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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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오가는 일은 어찌보면 연애의 '밀당'처럼 짜릿하고 애타는 일인지도 모른다. 외설은 사회적으로 공격받는데도 왜 없어지지 않을까? 독자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해봤다. 첫째는 작가의 진심을 파악하기도 전에 문자나 영상으로 보여지는 것들에만 집중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독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저자가 나서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외설이라고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독자가 아닌 일부 예술인과 학자들이다. 두 번째로는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다 가끔 탈선하는 경우다. 즉 저자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바람에 외설적인 상황 묘사에 치중한 경우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예술은 예술로서, 외설은 외설로서 남아 후세의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는 의미에서 외설과 예술의 논란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물론 문학이나 예술에 문외한에 가까운 독자로서는 더 이상의 문학적 수사법이나 논리적으로 이를 증명하진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독자는 작품을 읽는다.

그리스 신화 속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이야기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풀어내 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킨 이 화제의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 소설은 『어둠의 손길』은 미국 출간 3년 만에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독자도 국내 출간되기 이전에 이 책에 대해 들은 적이 없으니 열혈 로멘스 소설 독자 축에는 못 낄 터다. 그러나 나름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이 책의 소개글만 보고 만족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어둠의 손길』은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 3권 중 첫 작품이다. 『파멸의 손길』, 『악의의 손길』도 함께 도입돼 곧 출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틱톡 조회 수가 1,300만 뷰를 돌파했고, 시리즈 합계 4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스칼릿 세인트클레어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전업 사서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쓰다가 2019년부터 자신의 소설들을 자가 출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언제나 그리스 신화를 사랑해왔고, 특히나 명암을 지닌 존재였던 봄의 여신이자 동시에 지하 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에게 항상 마음이 갔다고 밝혔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현대로 불러와 자신만의 세계와 인물로 재해석해 탄생한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가 SNS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인터내셔널,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블룸북스(Bloom Books)는 그녀의 모든 작품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스칼릿 세인트클레어와 계약을 맺었다. 블룸북스는 경쟁력 있는 여성 작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2021년 초 소스북스(Sourcebooks)에서 런칭한 새로운 임프린트로, 베스트셀러 작가 E. L. 제임스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전작을 기존 펭귄 랜덤하우스에서 블룸북스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발표하면서 출판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스칼릿 세인트클레어가 블룸북스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작품들이 흥행 보증수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는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후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7개국에서 판권 계약을 완료했고, 2022년 가을,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석류를 먹는 페르세포네](위)와 프랑수아 부셰의 [페르세포네의 납치]. <그림출처 :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이 소설의 여주인공 페르세포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다. 제우스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사이에서 난 딸로 꽃밭을 거닐다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끌려갔다. 어머니 데메테르의 강력한 요구로 페르세포네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지만, 하데스가 건넨 석류를 먹는 바람에 하계를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1년 중 3분의 2는 지상에 머물고 나머지 3분의 1은 하계에서 하데스의 아내로 지내게 된다. 신화에 따르면 페르세포네는 절세의 미인이어서 어머니 데메테르는 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시칠리아 섬에 숨겨 두었다. 숲에서 오케아노스의 딸들과 놀던 페르세포네는 어여쁜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다가갔다가 그만 하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 수선화는 제우스가 은밀히 하데스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곳에 놓아둔 것이었다. 하데스는 전부터 페르세포네의 미모에 반해서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어머니 데메테르가 반대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제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검은 말이 끄는 하데스의 전차에 실려 끌려가는 페르세포네는 비명을 질렀고, 이를 들은 님페 키아네가 유괴를 막아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키아네는 페르세포네를 구하지 못한 것을 슬퍼한 나머지 녹아서 물이 되었다.

딸이 사라져 버리자 어머니 데메테르는 온 그리스를 다 돌아다니며 애타게 딸을 찾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딸을 찾을 수 없자 분노한 데메테르는 대지에 극심한 가뭄을 일으켰다. 지상에서는 초목이 시들고 곡식은 말라 죽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보다 못한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내라고 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계에 있는 동안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건네는 석류를 한 알 먹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포네를 돌려주기 싫었던 하데스가 하계의 음식을 입에 댄 사람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는 법칙을 이용해서 이미 손을 써 놓았던 것이다. 대지를 온통 불모지로 만들며 딸의 귀환을 요구하는 데메테르와 하계의 법칙을 구실로 페르세포네를 내줄 수 없다는 하데스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우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페르세포네에게 1년의 3분의 2는 지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하계에서 하데스의 왕비로 지내라는 것이었다. 데메테르와 하데스는 하는 수 없이 제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하계로 가고 없는 동안 데메테르는 슬픔에 빠져 지상을 돌보지 않았고, 페르세포네가 하계에서 올라오면 기쁨에 넘쳐 대지에 다시 온갖 생명들이 자라나게 하였다.

두산백과에서는 이 신화의 내용을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대지와 곡물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풀이한다. 페르세포네의 납치와 지상으로의 귀환은 대지에 풍요와 척박, 성장과 소멸을 가져오는 계절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지상의 죽음을 통해 토지가 비옥해지듯 생명과 죽음은 순환 관계를 이루고 있다.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이름인 ‘코레’는 씨앗을 뜻하는 영어 ‘core’의 어원이기도 하다. 씨앗은 땅속에 묻혀 있다가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고 다시 씨앗으로 땅속에 묻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래서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와 함께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신으로 추앙받는다. 하데스의 또 다른 이름인 플루톤은 땅속에 묻힌 금은보화를 모두 소유한 ‘부자’를 뜻한다. 두 사람은 종종 풍요의 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고대 그리스의 엘레우시스 비교(秘敎)에서는 페르세포네가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페르세포네가 하계로 가 버리면 대지가 황폐해지듯이 영혼이 떠나간 육신은 생명력을 잃지만 페르세포네가 돌아오면 대지는 다시 소생한다. 이처럼 페르세포네의 귀환은 인간의 영혼이 윤회를 통해 물질세계로 다시 환생하는 것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페르세포네를 숭배하면서 그녀의 신화가 자신들의 소생을 약속한다고 믿었다.

이상의 신화와 신화 해석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의 저자 스칼릿 세인트클레어는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나는 언제나 그리스 신화를 사랑해왔다. 신화 속 이야기들은 기이하고 폭력적이며 잔인했는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에서 나는 항상 봄의 여신이자 동시에 지하 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에게 마음이 갔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그녀 역시 명암을 지닌 존재였기에.”라고 밝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현재 이 세상에서의 각자의 일을 하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로 나타난다. 페르세포네는 24세, 뉴아테네대학교 신문방송학 전공학생이다. 졸업을 6개월 앞두고 뉴 아테네 최고의 언론사인 뉴 아테네 뉴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어머니 데메테르로부터 벗어나 여신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인간으로, 성공한 기자로서 사는 것이 꿈이다. 또 하데스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지하 세계의 신. 뉴 아테네 최고의 클럽인 ‘네버나이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인간들과 그들의 운명을 걸고 내기를 한다. 유구한 세월은 혼자 지내왔기에 사랑을 믿지 않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뉴 아테네는 올림포스 신들과 인간들이 공존해서 살고 있는 현대적인 대도시이다. 여신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려 했던 페르세포네와 사랑 없이 영원의 삶을 홀로 살아온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의 운명의 실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페르세포네는 봄의 여신이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손길에 닿는 꽃은 모두 시들어버렸다. 그녀의 어머니 데메테르는 딸을 온실에 가두고 신들과 멀리하도록 했기에 신들은 페르세포네가 존재하는 줄은 물론, 인간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어머니의 온실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 최고의 언론사에서 일하며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클럽 네버나이트에서 하데스의 신비로운 매력에 이끌려 카드 게임을 하던 날,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내기에서 진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와 계약을 맺게 되고, 그는 지하 세계에 생명을 창조해내라는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여신으로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생명의 씨앗을 움 틔우려 고군분투하지만 그를 향한 욕망과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 시리즈를 통해 스칼릿 세인트클레어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모험과 열정을 원하는 페르세포네를 탄생시켰다. 그녀는 절실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여기던 페르세포네가 하데스를 만나 그를 이해하며 성장하고, 봄의 여신이자 궁극적으로는 지하 세계의 여왕으로서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독자 모두에게 와닿을 것이다. 『어둠의 손길』에서 페르세포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파멸의 손길』에서 어떻게 고군분투했는지, 그리고 『악의의 손길』에서 그녀가 결국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지를 돌이켜보면 페르세포네의 여정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고난과 트라우마와 슬픔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그녀가 일러주기 때문이다.

 


 

빠르고, 드라마틱하며, 파란만장한 이 중독적인 이야기는 무서운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며, 에로틱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되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관능적인 로맨스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네 번째 이야기 『혼돈의 손길』이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현재 그 뒤의 이야기도 집필 중이다. 그리스 신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으며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저자 : 스칼릿 세인트클레어(Scarlett St. Clair)

 

스칼릿 세인트클레어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고, 도서관학 및 정보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업 사서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써서 2019년부터 소설을 자가 출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리스 신화, 미스터리, 로맨스, 환생 등의 주제에 탐닉해왔고, 특히 그리스 신화를 현대판 로맨스 판타지물로 재해석한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는 인터내셔널,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4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하데스’ 시리즈, 『전투와 피의 왕(King of Battle & Blood)』, 『별이 나올 때(When Stars Come Out)』 등이 있다.

 

역자 : 최현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나 문학과 더 가까이 지내며 번역을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번역을 하는 한편, 동네 책방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를 열며 낭독극과 글쓰기 등 창작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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