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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사물,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 - 교통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창균 지음 / nobook(노북) / 2022년 8월
평점 :
독자는 이 책 『움직이는 사물,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기발하다', '이색적이다'란 느낌을 가졌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미래학자나 산업 관련 관계자들이 인간을 능가하는 AI로봇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너무 기계에만 의존하다 보면 기계에 지배당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계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위해서다. 자칫 기계의 편리성과 일부 분야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웃도는 로봇에 의존하다 보면 점점 인간이 하는 일도 모두 기계에 빼앗긴다는 우려에서다. 충분히 합리적 주장이라 설득력이 있다고 독자는 생각했다. 이 책도 제목을 읽었을 때는 자율주행에 의존하는 것은 자칫 인간의 운전 능력도 기계에 빼앗긴다는 우려를 제시하는 책이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쳐보니 독자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프롤로그'부터 확인시켜 주었다. 어쩌면 정반대의 입장을 저자 김창균은 펼치고 있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을 대체할(필요없는) 자율주행차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교통정책이나 미래의 교통 상황 등이 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극심한 트래픽 현상이 불가피해 혼잡하고 정체가 심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란 경고를 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지 않기를···」을 통해 현재 우리의 교통 문화가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한다. K-컬처, K-방역 등 국내 많은 분야가 선진국 수준인데 왜 교통문화는 개선되지 않는가?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최근 '암행 단속', '5030 속도 제한', '4대 불법 주정차 신고 강화', '구간 과속 단속' 등 획기적인 교통안전 정책들이 시행 중인 동시에 교차로 '정지' 표지 같은 기본 법규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자책한다.
저자는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주차가 주행보다 어렵고, 예기치 않은 사고와 혼잡으로 목적지까지 통행 시간은 계속 늘어난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동차 대수는 2,500만 대를 넘어 3,000만 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자동차 수 증가는 대중교통의 이용 감소를 의미한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버스 이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도시철도는 차내 혼잡, 노선의 장거리화, 청결하지 못한 공간 등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지난 2년, 코로나 비대면 시대는 대중교통 기피 현상을 불러왔다. 대중교통은 앞으로 연계 환승과 공유 교통의 도입 증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만일 이 사태를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의 삶을 뒤흔들었듯 '트래픽 팬데믹'이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고 경계한다. 고무적인 사항도 있다.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율주행의 시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AI, 통신, IoT 등 관련 첨단 기술과 개발에 속도가 붙어 무인 자동차 도입을 위한 기술 발전이 성과를 내고 있다. 흑사병 이후에 르네상스가 싹을 틔웠듯 코로나 이후 무인 자동차라는 새로운 교통 수단의 탄생이 현재 우리의 교통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저자의 이 책 발간 취지도 경쟁만 심하고 교통 본연의 임무 수행이 어려웠던 시대를 넘어서 '청색 시장(Blue Ocean), 즉 사업과 정책의 성공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가 되도록 교통의 개념을 바꾸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교통 시스템을 확장 개선할 때에는 무인 자동차의 도입을 감안해 추진해야 하고, 이젠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교통 제도와 체계를 구성해야 할 시점임을 밝히고 있다.
인류는 출현과 동시에 '이동'을 했다. 단순한 '먹을 것'을 위해서부터 '안전한 곳'을 위한 집단 이주했다. 이동은 의식주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시작해 왔으며, 농경 생활로 정착한 이후부터는 집단적으로 공동체 생활, 또 더 발전된 공동체인 '국가' 단위로 발전하면서 더 쉽고 빠르고, 안전을 위해 바퀴와 말을 고안하고 가축을 도입했다. 바퀴는 수천 년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말보다 빠르고 안전한 자동차, 기차를 만들었고, 이젠 비행기로 하늘로 이동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그러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거리가 단축된다는 개념과는 친하지 않았던 듯 적정 인구 정책은 시작된 지 이제 200년도 안 된다. 우리에게 빠른 이동이 가능하게 된 일이 이젠 인구 증가로 오히려 더 늦게 움직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계산해 두지 않은 탓이리라. 이제는 우리의 모든 일상이 움직임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이동하는 일은 크나큰 고역이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교통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에 따라 교통혼잡은 악화되고 사고위험도는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각종 이동 경로의 꾸준한 증가에도 교통 혼란, 체증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향후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AI, 통신, IoT 등 관련 첨단 기술에 대한 개발이 가속화됨으로서 무인 자동차 도입을 위한 기술 측면에서의 성과와 발전은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무인자동차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탄생으로 인해 현재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모든 교통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진짜로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의 교통 제도와 체계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교통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2부 〈우리는 과연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3부 〈자동차 3천만 시대가 오고 있다〉, 4부 〈우리의 일상은 교통의 연속이다〉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순한 이동의 제한이 우리에게 얼마나 무섭고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비로소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전반적인 교통과 평범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여건이 축소 지향적으로 전환됨으로써 인간 삶의 질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코로나 시기 동안 화물은 인간을 대신하여 그 통행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해왔다. 생필품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의 구매가 예전과 달리 택배와 온라인을 통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움직이는 화물'로 보고 이 책의 제목을 연결해 냈다. 이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에 인류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 간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트래픽(교통혼잡) 팬데믹'을 대비하는 일에 직면해 있고 하루빨리 대비책을 내놓아야 한다. 교통 문제는 우리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산업, 과학, 예술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다른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그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많은 분야와의 협력과 조정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광범위한 국가적인 사안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융·복합적인 사고와 공정한 정책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 성장은 멈추고 또 다른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 2부를 통해 지금 우리 앞의 교통 현실과 정책 집행, 교통 시스템 등을 되돌아보고 분석 판단하고 있다. 또 새로운 이동 수단인 '자율 주행' 시스템에 대한 준비 등을 중심으로 교통 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중교통의 몰락」, 「철도 르네상스」, 「버스 공영제」, 「스마트 시티와 모빌리티」, 「청색교통 시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교통 정책과 관련, 「교통 법규」, 「음주운전 단속」, 「암행 단속」, 「어린이보호구역 실효」, 「각종 교통 표지판」 등을 재점검한다. 이어 3부에서는 자동차 3,000만 대 시대를 눈앞에 두고 「회전 교차로」, 「유령 교통체증」, 「교통 스트레스」, 「내비게이션」, 「교통 약자」, 「도로 운영관리」 등 실질적인 교통 시스템과 정책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공유 교통의 연착륙을 위해」, 「대기오염의 주범 교통」, 「교통 균형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룬다」, 「생활교통이란 무엇일까요?」, 「고령 운전자의 안전 운전 묘책」, 「대중교통 이용 예절은 그 사회의 수준을 대변한다!」, 「아직도 버스 타기 겁난다!」, 「교통벌금 차등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 실제 적용하고 실시되고 있는 우리나라 교통 시스템 및 정책에 대해 하나씩 각각의 장(章)을 마련, 짚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재 상황처럼 도로가 부족하고 자동차는 증가하고 아파트는 늘어나며 바이러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교통 문제는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게대가 정부기관, 기업, 학교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수도권에 집중된다면 조만간 수도권은 폭발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목한다. 현재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상주해 있다는 사실은 2000년도 초반 수도권의 집중화 완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시행해왔던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행정수도와 혁신도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서울 수도권의 비대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통 대책의 첫 번째는 교통수요관리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버스의 공영화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경험했던 버스 이용객 감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자동차와 코로나 바이러스도 버스 이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도로 혼잡이 가중되고 교통사고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거리 이동과 교통약자 통행 보장 측면에서 대중교통의 역할은 오히려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무인 자율자동차 시대가 오면 대중교통 활용도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의 새로운 역할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 수도권의 경우 도시철도는 이용 분담률이 약 40%, 버스를 합하면 60% 초중반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승용차 시장을 고려하면 대중교통의 분담률이 70%를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새로운 대중교통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대중교통 수요의 지속적인 수용을 목표로 하면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역시와 중소도시는 버스 공영제가 해법일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버스와 도시철도의 이용률이 높다 해도 대중교통 이용 분담률이 20~30%를 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교통약자 중심으로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편하고 벽지 노선에 집중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적합할 것이다."(p.49~50)
저자 : 김창균
서울에서 태어나 동성고(서울), 성균관대와 미국 뉴욕대를 거쳐 버지니아 공대에서 교통공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교통연구원을 시작으로 가톨릭관동대, 서울시청, 액센추어(Accenture, 싱가포르), 단국대, 한양대 등에서 약 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였다. 우리 사회의 경제, 문화, 산업, 생활 등과 교통의 연관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있으며, 심각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 중이다. 특히, 모빌리티 개념을 통해서 현재 사회의 최대 현안인 도시화와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위원회 활동을 해왔으며, 교통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 현재는 모빌리티 정책연구소와 UI Networks에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움직이는 모든 것은 교통이다』(2018년)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