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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수학책 - 재미와 교양이 펑펑 쏟아지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서현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9월
평점 :
독자는 고등학교 때 '이과반'이었다가 결국 문과대학으로 갔다. 수학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지만 담임선생님은 못내 아쉬워했다. "너 정도면 수학 실력 부족해도 좋은 대학 이과 갈 수 있다"고 타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수학과 너무 멀어진 독자로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때 입시 제도는 그랬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잘 알지 못하는 제도라 독자들이 듣기에 언제 이야기냐며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세상을 읽는 수학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꺼낸 말이니 너그럽게 양해하시길 빈다. 이 책 선택할 때도 머뭇거렸다. 수학과 담 쌓은 지가 수십 년이 됐는데 이젠 수학을 다시 배울 것도 아니면서 무슨 수학 책을 새삼 읽으려 하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학을 왜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본 과목에 들어가 있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기초라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려고 펼치자마자 놀랍게도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프롤로그'에 쓴 글은 마치 독자 같은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쓴다고 말하는 것에 뜨끔하면서 놀라운 인연이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문과생이 '수학과 무관한 생활'을 하게 되는 시기는 사회에 나온 다음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간 시점에서 문과생은 수학과 작별을 고한다. 경제학처럼 수학을 사용하는 문과 분야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인문·사회 계열 학부에서는 수학을 쓸 일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독자가 그랬다. 그러나 사회에서 수학이 필요한 경우는 의외로 많았다. 수학을 몰라 삶에 불이익을 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 남보다 뒤처지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또 동료나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수학 이야기가 나올 때도 말문을 닫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수학을 다시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매일 매일이 바쁘고 그렇게 살도록 사회는 구성되어 있었다.
자신도 '천생 문과형'이라는 저자는 대학교 강의를 하면서 함수나 미적분 예시를 들 때마다 기겁하는 문과생들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래서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수학을 놔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책에서 연애 감정을 느끼는 기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데이트 설렘 곡선’을 미분적으로 설명하고, 신입사원의 액션 플랜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레 ‘인생의 가속도’를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왜 수학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의심스럽지만 탄탄한 수학적 배경과 신선한 통찰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 하고 탄성을 내뱉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렇듯 이 책은 수학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지 흥미로운 예시를 통해 알려준다. 주가를 예측하는 미분에서 무모한 선택을 막는 확률까지 ‘쓱’ 읽으면 ‘싹’ 이해되는 놀라운 수학 이야기가 가득하다.
과학, 음악, 미술, 철학, 문학, 역사 등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예를 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수학적 사고로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놀라움이 있다. 주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예측하는 방법부터 사업에서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시류의 변화를 알아채는 기술이 미분적 감각을 적재적소에 가져다 쓴 결과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에 웃음을 짓다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숨겨진 수학의 활용법을 습득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자 지적했지만 "수학 시험 두 번 다시 보나 봐라", "공식과 씨름하는 건 사절이다"고 생각했던 독자를 지적하듯 프롤로그를 통해 강조한 '수학의 활용법'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부디 독자들도 수학의 매력에 빠져들어 수학적 사고로 세상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말로 세상은 온통 수학임을 깨닫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미분〉, 2장 〈함수〉, 3장 〈좌표〉, 4장 〈확률〉, 5장 〈집합〉, 6장 〈증명〉, 7장 〈백터〉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들이 모두 담겨 있다. 다시 말하면 수학의 기초 개념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접근이 꺼려지는 독자들을 위해 지긋지긋한 '공식'을 가능한 한 다루지 않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거듭한다. 수학을 싫어하는, 못하는 많은 독자들이 '공식'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장 〈미분〉에서 미분을 수학적 사고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부제에 적어놓고 있다. 이 장에 등장하는 소제목만 읽어도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그리 잘 읽는지 놀랍고 감탄할 정도다. 1장 〈미분〉을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소제목으로 「문과는 좌절에 빠지고 이과는 감동에 빠지는 미분」, 「주식 투자 전문가는 어떻게 거품 붕괴를 예상할 수 있었나」, 「스포츠 지도자도 갖추어야 할 미분적 사고」, 「미분 감각을 익히면 매 순간의 행복을 깨달을 수 있다」, 「미분은 ‘특정 순간의 속도’를 알아내기 위해 태어났다」 등 미분의 개념 탄생과 활용법, 활용 범위 등을 설명한다.
"주식 초보자는 눈앞의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앞으로도 줄곧 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전문가는 주가 상승이 거의 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들은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이미 상승 동력을 잃었으니 ‘곧 하락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문가의 진단이 바로 ‘미분적 사고’다. 설령 지난 수개월간 주가가 계속 올랐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치고 나가는 힘이 없으면 속도를 잃고 추락한다. 미분이란 ‘순간의 기세’다. 그래서 미분적 사고를 하면 변화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중략) 미분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변화율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변화가 앞으로 ‘오르막’으로 향할지 아니면 ‘내리막’으로 향할지 간파할 수 있다."(p.24)
2장 〈함수〉는 ‘f’에서 태어나는 무한한 아이디어를 다룬다. '함수'에서 '함(函)'은 '상자'를 뜻하는 것으로 함수는 블랙박스처럼 상자에 뭔가를 넣으면 다른 형태로 변환된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변환시키는 '기능(function)'이 있기 때문에 'function'의 앞 글자를 따서 함수를 ‘f’라고 쓴다. 'y=f(x)'라는 함수는 x에 뭔가를 넣으면 y로 변환된다는 의미다. 고등학교 때는 무조건 그런 것으로 외우라고 했던 것인데 f에 대한 의미를 처음 알게 된 것 같다(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설명했는데도 독자가 잊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저자는 이 장(章)을 통해 가수 이노우에 요스이의 '재즈화'를 설명하기도 하고, 화가의 일정한 변환성과 함수의 관계, 철학의 '관계주의'에 대해 매력적인 ‘f’의 위대함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애플과 혼다의 변형 작용, 국가와 종교를 ‘거대한 f’로 말하기도 한다. 「노래방이라는 ‘y’는 어떤 함수에서 나왔을까?」과 「노래방과 프라모델의 공통점」은 흥미롭고, 실생활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함수에 관한 설명에도 적절한 비유로 보인다.
"예를 들어 노래방이라는 y는 어떤 f에서 나왔을까? 지금은 개별로 분리된 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주점에 노래방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술을 마시러 온 손님이 종업원에게 요청하면 곡을 틀어 주는 시스템이었다. (중략)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김에 노래하던 것이, 이윽고 놀이의 하나로 독립된 존재감이 생기면서 전용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노래방이다. 노래 주점이라는 x를 어떤 f에 넣었더니 노래방이라는 y로 변환되었다. 그것은 어떤 f일까? 명칭의 변화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노래 주점’을 ‘노래방’으로 변환한 것은 ‘개별화’라는 f다. (중략)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이제 개별화라는 함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개별화 함수의 x에 또 다른 것을 넣으면 노래방이 아닌 다른 y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밖에도 개별화라는 f에서 생겨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세상의 트렌드에 눈을 뜰 수 있다. 무언가를 개별화하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세상을 f로 보면 그러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p.135~136)
4장 〈확률〉은 실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장인 듯하다. 실생활이라기보다 어떤 게임의 승부, 복권의 당첨 여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의외로 이 책에서는 가볍게 다룬다. 옛날 하버드 대학 수학과 학생들이 카지노에 가서 '확률 게임'을 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실망이겠지만 확률이 수학 용어이고, 수학의 영역이 맞지만 제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무모한 선택'에 도전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기대값' 설명으로 마무리한다. 책에 따르면 복권 구입 금액 역시, 복권 구입 후 당첨 발표일까지 큰 '드림'을 꾸기 위한 참가비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한 장보도 열장, 열 장보다 백 장을 사면 좀 더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기댓값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감상 '기댓값'은 우리의 기대감을 높여 주는 단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기대만 부풀리지 말고 제대로 현실을 보라'고 꾸짖는 말이다. 복권 판매소 앞에서 '3억엔에 당첨될지도 몰라'라며 들떴다가도 기댓값을 알면 냉정해질 수 있다. 물론 세상에는 기댓값이 높게 나오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것은 대개 '높을 만해서' 높게 나오므로 가슴이 두근대지 않는다. 얄궂게도 '기댓값'이 높더라도 '기대'는 딱히 높아지지 않는다.
"기댓값은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 보게 해주었다. 그에 반해 여사건은 ‘용기가 솟는 현실’을 가르쳐 준다. 어느 쪽이든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무한정 의욕만 부풀려도 안 되고, 현실을 알지 못한 채 불안에 쫓겨 움츠러들어서도 안 된다.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현실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공격하고 올바르게 수비 하며 현명하게 살아가야 한다. 확률 사고는 그런 삶의 태도에 도움이 된다. 확률 사고법을 갖추면 무언가에 도전할 때 시간이나 에너지 배분에 낭비가 없어진다."(p.198)
뼛속까지 문과생이지만 수학 덕후이기도 한,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적 사고’로 바라본다. 그는 물가, 주가, 아이의 성적 변화, 데이트의 설렘 변화, 악기나 스포츠의 숙련도 변화 속에서 ‘미분’을, 화가의 개성, 작가의 문체, 운동선수의 플레이, 기업의 스타일부터 국가나 종교, 프라모델, 노래방, 색칠 공부, 틱톡이라는 ‘f’의 변환 속에서 ‘함수’를 발견한다. 또 회사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 가게 주인, 진로를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유용한 판단력을 얻을 수 있는 ‘좌표’에 대해 설명하고, 카지노, 복권 등 투자를 결정할 때 무모한 선택을 막아주는 ‘확률’에 대해 재밌게 풀어간다. 그뿐만 아니라 취직이나 결혼 같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에서 셋집 구하기나 양복 고르기 같은 일상적 선택까지 벤 다이어그램을 통한 활용법을 ‘집합’으로 설명하고, 수치로 제시한 목표가 없는 정치인의 연설은 반증 가능성이 없다는 ‘증명’의 오류를 집어낸다. 마지막으로, 방향성이 달랐던 록 밴드의 해체 속에서 ‘벡터’의 차이를 찾기도 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수학적 사고’를 활용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똑같은 주식을 하더라도 미분적 변화를 예측하여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리저리 휘둘리며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또한 똑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노력을 벡터적으로 분해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것저것 손대며 실력이 답보 상태인 사람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바로 ‘수학적 사고’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떨까?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상의 수많은 부분이 흥미진진한 수학으로 가득한 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장마다 미분, 함수, 좌표, 확률, 집합, 증명, 벡터 등 수학적 개념을 생활 속 다양한 사례에 접목하며 독자를 재미있는 수학의 세계로 안내한 이유이다.
이 책이 수학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면서 수학을 너무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해 수학을 아예 외면하는 어리석음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만큼의 독자들의 수학적 교양을 함양시키기 위해 쓴 책이다. 이처럼 술술 읽기만 해도 저절로 개념이 잡히는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평소 우리가 지나치는 것 중 수학과 무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수학적 렌즈가 장착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한층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사이토 다카시(さいとう たかし, 齋藤 孝)
1960년 시즈오카 현 출생. 1985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론을 공부했다. 『신체감각을 되찾다』로 산체학예상을 수상했으며, 250만 부 이상 판매된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어휘력이 교양이다』, 『어른의 어휘력 노트』 등 지식과 실용을 결합한 스타일의 베스트셀러를 다수 집필해 일본 현지 발행 부수만 1,000만 부를 넘는다. 현재 메이지대학 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NHK E텔레비전 〈일본어로 놀자〉 종합 지도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잡담이 능력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외 다수가 있다. 수백만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는 50대를 보다 당당하게, 의미 있게 살아갈 방법에 대해 성찰해왔으며, 현재 그 스스로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역자 : 김서현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지만 법으로 밥을 먹는 길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세상만사가 수학처럼 명쾌하게 답이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으로 외서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