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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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그의 『미움받을 용기』는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모았으며, 그는 일본보다 더 많은 한국 독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움받을 용기』, 『나를 사랑할 용기』, 『행복해질 용기』 등에서 삶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살펴온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정년'을 맞은 이른바 '중년'의 철학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이 책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은 저자의 '정년 철학론'이란 새 이름의 노년의 대비에 대한 중위 연령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1990년생이 만 60세가 되는 2050년에는 만60세가 '중위연령'이 된다고 말한다. 이미 중년과 노년의 구분도 의미 없어진 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60세=은퇴’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60세가 중위연령이 된다면 정년을 맞이한 이후 적어도 수십 년 이상의 삶이 남아있다. 이렇듯 실제 나이에 대한 인식과 현실간의 간극은 크다는 게 오늘 우리들이 처한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노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남은 시간을 어영부영 보낸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년 이후 젊은 시절보다 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가 이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년 이후의 삶이란 막이 내린 뒤의 인생이 아니라 여전히 ‘본편’이라고 말하며, 정년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태도를 제시한다. 정년은 왜 불안하고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불안, 태도, 일, 인간관계, 행복, 미래라는 6가지 주제를 통해 질문을 던지며 여러 철학가들의 지혜를 빌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만의 명쾌한 통찰이 담긴 답을 찾는다. ‘회사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도 우리는 세계에 소속되어 있다’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이 아닌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도 된다고 생각하자’ 등 저자의 주장 속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이 가득하다.

기시미 이치로는 정년 이후 어영부영 보내는 이들은 '정년은 곧 은퇴'라는 프레임을, 일의 의미를 공헌감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은 정년을 변화라는 프레임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되는 정년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나이 듦은 노화가 아닌 변화일 뿐이라며, 정년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용기를 내기보다 익숙한 것을 선택해온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정년 이후 필요한 것은 돈과 건강만이 아니다. 언제나 변화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젊은 시절에는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했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정년 이후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퇴직 전에는 가족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했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가족과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평생 일터라는 좁은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도, 용기를 낸다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일의 의미를 공헌감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 즉 타자와의 대등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년이 와도 큰 걱정이 없다. 과거는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고 미래는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걱정한다고 해서 벌어질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할 수 없는 일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타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의 의미를 찾고,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 후회하지 않고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것은 모두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속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그런 생각은 버릴 것을 주문한다.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던 정년 이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가정의 일원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전혀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새로움 속에서 과거를 붙잡고 살지,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지는 개인의 온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러한 심리적인 결정은 큰 차이를 불러온다. 전자는 정년 이후 급격히 늙고, 후자는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재미에 젊은 시절보다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처럼 철학자이자 오랫동안 여러 케이스를 상담해온 기시미 이치로의 경험과 아들러부터 소크라테스까지 여러 철학자들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어느 날 기시미 이치로의 상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아내가 은퇴 이후 사사건건 자신을 지배하려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외출을 하려 하면 남편이 따라나서고 혼자서는 간단히 먹을 점심도 남편의 식성을 고려해야 한다. 옆집 남자의 푸념처럼 들리는 이 사례는 정년 이후 삶의 많은 점을 함축한다. 내 자리가 있다는 감각인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하지만 회사에서 했던 것처럼 가정에서 내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가족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기 쉽다. 반면, 평생 일을 한 사람이라도 가사와 육아에 참여해온 사람은 은퇴 후에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만 사라질 뿐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정년 이후 고달파지는 것은 남자 쪽인 경우가 많다. 이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 없어지면 심리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처럼 느낀다.

그러지 않기 위해 이 책에서는 타자를 대등하게 바라보고,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갑자기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관해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집안일에 참여하라. 나이 들어서 고달파지고 싶지 않다면”이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은, 불안, 준비, 일의 의미, 인간관계, 행복, 미래라는 6가지 주제를 통해 ‘정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들에 대해 모두 6장(章)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1장 「정년은 왜 불안한가」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의미를 기술하고 정년 후 문제가 흔히 말하는 '돈과 건강'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한다. 바로 '인간 관계'에 대해 저자의 사유를 밝히고 있다. 2장 「인생 2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서는 은퇴 준비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위한 것이란 명제에 돈 버는 일 외에도 삶의 보람이 찾을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이 장에서는 두 가지 용기, 즉 일에 대한 용기와 관계에 뛰어들 용기를 말한다.

3장 「일의 의미를 묻다」에서는 나만 할 수 있는 일 찾기, 일을 잘 되게 하는 관계, 경쟁하지 말로 즐기는 일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4장 「새로운 관계를 위해」에서 저자는 직장에서의 관계를 탈피하고 '자기 중심성'에서 '사랑'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것을 설명한다. 이는 지금까지 전혀 관계가 없었던 사람과의 만남이라기보다 가족 등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5장에서는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사유의 결과를 제시하고 독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이 장에서 저자의 주장은 한 단어로 집중됨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지금 여기, 지금을 산다는 것이다. 이 단어들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은 오히려 지금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망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꿈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마지막 장인 6장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앞의 모든 장의 내용을 잘 숙지하고 하나씩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행복한 중년이 될 것임에 용기를 북돋아 준다. 집안 일 돕기,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조금씩이라도 책 읽기, 뭐든 배우기,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하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의 사유에서 나온 분명한 사실이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인터뷰 형식의 글에서 확인된다. "공헌감을 가지면 자기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죠.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가질 수 있고요. 그것은 대인관계를 만드는 용기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간호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간호를 할 때 지금 간호 하지 않고 강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겠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아버지께 물어봤어요. 매일 간호를 하지만 아버지는 주무시기만 하니까요. 제가 오는 의미가 별로 없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아니, 네가 와주니까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의 가치는 아버지 곁에 있는 것 자체에 있었던 것이죠. 그걸 인정할 수 있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밖에서 일하고 돈 버는 것만이 인생의 가치는 아닙니다. 공헌감을 가지면 자기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죠.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가질 수 있고요. 그것은 대인관계를 만드는 용기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간호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간호를 할 때 지금 간호 하지 않고 강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겠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아버지께 물어봤어요. 매일 간호를 하지만 아버지는 주무시기만 하니까요. 제가 오는 의미가 별로 없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아니, 네가 와주니까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의 가치는 아버지 곁에 있는 것 자체에 있었던 것이죠. 그걸 인정할 수 있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밖에서 일하고 돈 버는 것만이 인생의 가치는 아닙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선인지 악인지에 무관심하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멋진 삶’이라고 말했으나 아우렐리우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소크라테스는 ‘선하게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선하게’란 ‘행복하게’란 뜻이다.(p.174~175)

 

저자 : 기시미 이치로(きしみ いちろう,岸見 一郞)

철학자. 195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서양 고대철학사 전공)을 수료했으며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같은 심리학회의 고문이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 전공자로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아들러 철학의 정수를 담은 『미움 받을 용기』로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외 『아들러 심리학 을 읽는 밤』 『리더는 칭찬하지 않는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등 다수 도서가 국내에 번역되었다. 『아버지를 기억해』는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저자가 직접 돌보던 시기에 쓴 책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2011년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고 2년 뒤인 2013년 향년 여든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부모 돌봄과 간병,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가족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역자 : 전경아

중앙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와 주인공의 자조적 유머가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소설,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앞으로 재미있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꿈이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그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미움받을 용기』, 『마흔에게』,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북유럽 스타일 종이소품집』,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아웃풋 트레이닝』『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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