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 -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서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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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가장 먼 유배지,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좌익 은거 활동지'로 천대 받던 땅이 제주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조건에 대한민국 최남단 행정구역이어서 기후마저 따뜻한 곳, 제주다. 절해고도였던 제주는 이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휴양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제주의 이미지를 뿌리째 바꿨다. 산업화 시대만 하더라도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을 정도로, 싼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각종 편의 시설과 세계의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주의 콘텐츠는 다양해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고(제주 전체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휴양 도시로서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일년에 한 번쯤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 유행한 '한 달 살기' 여행이나 방송 등에 힘입어 아예 제주에 눌러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영토의 꾸어다논 보릿자루 역할의 제주는 귀빈 대우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 책 『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 조선우는 출판인이다. 그가 제주를 간 이유도 사실은 코로나19로 멈춰선 일상에서 제주도로 큰 목적 없이 잠깐의 휴식차 떠났다. 그러나 머무르다 보니 정이 붙었고, 제주에서 할 일을 찾게 됐다고 한다. 궁리 끝에 제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돌하르방'에 주목했다. 저자가 2년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의 시작이다.

 


 

저자는 이번 여행에서 인생의 질문을 정리하기 위해 돌하르방에게 길을 물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길에서 사색하며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 책에 잘 풀어 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원래 총 48기의 돌하르방 원형이 남아 있는데, 1기는 이미 소실되고 47기만 남아 있어 그 위치와 모습을 모두 사진으로도 담았다. 우리가 제주도 관광상품으로 지금까지 흔하게 만나온 돌하르방의 반전이다. 그 익숙한 돌하르방의 모습은 여러 돌하르방의 단지 일부였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짚고 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사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저자가 2년 동안 제주살이를 하면서 돌하르방 원형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과 풍경도 함께 담겼 있다. 저자는 제주살이를 통해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실험해보고 여행 작가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터닝포인트로 삼았다고 한다. 제주의 변신이 아니라 제주를 통한 저자의 변신이다. 이 책은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에서 플라톤의 원형과 모사 이론을 대입하면서 ‘생각을 품은 여행 에세이’로 탄생하였다. 이는 저자의 대학 때의 전공인 철학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제주도의 여러 해변과 유명한 오름 등 천혜의 풍광을 저자가 핵심만 골라 담고 뚜벅이로 제주도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방법도 소소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제주도 토박이도 잘 모르는 돌하르방 원형 47기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서이자 제주 안내서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제주살이에 나선 작가이자 출판인인 저자가 우연히 현존하는 돌하르방 원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주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돌하르방 원형의 위치를 정리해보고자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두꺼비 눈 모양처럼 왕눈인 돌하르방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돌하르방 모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은 세상에 나왔다. 또한 이 책은 돌하르방 원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는 제주도의 그 흔한 맛집과 예쁜 카페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주도의 속살을 찾아 이야기한다. 관광객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제주도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고, 역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이 책은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제주도의 민얼굴을 보자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제주도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시선을 달리해 제주도의 본모습까지 훑어보도록 권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주도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이 책의 끝에는 그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도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아 떠나는 이 여행에서 얻는 것은 많다.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제주도의 여행을 세세한 사진과 함께 친절한 가이드가 된 저자가 앞장설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제주도에서 일 년은 산 듯한 기분이 들 만큼 제주도의 속살까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은 이제까지의 제주도 책과는 그 시선과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저자가 권해주는 새로운 시선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제주살이를 한 번이라도 꿈꿔보거나, 제주도 여행을 먼저 책으로 샅샅이 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제주도를 여러 번 여행했더라도 독특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다시 여행하고픈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도를 여행하기 전이나, 후에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다른 여행 안내서와 다른 점이 더 담겨 있다. 제주가 생겼을 때부터, 제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을 지켜온 제주민(제주 원주민)의 아픔과 슬픔, 고난과 억압을 극복해온 제주민의 삶의 의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하르방의 원형을 찾고, '제주 4·3'의 역사의 혼을 찾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책은 모두 10개 파트로 구성됐다. 「PART 1. ‘어디에서 시작할지’ 묻다」, 「PART 2. ‘어디로 가야 할지’ 묻다」, 「PART 3. ‘무엇을 지켜갈지’ 묻다」, 「PART 4. ‘어떤 시선을 품을지’ 묻다」, 「PART 5. ‘흔적을 따라갈지’ 묻다」, 「PART 6. ‘무엇을 꿈꿀지’ 묻다」, 「PART 7. ‘삶의 기쁨을 어떻게 찾을지’ 묻다」, 「PART 8. ‘시작과 끝, 끝과 시작 그 순환의 고리를’ 묻다」, 「PART 9. ‘인생을 놀이로 즐기는 방법을’ 묻다」, 「PART 10. ‘나의 원형을 만나는 방법을’ 묻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실 제주로 내려오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는 계속 자리를 잡고 끝까지 살 생각도 있었다"며 제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 그러나 2년을 기점으로 다른 여행지로 작업실을 옮길 계획을 세우자 우선 이 책을 내고자 했지만 살펴보니 제주에 대한 책은 출판인인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았다.

고민 끝에 '오로지 제주에서만 쓸 수 있는 것'에 주목하고 '돌하르방의 원형'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돌하르방의 원형이 총 47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돌하르방에 대한 공부부터 직접 탐사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서울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45기를 일일이 찾아다니고 사진으로 찍고, 주변 탐사 등도 모두 마쳤다. 돌하루방이라고 우리가 지금까지 관광지나 타지에서 만난 것들은 모두 원형의 '모사'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독자도 처음 알았다. 물론 저자가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며 찍은 사진을 통해 제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부지기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돌하르방들이 모두 모사라는 사실은 퍽 인상 깊다. 이 책의 모든 파트의 제목에 '묻다'(ask)가 명기돼 있다. 제주에 묻고, 자신에게 묻고, 삶에게 묻고, 하늘에 묻고... 물어야 할 것이 많은 제주는 여전히 신비롭다.

 


 

돌아오는 길은 뿌듯했다. 늘 그렇듯이 돌하르방 원형의 사진 기록을 또 하나 내가 쌓아 올렸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나는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이렇게 돌하르방 원형 47기의 데이터를 하나씩 모아갔다. 하나씩 모일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포켓몬스터 빵 스티커를 모으는 사람들 기분도 이런 걸까. 내 생각에는 돌하르방 원형 47기 스티커를 만들어 과자에 넣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p.208)

 

저자 : 조선우

 

코로나 19로 제주도에 내려와서 2년 동안 제주살이를 했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돌하르방 원형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 돌하르방 원형을 찾는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에 빠지고, ‘디지털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실험하면서 여행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교사 2급 자격증은 ‘덤’으로 얻고 나서, 광고회사 기획자 겸 카피라이터, 교육전문지인 ‘교육신보(서울시교육청 출입 기자)’ 등을 거쳐 편집자 겸 기획자로 출판사 밥을 먹다가 2012년 2월부터 책읽는귀족 대표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그동안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청소년을 위한 철학 교실)』, 『나는 인디고 아이다(청소년을 위한 생각 교실)』,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독서 탐험』 ,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서양 철학사와 함께하는) 패턴 인식 독서법』,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 『발칙한 꿈해몽』 등을 집필했다.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은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 도서(2018년 여름)로 선정되었다.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은 2020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었고,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독서 탐험』과 함께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으로도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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