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별을 봅니다 - 우리 시대의 명상록
김인현 글, 권오철 사진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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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산다. 일을 할 때 비가 방해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늘 쳐다보는 것을 잊고 산다. 비 올 때 쳐다보는 것은 원망을 쏟아내기 위해서다. 독자도 마찬가지로 하늘을 의식하며 쳐다본 것은 멀리 있는 풍경을 감상할 때 눈에 잡히는 때를 제외하고는 기억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특히 밤하늘을 쳐다본 적이 많았다. 반짝이는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동심이었을 때의 이야기지 '어른'이 되고는 하늘은 점점 멀어져갔다. 이 책 『힘들 땐 별을 봅니다』처럼 일에 지칠 때라도 하늘을 쳐다본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왜 우리는 별과 멀어졌을까? 이 책의 '프롤로그'의 제목도 「가장 최근에 별을 본 것이 언제인가요?」 묻고 있다.

최근은 물론 기억에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일이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다.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수놓인 반짝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는 저자 김인현이 부럽다. 그도 현대인들의 팍팍한 삶을 이해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밝아진 밤 탓에, 그리고 애초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에 고개 들어 별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저자는 이 때문에 책을 통해 그런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고요함을 선물한다. 세계가 인정한 천체사진가의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별 사진과 함께 지친 심신을 달래는 에세이스트의 진심 어린 문장들이 이 책에 담걌다. 이 다정한 에세이가 보여주는 풍경 앞에 잠시 멈추어보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저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일은 '별을 되찾은' 느낌으로 팍팍한 독자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줄 것 같다.

 


 

아름다운 별 사진과 정감 어린 글을 따라 포근한 위로에 잠기는 근사하고도 소중한 경험은 어쩌면 우리의 잃어버린 추억과 감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안내할지도 모른다. 별과 마음을 따스히 보듬어주는 에세이에 흠뻑 빠져 사색한다면 격양된 마음이 차츰 가라앉고,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따듯한 별빛 하나를 가슴속에 품고서 내일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 책에 경이로운 밤하늘을 담아준 천체사진가 권오철은 한국인 최초로 NASA ‘오늘의 천체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제공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총총히 반짝이는 하늘, 별의 일주운동, 은하수, 오로라, 개기일식 등 다채로운 별의 움직임과 천문현상을 포착했다.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노력한 전문가의 사진은 모두 놀랍도록 아름답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감과 오싹한 찬란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과 더불어 소소한 별 관련 지식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에세이의 장점이다. 권오철 사진가의 환상적인 별 사진에 에세이스트 김인현의 감동적이고 감성적인 글을 덧붙였다. 저자 김인현은 이 책을 언제나 주변을 맴돌며 우리를 위로하던 별과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책의 차례에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봐도 좋게 구성했으니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잠깐잠깐 펼쳐서 별의 세계를, 별의 메시지를 느껴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질문은 두 번째로 이어진다. "태어나 한 번이라도 쏟아지는 별천지를 본 적이 있나요? 독자도 본 적은 있다. '쏟아져내릴 듯한'이란 표현이 딱 맞다!고 표현할 정도 찬란했다. 해인사 가는 길목에서였다. 수십 년 전 기억을 꺼내는 것은 가장 최근 기억이어서다. 그때 이후로 '쏟아져내릴 듯한' 별무리를 본 적이 없으니까. 신비스럽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누가 만들었을까. 누구든지 마음속에 별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던 옛 시인의 말처럼 "내 별도 저 안에 있을까"도 생각해보던 시절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를 그때의 느낌은 신비 속으로 묻혀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상하게도 별을 본다 해도 이제는 옛날의 그 감정은 아닐 것이라는 불감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 삶에 지쳐서일까? 별을 보던 감성은 없어지고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세상 오지를 다 돌아다닌 사진예술가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실 사진예술가는 특히 천체예술가는 빼곡한 별을 보기 위해서는, 또 제대로 된 별 사진을 한번 찍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의 오지로 떠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황무지를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별을 보기 위한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테다. 그런 당신을 위해 별을 좇아 세상을 누비는 천체사진가가 별이 뜨는 곳곳을 찾아가 그곳의 시간과 풍경을 담아왔다니 고맙기만 하다. 그야말로 힘든 삶에 위로를 주는 별들이다.

 


 

천체예술가 권오철은 전 세계의 광해가 적은 지역들에서 본 쏟아지는 별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가 국내는 물론 호주, 캐나다, 킬리만자로 등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풍경들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별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별을 찾아 떠나는 한 모험가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고 넘기기보다는 그 속에 스며든 별 애호가의 설렘과 에너지를 오롯이 음미해보기를 사진예술가는 권한다.

꿈속 풍경과도 같은 별세계의 이미지와 함께 감동을 주는 글을 들여다보자. 잔잔한 위로를 주는 이 에세이는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긴장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쉼을 준다. 글쓴이는 우리의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성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또 희망과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으며 겨자씨만큼이나 작은 믿음으로도 우리는 원하는 걸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별빛에 실어 우리에게 전한다. 무심히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불안한 마음으로 무기력한 당신, 끝내 무엇이든 해내지 못할 것 같다고 좌절하고 절망한 사람에게 이 책은 희망과 위로를 함께 전한다. 이 책을 읽고 삶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와 지혜를 바탕으로 좀 더 평온한 삶, 만족하는 삶을 살기를 주문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희망은 먼 곳이 아닌 내 곁에 있다」, 2장 「실패도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3장 「모든 성공엔 수줍게 시작한 첫걸음이 있다」, 4장 「긍정 한 줄이면 불가능했던 일들도 가능해진다」, 5장 「정성 없는 사랑은 아무리 커도 헛것이다」, 6장 「태산을 옮기는 힘은 겨자씨만큼이나 작은 믿음이다」, 7장 「별이 친구라는 것을 알아버렸다」로 이루어져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나누어 놓은 것은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는 수단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찾는다면 1장부터 7장까지의 제목이 위로이자 격려로 용기를 넣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한 문장으로 써도 가능할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그러면 별이 친구가 되어 성공을 함께할 것이다."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억지스러운 것 같다. 앞서 저자들의 언급대로 가끔 생각날 때 불쑥 책을 펴들고 아무 페이지나 보고 읽으면 될 일이다. 「모든 별이 친구가 되는 밤」이 될 것이다.

 

일이

사람이

나를 버린 밤.

 

별 하나 가슴에 들어와

친구가 되어준 밤.

 


 

「나를 사랑한 날」엔 이 시가 적절하다.

 

낯선 지구별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

 

내 고민 들어줄

친구조차 없다고 느낄 때,

 

길을 잃고 고민하는 나에게

스스로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뭘 해도 이해해줄 친구.

 

모든 사랑의 시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세상에 버려진 듯 절망한 적이 있다.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내려앉은 적도 많다. 나만 실패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 것도 여러 번이다. 그때 나를 일으킨 것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던 별이다. 대단한 듯 보이는 사람도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엄청나게 커 보이는 지구도 결국, 우주 안에선 작고 파란 하나의 별일 뿐이다. 남의 삶이 대단해 보여도 결국 작디 작은 지구에 사는 똑같은 생명체일 뿐이다.(pp.137-138)

 

저자 : 김인현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행으로 먹고사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기자가 되어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여행 작가가 되었고, 사보와 잡지에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청하출판사, 오늘의책,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80여 종의 책을 기획한 출판기획자이기도 하다. 특히 직접 기획한 카툰 에세이 『포엠툰』은 국내 출판계에 카툰 바람을 불러일으킨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산문집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마지막 선물』, 시집 『야간열차』, 여행서 『처음 홍콩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처음 방콕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과 역사서 『통으로 읽는 중국사』 등을 펴낸 글쟁이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국내 여행 가이드이자 길 위의 도슨트로 활동중이다.

 

사진 : 권오철

서울 대학교 공과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과 벤처 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유무선 인터넷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사진가로 전업 후 2001년 NASA ‘오늘의 천문학 사진’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유명 천체 사진가들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 특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덟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은 책에 『별이 흐르는 하늘』, 『신의 영혼 오로라』, 『진짜 너의 꿈을 꿔라』 등이 있다. 천체 투영관용 VR 영화 「생명의 빛, 오로라」와 「코스모스 오디세이: 우주를 탐구해 온 위대한 여정」을 제작, 감독, 각본, 촬영, 편집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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