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김완석 지음 / 라곰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에세이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의 저자는 현직 아파트 경비원이다. 아파트 경비원이란 직업은 저자가 표현한 대로 '슈퍼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직업이다. 아파트의 경비 일을 하며 월급을 주민들이 주는 구조로 돼 있는 직업이다. 대개 경비원 1인당 100~200가구를 담당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식 직원도 아니다. 용역 회사를 통한 파견 근로자 형식이어서 소속감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주민들이 가구당 3명씩만 있다고 가정해도 대략 500명 가까운 셈이다. 많은 주민들이 있다보니 요구사항도 다양하다고 한다.

그러나 들어줄 수 있는 요구나 가능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해야 하겠지만 부당한 요구이거나 '갑질'의 행패까지는 받아주기 어려울 것이다. 경비원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주민 폭행으로 피해 경비원이 '극한 선택'을 한 일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적도 있다. 부당한 요구를 하고 들어주지 않자 폭행을 하는 바람에 결국 피해 경비원이 극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소 처우가 나아졌을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태라고 독자는 들은 바 있다. 이런 어려운 일자리를 생계 때문에 떨치고 나올 수 없는 이유가 경비원들의 나이가 적지 않은 곳이 많아 다른 대체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당한 처우라도 생계를 위해선 놓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일하는 셈이다.

 


 

여느 아파트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젊은' 경비원을 독자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곳이 생계 유지의 일자리다. 다른 경비원처럼 쉽게 일자리를 놓칠 수 없는 이유가 나이가 아닌 자신의 건강 때문이라고 한다. 희귀병이라니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르긴 해도 치료비도 만만찮을 테니 자신의 입장에서 생계 유지보다 앞선 '생명 유지' 차원의 일자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대단한 것이 삶에 대한 의지를 결코 꺾지 않고 치열한 투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글을 읽기 전에 그의 삶의 의지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박수부터 보내고 싶다. 그는 아마 건강을 고려해 다른 취미를 쉽게 가지지 못하고 '글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취미가 유일한 낙인 것 같다.

이 책도 30만 글스타그램이 추천했다고 하니 글솜씨도 상당하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글솜씨보다 '진정성'이 더 중요하겠지만. 매 글마다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리는 것이 진정성 때문이리라.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삶의 의지와 열정으로 경비 일을 하며 따뜻함을 잃지 않는 작가로 거듭난 셈이다. 책의 제목부터 현장에서의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고 그가 쓴 글이 위로의 글이었다는 글의 정체성도 말해주는 것 같아 감탄스럽다. 위로를 받아야 할 입장의 희귀성 난치병 환자의 힘듦을 이겨내며 글로 남을 위로하는 데까지 이르다니, 대단한 노력과 열정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저자 김완석은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경비원이 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다른 경비워들처럼 소란스러운 일을 자주 겪는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 표현은 과격하기 하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겠지만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거나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부분 담담하게 받아내지만 가끔은 버거울 때도 있다. 감정의 주인은 분명 나 자신인데 내가 주인공이 아닐 때가 많다고 말한 데서 참기 힘든 모욕적인 언행도 겪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

이 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쓴 글을 모은 것이다. SNS에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온 저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분에 맞춰 살아야만 하는 이들의 격한 공감을 받으며 단 며칠 만에 5,000여 명의 팔로워를 늘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던 지난날들, 이제는 남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다짐이 담긴 이 책은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경험과 사색, 그리고 글을 쓰면서 승화시킨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데 충분할 정도로 농익은 감정 순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울면서 출근해야 했고, 부당해도 삼켜야 했으며, 허겁지겁 달리다 수차례 넘어져야 했던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저자의 글에서 문득 '의인'의 향기도 난다.

 


 

책을 읽다 보니 분노가 치밀 때도 있고, 감사하게 생각될 일도 있고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하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자 자신은 이 일을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 부끄럽게 여긴다면 이 일을 계속할 필요가 없을 터다. 나이가 아직 젊은데 찾아보면 일자리 없을까 하는 생각이 독자에게도 있다. 다른 경비원들과 마찬가지로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이 일상이고 가끔은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는 말엔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어린 학생의 손편지에 감동하고 남몰래 요구르트를 챙겨주는 할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니 조그만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아주 선량한 사람이란 느낌이다.

이 일은 저자에겐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만나며 더 단단해지고,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하며 더 깊어지도록 자신을 단련시킨다. 이것이 자신의 일을 조금이라더 더 열심히 더 잘해낼 수 있는 이유이다. 독자도 아파트에 산다. 여러 명의 경비원과 얼굴을 마주하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물론 친구처럼 다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속 깊은 얘기를 들을 때는 오히려 독자가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더욱이 저자는 한참 나이 스물아홉 살이라니, 그 나이에 일반 청년들은 참기 어려운 일이 많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욕설, 술주정, 심지어 폭행도 경우에 따라서는 참고 넘어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경비원이 겪는 세상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은 얼마 전 주민 폭행 사건 때 많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어느 아파트나 그런 사람이 꼭 있나보다. 새벽에 만취한 입주민의 술주정을 받기도 하고, 층간 소음 민원을 해결하려다 욕세례를 받기도 한다는 저자가 경비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굳이 그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이제는 다 아는 사실이 되었을 정도로 일반화된 '갑질'들이다. 저자는 쉬는 시간 경비실에 들이닥쳐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는 경비실장의 잔소리는 덤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에게 “왜 실패하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실패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 '나의 호의가 누군가의 권리가 되어 돌아올 때, 나의 최선이 누군가에게 실패로 비쳐질 때' 우리는 좌절한다. 좌절감에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넘길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남에게 건넸던 위로의 말들을 자신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했음을, 충분히 잘 살았음을 스스로에게 일깨우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것. 대단한 삶의 내공이다. 힘든 경험은 더 나은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일까. 스물아홉 나이에 겪지 않을 일들을 미리 겪어서 일찍 내공이 쌓인 것일까? 저자가 매일매일 써내려간 글들이 책이 된 이 내용들을 곱씹다 보면 독자도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나도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며, 꽤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득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인가? 하는 기분 좋은 느낌. 이 책은 그런 깨달음을 통해 지금까지 독자를 갉아먹었던 불필요한 감정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갖도록 힘과 의지를 갖도록 메시지를 준다. 이것이 저자의 진정성에서 비롯됨을 독자는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지친 하루 끝에 “고생했어”라는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 마음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린 대개 사소한 것들로 위로받는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때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pp.38-39)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도 참아야 했고, 힘든 감정도 숨겨야 했다. 참고 또 참다 보니 어느새 행복까지 참게 되었다.(pp.50-51)

 

저자 : 김완석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희귀성 난치병도 앓고 있다.

인스타 @kimwanseok33

카카오스토리 wanseok3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