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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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당초 인간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시작됐다. 시가 개인의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 소설이나 희곡은 이야기, 즉 서사(스토리)를 가진 예술 작품이다. 이 서사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인물(캐릭터)이고, 스토리의 핵심은 인물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긍정 역할을 하는 인물과 부정 역할을 하는 인물의 부딪침이며, 이 부딪침은 극이나 소설의 긴장감을 높이고 관객과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스토리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극적 갈등이 없다면 밋밋한 스토리가 될 것이고, 약해도 관객이나 독자들의 흥미를 잃기 쉽다.

하나의 극이나 소설에도 크고 작은 갈등이 많을수록 더욱 흥미 있고, 흡입력을 높인다. 이 책 『딜레마 사전』은 극중 인물이 겪을 수 있는 갈등과 딜레마의 유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사전식으로 정리해 나열한다.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 창작에 반드시 필요한 갈등 설정의 기본기와 시나리오를 친절히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다’, ‘부정부패를 목격하다’ ‘내기에 지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게 되다’와 같이 캐릭터를 궁지로 몰 만한 110가지 갈등 유형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현업 작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온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의 '작가를 위한 사전' 시리즈 신작으로 장르 불문, 이야기꾼의 책장에 한 권씩 꽂혀 있어야 할 긴요한 가이드북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에게 고통과 시련을 안겨줄 온갖 갈등 상황과 딜레마 양상을 집약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다른 곳에서의 갈등은 다양하고 다르기 때문이다. 두 공동저자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는 이에 따라 각 유형마다 예상 가능한 캐릭터의 행동 패턴 및 심리적 특성 등 장면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시를 될수록 많이 제시한다. 시대적·지역적 차이를 감안,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서문」은 대중적인 영화와 소설을 사례로 들며 플롯과 갈등을 조합하는 방법,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의 차이 등 캐릭터의 딜레마를 창조하고 처리해야 할 작가의 기본기를 꼼꼼하게 다져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시선을 붙잡는 스토리의 필수 요소, 바로 갈등에 빠진 캐릭터를 창조하는 작가들은 어쩌면 작품 구상의 절반 이상을 갈등 창조에 쏟을 것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는 이야기 속에서 언제나 크고 작은 위기에 빠진다. 목표를 가진 캐릭터가 적수와 대적하고, 선택 앞에 번민하는 장면들이 촘촘히 이어질수록 이야기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두 저자는 이 책을 매일 글을 쓰는 작가들의 갈등 창조에 도움을 주고, 작품을 쓰는 작가의 열정에 조금이라도 참조할 갈등을 조사 정리했다.

 


 

'작가를 위한 사전' 시리즈 그동안 『트라우마 사전』, 『디테일 사전』, 『캐릭터 직업 사전』까지 매력적인 이야기의 핵심 요소를 짚어주고 적재적소의 재료를 선사해 창작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아왔다. 이번 출판된 『딜레마 사전』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글쓰기 코치인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 콤비의 연작이다.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이 책이 집중하는 것은 바로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꼭 필요한 자원이자 요소인 ‘갈등’이다.

작품에서 잘 짜인 갈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소설, 영화,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멋진 설정과 배경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정작 캐릭터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시작될 수 없고, 그다음 장면 역시 있을 수 없다. 캐릭터는 자신이 사는 세상 안팎에서 손쓰기 어려운 사건에 부딪히거나, 다른 인물과 대립하거나, 내면의 문제로 씨름한다. 일상을 건드리는 크고 작은 위기에 빠져 고통받고 행동하는 캐릭터의 모습은 독자와 관객들이 마음을 쓰게 만들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독자나 시청자가 이야기에 몰입하며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척도는 갈등 양상이 얼마나 긴밀하게 엮여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낸 캐릭터가 어떤 실수를 할지, 무슨 의심을 할지, 어떤 유혹과 압박을 받아 흥미로운 선택을 이어 나갈 것인지 그 다양한 선택지를 펼쳐주는 가장 실용적이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바이블'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도둑질을 해야 한다면?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평화로운 아침에 사고로 조난을 당한다면? 사소한 거짓말을 했는데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다양한 갈등의 형태와 적수, 위기 사례 등 캐릭터가 부침을 겪게 만들 장치들이 속속들이 들어찬 이 책은 더욱 치밀하고 짓궂게 캐릭터를 방해할 문젯거리들을 제공한다.

캐릭터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게 만들고 싶거나,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싶다면, 이 책의 ‘관계상의 갈등’과 ‘실패와 실수’ 항목을 참고하면 된다. 이외에도 ‘도덕적 딜레마와 유혹’, ‘승산 없는 시나리오’ 등 캐릭터를 곤경에 빠뜨릴 110가지 아이디어가 가득 실려 있어 독자의 마음을 툭툭 건드릴 장면들을 하나씩 구상해볼 수 있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캐릭터의 처지에 이입해가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갈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공들여 미끼를 마련하고 고안해야 하는 작가의 곁에서 『딜레마 사전』은 창작의 순간순간을 함께할 책상 위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여섯 가지 주제로 정리됐다. 1장 「관계상의 갈등」에는 '가정폭력'부터 연애와 이별, 이혼이나 배신, 인간 관계의 갈등 요소를 망라해 실었다. 2장 「실패와 실수」에서는 거짓말, 내기, 비밀, 사고, 불시의 감정, 분실 등 심적 갈등을 부채질할 요소들을 살핀다. 3장 「도억적 딜레마와 유혹」에서는 조작, 윤리와 도덕, 탐닉, 부정부패, 위법, 불법 등 악행에 의한 갈등 요소를 알아본다. 4장 「의무와 책임」에서는 관행적 악습, 상대방의 처벌, 사생활의 일탈, 직장 해고 등 인간 관계에서 지켜야 할 의무나 책임에 등을 돌릴 때 일어나는 갈등으로 주로 다루고 있다.

또 5장 「압력 증가와 시간 압박」은 시간, 시기, 시대,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 협박 등 시시콜콜한 일상의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례를 모았다. 마지막 6장 「승산 없는 시나리오」에서는 말 그대로 '딜레마' 상황을 예시한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야 할 때, 상충된 욕구와 욕망,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갈등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이 갈등 유형 사전은 장면의 시작점에서 특정 상황과 사건을 브레인스토밍해보고 싶을 때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선택을 해야 설득력이 있을지, 혹은 어떤 행동이나 심리를 보여야 더욱 치밀하게 구성할 수 있을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잘 구성돼 있다. 캐릭터의 입장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와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펼쳐놓아 구상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틈틈이 책장을 열어보며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바로 뽑아서 쓸 수 있는 다양한 딜레마의 유형과 아이디어 외에도, 이 책에는 훌륭한 서사 작품 안에서 갈등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문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이론 칼럼이 100여 쪽의 「서론」 형태로 실려 있다. 이제 작가 수업을 시작했거나 작가를 꿈꾸고 있는 문학도들에게 필수적인 이해 사항이니만큼 작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볼 내용이다. 또 책을 좋아하는, 특히 소설이나 극적 스토리텔링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잘 읽어두면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반 독자라 하더라도 알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플롯 형성에 꼭 필요한 ‘갈등’의 핵심 개념을 짚어주어 창작의 기본기를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장르 불문 이야기꾼의 책장에 한 권씩 꽂혀 있어야 할 긴요한 가이드북으로 이 책의 추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작가 심너울의 추천평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다.

"욕망하고 고뇌하고 분투하는 인물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 작가라면 누구나 속을 끓일 과제다. 여기 『딜레마 사전』이 있다. 이 사전에는 인간사의 온갖 고통과 고뇌가 다 들어있는 듯하다. 수많은 갈등 양상과 그 속에서 비롯되는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하나씩 짚고 있자니, 실로 재미있고 놀라운 장면들이 저절로 펼쳐져서 당장이라도 다음 장면이 쓰고 싶어진다. 말하자면, 이 책은 모든 길 잃은 작가들을 위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의심과 실수, 유혹이 도사린 갈등이란 웅덩이에 인물을 집어 던질 방법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단언컨대 온갖 장면이 샘솟는 가장 실용적인 작법서이다." - 심너울 (작가)

 


 

저자 : 안젤라 애커만(Angela Ackerman)

어린이책 작가협회(The Society of Children's Book Writers and Illustrators, SCBWI) 회원이며 주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어두운 이면 세계에 관하여 다루는 작가이다. 침대 밑에 괴물이 서식한다고 믿는 동화적 상상력의 소유자로, 최선을 다하여 나눔과 기부의 선행에 헌신하고 있다. 현재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캐나다 록키 산맥에 인접한 앨버타의 캘거리에 살고 있다.

 

저자 : 베카 푸글리시(Becca Puglisi)

청소년 판타지와 역사소설의 작가이자 잡지 기고가이며 어린이책 작가협회(SCBWI)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햇살 밝은 플로리다 남부에 살고 있다.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는 자신들의 블로그 [The Bookshelf Muse]로 온라인 참고자료상을 수상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여러 분야의 유의어 사전들을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작업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역자 : 오수원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정리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이름 없는 존재인 ‘괴물’의 관점에서 소설을 다시 보면서 인간의 많은 모순과 문제의 면면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서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공동체를 꾸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인문, 과학, 정치,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영미권 양서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문장의 일』, 『조의 아이들』, 『데이비드 흄』,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현대 과학·종교 논쟁』, 『포스트 캐피털리즘』,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비』, 『잘 쉬는 기술』, 『뷰티풀 큐어』,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등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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