져가게 해?”

 


 

우리의 무의식은 자신에게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사람과 빼앗아 가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다. 바꿔말하면 다양한 사람 중에서 좋은 사람을 가려 만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가 아닌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굳이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독자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소중한 에너지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자신의 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있길 바라듯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인터뷰에서도 밝혔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남의 말을 함부로 끊고 무시하고 또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는 굳이 자신의 에너지를 희생하면서까지 만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일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상황이 생기죠. 그럴 때 저는 데드라인을 정해놓아요. 업무의 데드라인도 있겠지만 감정의 데드라인 역시 중요하거든요. 내가 참을 수 있는 선을 정해놓고, 이 이상 상대방이 침범하지 않게 하는 거죠. 드라마를 만들다 보면 수많은 위기 상황이 와요. 하루하루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죠. 제 에너지를 제일 많이 뺏어간 사람은 '남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본인이 아이디어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거 되겠어?"라고 확신을 하고 부정적으로 말하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는 저는 꼭 대안을 물어봅니다. 대안이 없으면서 무조건 부정하는 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 못하거든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 무엇이 나올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앞으로의 인생을 미리 내다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우리는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 그것이 삶을 이루는 버팀목이므로. 저자의 깊은 사유와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삶의 바탕이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쓴 대본으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드라마 스페셜을 만들었다. 정말 부담이 컸다는 저자는 연출로 입봉한 사람이 직접 대본까지 썼다. 자신으로는 첫 번째 도전인 셈이다. 거기에다 장르가 국내 최초 사이보그 멜로물이었다. 단돈 1억으로 드라마 한 편 만들려고 하니 하루하루가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어려움을 감내하고 시도한 드라마인데 한 선배가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면서 제가 쓴 대본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때 드라마의 주인공이 '손여은' 배우였는데, 대본 리딩 끝나고 그분이 제게 와서 "감독님. 대본 너무 재미있어요. 감독님은 드라마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눈물이 핑 돌았네요. 빈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 달콤한 한 마디가 제게 너무 큰 힘이 되었어요. 덕분에 정말 열심히 찍을 수 있었고, 제 입봉작은 그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 부분은 독자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불행한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도전하고 불행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해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포근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제목처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줄도 버릴 것 없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오롯이 배어 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공감이 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에세이가 '무한대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에세이는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 그 중에서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간적 외로움이나 사고의 결핍 등이 이런 류의 에세이를 더 읽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 『당신이 있어 참 좋다』처럼 가슴에 직접적으로 닿는 느낌의 에세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에세이는 제목처럼 소통의 대상과 위로 격려의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일상 속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고 공감하게 되는지 모르지만 한 줄 한 줄이 가슴과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얼마나 간략하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인가? 물론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떠오를 수 있다. 각자의 일상이 다르고 삶의 목적이 다르니까. 또 어제와 오늘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장만 보더라도 구체적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아내'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대상이 사람마다 달라도 저자가 내세운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란 명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이 이 책에는 군데군데 가득 차 있다. 독자들이 읽고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책을 처음으로 낸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신선함과 신뢰감을 더해 간다. 표현이 노련한 작가들에 비해 덜 세련된 느낌은 있다. 다소 거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두어 곳 눈에 띈다. 그러나 거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신선한 소재이고 덜 세련된 느낌의 문장은 평소 방송계에서 일하니 쉽게 표현해야 한다는 습관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글은 오히려 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올바른 판단의 남에게 전할 때는 쉽고 간결하게 전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지 않으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개인적 감정이 개입할 소지가 크다. 저자가 인터뷰에서 밝힌 과거의 경험 내용이 더욱 가슴에 와 닿고, 이 책의 진정성이나 설득력을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

"저는 사극 엑스트라부터 시작해서 대하 드라마 왕으로 직접 출연까지 사람이에요.(웃음) 다시 말하자면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인물이죠. 대학교 다닐 때 학비 벌려고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말 그대로 소품 취급받았었어요.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또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연출하게 되면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지금도 드라마 촬영하면 그때 생각이 나서 보조 출연자분들에게 잘 대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왜냐면 불과 10년 전에 제가 그중 한 사람이었거든요. 이렇듯 인간관계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것 같기도 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오거든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아니면 내가 그 자리에 섰다면 그래도 똑같이 행동했을까? 한마디라도 더 좋은 이야기 하는 게 더 낫잖아요.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동안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인생을 둘러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너무 튀면 어쩌지? 아니면 너무 단순한가? 이러면 없어 보일 텐데. 이러면 미움받을 텐데. 자꾸 내가 생각하는 ‘남이 날 바라보는 시선’에 기준을 맞추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다. 그럴 필요 없는데. 남들이 뭐라건 조금 더 자신을 믿어야 했는데. 뒤돌아보니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p.198)

 

"인생을 앞질러 갈 필요 없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미리 아는 것도 재미없다. 달콤하든 쓰디쓰든, 언젠가는 먹어야 하는 초콜릿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이며 뚜벅뚜벅 걸어가련다."(p.221)

 

저자 : 최윤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 드라마 PD로 입사했다. 그동안 〈추리의 여왕 2〉, 〈김과장〉, 〈그놈이 그놈이다〉, 〈정도전〉, 〈어셈블리〉, 〈즐거운 나의 집〉 등 열 편이 넘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금상을 한 차례씩 받았다. 인생에서 실패하고 쓰디쓴 맛을 본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특히 좋아한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쓰고, 또 만들고 싶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나온 '실버라이닝'이라는 단어처럼, 먹구름 속에서 힘겹게 거닐고 있는 우리의 삶에도 언젠가는 거짓말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희망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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