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이은선 옮김 / 늘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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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나 아렌트』는 한나 아렌트를 주제로 그의 철학과 사상, 삶 등을 종합 고찰하고 분석한다. 정신분석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강의한 내용이다. 토론토대학교 알렉산더 강좌는 W. J. 알렉산더 교수를 기념하여 창설되었는데, 이 강좌는 뛰어난 학자나 비평가들을 초빙해서 영문학 관련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어 왔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프랑스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문학이론가, 정신분석가, 기호학자 등으로 알려진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한나 아렌트 독해'다. 한나 아렌트는 실존주의 철학의 두 거장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를 모두 사사했고, ‘악의 평범성’과 ‘아모르 문디(세계사랑)’ 로 서구 정신사에 자신을 위치시킨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그의 철학을 ‘아브젝시옹(비천함)’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파헤친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정신분석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우리에게 아렌트의 철학을 해석해 전해준다. 크리스테바는 이 강좌에서 우리 시대의 사상적 거장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강의했고, 강의록을 토대로 토론토대학 출판부가 『Hannah Arendt: life is a narrative』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것이다. 우리말 번역본인 이 책은 이은선이 번역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토론토대학 알렉산더 강좌에서 한나 아렌트 저작의 철학적 측면들, 즉 그의 언어, 자아, 몸, 정치적 공간, 그리고 삶이라는 개념들에 대해 탐색했다. 크리스테바는 이 강좌를 통해 아렌트 사고 속의 모순을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관점들에 대한 오해들을 바로잡고자 했다.

 


 

철학 문외한인 독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최소한의 이해를 위해 저자 크리스테바의 강의 내용, 즉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며 읽기로 했다. 다른 어떤 비평이나 기존 철학적 개념에 대한 독자의 의견을 완전 배제한 채 내용을 그대로 흡수키로 한 것이다. 이는 아렌트는 물론, 그 해석 강의를 한 크리스테바 또한 독자의 지식 범주 밖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이들을 비평할 지식이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고백한다. 책은 모두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1~2장에서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아렌트와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하기를 위한 변증」이란 제목으로 아렌트가 어떻게 인간 서사의 본디 개념을 따랐는지를 서술한다. 즉 삶, 행위, 사유까지도 그것들이 이야기되고,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기억의 불러냄을 통해서 완성하고, 또한 역사를 농축된 상징과 ‘인격’의 계시로 만드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때만이 오직 인간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신학자가 되려는 생각으로 공부에 전념하며 형이상학을 '해체하는' 일에 몰두하는 가운데 그보다는 삶이 젊은 철학자의 사유 속에 본질적인 주제로 자리 잡았다. 먼저는 단순히 생존자체였다: 아렌트는 살아남기 위해 1933년 독일을 떠나야 했고, 이어서 홀로코스트를 피해 망명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황폐해진 유럽을 거쳐 도망쳐 나왔고, 처음에는 파리에 머물다가 마침내 1941년 훗날 그녀가 10년이나 지나서 시민권을 얻었던 미국 뉴욕을 향해 떠났다. 그녀는 정치 평론가가 되어 반유대주의 역사와 전체주의의 기원에 관한 주요 연구를 했으며, 나중에 그녀의 근본적인 성찰인 정신의 삶에 대한 주제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처음부터 삶과 사유는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힌 그녀의 다양하지만 서로 깊게 연결된 지적 오디세이는 삶을 그 중심에 두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p.10~11)

 


 

저자는 3장 「20세기를 이야기하기」에서는 아렌트가 함께한 20세기 동시대인들, 특별히 이자크 디네센, 브레히트, 카프카, 그리고 나탈리 샤로트와 관계해서 아렌트 작품에 집중한다. 20세기 작가들 사이에서 아렌트는 동시대인들에게는 감추어져 있지만 그들 픽션을 통해서 20세기의 뜻을 드러내는 역사적 행위의 관찰자들인 소설가들을 택한다. 아렌트는 자신의 텍스트에서 그렇게 자주 인용하는 시인들(그녀의 친구들인 랜달 자렐과 로버트 로웰, 그리고 릴케,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위스턴 휴 오든, 만델스탐, 발레리 또는 르네 샤르)은 그들 표현의 기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널리 알리는 이야기의 지혜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저자는 판단한다. 그들 중 몇몇의 구술적 용감성도 또한 다른 이들의 문체의 고유성도 아렌트가 주목하는 핵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렌트는 '이야기의 주제들'에 더 관심을 두는데, 한 역사적 경험의 목격자 이야기를 집약하거나 또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짧은 이야기 진행들에 주목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로써 아렌트는 인내와 열정을 가지고 읽은 마르셀 프루스트는 스왕, 샤를 리스, 그리고 게르망트를 통해서 드레퓌스 사건 이전과 이후 프랑스 살롱에서 전형적이었던 본질적으로 반유대적인 친유대주의를 그린다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프루스트가 영향을 끼친, 동화된 유대인뿐 아니라 다른 '가문들', 진정 프랑스 사회의 전체를 묘사하며 영원한 명성을 부여하는 '강력한 인상들'의 하나를 발견하는 점에 주목한다. '문제는 햄릿의 경우처럼 존재냐 또는 비존재냐가 아니라, 속하는가 아니면 속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아렌트는 '유대교'가 '유대적인 것'이 되는 세속화 과정이 이름 속에서 '소속' 대신에 '자기동일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또한 세속화 과정이 쇼아(홀로코스트)와 같은 사악한 결과까지 불러왔다는 것을 드러내 주면서 해석한다. 왜냐하면 20세기 유럽 유대인에게 있어서 '유대적 기원은, 어떤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합의 없이, 어디에서나 하나의 심리적인 자질이 되면서 "유대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그로부터 오직 덕이나 악덕의 범주에서만 고려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장 「'인격'과 몸」에서 저자는 "우리는 아렌트적 정치 행위 개념의 고유성을 그녀가 그 정치행위를 한 존재에 대해서 개연성 없는 주장에 근거하기보다는 가설적이고, 위험한 희망에 의존하는 인물의 현실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는 파악할 수 없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이 전제 아래 자유주의와 기술의 현실들이 소외와 객체화 또는 '합리화'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떤 행위도 실패라고 선언한다 하더라도, 아렌트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경험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관심과 비판을 현대 세계에 집중하도록 조절하는 일로 이끈다. 그것은 '인간의 본질'에 집중하는 근본적 존재론의 전유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로써 아렌트의 경험들은 또한 '누구인가를 (알려 주는) 수단이 되는 정치적 행위의 시작을 알아채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사고, 의지 그리고 판단은 그녀를 철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성찰들로 인도하는데, 그 성찰들은 철학을 바로 정치를 그렇게 하듯이 분해하고, 자유를 새롭게 보는 길, 특별히 아렌트적인 길을 그려내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이 누구와 몸의 아포리아는 아렌트가 그런 형이상학의 궁극적인 해체로 우리를 이끌고, 그 해체는 그녀의 『정신의 삶』에서 철학과 정치의 적대를 다시 쓰는 일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인격'에 대한 반대로써, 몸은 아렌트에 의해 두 가지 방식으로 생명 과정의 작인으로 이해된다. 다산성(생식력)과 노동이 그것이다. 자션의 물질대사를 보장하면서 몸은 종(種)의 재생산과 필요의 만족을 실현시킨다. 여성들과 노예들이 노동에서 그 몸을 체현하는데, 이것은 인간적인 것의 제로 수준이며, 생물학적 삶, 또는 생명의 첫 번째 표현이다. 몸은 결코 자연을 초월하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서만 활동하기 위해서 세계로부터 물러난다. 종과 그것의 유지에 갇혀서 이 몸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나눌 수 없는 유일한 것'으로 나타나고, 사적 재산의 범주가 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5장 「판단」에서 크리스테바는 몸과 판단의 칸트적 개념과 관련해서 정신분석학에 의해 알려진 무의식 세계에 대한 아렌트의 무시에 대해서 섬세한 비판적 탐구를 제공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아렌트의 여성과 유대인으로서의 자기 수용의 정치적 힘을 드러내준다. 정직하게 표현하면 이 책에서 거론되는 다른 철학자나 사상가들에 대해 짧은 지식(그것마저도 완전하지 못한)을 배제하기로 했던 바에 따라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자 크리스테바의 아렌트 철학에 대한 평가는 시종일관 분명하고 힘차며, 종종 열정적임은 확인할 수 있다. 저자 크리스테바는 마지막 장인 5장에서 "한나 아렌트의 마지막이자 미완성 저술은 지고의 정치적 행위인 판단에 바쳐졌다"고 단언한다. 그것은 1970년 가을 뉴스쿨에서의 칸트 정치철학에 관한 강의와 '상상력'이라고 불리는 『판단력 비판』에 관한 세미나를 포괄하는데, 칸트도 아렌트도 정교하게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우리가 오직 꿈꿀 수만 있는 미래 정치철학의 매우 도전적인 기초들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정립했다.

저자는 이 세미나에서 "아렌트는 니체를 세심하게 읽는 독자로서 '양심'뿐 아니라 '계약'을 공격하는 니체의 폭력과는 반대로 시간에 대한 관계가 변하는 한에서 가능한 것으로 인격의 갱생 가능성을 조용히 보증한다고 말함으로써 아렌트의 철학과 사상, 정치적 행위의 판단을 추켜세운다. 이로써 아렌트는 힘에 대한 의지의 고통 속에서 씨름하면서 계약상으로 부채를 진 양심의 어두운 그림을 피하고, 오직 니체가 그것을 '구상하는 힘'이라고 불렀을 것만을 간직한다."고 평가했다. "죄채감은 결정적으로 무력함의 형상, 바로 직선적 시간을 산출하는 무력함의 형상으로 재흡수된다. 죄책감은 금지된 것의 훼손이나 도덕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고, 사실 더 깊게는 시간성의 경험에 좌우되는데, 그 시간성이 생명 과정과 동일한 연장을 가질 때 그러하다. 그들을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방해가 필요한데 아렌트에게 그것은 망각이 아니라 용서일 것이다."(p.134~135)

 


 

저자 :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1941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태어났다. 소피아 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 사회학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1965년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파리 대학교에서 유학하여 프랑스 현대 문학을 전공했다. 언어학자 벤베니스트,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 정신분석학자 라캉 밑에서 공부하였고 문학사회학자 골드만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1968년에 파리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 및 정신 분석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프랑스에 정착하여 언어학, 기호학,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 철학 그리고 페미니즘 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비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랭피니」지 편집위원, 「세미오티케」지의 부주간, 국제기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파리 제7대학 텍스트 자료학과 교수이자 종합병원의 정신분석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기호론』, 『시적 언어의 혁명』, 『공포의 힘』 등이 있으며, 소설로는 『사무라이』, 『늑대와 노인들』 등이 있다.

 

역자 : 이은선

세종대학교를 명예퇴직하고, 현장(顯藏) 아카데미 [한국 信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21세기 인류 문명의 전환을 위해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고, 오늘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집사람’의 현존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성평등적으로, 종교(聖)와 정치(性), 교육(誠)의 통합학문적 시각에서 누구에게나 가능해지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성경』과 『논어』를 매일의 삶에서 항상 다시 돌아보는 근원으로 여기면서 서울과 횡성을 오가며 날마다 자신과 주변의 삶이 더욱 편안해지기를 희망한다.

지은 책으로는 『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2004),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2009),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2011), 『생물권 정치학 시대에서의 정치와 교육』(2013),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2016), 『Korean Religions in Relation』(공저, 2016), 『종교개혁 500년, ‘後以’ 신학』(공저, 2017), 『통합학문으로서의 한국교육철학』(2018), 『세월호와 한국여성신학』(2018), 『환상과 저항의 신학』(공저, 2018), 『3.1정신과 ‘後以’기독교』(공저, 2019), 『Dao Companion to Korean Confucian Philosophy』(공저, 2019)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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