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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평점 :
'세금'이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그 국가의 구성원이 각자 버는 돈의 일정 비율을 내는 것으로 배우고 이해했다. 때문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든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 급여 수령자들은 급여를 지급 받을 때 세금을 먼저 제하고 나머지를 급여로 받는다. 이를 원천 징수라 한다. 세금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발이나 너무 많다는 등의 불만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 특히 세금은 법률로 정해 징수되기 때문에 여간해선 반발할 명분이 없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다만 '준조세'라고 일컬어지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은 늘 고갈 등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자주 언론이나 국민들의 반론 등이 많은 것 같다. 이 세금은 인간이 국가를 이루고 자신들의 신변 안전과 재산 보호 등을 국가에 맡기는 대신으로 냈기 때문에 그 역사는 어쩌면 부족국가 시대부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밝혀지기로는 이집트의 로제타석은 고대 이집트의 신전 사제들에게 이전에 누렸던 세금특권을 부활해주고 다시 세금을 감면하는 혜택을 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원전 2,500년에 만든 수메르 점토판에도 세금 납부 영수증이 있다고 하니 인류의 집단 생활과 때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세금을 ‘약탈’이라고 묘사하고, 잉카제국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대신 세금으로 부과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세금을 물리는 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인 아프리카 추장, 블록체인을 닮은 명나라의 하천 통과세, 세금을 통한 부의 배분 문제, 미래에 등장할 로봇세와 유전자 과세까지 이 책 『세금의 흑역사』는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 15장으로 구성돼 국가와 시민 간에 영원한 도전과 응전이었던 세금이 어떻게 역사 속에 기록되었는지, 그리고 현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 사건들이 어떤 단서를 제공할지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학자인 두 저자 마이클 킨과 조엘 슬렘로드는 모두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수상했고 국제재정연구소(IIPF)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어려울 법한 경제사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데도 재능이 있다. 이그 노벨상*을 받은 논문의 주제는 ‘상속세율이 떨어질 것 같으면, 세금을 덜 내려고 사망 신고를 천천히 한다’였다. 경제사의 핵심 중에 하나는 세금의 역사이며, 고령화가 심화되고 복지가 강조되는 미래에 세금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 거래 등 이동성이 커지면서 국가 안에 고정된 부동산에서 세금을 걷을 유혹은 커진다. 인플레이션과 소득세, 블록체인과 법인세의 향방은? 골치 아프다고 미루기엔 국가의 씀씀이는 커지고 우리 지갑은 얇아져간다. 이 책은 단지 세금을 덜 내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길 바라는 이들에게도 유익함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그 노벨상* :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과학잡지인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 일반적으로 웃기거나 잉여스러운 연구에 수여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병신짓을 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경각심의 목적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 두 연구가 상충할 경우 아예 둘 다 주는 등 수상 과정도 웃긴 편.[1] 즉, 등신 같지만 멋있는 연구로 주는 경우와 그냥 등신 같은 연구로 주는 경우로 나뉜다.(독자 주)
1부 〈약탈과 권력〉에는 1장 「세금은 모든 공적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 2장 「우리가 걸어온 길」, 3장 「다른 이름의 세금」을 다룬다. 2부 〈승자와 패자〉에서 4장 「공정해지려는 노력」, 5장 「국가 재정의 거대한 엔진」, 6장 「누가 더 평등한가」, 7장 「옛것을 따를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란 제목으로 세금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또 3부 〈행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에서는 8장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을 만들자」, 9장 「부수적 피해」, 10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금 제도」, 11장 「세계의 시민」을 각각 다룬다. 4부 〈세금은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는 12장 「드라큘라와 세금 징수 기술」, 13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쓰여 있고, 5부 〈세금 규칙 만들기〉에서는 14장 「납세의 기쁨」, 15장 「미래의 세금 제도」를 다룬다.
문명과 국가의 동력은 바로 세금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점토판 기록으로 남은 것은 세금 납부 영수증이다. 거기서 500년이 흐르면, 탈세한 밀수품을 들여오다 감옥에 갇히는 상인이 등장한다. 사실 이 책 『세금의 흑역사』 어디를 들춰봐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은 세금과 경쟁하고 숨바꼭질을 해왔다. 사회계약설의 토머스 홉스가 간파했듯이, '내 것'에서 떼어내 바치는 행위는 불공평만큼이나 참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발로가 세금과 통치제도를 가다듬어왔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세금 문제가 중요할 뿐 아니라 흥미롭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 한다. 세금의 역사에서는 언제나 폭동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지고, 악당이 등장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런 과거의 일들이 세금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세금을 교묘히 감추고 걷으려는 세금 넛지 사례만큼이나, ‘싱글세’에 가짜 청혼 증명서를 제출하는 창의와 혁신의 드라마가 흥미롭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집값 등의 상승으로 조용히 세금을 더 많이 걷게 한다, 블록체인으로 거래과정이 모두 밝혀지면 각 단계별 부가가치세가 법인세를 대체할 것이라는 경제적 혜안도 들어 있다.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는 많은 원칙은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다. 11가지 세금의 지혜 중에서 ‘8. 세금은 단지 돈을 걷는 일이 아니다’를 살펴보자. 기후위기로 부상하는 탄소세는 러시아 표트르 1세가 귀족을 억제할 의도로 매겼던 '수염세'와 비슷하다. 고대 잉카는 극빈층에 대해서는 몸에 붙은 ‘이’로 세금을 대납하게 했는데 여기에도 절묘한 이유가 있다. 누구든지 어느 정도 세금을 직접 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세금의 흑역사』는 공정의 문제(수직적 형평성·수평적 형평성), 조세 귀착, 효율성과 최적 과세, 세금 징수자, 조세 정책과 미래 과제 등의 주제를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담아낸다. 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 사례를 포함하는데, 우리 나라와 관련해서도 세 차례 언급이 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선진국들의 조세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액으로 연말정산에서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목적세를 많이 걷는 조세 정책의 효과를 가늠해본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봤듯이, 불평등의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유층에 걷는 부유세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헌법에 위반한다고 강한 저항에 부딪혀 왔다. 저자들은 생산 단계마다 과세하는 ‘천재적인 세금’ 부가가치세가 미국에도 조만간 도입되리라 전망한다.(여기서는 부가가치세가 아직 미국에서 시행되지 않았다는 데 더 놀랐다) 다국적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세가 부과될수록 세금을 피하는 기술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고, 정부의 시름은 깊어져간다. 국경 밖으로 도망갈 수 없는 재산, 즉 토지에 대한 과세가 각광받는 이유다.
사람들은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창문을 막아버린다. 난로 숫자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난로 개수를 줄인다. 미완성 건물에 세금 감면을 해주면 일부러 건물을 짓다가 만다. 집이나 상점의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세금을 낮추려고 집을 로켓 모양으로 길쭉하게 짓는다(로켓 주택). 세금 징수원이 나타나면 재빨리 집을 해체한다(이탈리아 전통 석조 주택 트룰리). 책에 따르면 초기 세금 중에는 야만적인 행위가 다수였다. 이웃 나라를 무력 정복해 몰수해온 곡물과 귀중품이 곧 세금인 셈이다. 게다가 패전국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도 모자라, 매해 꼬박꼬박 금전이나 공물을 바치게 했다. 반면 아테네의 세금은 귀족의 기부 같은 명예로운 행위였다.(리터지) 국가적인 행사에 귀족들은 ‘자발적으로’ 헌납했다. 최근까지 국가의 위기 때 금 같은 자발적인 기부가 장려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국가가 보통 사람들한테 세금을 걷는 게 일상은 아니었다. 전쟁처럼 큰돈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소득세를 걷을 때에 한해 사람들은 수긍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와 왕실의 씀씀이가 커져서, 거추장스러운 세금보다는 즉각적인 빚(채권 발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한 달 뒤 내야 할 세금보다는,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모두가 부담하는 국채에는 관심이 덜했다. 세금은 오늘날 개인들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의 통치 행위이자 강제 행위다. 국가로서는 저항을 낮추기 위해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기업이란 대리인을 통한 원천징수, 군대 징집 같은 노역 세금 등 우회적 징수로 다변화하게 된다. 시민 의식이 커질수록 여느 통치 행위와 마찬가지로 세금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세금과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는 일과 사건을 주로 다루지만 독자가 몰랐던 부분을 가장 많이 알려준 부분은 13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에서 '누군가'이다. 바로 세리라고 일컬어지는 세금 징수원, 세관원 등에 관한 이야기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도 '세리'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리들과 창기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태복음」 21:31) 예수가 사랑과 용서의 보편성을 보여준 방법 가운데 하나도 세금 징수원(당시 세리는 로마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특히 경멸의 대상이었음)을 포용한 것이다. 누가복음에는 예수가 세리 삭개오를 관대하게 대하자 대중이 분노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갈릴리 출신인 세리 마태를 제자 중 한 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세금 관리로 유명해진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다른 이유로 유명해진 세금 관리는 꽤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세금 관리로 일했던 미국 독립혁명의 영웅 두 사람을 만나본다. 두 사람 다 세금 관리로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중 한 사람은 보스턴 차 사건의 주역 샘 애덤스다(사실 그의 이름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이름으로 더 유명하지만). 또 한 사람은 『상식론』과 『미국의 위기』를 쓴 토머스 페인이다. 영국 링컨셔에서 소비세 관리로 일하던 그는 1765년 검사하지 않은 물건을 검사했다고 주장하다가 해고되었다. 초기에 급진적 성향을 보였던 페인은 1772년 소비세 담당 관리들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소책자를 출판한 이우 그들을 대변하는 로비스트가 되었다. 세금 관리로 일했던 작가들도 몇 명 있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제프리 초서는 1374년에서 1386년까지 런던 항구의 세관 검사관으로 일하면서 대작 『켄터베리 이야기』를 구상했다. 『돈키호테』의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는 세금 관리로 근무하다 횡령죄로 복역하기도 했다. 허먼 멜빌은 성격이 강직했다. 그는 자신의 걸작 『모비 딕』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생활고를 겪게 되자 뉴욕에서 세관 조사관으로 일했는데, 부패하기로 악명 높은 이곳에서도 그는 정직한 세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저자 : 마이클 킨 (MICHAEL KEEN)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Fiscal Affairs Department)의 부국장이다. 공공재정 이론과 실천 연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또한 국제재정연구소(IIPF)의 회장을 역임했다.
저자 : 조엘 슬렘로드 (JOEL SLEMROD)
미시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이기도 하다.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2001) 공공재정 이론과 실천 연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세무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또한 국제재정연구소(IIPF)의 회장을 역임했다.
역자 : 홍석윤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현재 경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C코드: 성공한 리더들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온택트 경영학: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전략』, 『웹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멋진 코딩 이야기』, 『10대를 위한 코딩 교과서: 미국 최고의 여성 코딩 교육기관 걸스 후 코드』, 『물이 되어라 친구여: 이소룡 어록』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